시골아이 60. 골짝물에 두 발 담가 (2013.7.30.)



  골짝물에 두 발을 담그면 골짝물에서 살아가는 자그마한 물고기가 살살 헤엄을 치면서 발끝을 간질인다. 얼마나 귀여운 물고기인지 모른다. 이 물고기들을 생각한다면 골짜기에 함부로 시멘트를 들이붓지 못할 텐데, 어른들은 참 생각이 없고 눈이 없으며 마음이 없다. 시골아이는 작은 물고기를 바라보면서 예쁜 고기야, 예쁜 고기야, 하고 자꾸자꾸 노래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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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궁둥이 예뻐



  우리 집 아이들을 바라보면 여섯 살이 지나니 궁둥이가 탱탱하다. 토실토실 예쁘장한 궁둥이는 너덧 살까지인 듯하다. 올록볼록한 살점이 있고 배가 쏘옥 나오는 때는 너덧 살까지로구나 싶다. 예닐곱 살이 되면 어린이 티가 나면서 아기 티가 사라진다. 작은 아이들은 작은 손발로 작은 몸을 움직이면서 논다. 작은 눈알을 굴리면서 작은 가슴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터는 대단히 크다.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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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골짜기 마실 좋아



  골짜기 마실을 다니고 싶다. 아이들은 골짜기에서 하염없이 논다. 그런데 군청에서 자꾸 골짜기를 건드린다. 시멘트를 퍼붓는다. 찻길을 넓힌다면서 나무를 모조리 베어 넘긴다. 여러 달 동안 큰 장비가 들락거리며 시끄럽다. 아이들은 골짜기 노래를 부르다가도 시끄러운 장비와 짐차가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는 골짜기에 가지 말자고 말한다. 지난해에 다녀오며 남긴 사진을 들여다보며 입맛만 다신다. 사름벼리야, 골짜기 마실 다시 가고 싶지?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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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의 자리 - 경계의 문학, 소통의 문학, 청소년문학을 말하다!
박상률 지음 / 나라말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푸른책과 함께 살기 113



열여섯 살에 읽을 책

― 청소년문학의 자리

 박상률 글

 나라말 펴냄, 2011.8.20.



  스물여섯 살이라면 어른이라고 합니다. 서른여섯 살도 마흔여섯 살도 어른이라고 합니다. 쉰여섯 살이나 예순여섯 살도 똑같이 어른이라고 할 테지요. 일흔여섯 살이나 여든여섯 살을 두고도 어른이라고 해요. 여섯 살은 어린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열여섯 살은?


  옛날을 생각하면 열여섯 살은 어른입니다. 다 큰 나이인 만큼 어른입니다. 스스로 제 몫을 할 만큼 일할 수 있는 나이인 터라 열여섯 살은 어른입니다.


  오늘날을 생각하면 열여섯 살은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 있는 사람을 두고 ‘청소년’이라는 한자말을 따로 지어서 가리킵니다. 한국말로는 ‘푸름이’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열여섯 살쯤 되면 낫질을 제법 잘 할 수 있습니다. 지게질도 썩 잘 할 수 있습니다. 아기를 낳을 수 있습니다. 밥을 지을 수 있고, 아픈 이를 돌본다든지 아기를 어를 수 있습니다. 열여섯 살쯤 된다면 혼자 먼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습니다. 혼자 집을 볼 수 있으며, 모내기며 가을걷이며 소꼴베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 1990년대에는 동화가 돈이 되었다. 그랬기에 아동문학과 그다지 관련 없는 출판사들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화책을 냈다 … 대부분의 작가들이 청소년에 댜한 이해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서둘러 작품을 쏟아내기 때문에 요즘 청소년소설은 청소년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것이 문제다 … 청소년은 왜 오늘이 아닌 미래에만 주역이고 내일에만 주인이 될까? 오늘에도 주역이고 주인이면 안 될까 ..  (13, 14, 31쪽)



  밤이 되면 시골은 어둡고 조용합니다. 어두운 시골은 별빛을 환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조용한 시골에서는 멧골에서 울려퍼지는 새소리를 가만히 들을 수 있습니다.


  시골은 여름밤이 그리 무덥지 않습니다. 흙이 있고 풀이 있으며 나무가 있는 시골은 여름밤이 시원합니다. 흙과 풀과 나무가 없다면, 시골도 도시와 똑같이 무덥거나 후덥지근합니다. 마당을 시멘트로 바른 시골은 도시와 비슷하게 덥습니다.


  요즈음은 봄이 봄 같지 않다 말합니다. 왜냐하면 겨울이 끝나서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라고들 해요. 도시에는 흙도 풀도 나무도 모두 밀려나야 하니까, 저녁이 되어도 봄볕이 식을 수 없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 수 없어요.


  이런 도시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하더라도 시골을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루 빨리 도시로 갈 생각인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초등학교를 마친 뒤 시골 중·고등학교에서도 입시공부만 하거나 입시학원을 다닌다면, 이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 요즘 나오는 청소년소설들은 한결같이 감동보다는 재미를 추구한다. 그럼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재미를 맛보자는 것일까? 그건 그렇지 않다. 재미는 그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맛이 나는 것이고, 감동은 어떤 느낌이 있어 마침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 게임을 하거나 오락물을 보면서 감동까지 받고자 하는 이는 없다. 그런데 청소년소설이 자꾸만 그런 것들의 꽁무니를 따라가지 못해 안달이다 … 제대로 된 문학은 어린이용이든 청소년용이든 어른용이든 재미가 우선이 아니고 감동이 우선이다. 그러면 감동은 어디서 오는가 ..  (21∼23쪽)



  한국에서 2000년대 열여섯 살은 어떤 나이일까 헤아려 봅니다. 한국에서 열여섯 살은 어른이 아니지만 어린이도 아닐 뿐더러, ‘학생’으로 여깁니다. 열여섯 살이기에 모두 학교를 다녀야 하지 않으나, 이 나이에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여깁니다. 열일곱 살이나 열여덟 살도 학생으로 여겨요. 이뿐 아니라 스무 살이나 스물다섯 살조차 학생으로 여깁니다. 아니, 요새는 서른 살까지 학생이기 일쑤요, 마흔 살짜리 학생까지 있습니다.


  열여섯 살이지만 밥을 못 짓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물여섯 살이지만 국을 못 끓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른여섯 살이지만 아이와 어떻게 놀며 아기를 어떻게 재우는가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학교를 마치고 책을 꽤 읽었다지만 삶을 모르는 마흔여섯 살이 많습니다. 회사에서 직책이 높고 돈을 제법 모았으며 아파트 한두 채를 거느린다지만 삶을 깨우치지 못하는 쉰여섯 살이 많습니다.


  예순여섯 살 어른은 얼마나 어른다운 한국 사회인지 궁금합니다. 일흔여섯 살 어른은 얼마나 슬기로운 어른다운 한국 문화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값을 잊거나 잃으면서 사람다운 빛을 함께 잊거나 잃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 작금의 청소년소설 가운데 많은 작품이 아주 극단적인 청소년상을 보여주고 있는 건 바로 어른의 시선만으로 청소년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 많은 청소년소설들이 인위적인 성장을, 나아가 강요된 성장을 그리고 있다 … 이론적인 정의를 평생 공부해 봐야 시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시에 대한 그럴싸한 생각만 가지를 쳐 가며 나올 것이다. 시는 문학 이론서  몇 권 속에 들어 있지 않다. 시는 시인의 가슴속에서 나온다. 세상을 온몸으로 부둥켜안고 끙끙 앓으며 살아가는 시인의 가슴속에서 시는 나오는 것이다 ..  (33, 35, 86쪽)



  박상률 님이 쓴 《청소년문학의 자리》(나라말,2011)를 읽습니다. 청소년문학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밝히려는 글을 모은 책입니다. 오늘날 청소년문학이 참말 청소년문학다운가를 묻고 따지는 글을 모은 책입니다.


  청소년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어린이문학 다음은 청소년문학이고, 청소년문학 다음은 어른문학인가요? 누가 청소년문학을 쓰고 누가 청소년문학을 읽어야 할까요?


  어린이문학은 어린이만 읽는 문학이 아닙니다. 청소년문학도 청소년만 읽을 문학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요즈음 태어나는 청소년문학을 ‘청소년부터 모든 어른이 읽도록’ 쓰거나 엮거나 빚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는 청소년문학이 ‘청소년부터 모든 어른한테 삶을 밝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는가? 그렇다. 무지막지하게 많이 읽는다. 그런데 그들이 읽는 책은 인간의 삶과 존재를 이해하는 책이 아니다. 오로지 시험문제로 나옴직한 것들이 버무려진 책이다 … 아이들이 시험에 필요한 책만 책으로 알게 된 게 그들 탓인가? 아니다. 그들 뒤에는 그들보다도 훨씬 더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버티고 있다 ..  (154, 155쪽)



   열여섯 살에 읽는 책은 교과서여야 하지 않습니다. 열여섯 살에 시집이나 연애소설이나 무협지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 땅 열여섯 살은 어떤 책을 읽을 때에 아름다울까요. 이 나라 열여섯 살은 어떤 책을 읽을 때에 사랑스러울까요.


  스스로 밥 한 그릇 짓지 못하는 열여섯 살이 시험성적만 잘 나오면 될까요? 스스로 바느질이나 빨래를 할 줄 모르는 열여섯 살이 책을 많이 읽고 독후감을 많이 쓰기만 하면 될까요?


  청소년을 맡아서 가르치는 교사는 중·고등학교에서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을 돌보며 아낄 어버이는 푸름이와 함께 어떤 삶을 빛내면서 하루하루 아름답게 살림을 가꾸는지 궁금합니다. 굳이 청소년문학이라는 갈래를 나눌 까닭이 없이 아름다운 문학을 빚고, 아름다운 책을 엮으며, 아름다운 삶을 일굴 우리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따로 청소년책을 선보여서 읽히기보다는 사랑스러운 글을 쓰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리며, 사랑스러운 노래를 함께 부를 우리 어른이라고 느낍니다.


  열여섯 살에도 여섯 살에도 스물여섯 살에도, 또 서른여섯 살과 예순여섯 살에도 우리가 읽을 책은 늘 하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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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람이 밥을 먹으면 어떤 밥이라고 해야 할까. 한자로 ‘한식’이라는 낱말을 쓰기도 하는데, 오늘날 한국사람이 여느 살림집에서 지어서 먹는 밥을 가리켜 ‘한식’이라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조선 시대에 궁중에서 임금이 먹던 밥일 때에만 비로소 ‘한식’이라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가정식 백반’이 있는데, ‘가정식 백반’은 ‘한식’이라고 할 만할까 아닐까. ‘가정식 백반’은 얼마나 ‘여느 사람 살림집에서 먹는 여느 밥’이라고 할 만할까. 오늘날 지구별에서는 나라나 겨레마다 고유한 밥삶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우리라 느낀다. 지구별 어디에나 호텔이 있고 편의점이 있다. 맥도널드가 있고 레스토랑이 있다. 온갖 식당에서는 어떤 밥을 차릴까. 모두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밥을 먹는데, 우리가 먹는 밥은 누가 흙에서 거두고 바다나 냇물에서 낚으며 들이나 숲에서 캘까. ‘밥(요리)’을 빌어 문화와 역사와 사회와 정치를 읽으려 한다면, 얼마나 찬찬히 꼼꼼히 널리 두루 살필 수 있을까. 신문사 경제부 기자 권은중 님이 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밥과 사람은 서로 어떻게 얽히면서 지구별에서 살아가는가.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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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요리 인류사- 혀로 배우는 인간과 생명의 역사
권은중 지음, 심상윤 그림 / 철수와영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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