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50) -화化 1 : 기업화되다


축산은 갈수록 기업화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가축분뇨를 농경지에 순환시키지 못하고 많은 투자를 하여 처리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레스터 브라운/이상훈 옮김맬서스를 넘어서》(따님,2000) 90쪽


 갈수록 기업화되기 때문에

→ 갈수록 기업이 되기 때문에

→ 갈수록 기업처럼(같이) 되기에

→ 갈수록 기업으로 바뀌기에

 …


  ‘기업화(企業化)’는 “기업의 형태로 됨”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이렇게 나오는데, 한 마디로 하자면 “기업이 됨”이 ‘기업화’입니다. 그러니까, ‘기업화되다’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化’를 덜어낼 노릇입니다.


  보기글 흐름을 보면, 짐승을 기르는 일이 “기업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생각해 보면, 짐승치기뿐 아니라 여느 농사일도 ‘기업농’이 늘어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먹고살 곡식을 짓기보다는, 돈이 되도록 더욱 크게 짓는 논밭이 늘어나요. 이런 이야기를 펼치는 보기글이니, “짐승치기가 갈수록 살림이 커지기 때문에”나 “짐승치기가 갈수록 돈벌이로 쏠리기 때문에”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짐승이 누는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지 못한다고 한다면, 짐승치기 한 가지만 하고 다른 농사짓기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짐승치기도 하고 논밭도 일구고 하면 짐승들 똥오줌을 함부로 버릴 생각을 못해요. 또한, 짐승치기만 너무 많이 하면 이 많은 짐승들이 누는 똥오줌을 거두어들이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농사일이 참 농사일에서 벗어나 자꾸자꾸 돈으로만 가까이 가기에 힘들어진다는 뜻으로 “축산은 갈수록 돈만 바라니”라든지 “축산은 갈수록 돈에만 치우치기 때문에”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4337.9.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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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은 갈수록 기업처럼 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짐승똥을 논밭에 돌려주지 못하고 많은 돈을 들여서 처리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축산(畜産)’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집짐승 기르기’나 ‘짐승치기’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가축분뇨(家畜糞尿)’는 ‘짐승들 똥오줌’으로 고치고, ‘농경지(農耕地)’는 ‘논밭’이나 ‘농사짓는 땅’으로 고칩니다. ‘순환(循環)시키지’는 앞말과 엮어서 “옛날처럼 짐승들 똥오줌을 거름으로 땅에 돌려주지”로 손보면 되고, “투자(投資)를 하여”는 “돈을 들여서”로 다듬습니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2) -화化 182 : 기업화되다 2


아시다시피, 지금 대학이 기업화되어 있잖아요

《손석춘·지승호-이대로 가면 또 진다》(철수와영희,2014) 39쪽


 대학이 기업화되어 있잖아요

→ 대학이 기업으로 되었잖아요

→ 대학이 기업이 되었잖아요

→ 대학이 기업처럼 되었잖아요

→ 대학이 기업과 똑같이 되었잖아요

→ 대학이 돈만 밝히잖아요

 …



  대학이 기업이 되었다는 뜻을 헤아려 봅니다. 대학이 돈만 밝힌다는 뜻 아닌가 싶습니다. 돈을 버는 곳처럼 된 대학이라는 뜻이로구나 싶습니다. “대학이 돈만 밝히잖아요”라든지 “대학이 돈에 눈이 멀었잖아요”라든지 “대학이 돈에 사로잡혔잖아요”라든지 “대학이 돈바라기로 치닫잖아요”처럼 보기글을 손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4347.4.27.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시다시피, 오늘날 대학이 기업과 똑같잖아요


‘지금(只今)’은 ‘오늘날’이나 ‘요즘’으로 다듬습니다. “-되어 있잖아요”는 “-되었잖아요”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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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51] 다시 찾아온 제비

― 사월에 기다린 손님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지난해와 그러께에 이어 올해에도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제비가 무척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을 가득 온통 제비떼였는데, 올해에는 몇 마리 안 됩니다. 열 마리가 채 안 되지 싶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마을에 집집마다 온통 제비집이요 제비노래였으나, 올해에는 우리 마을에 제비가 몇 마리 없습니다.


  고흥에서 봄을 세 해째 맞이하면서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마을 이웃들이 농약을 그야말로 엄청나게 썼습니다. 그러께에는 이래저래 날씨가 안 맞고 태풍이 잦아 항공방제를 못 했으나, 지난해에는 항공방제까지 숱하게 했습니다. 농약바람이 불고 또 부니, 마을에 있던 제비가 눈에 띄게 줄었고, 우리 집 제비들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직 바다 건너 중국 강남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었는데 하루아침에 죄 사라졌습니다.


  올해에도 봄에 농약바람이 곳곳에 붑니다. 마늘밭에 농약을 뿌리고, 논둑에 농약을 뿌리며, 고추를 심기 앞서 또 농약을 뿌립니다. 우리 마을은 ‘친환경농업단지’라고 하지만, 정작 ‘친환경’이 되도록 흙을 가꾸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농협과 군청에서 꾀하는 ‘친환경농업’이란 ‘친환경농약’을 쓰는 ‘산업’일 뿐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제비를 반기거나 기다리는 이웃이 없습니다. 마을에서 나비를 반기거나 기다리는 이웃이 없습니다. 제비도 여느 새처럼 곡식을 쪼아먹으리라 여기며 싫어합니다. 나비는 얼른 잡아서 알을 못 까게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제비가 있어 날벌레를 잡고, 나비가 있어 꽃가루받이가 됩니다. 새가 없고 풀벌레와 나비가 없으면 시골은 얼마나 시골스러울 수 있을까요.


  해마다 사월에 한국을 찾아오고 팔월 끝무렵에 바다 건너 중국으로 돌아가는 제비입니다. 온몸이 반짝반짝 빛나며, 고운 노래를 하루 내내 들려주는 제비입니다. 올해에도 알을 까서 새끼들을 잘 건사하겠지요? 우리 집에서 느긋하게 머물면서 예쁜 새끼 여럿 낳아 팔월 끝무렵에 즐겁게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빕니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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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5. 들바람과 숲바람



  군내버스가 제때에 들어오는 일은 없다. 으레 몇 분씩 늦고, 어느 때에는 이십 분 가까이 늦게 들어오기도 한다. 왜 늦을까. 알 수 없다.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늦는 일은 없다. 손님이 많이 타고 내리니 늦을까. 어쩌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는 분이 거의 늙은 할매나 할배이다 보니 일부러 늦게 다닐는지 모른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마을에서나 들바람과 숲바람을 쐰다. 시골이니까. 멧비탈까지 빼곡하게 밭을 일구었다 하더라도 아직 숲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쳤어도 빈들이 아니라 풀빛이 누렇게 날리는 들이다. 고즈넉한 바람과 소리를 맞아들이면서 버스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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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군내버스 014. 버스 시간 바뀜



  시골에서 다니는 버스는 몇 시 몇 분에 지나간다는 표가 있다.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가니 때에 맞추어 버스가 다니고, 마을사람은 이때를 살펴 버스를 탄다. 그런데, 마을 어귀 버스터에 버스시간표를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붙여 주는 일이 없다. 군청 일꾼이나 면사무소 일꾼 스스로 시골버스를 타는 일이 없기 때문일까. 공무원은 거의 모두 자가용을 타니까 시골버스가 언제 지나가는지조차 모르지는 않을까. 답답한 마을사람이 스스로 ‘바뀐 버스 시간’을 알아내어 마을 어귀 버스터에 종이에 써서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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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즈카 오사무 님이 그린 《나의 손오공》은 〈서유기〉라는 작품을 이녁 나름대로 읽고 헤아리면서 풀어낸 만화이다. 〈서유기〉에 깃든 넋을 아이들한테 한결 쉽게 알려주려는 뜻을 담고, 만화란 얼마나 깊고 넓게 사람들한테 다가설 수 있는가를 보여주려는 빛이 있다. 《나의 손오공》에 나오는 손오공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손오공 둘레에서 사람이란 목숨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말하지만, 손오공은 굳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손오공은 굳이 사람이 되어야 했을까? 아니, 손오공은 처음부터 사람과는 다른 숨결이요 사람이 따를 수 없는 자리에 있다 할 수 있을 텐데, 마음으로 품은 꿈을 이루려고 애쓰면서 삶을 새로 짓고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걷는 셈이려나.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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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오공 1
데즈카 오사무 지음, 이정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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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2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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