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신나게 빨래



  집에서도 빨래를 하고, 밖에 나와서도 빨래를 한다. 나는 옷을 입으며 살기 때문이다. 옷을 안 입는다면 빨래를 안 할 테지. 그리고, 옷을 안 입고 살면 몸을 씻을 일도 없으리라 본다. 옷이 없이 살 적에는 몸씻기나 빨래하기가 아니라 물놀이를 할 테지.


  나는 옷을 입는다. 옷을 입는 만큼 집에서나 밖에서나 신나게 빨래를 한다. 신나게 씻는다. 지저분한 때나 먼지를 털려고 하는 빨래가 아니라, 내 옷과 몸을 아끼고 싶어서 신나게 빨래를 한다.


  복복 비빈다. 북북 헹군다. 땟물이 빠진다. 잘 빨고 헹군 옷가지를 짠다. 물이 주르르 흐른다. 물줄기가 더 흐르지 않을 때까지 짜고, 다 짠 옷가지는 옷걸이에 꿰어 넌다. 아, 상큼해요. 밤새 잘 마르겠지. 4348.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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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마을 고양이마을 3 - 완결
카나코 나나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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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52



바닷바람이 분다

― 항구마을 고양이마을 3

 나나마키 카나코 글·그림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2.15.



  바닷바람이 붑니다. 바다에서 바람이 붑니다. 바닷바람은 바닷내음을 안고 붑니다. 바닷가를 거쳐 들로 불고, 들을 지나 멧골로 불며, 멧골을 지나 뭍으로 깊숙하게 파고듭니다.


  바닷바람이 바닷가를 지나,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고흥이나 강진이나 해남이나 통영이나 남해를 지나 전주나 대전쯤, 대구나 문경쯤, 수원이나 춘천이나 서울쯤 분다면, 바닷내음은 거의 가신다고 할 만합니다. 고흥을 거쳐 서울까지 흐르는 바람에는 바닷내음이 하나도 안 남는다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서울에서도 바닷바람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이 바람은 바다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왔으니까요. 그리고, 바닷바람은 뭍으로 들어와서 고요히 잠든 뒤, 뭍바람이 되어 바다로 붑니다. 뭍에서 다시 태어난 바람은 바다로 흘러들면서 너른 바다에 뭍내음을 퍼뜨립니다.





- “저 윈도우에 있는 사진집. 거기 찍힌 항구마을이 저 고양이의 고향이래.”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것 말고도 많이 알아. 이름은 루. 신분은 길고양이. 어제 여기서 얘기를 나눴거든. 저, 사람 모습을 한 고양이랑.” (10쪽)

-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문을 나간 후 난 그길로 돌아가지 않았지.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문을 통과하는 순간 ‘아아, 이걸로 끝이구나.’ 싶더라고.” (17쪽)



  사랑이 흐릅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랑이 흘러 저곳으로 갑니다. 나한테서 태어난 사랑이 흘러 너한테 가고, 너한테서 태어난 사랑은 흘러 나한테 옵니다. 바람이 불기에 사랑이 흐를 수 있고, 바람이 불면서 사랑은 한결 푸르게 젖습니다. 바람이 부는 동안 사랑이 따사롭게 피어나고, 바람이 멎으면서 사랑은 고요히 잠들면서 새로 깨어날 때를 기다립니다.


  씨앗 한 톨은 바람을 먹으면서 자랍니다. 씨앗 한 톨은 흙 품에 안겨서 바람을 꿈꾸면서 잡니다. 씨앗 한 톨은 바람을 기다리면서 겨울을 나고, 씨앗 한 톨은 바람이 알려주는 봄노래를 들으면서 기쁘게 깨어납니다.




- “고양이는 절 ‘여섯 번째 마녀’라고 불렀어요. 전 고양이와 그 마을에[ 대한 애정을 그 책에 담았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마녀는 고양이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나요?” (25쪽)

- “왜, 왜 고양이문을 싫다고만 생각했을까. 그건 ‘언제든 나갈 수 있는 문’이 아니라, ‘언제든 돌아오라’는 문이었는데.” (35쪽)



  나나마키 카나코 님이 빚은 만화책 《항구마을 고양이마을》(대원씨아이,2013) 셋째 권을 읽습니다. 고양이마을에서 살다가 다른 고장으로 떠난 뒤 고양이마을을 애타게 그리는 고양이가 나옵니다. 고양이마을에서 살다가 그만 숨을 거두었는데 좀처럼 다른 곳, 이를테면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채 마을에서 맴도는 슬픈 넋이 나옵니다.


  저마다 가슴에 이야기를 한 자락씩 품으며 삽니다. 서로서로 가슴에 이야기를 한 타래씩 묻으며 삽니다. 털어놓지 않는 이야기는 쌓이고 쌓여 앙금이 됩니다. 꺼내지 않거나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는 켜켜이 쌓여 응어리가 됩니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을까요? 아니면, 이야기를 나눌 뜻이 없을까요? 이야기를 나눌 이웃이 너무 멀리 있나요? 아니면, 이야기를 나눌 이웃한테 아직 안 찾아갔을까요?





- “난 사람하고 있는 게 싫어서, 줄곧 이 공원에서 혼자 살아왔지만, 정말은 너무 외로웠어. 하지만 이젠 내가 원해도 날 볼 수 있는 사람조차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슬퍼서, ‘다음 세상’에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대로는 도저히 여길 떠날 수가 없었어.” (69∼70쪽)

- “인간들은 참 묘하다니까, 나 같은 것에 소원을 다 빌고, 정작 행복으로 가는 힘은 본인이 이미 갖고 있으면서 말야. 난 그저 늘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구. 뭐, 상대가 멋대로 날 숭배해 주는 건 나쁘지 않지만.” (89쪽)



  숲에서 꽃이 한 송이 핍니다. 사람들은 꽃을 보며 곱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막상 숲으로 찾아가서 꽃을 보려고 하지 않기 일쑤입니다. 숲이 있는 자리를 밀어서 없앤 뒤, 온통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퍼부어서 도시로 만든 뒤, 꽃이 없어서 쓸쓸한 곳에 꽃집을 들이고 꽃그릇을 곳곳에 둡니다.


  처음부터 꽃이 꽃답게 피고 지는 터전을 망가뜨리지 않으면 언제나 꽃내음을 맡습니다. 숲에서 피고 지는 꽃을 구경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숲에서 피고 지는 꽃은 씨앗을 조금 받아서 어디에나 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꽃내음이 아니라 돈내음에 이끌립니다. 돈이 될 만한 일을 찾으면서 숲을 무너뜨린 뒤, 다시 돈으로 꽃을 사들입니다.


  가만히 보면, 냇물을 망가뜨린 뒤 댐을 지어서 수돗물을 마시는 오늘날 도시사람입니다. 냇물이나 우물물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마시려고 하지 않아요. 물을 망가뜨려서 냇물을 못 마시게 하면서 스스로 삶을 망가뜨리는 줄 모릅니다.




- “인간들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역시 난 생각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소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우리를 사랑해 주고 필요로 해 준다면, 우리야말로 아주 많이 행복한 존재가 아닐까?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안 그래? 고양이?” (101쪽)



  사랑은 늘 이곳에 있습니다. 사랑은 저 먼 데에 있지 않습니다. 내가 선 이곳에서 찾으면 되는 사랑입니다. 마음속에서 피는 꽃을 느껴서 피우면 됩니다. 마음자리에 씨앗 한 톨 심어서 꽃으로 피어나도록 하면 됩니다.


  손수 심는 씨앗 한 톨이 곱게 자랍니다. 꽃이 스스로 터뜨려서 퍼지는 씨앗이 곱게 자랍니다. 온누리는 꽃누리입니다. 오이도 토마토도 능금도 모두 꽃이 피기에 맺는 열매입니다. 쌀도 벼꽃이 핀 뒤에 얻고, 밀도 밀꽃이 핀 뒤에 얻습니다.


  이 땅에서 흐르는 꽃을 바라보면서 사랑을 노래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즐겁게 마주하는 꽃 한 송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바람은 꽃내음을 싣고 멀리멀리 아리땁게 흐릅니다. 4348.1.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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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집 바깥으로 나온다. 열흘에 걸쳐 배우는 곳에 있다. 이곳에서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일’에 모든 마음과 기운을 쏟는다. 그래서, 밥은 다른 사람이 해 준다. 모처럼 열흘씩 ‘남이 해 주는 밥’을 먹는다고 할 텐데, 남이 해 주는 밥을 먹으면서, 이제껏 ‘밥맛’을 느낀 적이 드물다. 왜 그럴까?


  내 어머니나 곁님 어머니가 해 주는 밥에서는 밥맛을 느끼고, 곁님이 해 주는 밥에서도 밥맛을 느낀다. 그러나, 커다란 밥집이든 작은 밥집이든, 밥집에서는 좀처럼 밥맛을 못 느낀다.


  밥술을 들다가 생각한다. 나는 내가 손수 지어서 먹는 밥이 가장 맛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우리 아이들은 제 어버이가 차려서 주는 밥이 가장 맛있으리라 본다. 아니, 아이들은 제 어버이뿐 아니라 남이 차려서 주는 밥도 맛있다고 여길 테지.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직 손수 밥을 지어서 먹는 삶은 아니니, 다른 누가 무엇을 주더라도 고마우면서 반갑고 즐겁게 먹는다고 느낀다.


  나는 어떠한가. 다른 사람이 해 주는 밥은 무엇보다 ‘고맙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내가 나한테 차려서 주는 밥, 손수 지어서 먹는 밥은, 내가 나한테 고마우면서 맛을 느낀다. 남이 나한테 차려서 주는 밥에서는 고마움을 느끼되 맛까지는 못 느낀 셈이다.


  너무 많은 사람한테 한꺼번에 차려서 주는 밥이기에, 누가 누구한테 주는지 모르는 채 짓는 밥이기에 밥맛을 못 느끼는 셈일까. 그러니까, 바깥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이 밥을 짓는 다른 사람이 나를 느끼면서 나를 생각해서 밥을 짓는다면 밥맛을 기쁘게 느낄 만하리라 본다. 그리고, 밥을 짓는 그분을 내가 마음속으로 그릴 수 있으면, 나로서는 밥맛을 새삼스레 느낄 만하리라 본다.


  이제껏 살면서 ‘남이 차려서 주는 밥’에서 맛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제껏 나는 ‘나한테 밥을 차려서 주는 사람이 어떤 마음이요 숨결’인지 느끼려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4348.1.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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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천천히



  혼자 지냈어도 손글씨를 썼으리라. 곁님하고 둘이서만 지냈어도 손글씨를 썼으리라. 그리고 두 아이와 살면서 손글씨를 쓴다. 이웃과 동무를 만나는 자리에서 손글씨를 쓴다. 손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손으로 밥도 짓고 춤도 춘다. 손으로 호미를 쥐고 자전거 손잡이도 잡는다. 이 손으로 온갖 일을 하고 갖은 놀이를 누린다. 손으로 천천히 글을 쓰는 하루는, 손으로 찬찬히 이야기를 짓는 하루가 된다.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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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소리 8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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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53



내가 걷고 싶은 길은

― 순백의 소리 8

 라가와 마리모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4.12.25.



  내가 걷고 싶은 길은 아름다운 길입니다. 내가 걷고 싶은 길은 사랑스러운 길입니다. 내가 걷고 싶은 길은 꿈과 같은 길입니다. 그러니, 내가 걷고 싶은 길은 나한테 즐거우면서 내 이웃과 동무 모두한테 즐겁습니다.


  네가 걸을 길은 내가 걷는 길처럼 너한테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꿈과 같은 길이리라 생각합니다. 나와 너는 같은 마음이요 같은 숨결일 테니까요. 나도 너도 저마다 아름답게 걷는 길에서 다 함께 사랑을 키우고, 다 함께 사랑을 키우기에, 날마다 새롭게 꿈을 짓습니다.



- “관객의 반응도 굉장했는데! 점수를 무슨 기준으로 매기는 거람?” “그기다. 세츠에게, 점수를 매기기가 어려웠을 기라.” (36∼37쪽)

- ‘내는, 할배가 아이다! 어떻게 연주하면 좋았다는 거지?’ (48쪽)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길을 걷습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이면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두 눈에 담고, 하얗게 구름이 낀 하늘이면 하얗게 구름이 낀 하늘을 마음에 담으며, 구름 사이로 햇발이 퍼지는 하늘이면 구름 사이로 햇발이 퍼지는 하늘을 가슴에 담습니다. 어떤 하늘이든 내 몸에 담으면서 걷습니다. 높다란 건물이 줄지어 선 도시라 하더라도, 걸리적거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시골이라 하더라도, 늘 한결같이 하늘을 보면서 걷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과 숨결을 받고, 하늘에서 퍼지는 소리를 바람과 함께 받습니다.


  내가 걷는 길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가에 돋는 풀포기한테 이야기가 있고, 풀포기에서 줄기가 올라 꽃이 피면 꽃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니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고, 나무가 자라기에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새들이 일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모여 숲을 이루니, 숲이 빚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걷다가 쉬면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자전거를 달리니 이야기가 자랍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조그맣게 집을 지어 보금자리로 삼으니 이야기가 거듭납니다.



- “심사위원에게는, 명인 마츠고로 씨의 소리건, 네 본래의 소리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야. 필요한 것은, 소리 내부에 흐르는 ‘하나의 큰 줄기’. 너는 그 줄기를 갑자기 바꿔 버렸지. 표현이 달라지면 듣는 사람은 당황하게 돼. 그것도 옛 주법과 새로운 주법의 양 극단을 오갔으니.” (70쪽)

- ‘하지만, 사와무라 세츠가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가 더 많은 청중에 의해 갈고닦이면, 과연 어떻게 될까?’ (78쪽)





  라가와 마리모 님이 빚은 만화책 《순백의 소리》(학산문화사,2014) 여덟째 권을 읽습니다. 샤미센으로 빚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어디로 흐를까 하고 생각합니다. 샤미센을 켤 적에 줄이 똥똥 떨리면서 내는 소리는 어디에서 태어나 어느 곳으로 퍼지는지 곰곰이 헤아립니다.


  더 나은 소리가 있을까요. 더 낮은 소리가 있을까요. 더 빼어난 소리가 있을까요. 더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까요.


  갈고닦는 소리는 무엇일까요. 가다듬는 소리는 무엇일까요. 노래가 되는 소리는 어디에 있고, 꿈처럼 빛나는 소리는 누가 빚을까요.



- ‘저 작고 오래된 무대. 나란히 붙어 있는, 연주자며 노래꾼의 이름. 얼마나 많은 연주자가, 관객이, 여기서.’ (104쪽)

- “너는, 왜 여기 올 결심을 한 거냐?” “저는, 샤미센으로 먹고살기로 결심했으니까요.” (120∼121쪽)





  샤미센으로 살고 싶은 아이는 샤미센이 아이 몸과 마음을 고루 싣습니다. 아이 넋이 샤미센을 거쳐 새롭게 태어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샤미센을 동아리에서 켜는 아이는 틈틈이 샤미센을 켜면서 아이 생각을 한 올 두 올 싣습니다.


  온몸을 실은 노래가 흐릅니다. 온마음을 담은 노래가 흐릅니다. 모든 꿈이 깃든 노래가 흐르고, 모든 사랑이 피어나는 노래가 흐릅니다.


  돈을 벌려고 샤미센을 켜는 사람이 있고, 할배한테서 물려받은 샤미센을 켜는 아이가 있습니다. 노래가 그저 좋아 샤미센을 켜는 사람이 있고, 어버이한테 물려받은 솜씨를 키워 아주 멋지게 살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노래를 짓습니다.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른 생각으로 다 다른 꿈을 짓습니다.



- ‘뒷배가 없다는 것은, 속박도 없다는 뜻이다.’ (169쪽)

- “인자 학교 안 온다.” “뭐? 안 오다니, 전학 가?” “아니, 그만둘 끼다.” “어, 어째서? 학교는 중요하잖아! 장래 같은 걸 생각하면.” “나는, 샤미센이 있으면 된다. 쭉 그걸 켤 끼다. 이것만 있으면 된다. 내 안에서 학교는 늘 어렵고, 이게 아이다 싶었다.” (174∼175쪽)



  샤미센은 악기이면서 말입니다. 샤미센은 노래이면서 이야기입니다. 샤미센은 연장이면서 징검다리입니다. 샤미센은 넋이면서 마음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모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꼭 한 가지를 알아요. ‘샤미센을 켜는 동안 마음이 차분’하고 ‘샤미센을 듣는 동안 마음이 자라’는 줄 압니다. 그래서, 한 사람은 샤미센을 켜는 길을 걷고, 다른 한 사람은 샤미센을 듣는 자리에 섭니다. 모두 이웃이면서 따사로운 동무입니다. 4348.1.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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