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7.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

 앨런 테인 더닝·존 라이언 글/고문영 옮김, 그물코, 2002.3.5.



시골밤은 서늘하다. 어느덧 새여름이지만, 새벽 너덧 시 즈음에는 바닥에 불을 넣는다. 두 아이와 살아온 열여덟 해를 돌아보면, 지난해까지는 ‘우리나라 날씨’를 아이들한테 알려주기 어려웠는데, 올봄과 올여름은 ‘오랜 우리나라 날씨’인 줄 알려줄 만하다. 워낙 봄여름이 이런 날씨였다. 낮에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갈까 했으나 혼자 나선다. 작은아이한테 집안일 몇 가지를 맡으라고 이르고는 시골버스를 탄다. 졸린 몸을 다독이며 노래를 쓰고 책을 읽는다. 오늘은 유난히 짐이 많다. 이튿날에 다시 바깥일을 보러 길을 나서는 터라, 저잣짐이 앞뒤로 넘친다.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부리고서 씻는다. 곯아떨어지기 앞서 아이들하고 살림살이와 시골빛과 마음돌봄 이야기를 한다.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를 되읽는다. ‘민주시민’이며 ‘세계시민’이라는 이름을 들을 적마다 ‘녹색시민’이란 이름이 떠오르는데, 일본스런 한자말 ‘시민’은 ‘도시민’을 줄인 얼개이다. 우리는 이제 ‘바른사람(←민주시민)’과 ‘온사람(←세계시민)’과 ‘푸른사람(←녹색시민)’처럼 ‘사람’으로 새롭게 설 때라고 본다. 서울내기(도시민·시민)라는 틀을 내려놓고서 그저 사람으로서 이 별과 마을과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기를 빈다.


#Stuff

#AlanTheinDurning #JohnCRya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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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6.


《어린이의 비밀》

 마리아 몬테소리 글/구경선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11.30.



시골버스가 안 다니는 쉼날이다. 고흥군수한테 글월을 적으려고 한다. 온나라는 버스회사에 이바지돈(지원금)을 해마다 대는데, 버스회사는 왜 시골에서 쉼날과 해날에 버스를 멈출까? 쉼날과 해날에 버스를 멈추면 이바지돈을 뱉어서 시골사람한테 택시삯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낮에 두바퀴를 달린다. 논두렁을 가르면서 수박을 장만하러 다녀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뜸부기는 왼논에서 오른논으로 가로지르고, 나는 뜸부기 옆으로 스치고, 둘은 눈이 마주친다. 뜸부기랑 내가 서로 바라보는 줄 서로 알아차린 3초가 마치 3만 해 같았다. 온몸이 찌릿찌릿하면서 온마음이 환하게 깨어났다. 《어린이의 비밀》을 읽으면서 몹시 아쉬웠다. ‘지만지’ 책이 으레 이런 줄 알기는 했지만, 엮은이가 너무 자르고 줄였다. 이른바 ‘간추림(요약판)’으로는 무엇을 읽거나 나눌 만한가? 몬테소리 님이 남긴 글이 너무 길어서 쳐내거나 잘라야 하나? 아닐 텐데? 또한 몬테소리 님은 ‘글을 어렵게’ 안 썼다고 느낀다. 하늬나라 사람들이 글줄마다 라틴말을 잔뜩 욱여넣지 않을 텐데, 우리는 왜 한글판에 일본말씨에 일본한자말에 중국한자말에 옮김말씨로 범벅을 이뤄야 할까? “어린이 수수께끼”를 알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어린날”을 떠올리면 된다.


#Il segreto dell'infanzia

#MontessoriMari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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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5.


《화가들의 꽃》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엮음/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3.11.



노래꾸러미(시창작수첩)를 집에서 찾는다. 아주 잘 놓았으리라 여기면서 책더미를 주섬주섬 들여다보니 아주 잘 나온다. 잃지 않도록 책더미 사이에 지긋이 눌러 놓았구나. 읍내 나래터를 찾아가서 책을 부친다. 저잣마실을 본다. 얼추 이레 만에 저잣마실을 하노라니 묵직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넷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서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화가들의 꽃》을 물끄러미 읽는다. 꽃을 그리지 않은 그림지기란 없다고 할 만큼, 다들 꽃을 그린다. 그런데 나는 ‘꽃그림’이라고 하면 꽃등으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떠올린다. 이다음으로는 ‘존 제임스 오듀본’이며 ‘어니스트 톰슨 시튼’에 ‘장 앙리 파브르’를 떠올린다. 오듀본 님이 남긴 ‘새그림’을 보면 으레 풀꽃나무가 나란히 있고, 시튼 님이 남긴 ‘들숲짐승’ 그림 곁에도 으레 풀꽃나무가 남실거린다. 더구나 《파브르 식물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파브르 동물기》에도 풀벌레가 깃드는 풀꽃나무를 참으로 그윽히 담아낸다. 풀과 꽃과 나무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붓끝에 아무 기운이며 빛이 없지 싶다. 해바람비를 읽고 머금기에 뭇숨결이 푸르고, 별빛과 밤빛을 살피고 품기에 온숨결이 포근하구나 싶다.


#theBookoftheFlower #FlowersinArt #AngusHyland #KendraWilso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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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종종거리는 (2025.4.30.)

― 인천 〈나비날다〉



  올해는 첫봄 한봄 늦봄 모두 부드럽게 찾아와서 차분하게 흐릅니다. 올여름도 보드랍게 스미면서 찬찬히 흐르겠다고 느낍니다. 겨울끝도 봄끝도 넉넉히 누릴 즐거운 철빛입니다. 왁자지껄하게 함께 나들이하는 하루가 있고, 조용히 혼자 마실하는 길이 있습니다. 일이 바쁘면 서두를 테지만, 일이 바쁘기에 느긋할 만합니다.


  마주하고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서 스스로 짓는 발걸음이라고 봅니다. 좋기에 좋거나 나쁘기에 나쁘지 않아요. 마음을 다스리는 길에 맞추어 늘 다른 삶입니다.


  종종거려야 할 적에는 종종걸음을 칩니다. 뚜벅뚜벅 나아갈 적에는 뚜벅걸음입니다. 이따금 달리고, 곧잘 내달리고, 으레 멈추고, 자꾸 숨을 돌리면서, 날마다 새롭게 감도는 바람맛을 헤아립니다. 《말밑 꾸러미》를 한창 매듭짓던 이태에 걸쳐서 인천 배다리책거리에서 ‘말밑수다’를 폈습니다. 이미 끝냈다고 여기던 꾸러미였지만, 이웃님한테 새록새록 보태어 들려주는 동안 “아직 갈 길이 한참 있네” 하고 되새기며 가다듬고 손질했습니다. 이제 다 손질했으려나 하고 되짚다가 “이봐, 길이 끝나면 늘 새길로 있잖아?” 하고 돌아보며 고쳐쓰고 추슬렀습니다.


  종종걸음이 될 적마다 총총별빛을 올려다봅니다. 총총한 시골밤을 고스란히 품으면서 초롱초롱 붓끝으로 거듭나자고 생각합니다. 너는 스스로 별입니다. 나도 스스로 별입니다. 너랑 나는 자그맣게 온누리요, 나하고 너는 나란히 온빛이면서, 함께 온꽃입니다. 스스로 반짝이기에 어깨동무로 반짝반짝하고, 밤과 낮을 밝혀요.


  한봄볕을 듬뿍 쬐면서 〈나비날다〉에 찾아듭니다. 골목꽃과 마을나무를 눈여겨보며 걷다가 책집에서 다리를 쉽니다. 다릿심이 조금 돌아오면 골마루를 거닙니다. 등허리를 펴고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책을 살핍니다. 이 책을 집어서 죽 읽습니다. 저 책을 꺼내어 살살 읽습니다. 어느 고을 어느 이웃이 어느 철바람을 쐬면서 붓을 쥐었을까 하고 어림합니다. 철이 흘러도 철볕과 철꽃을 모르면서 붓을 놀리는 이웃이 있고,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는 철길과 철눈을 품으면서 붓꽃을 피우는 이웃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까지 걸어온 길만큼 읽고 익혀서 일굽니다. 저는 오늘부터 새로 걸어갈 길에 따라서 읽어내고 무르익어서 이야기를 폅니다. 제가 마주하는 이웃님도 오늘까지 살핀 다음 오늘부터 살펴볼 말씨 한 톨을 주고받습니다.


  작은몸으로 해맑게 노래하는 종달새입니다. 조곤조곤 나누는 말마디에 조그맣게 맺는 꽃망울이 깃듭니다. 해는 높아갑니다. 낮이 차츰 깁니다. 깊어가는 봄을 느끼면서 살살 돋는 풀포기가 늘어납니다. 봄날을 걸을 수 있어서 온하루가 기쁩니다.


ㅍㄹㄴ


《헌책 식당》(하라다 히카/김영주 옮김, 문학동네, 2024.10.29.)

#古本食堂 #原田ひ香

《웃음과 비탄의 거래》(마크 트웨인/정소영 옮김, 온다프레스, 2022.1.17.)

#MarkTwain

《태교 이야기》(람사정, BOOKK, 2025.1.3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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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0. 새벽 일손



  마을 할배가 새벽 네 시 무렵에 나물짐 도와줄 수 있겠느냐 물으시기에 그리하겠다고 여쭌다. 마을 할매 다섯 분은 이미 새벽 두 시부터 곤드레를 베셨지 싶다. 베어낸 곤드레는 자루를 갈라서 담고서 보쌈처럼 나물쌈을 한다. 다만 나물쌈 한 보따리는 30킬로그램 즈음 될 듯싶다.


  베고 담고 묶고 나르자면 젊은일손이 꽤 들 텐데, 이 시골에서 놉을 찾을 길은 드물다고 한다. 아니, 젊은 일손은 많다. 시골아이가 새벽에 함께 일하고서 일삯을 받으면 된다. 시골이기에 있는 시골밭일을 일철마다 일삯을 12∼20만 원쯤 받으며 신나게 해보면, 초·중·고등학교 가르침이 얼마나 쉽고 스스로 애쓸 길인지 느끼리라.


  굳이 시골에서 편의점이나 피시방이나 배달 곁일만 찾으려니 일자리가 있겠는가. 손발과 온몸을 흙과 바람과 숲과 해한테 맞추어 움직이는 배움길이야말로 서울에서는 아예 어림조차 못할 대단한 살림빛이다.


  흙을 만지면 손에 흙물이 든다. 흙물이란 싱그러이 살림물이다. 우리나라 헌책집 일꾼도 으레 까무잡잡 일손빛이었다. 일하는 손길에는 흙책과 땀책과 멧새책이 부드러이 감돈다. 오늘 새벽에도 꾀꼬리가 우렁차게 새날을 알려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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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6-2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놀님 손을 보니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놉‘이란 말을 오늘 여기서 처음 보고 알게 되었어요.
다른 글에서 ‘남새‘라는 말을 쓰신 것을 보고 풀과 같은 뜻 아닌가해서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파란놀 2025-06-21 09:30   좋아요 0 | URL
여러모로 보면 저부터 스스로 부끄러운 손입니다. 저는 어제 새벽에 고작 두 시간 반을 일손을 도왔을 뿐인데, 시골 할매할배는 늘 이보다 시커멓게 흙물이 들도록 일하시거든요. 그렇지만 일손을 거들거나 도울 적에는 따로 사진을 못 찍게 마련이라, 흙물 든 손으로 사진기를 못 쥐니까요, 집으로 돌아가서 얼른 씻고서 전남 고흥에서 부산으로 일하러 나서는 시외버스에서 숨돌리고서 손전화로 찰칵 남겨 보았어요.

시골 할매할배를 그리고 기리는 마음이라서, 이래저래 부끄럽기만 합니다.

시골일을 하는 어르신은 요새도 ‘놉’이라고 하셔요. ‘인부’ 같은 일본말을 모르시기도 하다고 느껴요. 여러모로 보면, ‘놉’은 ‘놈’하고 말밑이 같다고 느낍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