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27 : -진 위 프래이팬 - 있는



프라이팬(frypan) : 프라이를 하는 데 쓰는, 자루가 달리고 운두가 얕으며 넓적한 냄비. ‘지짐 판’, ‘튀김 판’으로 순화



고기를 굽습니다. 잘 구우니 “잘 구운”이라 합니다. “잘 구워진”은 옮김말씨입니다. 고기를 접시‘에’ 올립니다. “접시 ‘위’”는 하늘이니 못 올려요. 고기를 하늘로 붕 던지면 “접시 위”입니다. 굽는 살림은 ‘판’이라 합니다. ‘불판’이나 ‘지짐판·부침판’입니다. “남아 있는”은 옮김말씨이니 “남은”으로 바로잡습니다. ㅅㄴㄹ



잘 구워진 돼지고기를 접시 위에 올리고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 잘 구운 돼지고기를 접시에 올리고 판에 남은

→ 돼지구그를 잘 구워 접시에 올리고 판에 남은

《아버지의 레시피》(나카가와 히데코/박정임 옮김, 이봄, 2020)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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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4 : 기실 역사 속 민중들의 꿈 정말 소박



기실(其實) : 1. 실제의 사정. ‘사실은’, ‘실제 사정’으로 순화 2. 실제에 있어서

역사(歷史) :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 사·춘추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4.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 역사학 5. [책명] 기원전 425년 무렵에 그리스의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책 6. [책명] 기원전 400년 무렵에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쓴 역사책

민중(民衆) :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 국민. 피지배 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이른다 ≒ 민서

정말(正-) : 1.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 2.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사실을 말할 때 쓰는 말 3. 자신의 말을 강하게 긍정할 때 쓰는 말 4. = 정말로 5. 어떤 일을 심각하게 여기거나 동의할 때 쓰는 말 6. 어떤 일에 대하여 다짐할 때 쓰는 말 7. 어떤 사람이나 물건 따위에 대하여 화가 나거나 기가 막힘을 나타내는 말

소박(素朴) :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



영어라면 “in history”처럼 쓸는지 모르나, 우리말씨로는 “역사에서”라고만 합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역사 속에서”를 ‘그동안’이나 ‘여태’로 고쳐쓸 만합니다. ‘들사람’이며 ‘들꽃사람’은 ‘하루’를 ‘살아가’거든요. 꿈은 크거나 작지는 않습니다. 꿈은 수수하거나 조촐합니다. 꿈은 단출하거나 씨앗 같습니다. 모름지기 모든 말은 수수한 들사람이 살림을 꾸리는 길에 사랑으로 지은 꿈씨앗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ㅅㄴㄹ



기실 역사 속에서 우리 민중들의 꿈은 정말 소박하지 않았던가

→ 모름지기 그동안 우리 들사람 꿈은 수수하지 않은가

→ 여태 우리 들꽃사람 꿈은 참으로 조촐하지 않은가

《원시별》(손석춘, 철수와영희, 2023)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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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137 : 흑고니 한 쌍 우아하게 호수 위



흑고니(黑-) : [동물] 오릿과의 새. ≒ 검은고니·흑백조·흑조

쌍(雙) : 1. 둘씩 짝을 이룬 것 2. 둘을 하나로 묶어 세는 단위 3. ‘두 짝으로 이루어짐’의 뜻을 나타내는 말

우아하다(優雅-) :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호수(湖水) : [지리] 땅이 우묵하게 들어가 물이 괴어 있는 곳. 대체로 못이나 늪보다 훨씬 넓고 깊다



일본에서는 ‘swan’이라는 새를 ‘백조(白鳥)’라는 한자말로 옮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고니’라는 낱말로 가리켰습니다. “곱다 + 이”인 얼개로, ‘고운새’란 뜻입니다. 고니 가운데 까만깃이 있으니, 이때에는 ‘흑백조’라고 쓸 수 없다고 여겨 ‘흑고니’처럼 쓰기도 하는데, ‘검은고니·깜고니’라고 해야 알맞습니다. 검은고니 둘은 못물에 아름답게 미끄러집니다. “못물 위”는 하늘이니, “못물 위를 난다”고 해야 하고, 미끄러질 적에는 ‘못물에’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ㅅㄴㄹ



흑고니 한 쌍이 우아하게 호수 위를 미끄러져요

→ 깜고니 한 짝이 곱게 못물에 미끄러져요

→ 검은고니 둘이 멋스러이 못물에 미끄러져요

《새가 된다는 건》(팀 버케드·캐서린 레이너/노승영 옮김, 원더박스, 202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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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4.11.

헌책읽기 15 린하르트와 겔트루드



  1994년 어느 날, 왜 우리나라에서는 ‘페스탈로치’를 안 읽는지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스무 살을 맞이했습니다. 이른바 ‘사범대학’에 있거나 ‘교육대학교’를 다니는 또래·윗내기·동생 모두 “이름은 들어 봤고, 수업에서 말은 하는데…….”에서 끝납니다. 1994년이나 2024년이나 페스탈로치를 읽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녁이 남긴 글이 한글로 몇 안 나왔을 뿐 아니라, 죄 사라졌거든요. 다리품을 팔아서 헌책집을 누벼야 겨우 한두 자락 찾아낼 수 있습니다. 《린하르트와 겔트루드》를 처음 만나고서 몹시 기쁜 나머지, 몇 해 동안 이 책을 늘 챙기면서 둘레에 읽어 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이 1746∼1827년 사이를 살던 사람이 남긴 이야기라고 덧붙이면 다들 놀라지만, 막상 먹고살기 바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서울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잿집(아파트)이랑 쇳덩이(자가용)를 거느려야 하기 때문에, 으레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래서 더는 이 책을 둘레에 읽어 주지 않습니다. 다만 큰아이랑 작은아이를 낳고서는 두 아이한테 읽어 주었고 스스로 늘 곱씹습니다. 둘레를 보면, 으뜸바치(일타강사)가 뭔 말을 하는지 챙기고, 그들이 낸 책을 잔뜩 삽니다. 그들은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길”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기보다는, 아이가 동무랑 이웃을 밟고 올라서서 으뜸자리에 서기를 바라는 판입니다. 어진 사람이기에 ‘어른’이되, 어진꽃을 피우려고 ‘어버이’로 서고, 어른과 어버이는 ‘어머니’가 살림을 이끌면서 ‘아버지’를 가르치고 타이르면서 살림살이가 깨어납니다. 어진 어른이자 어버이인 어머니가 일머리를 잡고서 일꾼을 일으킬 적에 이야기꽃이 피면서 사랑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아버지란, 어머니가 들려주는 모든 목소리를 잔소리 아닌 사랑소리로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깨어날 적에 아름답습니다. 이름값을 보지 말고, 이름을 보셔요. 겉모습과 얼굴을 보지 말고, 마음과 얼을 보셔요. 나이를 재지 말고, 나를 보셔요.



《린하르트와 겔트루드》(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 광개토, 1987.9.25.)


ㅅㄴㄹ


나는 어떠어떠한 주의(主義)에 대한 사람들의 모든 논쟁에 가담치 않는다. (7쪽)


“영주님, 교회는 너무 술집에 가깝습니다 … 저의 남편은 술에 유혹되기가 쉽습니다. 만일 날마다 술집 바로 근처에서 일하게 되면, 남편은 유혹을 막기가 어려우리라고 걱정이 됩니다. 목이 마르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하루종일 눈앞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함께 어울리도록 부추겨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읍니까?” (20쪽)


“니겔, 너는 왜 진작 목사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라면 교리문답 하나 멋드러지게 만들었을 텐데.” “그러다간 목사들의 밥줄이 모두 끊어지게요. 내가 어린아이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교리문답을 만들었다가는 목사가 한 사람도 필요없을 테니까요.” (25쪽)


“빵을 한 조각 더 제게 주세요. 안 돼요, 어머니?” “네 것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니, 니콜라스?” “하지만 난 루디를 주어야 하는 걸요.” “루디를 주라고는 말하지 않았어. 네가 먹고 싶으면 그걸 먹으려므나.” “먹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 조금도 더 안 돼요?” “응, 절대로. 얘야!” “왜요?” “우리의 배가 가득하게 되고 나서, 가난한 사람을 구하려고 해서는 안 돼. 아니면 전부 루디를 주려고 그러니?” “예, 모두 주려고 해요. 루디는 지금 매우 배가 고픈 줄 제가 알고 있고, 또 우리는 여섯 시면 또 저녁을 먹는걸요.” (71쪽)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일을 시키거나, 좋아하지도 않는 쓸데없는 것을 가르치는 게 의무는 아닐 것이다.” (79쪽)


“루디의 목장과 나의 경계석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거짓 증언과 탈취행위가 사회전반에 헤아릴 수 없는 위험과 재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91쪽)


“왜 돈을 꾸어서는 안 됩니까?” “하나의 못에서 또다른 못으로 옮겨걸지 않는 것이 살림살이의 한 지혜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비싼 이자를 받지 않는 사채꾼은 백에 열 명도 없는 법이에요.” (107쪽)


“학교는 현재와 같이 가정생활과 크게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참으로 밀접한 관계에 서는 곳이어야 합니다.” (1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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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4.11.

헌책읽기 14 케테 콜비츠



  ‘대파’는 ‘큰파(大-)’가 아닌 ‘대나무’처럼 곧고 굵게 오르는 파를 가리킵니다. 오늘날 널리 퍼진 ‘대박’도 매한가지입니다. ‘대단하다·대수롭다’를 이루는 밑동인 ‘대’는 ‘장대·잣대·바지랑대·빨대’ 같은 곳을 받치고, ‘대머리·대가리’에도 씁니다. 대나무를 마당이나 마을에서 늘 마주하는 사람은 ‘대’가 왜 ‘대’인 줄 알고, ‘꽃대·속대’를 쓰는 뜻을 읽어요. 한때 대파 값이 제법 세긴 했지만, 능금이나 배에 대면 아무것이 아니고, 애호박이 훨씬 값이 셉니다. 다들 잊었을 수 있으나, 몇 해 앞서 달걀 한 판이 3000원에서 어느 날 5000원으로, 또 9000원을 거쳐 12000원까지 솟은 적 있습니다. 그때 대파 한 묶음도 9000원이었고, 시금치 한 단도 비슷한 값이었습니다. 그무렵 배추 한 포기는 2만 원을 넘었고요. 그즈음 기름값은 하늘로 껑충 솟아서 겨우내 얼음집에서 버틴 분이 꽤 많은 줄 압니다. 누가 잘 하고 더 잘못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누가 우두머리에 선들, ‘그들’은 모두 ‘살림자리’를 안 쳐다보기 때문에, 이놈을 떨구거나 저놈을 올린들 이 나라는 안 바뀐다는 뜻입니다. 단출하고 얇게 처음 나온 1991년판 《케테 콜비츠》를 새삼스레 읽습니다. 케테 콜비츠 님은 우두머리도 으뜸도 아닙니다. 이녁은 ‘엄마’이자 ‘어버이’요, ‘사람’이자 ‘살림꾼’으로서, ‘사랑’을 그림에 새긴 길이라고 느낍니다. 벼슬을 쥔 무리 가운데 엄마나 아빠가 있을까요? 기저귀를 갈고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걸레질을 하고, 살림을 추스르고, 나무를 심어서 돌보고, 나비랑 풀벌레를 반기며 함께 노래하다가, 아이 손을 잡고서 풀밭에서 소꿉놀이를 하더니, 두바퀴 뒷자리에 아이를 태워서 들길을 천천히 달리는 벼슬아치나 글바치가 있기나 할까요? “변증법적 과정 경유”라든지 “명확 진실 제시”라든지 “동일화할 것 요구”처럼, 뜬금없는 먹물말은 걷어내기를 바랍니다. 엄마랑 아빠는 아이한테 이런 말을 안 쓰거든요. 우리는 사람일 노릇입니다.


《케테 콜비츠》(카테리네 크라머/이순례·최영진 옮김, 실천문학사, 1991.2.30.)


ㅅㄴㄹ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변증법적 과정을 경유하도록 이끌지 않는다. 명확한 진실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바로 동일화할 것을 요구한다. (45쪽)


“당신의 아들이 전사했습니다.” (전쟁일기 1914년 10월 30일/94쪽)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나의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네가 너의 방식으로 사랑하였듯이 나는 내 방식으로 그렇게 사랑할 것이다.” (전쟁일기 1914년 섣달 그믐/95쪽)


“부끄럽다. 나는 아직 당파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무 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내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본래 나는 혁명론자가 아니라 발전론자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프롤레타리아와 혁명의 예술가로 간주하고 칭송하면서 내게 그런 일들을 떠맡겨버렸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일들을 계속하기가 꺼려진다. 한때는 혁명론자였다 …… 전쟁을 겪었고 페터와 마찬가지로 수천의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세상에 퍼져 있는 증오에 이제는 몸서리가 난다.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사회주의 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 거짓말, 부패, 왜곡 즉 모든 악마적인 것들에 이제는 질려버렸다.” (1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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