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492 : 코스프레 -씩 접신 혼내 -들


엄마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가끔씩 ‘욱’ 엄마와 접신하여 아이를 크게 혼내는 일들이 생겼다

→ 엄마 흉내를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크게 나무라곤 했다

→ 엄마 시늉을 하다가도 가끔 ‘욱’ 하며 아이를 타박하곤 했다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윤은숙, 이와우, 2018) 163쪽


이름과 자리는 엄마인데 엄마 노릇을 못 한다고 여기면 “엄마 흉내”나 “엄마 시늉”일 수 있습니다. “엄마인 척”이나 “엄마인 체”이기도 할 테고요. 가끔 욱하는 마음이라면, 곧잘 욱하며 불타오른다면, 자꾸 아이를 나무라거나 타박하고 말아요. 잘잘못을 안 가려야 하지 않지만, 잘잘못에 얽매이다 보면 엄마아빠라는 이름과 자리가 무엇을 하며 살림을 가꾸는지 잊습니다. ㅍㄹㄴ


코스프레 : x

코스튬플레이(costume play) : [예체능 일반] 배우에게 시대에 맞는 의상을 입혀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극이나 영화

접신(接神) : [민속] 사람에게 신이 내려서 서로 영혼(靈魂)이 통함. 또는 그렇게 하는 행위

혼내다(魂-) :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잘못에 대하여 호되게 나무라거나 벌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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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2501 : 열심히 -졌어


춤을 열심히 췄더니 배가 고파졌어요

→ 춤을 신나게 췄더니 배가 고파요

→ 춤을 실컷 췄더니 배가 고파요

《엄마의 노래》(이태강, 달그림, 2023) 20쪽


춤을 ‘열심’히 춘다는 말은 어쩐지 안 맞습니다. 춤은 ‘신나게’ 추거나 ‘실컷’ 출 테지요. ‘마음껏’ 추거나 ‘즐겁게’ 출 테고요. 옮김말씨인 “배가 고파졌어요”는 “배가 고파요”로 바로잡습니다. ㅍㄹㄴ


열심(熱心) :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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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502 : -지게 해 달라고 소원을


내 꿈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어요

→ 나는 꿈을 이루기를 빌어요

→ 나는 꿈을 빌어요

→ 나는 꿈을 이루고 싶어요

→ 나는 이루고 싶은 꿈을 빌어요

《엄마의 노래》(이태강, 달그림, 2023) 27쪽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살피면, ‘소원 = 바라다’요, ‘빌다 = 간청’이며, “간청(懇請) : 간절히 청함”이면서, “청하다(請-) :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남에게 부탁을 하다”에다가, “부탁(付託) :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거나 맡김”으로 풀이합니다. 우리말 ‘바라다’를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처럼 풀이하기까지 하는데, “바라다 : 바람대로 이루어졌으면” 같은 돌림풀이는 몹시 얄궂습니다. 이러다 보니 “소원을 빌었어요”처럼 겹말을 쓰는 분이 많습니다.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 소원을 빌었어요”처럼 겹겹말을 쓰는 분도 많습니다. 이 보기글은 “이루고 싶은 꿈을 + 빌어요”라든지 “꿈을 이루기를 + 빌어요”라든지 “꿈을 + 빌어요”로 고쳐씁니다. “꿈을 + 이루고 싶어요”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소원(所願) :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람

빌다 :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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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2505 : 점점 많아졌


너는 점점 집에 없을 때가 많아졌어

→ 너는 이제 집에 없을 때가 잦아

→ 너는 집을 자꾸 비워

→ 너는 갈수록 밖에서 놀아

《잊어도 괜찮아》(오모리 히로코/엄혜숙 옮김, 초록귤, 2026) 2∼3쪽


옮김말씨인 ‘많아지다’입니다. 우리말씨로는 ‘늘다’나 ‘잦다’로 씁니다. 누가 이제는 집에 없을 때가 잦다면, 이때에는 “집을 자꾸 비워”처럼 수수하게 주고받는 입말을 쓰면 됩니다. “갈수록 밖에서 놀아”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점점(漸漸) : 조금씩 더하거나 덜하여지는 모양 ≒ 초초(稍稍)·점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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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요괴
정진호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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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2.7.

그림책시렁 1735


《여우 요괴》

 정진호

 반달

 2023.2.1.



  우리 옛이야기에 〈여우 누이〉가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요괴·괴물’ 같은 낱말을 함부로 쓰는데,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여우 요괴》는 〈여우 누이〉를 아주 딴판으로 바꾼 붓끝입니다. 그린이와 펴냄터는 ‘낯설게 하기’라는 이름을 내세웁니다만, 왜 낯설어야 하지요? ‘판에 박힌 먹그림’을 버리고서 ‘현대적인 그래픽 이미지’를 입혀서 ‘판소리’를 떠올린다고 밝히는데, 옛이야기를 뒤틀어야 ‘새롭다(현대적)’고 할 만한지요? 우리는 ‘도깨비·톳제비’ 같은 이름을 쓸 뿐입니다. 예부터 “여우 누이”라고 할 뿐, “여우 도깨비”라고도 하지 않으면서 품으려는 마음을 이야기에 녹여냈습니다. 여우에 늑대에 범에 삵에 이리에 족제비가 작은짐승을 사냥하기에 ‘나쁜놈’이지 않습니다. 고양이가 쥐나 새를 사냥하기에 나쁜놈이지 않아요. 쥐가 낟알을 쏠기에 나쁜놈일 수 없습니다. 멧돼지나 고라니나 사슴이나 두더지가 남새밭에 들어오기에 나쁜놈이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새가 낟알이나 콩알을 쪼기에 나쁜놈이란 손가락질을 받을 턱이 없습니다. 사흘마다 사냥을 하면 열 해에 이르면 ‘즈믄목숨’을 맞아들입니다. 여우이건 곰이건 숲살이를 하면 저절로 ‘즈믄길’을 이룹니다.


  우리 옛이야기 〈여우 누이〉는 그림책 《여우 요괴》처럼 시뻘겋게 피를 척척 바르면서 노려보거나 두렴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사람’이 되는 길은, 곰이 쑥마늘을 온날(100일)에 걸쳐서 차분히 고요한 굴에서 맞아들이며 한마음으로 비나리를 할 적에 이룹니다. 쑥은 들숲살림을 품으라는 뜻이고, 마늘은 밭에 심고 돌보는 집살림을 품으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즈믄목숨’이란 무슨 뜻일까요? 이 뜻부터 스스로 풀고 나서야 붓을 쥐어야 하지 않을까요? ‘낯설게 하기’를 앞세워 겉멋(현대적 그래픽 이미지)에 사로잡힐 노릇이 아닌, ‘옛이야기에 깃든 살림길과 옛사람이 물려주는 수수께끼에 흐르는 사랑길’부터 차분히 풀어낼 일입니다. 정진호 씨는 얼핏 짝맺기(혼인)로 마무르려고 하지만, 짝을 맺기에 ‘사랑’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그냥그냥 한집에서 살기에 사랑일 수 없어요. 〈여우 누이〉를 오늘날을 헤아려 새로 그리고 싶다면, 작은집에서 작은밭을 일구고, 들숲메에서 나물을 캐면서 “자, 나물 즈믄 뿌리를 먹어도 꿈을 이룰 수 있답니다. 우리 함께 나물 즈믄 뿌리와 열매 즈믄 알과 낟알 즈믄 톨을 먹으면서 새롭게 꿈을 이뤄 봅시다.” 하고 그려낼 만합니다.


  이미 ‘요괴’라고 딱 잘라버리고 갈라버리고 끊어버리는 미움질과 ‘나쁜놈 손가락질’로 핏빛을 바르는 틀부터 버려야 합니다. 여우가 사람몸을 뒤집어쓰면서 사람흉내를 내고 싶은 마음을 녹이려면 “여우 각시”쯤으로 바라보면서 ‘각시’라는 길을 어떻게 이루는지, 어떻게 일구는지, 어떻게 잇는지, 차분히 여미어야 할 테지요. 일부러 오싹오싹 붓장난을 안 하기를 빕니다. 이 푸른별에서 함께 바람을 마시고, 같이 바다를 안고서, 나란히 들숲메를 달리면서 노래하고 울고 웃고 춤추는 보금자리를 그리려 할 적에, 모든 온길과 즈믄길을 느긋느긋 나긋나긋 지피게 마련입니다. 아직 남들이 해보지 않은 붓놀림을 자랑처럼 선보여야 할 그림책이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어질게 어른으로서 이야기씨앗 한 톨을 아이한테 아름드리나무로 들려주고 물려주면서 어깨동무를 할 그림책이어야 즐겁지 않을까요?


ㅍㄹㄴ


이 글은

어느 이웃님이

이 그림책을 도무지 아이한테 못 읽히겠다고,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냐고 여쭈셔서

어느 이웃님과 그 집 아이한테 들려주려고 쓴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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