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15] 나



  내가 되는 사람을 사랑한다

  나다운 내가 되는 나를 사랑한다

  나로 되는 숨결을 사랑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나답게 사는 나를 사랑한다



  내가 누구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숨결일 때에 비로소 내 곁에 있는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스레 마주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부터 슬기롭게 사랑하지 못한다면, 내 이웃과 동무를 따사로운 사랑으로 마주하지 못합니다. 내가 나를 곱게 사랑할 때에는 언제 어디에서나 맑게 웃으면서 노래하는 하루를 엽니다. 4348.5.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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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78. 소리



마당에 자리 깔고 누우면

개미 기어가는 소리

작은 가랑잎 구르는 소리

나뭇잎 서로 부딪히는 소리

먼 논자락 개구리 소리

제비가 날며 춤추는 소리

갓 깨어난 새끼 새가

어미 새 부르는 씩씩한 노랫소리

여기에

바람 따라 구름 흐르는 소리

햇살이 온몸 어루만지는 소리



2015.4.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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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시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로 저자마실 나와서

가방 가득 먹을거리

장만한 뒤

한 시간 남짓

군내버스 기다리고는

드디어 850원 1700원 치러

집으로 돌아간다.


두 아이가 씩씩하게

버스역 둘레를 뛰노는 동안

가방에서 시집 한 권

꺼내어 읽다가

조용히 다시 넣고는

작은아이 왼손을 펼치고

작은아이 오른손을 쥐어

작은아이 이름 넉 자를

손가락 글씨로 적는다.



2015.5.9.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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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77. 비



흰민들레 한 포기를

마당 한쪽에 옮겨심은 날

비가 내렸다.

대나무 한 그루를

뒤꼍 한켠에 옮겨심은 날

비가 왔다.

탱자나무 한 그루를

대나무 옆에 나란히

옮겨심은 날

또 비가 듣는다.

빗물 먹고 씩씩하게 뿌리내려서

튼튼하게 함께 살자.



2015.4.1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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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4] 슬기롭게 철들기



  슬기롭게 생각하니

  곱게 셈이 들어

  착한 넋으로 밝은 철



  삶을 기쁘게 짓는 사람은 눈을 가만히 뜨고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슬기롭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열기에, 언제나 곱게 셈을 살필 수 있는 몸짓이 됩니다. 곱게 셈을 살피면서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니, 한결같이 착한 넋으로 노래하면서 밝은 철이 듭니다. 이제 철을 느끼고 달과 날을 느끼면서 해를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오롯이 섭니다. 4348.5.2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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