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8. 부채질하는 아버지



  내가 여름에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부채질입니다. 올해에는 선풍기를 틀지만, 지난해까지는 선풍기조차 안 쓰고 살았습니다. 두 아이하고 사니, 한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 ‘두 손 부채질’을 합니다. 마실길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으레 몇 시간씩 부채질을 합니다. 큰아이만 우리 곁에 있을 적에는 한손으로 안고 한손으로 부채질을 했고, 두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따로 누인 뒤 두 손으로 부채질입니다. 다른 일을 못 하고 오로지 부채질만 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면, 아이들 가슴속에 깃든 고운 넋을 물씬 느끼면서 내 넋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228] 서로 맺다



  네 꿈이 흘러서

  내 사랑이 되니

  우리는 함께 산다



  서로 어떤 마음이 되어 이어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지 싶습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되면 기쁘게 이어지면서 삶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서로 저지레를 하는 하는 몸짓이 되면 자꾸 다투면서 삶을 꽃처럼 피우는 길하고 멀어집니다. 한집에 함께 있기에 한식구나 곁님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한별(같은 지구별)에 함께 있기에 이웃이나 동무라고 하지 않습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되어야 하고, 함께 지으려는 꿈이 있어야 하며, 다 같이 누릴 사랑을 생각해야 합니다. 4348.8.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27. 너랑 나랑 함께 짓지



  어버이가 이것을 하면 아이도 이것을 하고 싶습니다. 어버이가 저것을 하면 아이도 저것을 하고 싶습니다. 잘 하거나 못 하는 몸짓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저 할 뿐이고, 그냥 할 뿐이에요.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이것저것 오리면서 가위질을 익혔습니다. 작은아이도 작은아이대로 이 종이 저 종이 가리지 않으면서 오리면서 차근차근 가위질을 익힙니다. 그림을 그려서 오린 별을 붙이는 놀이도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천천히 함께 하면서 시나브로 익힙니다. 언제나 함께 짓습니다. 말도 삶도 넋도 노래도 꿈도 사랑도 오늘 하루도 참말 너랑 나랑 함께 지어요. 4348.8.3.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26. 흔하지 않으면서 흔한 모시밥


  모시밥을 짓습니다. 모시잎을 말려서 가루로 빻은 뒤에 모시가루를 섞어서 밥을 지을 수 있으나, 그때그때 모시잎을 뜯어서 잘게 썬 뒤에 모시밥을 지을 수 있어요. 봄부터 가을 끝자락까지 스스로 잘 돋는 모시풀이니, 세 철 동안 즐겁게 모시밥을 먹고 겨울에는 무밥이나 유채밥을 먹자고 여깁니다. 예전 사람들처럼 모시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짓지는 못하지만, ‘제철밥’을 누립니다. 모시풀이 없는 곳에서는 모시밥을 못 먹을 테지만, 모시풀이 흔한 곳에서는 날마다 먹습니다. 둘레를 살펴보며 삶을 짓습니다. 그리 대단한 밥은 아닐 테지만, 내 보금자리에서 얻거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스스로 찾습니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25. 아는 버섯, 모르는 버섯


  여덟 살 어린이는 일곱 살 적에 ‘달걀버섯’을 보았습니다. 다만, 갓을 활짝 벌린 모습이 아니고, 달걀처럼 오므린 모습도 아닌, 둘 사이일 적 모습을 보았어요. 여덟 살 어린이는 버섯 이름이 무엇인지 떠올리지 못하지만 “아버지, 우리 예전에 본 버섯이에요!” 하고 외칠 줄 압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래, 지난해에 봤어. 이름을 알겠니?” “아니.” “이름을 모르겠으면 스스로 새롭게 붙이면 돼.” “음, 분홍버섯?” 버섯이나 나무나 풀이나 꽃이나 벌레한테 ‘학술 이름’을 붙여도 되지만, 우리가 저마다 바라보고 마주하는 대로 ‘반가운 이름’을 붙여도 됩니다. 아무튼, 이제부터 ‘우리 식구 모두 아는 버섯’이 한 가지 늡니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