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26] 함께 하는 나날



  너하고 마주보는 이곳에서

  나하고 빙그레 웃으니

  오늘 하루 참말 기뻐.



  어머니 자리에 서는 이들은 으레 아이하고 온 하루를 보내기 마련이라서, ‘아이와 함께하는 나날’을 되돌아봅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는 이들은 으레 바깥일에 바빠서 아이하고 눈 마주하기도 힘들어서, ‘아이와 함께하는 나날’을 미처 돌아보지도 못하는 채 너무 빠르게 내달리기만 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머니 자리에 서더라도 너무 바쁘고 바깥일이 많아서 아이하고 얼굴을 못 보는 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함께 하는 나날’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하늘에서 내린 선물인데, 이 선물을 못 누리는 어버이가 참으로 많습니다. 4348.7.2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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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왜 더워?



여름은 왜 더워?


열매 잘 익으라고

햇볕이 가득 내리쬐거든.


여름은 왜 더워?


나무가 가지 쭉쭉 뻗으며

짙푸른 잎 크라고 하거든.


여름은 왜 더워?


겨우내 숨죽이던 씨앗이

봄에 깨어났으니 얼른 자라라고.


여름은 왜 더워?


우리 아이들 구슬땀 흘리며

마당이랑 들에서 뛰놀라고.


아버지, 여름은 왜 더워?


음, 얼음과자 먹고 싶니?


응!


좋아!



2015.7.18.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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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2. 나무 밑



해가 뜨거우면

나무 밑에 앉아요.


나무는 그늘을 주고

바람을 데려오고

잎사귀로 노래해요.


나무 둘레 풀밭에서

큰 돌 들추면

개미하고 콩벌레하고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한참 동안

벌레 보며 놀면

“얘, 밥 먹자.”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



2015.6.19.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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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1. 하늘을 날다



  우리 집 두 아이한테 으레 ‘놀이순이·놀이돌이’ 같은 이름을 붙여서 부릅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이 아이들은 참말로 ‘날순이·날돌이’로구나 싶습니다.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꿈으로 신나게 바람을 가르면서 펄쩍펄쩍 뛰며 노래합니다. 이 같은 날순이 모습을 보다가, 나도 어릴 적에 날돌이가 되어 놀았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리하여, 하늘을 나는 아이를 뒤에서 바지런히 좇다가 사진을 한 장 두 장 찍는 내 손길은, 오늘 이곳에서 노는 우리 아이를 찍는 사진일 뿐 아니라, 아스라한 지난날 저곳에서 내가 아이로서 뛰논 모습을 찍는 사진입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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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16 23:48   좋아요 0 | URL
정말 사진만 보아도, 싱그럽고 함께 마음이 나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5-07-16 23:54   좋아요 0 | URL
지지난해 사진인데
이제서야 이 사진을 다시 보고는
저 스스로 놀라면서
눈물하고 웃음이 함께 나왔어요.
 

사진노래 20. 할머니 손을 거쳐서



  할머니가 아이한테 씨앗을 건넵니다. 아이는 할머니한테서 받은 씨앗을 손바닥에 곱게 올려놓고 한 톨씩 살살 집어서 흙으로 옮깁니다. 밭에서 함께 일하니 밭순이가 된 시골순이는, 씨앗을 심는다기보다 아주 곱게 천천히 옮깁니다. 어느 모로 보면 느린 몸짓이지만, 땅에 심는 씨앗을 한 톨씩 낱낱이 살피면서 아끼는 숨결이라고 할 만합니다. 후딱 끝내야 하는 밭일이 아니라, 기쁜 넋으로 곱게 하는 씨앗심기가 될 때에, 나중에 이 씨앗이 자라서 맺는 열매를 고맙게 얻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흐르는 핏줄이, 먼먼 옛날부터 흐르는 핏줄이, 오늘 이곳에 있습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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