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88. 매화알


매화알 따려고
매화나무 밑에 선다

아버지는 척척 따고
나는 까치발로 가까스로
닿을 동 말 동

걸상을 가지고 온다
이제 좀 딸 만하네
이러다 문득
아버지 목에 타면
아주 높은 곳도 따겠네 싶어어
“아버지 아버지 목말!”

그런데
목말 타니까 아하하 간지러워
한참 웃다가 내려온다.


2015.6.10.물.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6. 앞에서 사진 찍으려면



  아이들하고 살면서 아이들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퍽 어렵습니다. 왜 어려울까요? 우리 아이를 어버이로서 찍는데 왜 어렵다는 말이 나올까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사진에 찍히려고 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놀고 싶어서 놀아요. 이러다 보니, 아이들은 어버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아이들하고 나들이를 다니면 두 아이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 앞에서 달립니다. 으레 꽁무니만 바라보다가 뒷모습만 찍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가 길턱에 올라서며 논다고 하니, 모처럼 아이들 앞에 서서 사진을 한 장 찍을 수 있습니다. 4348.6.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221] 한 가지 있다



  네 주머니에도 없고

  내 머리에도 없지만

  우리한테는 사랑이 있지.



  언제나 ‘아무것’도 없다고 느낍니다. 모든 것이 다 있다고도 느끼면서, 모든 것이 다 없다고도 느낍니다. 돈이 많거나 적다고 느끼기도 할 테지만, 지식이 많거나 적다고 느끼기도 할 터이나, 언제나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온누리 그 어느 것도 우리 가슴에 있는 사랑 앞에서는 사르르 녹을 뿐이지 싶습니다. 사랑이 가슴에서 흐를 적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삶이요, 사랑이 가슴에서 샘솟지 않을 적에는 아무것도 없는 삶이지 싶습니다. 4348.6.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글노래 삶노래 87. 잡기놀이



누나 엉덩이 잡으러 가자

어머니 궁둥이 잡으러 가자

동생 볼기짝 잡으러 가자

아버지 똥꼬 잡으러 가자


마당에서 다 같이

빙글빙글 돌면서

깔깔깔 잡기놀이


잡았다!

잡았네!

잡았지!

잡았구나!



2015.6.6.흙.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5. 눈과 기저귀와 빨래



  전남 고흥은 무척 포근한 고장입니다. 겨울에 눈을 구경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주 드물게 소리 없이 눈이 내리는 날이 있는데, 아기 기저귀를 빨아서 너는 겨울날, 눈 오는 소리를 미처 못 들은 탓에 기저귀가 눈을 맞으면서 얼어붙습니다. 아차 싶지요. 얼어붙은 빨래를 으짜노, 하고 생각하다가 ‘언 빨래는 언 빨래’라고 여기면서 사진 한 장 찍자고 마음을 바꿉니다. 언 빨래를 집안으로 들여서 녹이기 앞서, ‘눈 맞는 기저귀’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삶을 노래해 보라는 하늘나라 뜻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4348.6.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