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문해력 : 우리가 얼마나 우리말을 미워하는지 쉽게 찾아볼 만하다. 글을 ‘글’이라 않고, 말을 ‘말’이라 않는 모습으로도 알 만하다. 사람을 ‘사람’이라 하는가? 삶을 ‘삶’이라 하는가? 일을 ‘일’이라 하는가? 배움을 ‘배움’이라 하는가? 껍데기를 씌울 적에는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거나 감추거나 가리거나 속인다는 뜻이다. 생각을 ‘생각’이라 안 하니, 우리 스스로 새롭게 마음을 빛내는 씨앗을 심는 길을 잊고 잃는다. 사랑을 ‘사랑’이라 안 하니, ‘애정행각’이나 ‘연애’는 할는지 모르나, 언제나 다투거나 싸우다가 갈라지고 밉말(혐오표현)을 끔찍하게 쏟아낸다. 일본 한자말 ‘문해력’이란, “글씨 뜻”을 넘어서 “참뜻·속뜻”을 읽자고 하는 낱말이겠지. “사랑·살림·숲”을 읽는 눈·눈길·눈빛·눈망울을 살리자는 뜻일 테고. 그러면 일본 한자말 ‘문해력’이 아닌, 우리말 ‘글눈’이나 ‘글빛’이나 ‘글읽눈·글읽빛’처럼 새롭게 낱말을 여밀 수 있어야지 싶다. 어른부터 스스로 새말을 엮지 않는다면, 어린이가 무엇을 배울까? 새말이 없는 곳에서는, 그저 일본말이나 영어를 툭툭 베끼거나 훔치거나 따라하는 시늉에 길들 뿐이다. 글눈을 틔우려면 길눈을 밝힐 일이다. 길눈을 밝히려면 마음눈을 열 노릇이다. 마음눈을 열려면 사랑눈을 깨울 일이다. 사랑눈을 깨우려면 하루눈을 스스로 그릴 노릇이다. 2021.12.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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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버스에서 : 서울·큰고장이건 시골이건, 버스를 타면 다들 라디오나 노래를 틀어놓는데,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는 버스일꾼을 여태 못 보았다. 어머니 손을 꼭 잡고서 버스를 타던 1977년 두어 살 무렵에도, 혼자서 처음 버스를 타던 1982년에도, 푸른꽃날을 지나가던 1992년에도,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던 1995년에도, 싸움터(군대)에 들어가서 타던 1995∼97년 강원도 양구 시골버스에서도,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며 살던 충북 충주·음성에서 타던 버스에서도, 살림을 시골로 옮겨 전남 고흥에서 살아가는 2011년부터 타는 고흥 시골버스에서도, 이웃 순천이나 여수 시내버스에서도, 다들 정치 수다 라디오나 뽕짝이나 대중가요로 시끄럽다. 어린이노래를 튼 버스일꾼은 아직 못 보았다. 곰곰이 보면 교육방송조차 어린이노래를 잘 안 틀고, 어린이가 들을 글(동요 및 동시)을 읽어 주지 않는다. 빛(전파)을 다 어디에다가 버리는 노릇일까? 어린이가 삶눈을 북돋우고, 푸름이가 철눈을 익히도록 이끄는, 어른이 어른스럽게 생각을 살찌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라디오도 노래도 아예 없다고 여길 만한 버스이다. 때리고 맞고 아프고 죽고 다치고 우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넘치는 연속극·영화이다. 스스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고 돌보는 이야기를 다루는 연속극·영화는 있기나 할까? 〈효자동 이발사〉나 〈집으로〉 같은 이야기는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가 나오다가 잊힌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늘 흐르고, 늘 퍼지고, 늘 태어나야 이 나라가 아름답지 않을까? 미워하고 싫어하고 꺼리고 등돌리고 죽이고 죽는 줄거리로 짜는 글과 그림으로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줄까?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나 〈스윙 걸즈〉나 〈말괄량이 삐삐〉를 찍을 만한 마음이 깨어날 때에 비로소 어깨동무를 하겠지. 여느길(대중교통)을 타는 사람들이 웃음꽃과 눈물꽃으로 가슴을 적실 만한 이야기가 흐를 수 있어야, 이 나라에 꿈이 있다고 하리라. 2023.11.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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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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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담배연기 2023.9.10.해.



쑥잎을 말려서 불을 붙이면 그윽하게 흰김 오르면서 둘레를 감싸는 기운이 맑아. 가랑잎도 매한가지야. 다른 마른잎도 저마다 다르게 흰김으로 둘레를 부드러이 감싸고 풀어주지. 고춧잎은 좀 매울 텐데, 매운김은 매운 대로 톡톡 쏘면서 너희 눈·살갗·마음·몸을 깨운단다. 담배라는 풀도 너희를 깨우는 숱한 잎(마른잎) 가운데 하나야. 담배를 태우는 일은 나쁠 수 없어. 다만, 담뱃잎만 쓸 일이야. 섞지 마. ‘뜬금없는 것(화학조합물)’을 섞으면 ‘담뱃김’은 제구실을 안 하지. ‘살림길’이 아닌 ‘죽음김’은 너희부터 스스로 죽이고 둘레를 죽여. ‘소독차’랑 ‘화학담배’는 같아. 그리고 쑥잎·가랑잎처럼 다 다른 마른잎은 너희를 다 다르게 북돋우고 깨운단다. 또한, 애써 태우지 않아도 ‘나무에 달린 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워. ‘흙에 뿌리내린 풀잎’ 숨결로 너희를 일깨우고. 맨손으로 나뭇잎·풀잎을 쓰다듬고, 맨발로 나무줄기를 타거나 풀밭을 거닐기에, 너희 손발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무엇을 만지거나 디디면서 너희 손발이 새롭도록 하겠니? 가꾸겠니? 살리겠니? 죽이겠니? 등지겠니? 하얗게 퍼지고 부드러이 감싸면서 온기운을 반짝반짝 살리는 ‘김’을 보기를 바라. 이 김을 쐬면서 앙금을 털어. 이 김을 마시고 뱉으면서 응어리를 풀어. 이 김을 너희 보금자리에 흩뿌리면서, 엉뚱하거나 엉큼하거나 엉성하거나 엉터리인 모든 것을 걷어낸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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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제비도 안다 2023.9.9.흙.



제비는 아무 집에나 찾아가지 않아. 오래오래 깃들어 오면서 두고두고 즐거이 누린 보금자리를 ‘새로 낳아 돌볼’ 새끼 제비한테 보여주고 물려주고 알려주고 싶단다. 그래서 제비는 해마다 ‘같은 처마밑’을 찾아와. 제비는 한결같이 사랑으로 살림을 지으려는 마음이지만, 사람 스스로 사랑이나 살림을 잊기에 제비를 잊거나 안 그려. 그런데 제비도 알아. 살림을 잊은 사람이 살림빛을 새로 보고 느끼고 배우기를 바라면서 날갯춤을 베풀어. 사랑을 등진 사람이 사랑씨를 새로 심고 가꾸고 짓기를 바라면서 바람노래를 들려줘. 제비도 알아. 사람이 잊다가 잃느라 모를 뿐이야. 제비야말로 알아. 사람이 등지고 버리고 깨부순 마을을 새롭게 살릴 길을 그린단다. 제비가 아무 머리 위를 날겠니? 제비가 아무 데서나 바람을 가르겠니? 제비는 왜 사람들 곁으로 찾아와서 집을 짓거나 고치면서 새벽 일찍 깨고 저녁 일찍 잠들까? 예부터 사람들은 시골에서 제비랑 같이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노래하고 잠들며 봄여름을 누렸고 가을겨울을 맞이했어. 제비는 ‘철잡이’야. “철을 알리는 길잡이”란다. 너는 무슨 ‘-잡이’이니? 길잡이? 살림잡이? 노래잡이? 글잡이? 사랑잡이? 꿈잡이? 스스로 돌아보렴. 스스로 날아 봐. 하늘은 누구나 마실 수 있어. 바람은 누구나 탈 수 있어. 별빛은 누구나 품을 수 있어. 네가 마음을 기울이면 바로 그날부터 꽃을 피운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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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도와줄 사람 2023.9.8.쇠.



짐을 나누어 드는 사람이 있어. ‘거들다’라 하지. 일을 나누어 맡는 사람이 있어. ‘거들다’라고 해. 말을 보태는 때에도 ‘거들다’라고 해. 힘이 되라면서 ‘거들’어. 이와 달리 ‘돕다’는 ‘돌아볼(돌볼)’ 수 있는 마음으로 함께할 때야. 동그랗게·둥그렇게 모이는 일이고, 두레를 하거나 동무로 있기에 ‘돕다’야. 너희는 두 낱말 ‘거들다·돕다’를 가려서 쓸 수 있니? 너희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거들다’하고, 동그랗게 동무를 이루고 돌아보고 두레를 하는 ‘돕다’ 사이 어느 곳에 있니? 거들어도 대단하고 고마워. 도와도 훌륭하고 반가워. 그런데 아무나 못 거들고 못 도와. 스스로 마음을 살리고, 스스로 몸을 살피는 사람일 적에, 거들거나 돕는 손길이 찾아들 수 있어. 마음이 죽어가는 사람한테 무엇을 거들까? 몸을 살피지 않는데 누가 도울까. 하루를 꿈으로 그려서 삶을 짓기에 스스로 생각을 펴고 마음이 일어나. 하루를 사랑으로 가꾸고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기에 몸이 깨어나. 그러니까,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넉넉하고, 둘레에서 거들거나 도우려고 찾아와서는 오히려 ‘스스로 빛둥이’한테서 이바지를 받는단다. 거들거나 도우려고 마음을 일으켜서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문득 사랑씨앗을 한 톨 심은 셈이야. 그래서 거들려고 나섰다가 뜻밖에 빛을 쬔단다. 도우려고 어깨동무하다가 얼결에 빛을 누려. 자, 도와줄 사람은 누구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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