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타박 소리 2023.11.8.물.



어떤 소리가 들릴 적에 귀가 트여? 네 귀를 거치면서 온마음을 여는 소리를 헤아려 보겠니? 나무라는 소리가 들리니? 치켜세우는 소리가 들리니? 다투는 소리가 들리니? 사이좋게 나누는 소리가 들리니? 부릉부릉 씽씽 달리는 쇳소리가 들릴 수 있어. 사락사락 떽데굴 가랑잎이나 도토리 소리가 들릴 수 있어. 모든 소리에는 마음이 흘러. 아끼거나 돌보는 마음이 있고, 등지거나 딴청을 하는 마음이 있고, 모르는 척하거나 아는 척하는 마음이 있어. 눈뜨는 마음이나 빛나는 마음이 있어. 함께하거나 혼자하는 마음이 있어. 새랑 나무하고 어울리는 마음이 있고, 새도 나무도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 넌 스스로 어떤 마음이니? 타박하면서 불타는 마음이니? 타이르면서 달래어 일으키는 마음이니? 그런데 하나는 알아두렴. 누가 무슨 소리를 내거나 들려주더라도 너를 바꾸지 않아. 네가 마음에 심는 말과 소리대로 네가 너를 바꾸어 간단다. 너는 너를 아늑하게 품거나 푸는 뼈대이자 열쇠야. 남이 해주지 않아. 늘 네가 스스로 하지. 누가 타박을 하거나 꾸중을 하더라도, 네가 사르르 녹이지. 누가 북돋우거나 추켜도, 네가 스스로 닫아걸고서 눌러. 모두 네가 한단다. 휩쓸려가지 말고, 바람과 물결을 네 뜻대로 타렴. 따라가지 말고, 네 다리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 돼. 훌륭하게 가르치기에 잘 배우지 않아. 어떻게 가르치든, 네가 스스로 보고 들어서 하고 겪고 돌아보고 헤아리기에 잘 배운단다. 네 스승은 늘 너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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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은행나무 2023.11.24.쇠.



여름이면 제비떼가 하늘을 가르고, 겨울이면 오리떼가 하늘을 갈라. 새는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사랑하는 하루를 산단다. 개미는 땅을 기면서 흙을 사랑하는 오늘을 살지. 물방울은 바다에서 놀다가 하늘로 올라서 날다가 땅으로 내려와 들숲을 누비면서 온누리를 사랑하는 노래로 살아. 사람은 이 모두를 바라본단다. 하늘을 사랑하는 새도, 흙을 사랑하는 개미도, 온누리를 사랑하는 물방울도 봐. 이러면서 생각하지. “우리는 늘 다 다른 몸으로 어디에든 있고, 이 다 다른 몸에 다 같은 마음을 키워 가기에 사랑에 눈뜨는구나.” 하고 깨달아. 부채 같은 잎을 내니 ‘부채나무’라 여길 만한 ‘은행나무’야. 모든 나무는 나무로 선 모습으로 언제나 둘레를 환하게 틔워. 잎빛으로 밝히고, 꽃빛으로 살찌워. 어떤 나무이건 푸른숨에 푸른노래란다. 이 가운데 부채나무(은행나무)는 반짝이는 줄기로 둘레를 다독이고서, 부챗살 잎사귀로 한들한들 풀어내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즈음에는 더더욱 바람갈이를 베풀고, 가을이 깊어 노랗게 물들인 잎을 내려놓을 적에는 이 땅에 노을빛을 퍼뜨려서 살찌워. 하늘도 땅도 부채나무한테 고맙다고 물결을 일으킨단다. 빛물결을 일으켜. 이 빛물결에 지스러기나 부스러기가 말끔히 걷히니, 숲짐승도 새도 벌나비도 반짝이는 눈망울로 스스로 거듭나. 자, 그러면 볼까. 오늘날 사람들은 부채나무를 어떻게 다루니? 부채나무가 봄여름가을에 푸르게 노랗게 밝게 부챗바람을 베푸는 줄 느끼거나 알까? 이 부채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가지를 쳐내지는 않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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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예산 2023.11.23.나무.



나라(정부)에 돈이 모자란 적은 없어. 나라에서 돈을 움켜쥐어 사람들을 종(노예)이나 허수아비나 노리개나 싸울아비(군인)로 굴릴 뿐이야. 너한테 돈이 없던 적은 없어. 네가 너한테 알맞게 누릴 돈을 차근차근 그리지 않았을 뿐이야. 나라나 네가 돈을 움켜쥐기에 안 나빠. 돈을 바라면 돈을 꽉 쥐렴. 그러면 돈을 안 놓치겠지. 그런데 돈을 움켜쥐다 보면, 다른 길이나 삶을 쥘 틈이 없어. 돈을 쥔 손을 놓아야 사랑을 펴고 심는단다. 돈을 쥔 손을 비워야 어린이 손을 잡고서 같이 놀지. 돈을 쥔 손을 풀어야, 밥도 하고 밥도 먹고 밥도 나누고, 설거지에 집살림을 꾸려. 돈을 움켜쥔 손이기에 두바퀴(자전거)를 못 쥐겠지. 돈을 꽉 잡은 손이니까, 이웃이나 동무랑 손을 잡을 수 없어. 돈을 안 놓은 손이니까, 나무를 안거나 나비를 내려앉힐 수 없어. 넌 손에 무엇을 놓을 셈이니? 빈손이란 없어. 사랑을 짓는 손을 보렴! 돈을 쥐고서 사랑을 펴는 사람은 없어. 총칼을 쥔 녀석이 사랑을 펼까? 부스러지(지식)를 쥔 녀석이 사랑을 알까? 돈으로 뭘 하려고 나선다면 어리석어. 돈은 그저 돈을 낳는단다. 사랑이 사랑을 낳고 펴듯, 돈은 늘 돈으로만 이어가. 꿈은 꿈으로 잇지. 웃음은 웃음으로 이어. 눈물은 눈물로 잇지. 걱정은 걱정으로 잇고, 굴레는 굴레로 잇는단다. 넌 뭘 쥐고서 잇는 하루이니? 넌 무엇을 보면서 담니? 너희 나라는 언제나 돈(예산)타령을 하느라, 사람도 삶도 사랑도 숲도 못 보는데, 너도 너희 나라가 하듯 돈만 바라보지는 않니? 네 마음에 나무씨앗과 풀씨앗을 심는 ‘빈손’이 있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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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평범 2023.11.22.물.



다른 사람들하고 비슷하거나 닮기에 안 두드러져 보이면 ‘평범’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한 행복”이라 말하는데, ‘평범’이란 아예 없는 그림자야. ‘사람이라는 숨결’을 뚝딱뚝딱 찍어낸다면 ‘평범’이나 ‘보통’이 있을까? 공장에서 척척 찍는 과자라면 ‘다 똑같’을 텐데, 이렇게 다 같아야 ‘평범·보통’일 수 있을까? 너희가 말하는 ‘평범·보통’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이기 일쑤이더라. 그러면 생각해 보자. “스스로 생각을 안 하는 채, 둘레에서 뭘 어떻게 하는지 구경하는 길”이 참다운지 거짓인지 알 길이 있니? 참답지 않은 길이어도 다들 그럭저럭 그냥 가니까 너도 슬쩍 묻어가면서 티가 안 나기를 바라니? ‘똑같은 나무’나 ‘똑같은 모래알’이나 ‘똑같은 구름’은 없어. 모두 늘 다르고 새롭단다. 얼핏 똑같구나 싶은 옷을 입혀 놓아도 모두 다른 사람이고 이름이고 숨결이야. “평범 = 서로서로 ‘참나’ 잊기·죽이기”라고 여길 만해. “보통 =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다고 할 적에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따돌리기나 죽이기”라고 여길 만해. 웃음하고 눈물을 잊기에 ‘평범’하단다. 이야기가 없고 생각이 없기에 ‘보통’이야. 톡톡 튀려고 안 하더라도 누구나 달라. 외려 톡톡 튀려고 할 적에 ‘평범·보통’으로 기울곤 해. ‘다름’은 겉모습이 아닌 넋이요 숨결이요 마음이거든. 처음부터 다 다른 넋이기에, 겉모습이 거의 같아도 다른 숨결이고, 다른 넋에 숨결이니까 다르게 살면서 다른 마음으로 나아간단다. 평범해야 할 까닭도, 안 평범해야 할 일도 없어. 너는 언제나 ‘너(나)’이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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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회색인 2023.11.21.불.



너희가 ‘비’를 싫어하거나 꺼리는 마음을 일으키고부터 ‘잿빛(회색)’을 무척이나 싫어하거나 꺼리더구나. 비를 뿌리는 구름이 잿빛인 줄 아니? ‘재’로 바뀌었기에 더 빠르게 흙으로 돌아가면서 땅심이 살아나는 줄 아니? ‘잿빛 = 살림빛’이요, ‘잿물·재거름 = 살림물’로 여길 만해. ‘잿사람(회색인)’은 어떨까? 흰빛도 검은빛도 아니기에 이쪽저쪽 다 달라붙는 빛깔로 여기니? 두 빛깔을 고루 품고서 복판을 지키는 살림빛으로 여기니? 나쁜빛이나 좋은빛은 없어. 네 마음이 어느 곳으로 기울 뿐이야. 네가 나쁘다고 여기는 쪽으로 기울기에 나쁘다고 본단다. 네가 좋다고 여기는 쪽으로 기울면 좋다고 볼 테지. 비구름이 나쁘니? 비구름이 좋니? 비구름은 비를 뿌리는 구름일 뿐이란다. 조금 내리든 많이 뿌리든, 그때그때 땅한테 알맞게 내리는 비야. 가문 날은 가물어야 배울 일이 있어. 장마철은 장마여야 배울 일이 있지. 비벼락이 치면, 비랑 벼락으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란다. 넌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배우니? 넌 배우는 마음이니? 넌 안 배우고서 꺼리거나 싫어하거나 미워하니? 넌 먹구름을 보면서 어떤 날씨를 그리니? 잿빛구름이 뿌리는 빗방울은 조금도 ‘잿빛’이 아니라 티없이 맑은 살림물빛이란다. 흰빛도 검은빛도 아닌 잿빛이라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가만히 읽어 보렴. 모든 다 다른 빛깔에 모두 다 다르게 삶살림사랑이 흐르는 줄 느끼기를 바라. 모든 풀꽃은 크기도 무늬도 빛깔도 다르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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