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가짜 2023.12.5.불.



너는 몸이라는 옷을 입지. 너는 너일 뿐, 네 몸이 너일 수는 없어. 네 몸은 ‘겉’이요 ‘껍데기’야. 너는 넋만으로는 걷거나 쉬거나 먹거나 자거나 맛보거나 느끼거나 만지지 못 한다고 여겨서 몸이라는 옷을 겉에 입는단다. 그러니까 ‘몸·옷·겉’은 네가 아니기는 하되, 거짓(가짜)은 아냐. 넋으로서는 겉을 몸이라는 옷으로 둘러야 땅에 발을 디디고 눈으로 둘레를 보고 손으로 무엇이든 만져서 머리에 온갖 이야기(정보·지식)를 담거든. 넋이 입은 몸을 오롯이 알기에 스스로 빛나면서 사랑이라는 하루를 살아. 몸만 쳐다보거나 매만지려 하기에 그만 넋을 잊거나 잃어, 스스로 바래거나 시들거나 꺼지면서 사랑 없이 쳇바퀴를 돌아. 하루를 살아가기 바라니? 그러면 ‘겉·옷·몸’도 알뜰히 여기렴. 하루를 살며 사랑이 샘솟기를 바라니? 그러면 ‘몸을 입은 넋’을 가만히 되새기면서 네 눈망울에 빛살을 띄우렴. 네 눈을 거쳐서 네 넋이 초롱이는 빛물결을 내보낸다면, 이 빛물결이 너와 둘레를 하얗게 덮으면서 파랗게 밝히다가 푸르게 피어나고 노랗게 퍼지더니 빨갛게 솟아서 까맣게 쏟아지는 별밤을 이룬단다. 넋을 잊어서 잃으면 죄다 허울(가짜)이야. 그러나 허울을 너무 나무라지는 마. 허울이라는 거짓을 보면 상냥하게 타이르렴. 허울을 쓴 이는 허울인 줄 몰라. 거짓으로 덮은 이는 거짓으로 감추려고 하지. 이들이 스스로 허울과 거짓을 녹이고 털어내도록, 넌 곁에서 사랑으로 빛나면 넉넉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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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지붕 2023.12.6.물.



오래가는 집이 있고, 얼마 못 가는 집이 있어. 살아가면서 손길이 닿아 살아가는 집이 있고, 조금씩 무너져가는 집이 있어. 너는 어떤 집에서 하루를 보내니? 너희 집은 지붕이 튼튼하니? 너희 집은 비가 올 적에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니? 너희 집은 지붕에 새가 내려앉아서 쉴 수 있니? 빗소리를 못 듣는다면 지붕이 없니? 지붕이라 여길 곳을 생각할 수 없는 겹겹 쌓은 칸 하나에 깃들었니? 곰곰이 돌아보렴. 지붕이 없는 그곳이 집일까? 지붕이 없다면 마당도 없겠지. 지붕에 마당이 없이 잠을 자거나 밥을 차리거나 짐을 두는 데가 집일 수 있을까? 너희는 ‘집’이 아닌 ‘집척(집인 척)’인 곳을 값비싸게 치르고서 부둥켜안지는 않았니? 비를 느끼고 바람을 보고 해를 알고 별을 그리고 새를 만나고 온누리를 척척 너희 발로 디디는 첫자리이기에 집이라고 해. ‘부동산’이나 ‘아파트’가 아닌 ‘집’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너희 손으로 짓고, 너희 손길로 돌보고, 너희 숨결을 담아서 물려주는 삶터여야 집이지 않을까? 온누리를 느껴가면서 눈을 틔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터전이기에 집이야. 비바람을 가리기만 하는 곳이지 않아. 먹고자고 짐을 두기만 하는 곳이지 않아. 살림이 피어나고, 사랑을 싹틔우는 곳이기에 집이야. 너희 집에 새라는 이웃을 맞아들이렴. 너희 집에 개구리라는 동무를 받아들이렴.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고 꽃이 피어 나비가 춤추는 집을 이루렴. 밤낮으로 숨을 틔우면서 도란도란 지내는 집을 품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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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겨울새 2023.12.7.나무.



몸에 안 맞는다고 여기기에 ‘덥다’거나 ‘춥다’고 해. 그리고 몸을 새롭게 맞추는 길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을 적에도 ‘덥다’거나 ‘춥다’고 여기지. 먼저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지켜보아야겠지. 모든 사람도 새도 짐승도 풀꽃나무도 몸이 달라. 다 다른 몸이기에 더위나 추위를 다 다르게 느끼지. 어느 몸은 덥다고 여기고, 어느 몸은 따뜻하다고 여기고, 어느 몸은 춥다고 여겨. 여러 몸 가운데 어느 쪽이 옳지 않아. 그저 다르니까 달리 느끼지. 두 그릇이나 열 그릇을 먹는들 대수롭지 않은걸. 굶어도 대수롭지 않고. 겨울에 너희 터전으로 날아드는 새가 있어. 너희가 느끼는 겨울이 반갑고 즐거우니까 겨울철에 맞추어 기쁘게 날지. 여름새는 여름이라는 철을 누리면서 이 삶을 노래하고 싶어서 여름에 맞추어 날아와. 너희 사람은 딱히 철을 안 가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다 다르게 누린단다. 겨울새는 그곳이 어떤 철이기에 찾아올까? 겨울이 겨울스럽지 않으면 겨울새는 안 오겠지? 겨울새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철빛을 스스로 읽으면서 날아왔어. 봄이면 “이제 떠날 때로구나. 봄여름 지나고 가을이 깊으면 다시 와야지.” 하고 여기면서 기운차게 하늘을 갈라. 너희는 철빛을 어떻게 느끼고 바라보는지 하나하나 짚어 봐. 이 겨울이 춥니? 겨울이지만 포근하니? 겨울인 줄 어떻게 아니? 달종이(달력)로 따지니? 스스로 살갗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헤아리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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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매 2023.10.13.쇠.



하늘을 맴도는 매는 깃털로 바람을 느껴. 바람을 가벼이 타노라면, 부드러이 맴돌면서 날갯짓소리가 하나도 없이 멀리까지 살필 수 있는 줄 알아. 마치 하늘에서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그저 구름처럼 바람을 안고서 스르르 있는데, 드디어 낚아챌 하나를 찾으면, 바로 곤두박을 소리없이 치면서 확 덮치지. 아주 짧은 사이에 바람을 이끌고서 사냥을 하는 맵시가 날쌔고 맵단다. 매한테 낚인 작은 짐승은 매발톱에 잡히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매는 그저 바람하고 하나일 뿐 아니라, 하늘빛으로 녹아들었기에, 또 이러면서 햇살을 반짝 튕겨서 작은 짐승 눈이 부시게끔 깃을 부리지. 작은 짐승으로서는 매가 무섭겠지. ‘매섭다’는 말이 태어난 뿌리를 알겠니? 매발톱은 꼭 회초리(매) 같아. 바람을 가볍게 훅 가르며 찰싹 내리치듯 사로잡거든. 매가 우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면, 하던 일이나 놀이를 멈추고 바라보렴. 매가 얼마나 매끄럽게 바람을 타는지 봐. 너희는 매를 바라보고 느끼면서 바람길을 읽을 수 있어. 무엇을 매만지려 할 적에는 매가 날개로 바람을 안듯 가볍고 힘있고 소리없이 느긋하면서도 빠른 손놀림일 수 있을까? 매가 사냥을 훅 해내듯, 너희는 스스로 맡거나 그리는 길을 가벼우면서 신바람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을까? 매는 ‘바람스승’이거나 ‘바람잡이·바람길잡이’로 여길 만해. 하늘을 잘 봐. 너도 네 나름대로 바람길을 갈라서 볼 수 있어. 바람이 오가고 흐르고 춤추고 너울거리는 길을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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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햇볕받이 2023.10.14.흙.



해를 받기에 모든 풀꽃나무가 살고 자라.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자라는 버섯이라지만, 햇빛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 다른 풀꽃나무가 받거나 튕기는 볕살을 그늘진 데에서 부드럽게 맞이한단다. 버섯은 볕바라기가 아닌 듯하면서도 볕바라기야. 볕이나 빛이 바로 드는 곳에서는 삶죽음이 고요히 흐르지 않아. 버섯은 숲이 가만히 잠들고서 씩씩하게 깨어나도록 잇는 길목을 맡아. ‘이음잡이·이음길잡이’라고 하겠지. 바다밑에서 살아가는 뭇숨결도 매한가지야. 부드럽고 잔잔하게 퍼지는 기운으로 바다가 새롭게 ‘나고지는’ 길을 잇는 몫이란다. 모든 ‘바닥’은 ‘맨끝’이면서 ‘맨처음’이거든. 바닥을 쳐야 솟아. 바닥으로 고꾸라지기에 바닥부터 일어서. 바닥을 이루는 바다란 바탕이면서 밭이지. 사람이라는 숨결은 스스로 어느 바닥에 설까? 스스로 어떤 바탕을 품고 어떤 밭을 지을까? 바다라는 마음과 눈과 넋을 품는다면, 이 땅에서 바람소리를 바람말로 알아들으면서 바람춤을 펴겠지. 해를 꺼리거나 등지면 살가죽이 죽어. 해를 잊다가 잃으면 뼈가 삭아. 해를 모르거나 안 배우면 마음이 메말라. 햇볕받이를 하는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아침에 낮에 저녁에 다 다르게 드리우는 해를 머금기를 바라. 너는 네가 바라보는 곳에서 스스로 북돋아. ‘허깨비’를 쳐다보느라 헛심을 쓰거나 헛바람에 사로잡히기도 하겠고, ‘허울’을 뒤집어쓰느라 속알이 텅 비기도 하겠지. 아프거나 앓을 적마다 해를 그리고 떠올리렴. 해바라기로, 비바라기로, 별바라기로, 숲바라기로, 새바라기로, 사랑바라기를 스스로 펴면서 반짝반짝 따뜻따뜻 바꾸어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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