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발바닥은 2023.10.22.해.



몸을 땅에 세우는 받침대가 ‘발’이야. 받치는 바탕이니 ‘발’이란다. 푸른별에서 ‘바다’는 모든 숨결을 받치는 바탕이지. 이러면서 모든 숨결을 살찌우는 ‘밭’인 바다란다. 모두 ‘받아’들이는 바다야. 뭍에서 흘러오는 물도, 물에 섞인 부스러기도, 죄다 갯벌을 거쳐서 바다가 ‘받아’안는단다. 바다가 받아들이기에 모든 숨결이 푸르게 빛나. 바다는, ‘소금을 안은 물방울’이 하나로 이룬 하늘밭이라고 여길 만해. 소금을 한 톨씩 안은 물방울이라서 바닥에 있단다. ‘소금’이란, 숨결을 살리는 빛씨이지. 이 빛씨를 머금으니 한결같이 눈부시게 튼튼하단다. 바닷방울은 늘 소금을 품은 하늘밭으로 흐르다가 문득 소금을 내려놓는단다. 애벌레가 날개돋이를 하듯, 바닷방울은 ‘바다갈기(물갈기)’를 하려고 겉몸을 내려놓고서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 바람으로 속몸을 씻어 하얗게 뭉치더니 새롭게 놀듯 땅으로 날아내리지. 너희 발을 바다랑 나란히 놓고서 헤아려 보겠니? 바닷물은 늘 출렁이며 어디이든 가고 무엇이든 품어. 너희는 발을 늘 움직이며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걷거나 뛰거나 달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척척 디디면서,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을 머금어. 손바닥으로 바람을 살살 가르면서, 하늘에서 찾아오는 기운을 맞이해. 발바닥은 이 푸른별을 오롯이 느끼기에 받침판 노릇이야. 다리는 받침판을 타고서 들어오는 땅빛이 몸으로 퍼지도록 잇는 길이야. 넌 어느 곳에 보금자리를 틀어서 이 별을 느끼니? 가장 좋은 땅은 없어. 너희가 발로 선 곳은 모두 푸른별 한복판을 가리키며 뻗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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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나방 날다 2023.10.23.달.



가을이 깊어 겨울이 코앞이지만, 잎을 갉는 애벌레나 풀벌레가 있어. 이제 느긋이 잠들고서 긴긴 겨울을 ‘알’로 포근히 꿈꾸면 머잖아 봄이 새롭게 올 테지만, 겨울을 아랑곳않는 몸짓이지. 어쩜녀 겨울이 늦거나 퍽 푸근해서, 나뭇잎이나 풀잎이 제법 오래 남을 수 있어. 그러나 가을이나 겨울에는 하루나 몇날쯤 얼어붙으면 잎이 모두 말라서 떨어지지. 겨울에도 푸른잎으로 살아가는 늘푸른나무라면, 조금 추워도 거뜬해. 더구나 늘푸른나무하고 같이 살아가는 애벌레는 일찌감치 꿈나라로 갔어. 10월이 저물려 하지만 아직 푸른 차조기잎이나 모시잎을 갉는 애벌레를 보았니? 애벌레로서는 포근한 볕에 푸른 잎사귀가 있으니, 늦가을로 가는 길에도 알에서 깨어나서 움직인단다. 신나게 갉고 자라며 어느 날 고치에 깃들어서 날개 단 새몸을 그리지. 이듬해 봄을 기다리면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굳이 안 기다려도 된다고 여길 수 있고, 얼른 새로 피어나고픈 꿈일 수 있어. 어느 날 훅 얼어붙느라 그만 굳어서 죽을 수 있고, 날씨가 어느새 바뀌어 ‘안 어는 겨울’이 흐를 수 있어. 애벌레는 애벌레 나름대로 철을 느끼고 바람을 읽고 해를 헤아려. 잘 생각해 봐. 애벌레가 철을 못 읽거나 잘못 읽으면 그대로 목숨을 잃어. 애벌레가 목숨을 잃으면, 풀꽃나무는 꽃가루받이를 제대로 못 할 수 있어. 그래서 풀꽃나무도 늘 철과 바람과 해를 느끼고 읽으려 하지. 풀꽃나무는 애벌레한테 알려주어야 하고, 애벌레도 풀꽃나무 마음소리를 느끼고 읽을 수 있어야 하지. 다들 꾸준히 끝없이 마음을 나눠. 드디어 날아오른 나방은 이 모두를 이룬 기뻐하는 몸짓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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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오목눈이 2023.10.24.불.



‘잘 살아가는 길’을 생각해 보니? 너는 ‘잘’을 따질 수 있고, ‘살아가기’를 들여다볼 수 있고, ‘길’을 마음에 둘 수 있어. 셋을 고루 볼 수 있고, 셋 사이에서 헤맬 수 있지. 너는 네가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는가를 살피고 느껴서 알 노릇이야. 부전나비는 참 작아. 작은 몸에 작은 날개란다. 이 작은 나비는 애벌레일 적에 훨씬 작았을 테지. 너는 조그마한 날개로도 얼마든지 햇볕을 쬐면서 날고 쉬고 꽃꿀을 찾는 부전나비를 알아볼 수 있어. 네가 스스로 하루를 새롭게 그려서 맞이하려는 마음이라면 다 느끼고 알고 만나. 네가 바쁘다면 부전나비를 느끼거나 알 길이 있을까? 여태 어떤 잎을 갉으면서 조용조용 애벌레로 살다가 날개돋이를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지. 제비나비처럼 커도 나비이고, 팔랑나비나 모시나비나 노랑나비여도 나비란다.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매도 새이지만, 지지배배 무리지어 노래하는 참새도 새야. 참새보다 작은 박새도 새이고, 오목눈이도 새란다. 네가 새한테 마음을 기울인다면 까치 까마귀 비둘기뿐 아니라, 꿩 뜸부기 도요새 후투티뿐 아니라, 꾀꼬리 소쩍새 물까치뿐 아니라, 오목눈이에 동박새를 알아본단다. 그리고 먼 옛날 옛적부터 숲을 품고서 푸르게 살림을 짓던 사람들이 문득 느끼고 깨달아서 ‘나비’에 ‘새’라는 이름을 처음 지은 뜻을 알아채지. 그리고 다 다른 나비요 새인 줄 낱낱이 가리면서 또 다르게 이름을 붙여야 어울리겠다고 깨달은 길을 읽어낼 수 있어. 발가락은 왜 발가락일까? 얼굴은 왜 얼굴일까? 눈과 입은 왜 눈과 입일까? 스스로 마음을 틔우면, 스스로 마음이 환하면서 모두 알 수 있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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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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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무릎 : 두바퀴(자전거)를 달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1998년 8월 어느 날 새벽, 누가 뒤에서 ‘새뜸나름이 짐자전거’를 들이받았고, 나는 하늘로 붕 날아오르면서 ‘여태껏 살아온 모든 날’을 그림으로 주루룩 보았다. 한자말로 이른바 ‘주마등’이라고 일컫는 그림을 보는 하늘에서 “아, 나는 자동차한테 치였구나. 신문배달을 마치고 지국으로 돌아가서 새벽밥을 지어서 지국 형들을 먹여야 할 텐데, 오늘은 다들 굶겠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해도 바닥에 안 떨어졌기에 숱한 생각을 더 했고, 바닥에 쿵 짛고서 한 시간 넘게 넋을 잃다가 일어났단다. 그러나 나를 친 뺑소니는 떠났고, 나는 온몸에 멍이 들고 붓고 결린 채 달포를 겨우 버티며 새뜸나름이로 일했다. 달포쯤 지나니 아프고 결리고 부은 데가 가라앉았다. 새뜸(신문)은 날마다 날라야 하는데 어찌 돌봄터(병원)에 가겠는가. 게다가 돈도 없다. 그 뒤로 뺑소니를 두 판 더 겪었고, 한 판은 시골 논둑길에서 미끄러졌다. 내 무릎은 넉 판에 걸쳐 으스러지듯 깨졌다. 그렇지만 집까지 어찌저찌 망가진 두바퀴를 끌고 돌아와서 드러누웠고, 끙끙 앓으며 몸을 추슬렀다. 망가진 무릎은 마흔두 살 무렵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그 뒤로는 무릎앓이가 없더라. 이러다 쉰 살을 앞두고 왼무릎이 다시 붓고 앓는다. 보름 즈음 실컷 무릎앓이를 하면서도, 바깥일을 다니고, 두바퀴를 타고, 등짐을 짊어지고서 걷는다. 이러다 보면 집으로 돌아와서 끙끙하다가 곯아떨어진다. 밤새 별을 본다. 그야말로 온누리 숱한 별이 찾아와서 묻는다. “너도 참 바보로구나!” “이그, 이게 뭔 꼴이래?” “하하하, 넌 왜 이렇게 사니?” “아프면 일을 하지 말고 누워서 쉬어야지. 왜 안 쉬니?” 별빛이 들려주거나 탓하거나 나무라는 말을 실컷 듣고서 대꾸한다. “고마워. 다 그렇게 할 까닭이 있다고 느껴. 그리고 이렇게 앓기에 한결 튼튼하게 허물벗기를 하는구나 싶어. 난 아직 애벌레이잖니.” 왼무릎도 오른무릎도 살살 쓰다듬고 토닥인다. 2023.10.3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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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노숙자 : 2023년 10월 어느 날, 전남 여수 어느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찾아가서 글읽눈(문해력)을 가꾸는 길을 들려주다가 문득 열 살 어린이한테 “우리나라로 돈을 벌려고 찾아와서 일하는 사람을 무어라 하나요?” 하고 물어보았다. “노숙자요!” “네? 노숙자라고요?” “네! 엄마아빠가 그런 사람은 ‘노숙자’라고 했어요!” 이레가 지나서 다른 어린배움터에 찾아가서 똑같이 물어보니 “외국인근로자요!”라 한다. ‘외국인근로자’를 얘기한 어린이한테 잘 알려주어 고맙다고 얘기하고서, 글판에 ‘외국인근로자·외국인노동자’를 나란히 적었다. 두 이름을 본 열 살 어린이는 “근로자하고 노동자는 다르잖아요?” 하고 묻는다. 빙그레 웃으면서 ‘근로’에 들어가는 ‘로’랑 ‘노동’에 들어가는 ‘노’는 한자가 같고 뜻도 같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을 돌보는 곳은 ‘노동부’하고 ‘노동청’이랍니다.” 하고 보태었다. 열 살 어린이로서는 왜 이 나라가 ‘근로·노동’을 섞어쓰는지, 또 ‘외국인근로자’가 서울말(표준말)이라 하면서, 막상 나라일터는 ‘노동부’에다가 ‘노동법’이라 하는데, 또 ‘근로기준법’이란 말이 따로 있는지 머리가 지끈거릴 만하다. 우리말 ‘일’을 쓰면 아무 걱정이 없고, 헷갈릴 까닭조차 없다. 이웃나라에서 찾아온 일꾼은 ‘이웃일꾼’이라 하면 된다. 영국에서 뛰는 손흥민 같은 사람도 영국에서는 ‘이웃일꾼’이다. 그나저나 어린이 앞에서 ‘이웃일꾼(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을 ‘노숙자’라고 깔보듯 부르는 엄마아빠란 뭘 하는 사람일까?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설프고 얼뜬 엄마아빠가 망가뜨리는 말과 삶과 나라를 아름답게 갈아엎거나 갈고닦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3.10.3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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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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