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2. 살짝 바지런하면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설 적에는 갓풀이랑 유채풀을 썰어서 씁니다. 봄에는 쑥을 썰어서 쓰고,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고들빼기풀하고 모시풀을 썰어서 씁니다.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부터 까마중풀을 썰어서 쓸 만한데, 이런 들풀은 풀벌레가 몹시 좋아하는 풀이기도 합니다. 보드라우면서 맛날 때에 뜯지 않으면 어느새 벌레밥으로 모조리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풀벌레도 사람도 저마다 바지런히 살펴야 풀밥을 먹습니다. 갓 돋아 아직 풀벌레가 건드리지 못한 잎사귀를 한 줌 뜯어서 멸치볶음에 섞습니다. 살짝 바지런하면 밥맛도 삶맛도 새롭습니다. 4348.7.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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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1. 살그마니 손짓



  만화책을 넘기는 손이 고요합니다. 칸마다 흐르는 이야기에 푹 사로잡힙니다. 아주 작은 몸짓조차 없이 바람조차 잠드는데, 문득 한손이 움직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흐르도록 천천히 한 쪽을 넘깁니다. 한손은 책을 쥐고, 다른 한손은 살그마니 움직입니다. 새로운 쪽을 넘길 적에만 바람이 다시 불고, 새로운 쪽으로 넘어가고 나면 손짓도 사그라들고 바람도 숨을 죽입니다. 두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는 마음으로 스며들고, 이동안 둘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나도 못 알아채거나 안 느낍니다. 책순이를 지켜보다가 내 어릴 적 모습을 돌아봅니다. 4348.7.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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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0. 누구나 훨훨 난다



  재미나게 노는 아이는 훨훨 납니다. 기쁘게 일하는 어른은 홀가분하게 노래합니다. 재미나니 발걸음이 가볍고, 기쁘니 걸음걸이가 사뿐사뿐 곱습니다. 신이 나서 콧노래가 흐르고 웃음꽃이 핍니다. 마음을 가만히 바꾸니, 온몸에 새로운 기운이 그득그득 흐릅니다. 재미난 마음으로 사진 한 장을 재미나게 찍고, 기쁜 넋으로 사진 한 장을 기쁘게 찍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웃고 노래하면서 뛰놀 수 있는 숨결이라면, 우리가 찍는 사진은 참말 언제나 훨훨 날듯이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해요. 누구나 훨훨 날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이 서로 사랑할 수 있어요. 4348.7.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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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9. 너 참 멋진 이웃이로구나



  고들빼기잎을 맛나게 갉아먹는 벌레 한 마리도 이웃입니다. 우리 집 풀밭에 깃들어 왁왁 곽곽 노래하는 개구리도 이웃입니다. 때때로 마당이나 뒤꼍을 슥슥 가로질러 기어가는 구렁이나 풀뱀도 이웃입니다. 거미 한 마리도 개미떼도 이웃입니다. 공벌레나 달팽이도 이웃입니다. 나무도 꽃도 이웃이고, 잠자리도 제비도 이웃입니다. 저마다 이곳에서 살아야 할 뜻하고 보람이 있어서 한집살이를 할 테지요. 수많은 이웃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로서 얼마나 기쁘며 곱게 이곳에서 삶짓기를 하는가 하고 되새깁니다. 나는 얼마나 멋진 사람일까요. 4348.7.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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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2] 놀이와 밥



  놀 생각이니?

  밥 먹을 생각이니?

  놀면서 밥 먹겠다고?



  놀이를 하면서 누릴 수 있는 밥 한 그릇이라면, 아이도 어버이도 언제나 웃는 하루가 됩니다. 그래요, 놀면서 먹고, 먹으면서 놉니다. 놀면서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면서 놉니다. 놀면서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놉니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놀아요. 놀면서 바람을 마시고, 바람을 마시면서 노는 하루입니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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