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EGGLESTON PORTRAITS (Hardcover)
Phillip Prodger / Thames & Hudson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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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1


《Portraits》

 William Eggleston

 Yale University press

 2016.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면 무척 재미있어요. 사진을 오직 사진으로만 바라볼 적에는 마음 가득 새로운 빛물결이 넘실거리는구나 싶어요. 어릴 적에 사진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어요. ‘누가 찍었나’도 대수롭지만 ‘무엇을 찍었나’가 훨씬 대수롭구나 싶었지요. 그리고 ‘무엇을 찍었나’를 살피다 보면, 제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가 가만히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고, 이이 이름을 처음에는 몰랐어도 나중에 ‘아, 그래, 어쩐지 이 사람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도 해요. 사진을 읽자면 무엇보다도 ‘알려진 작가인지 아닌지’를 모두 잊고서 ‘무엇을 찍었나’를 보면 되고, 우리 마음에 스며드는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사진을 하나하나 모으면 좋아요. 이렇게 모으다 보면 ‘저마다 다른 우리 나름대로 모은 사진’을 누가 찍었는가를 어렵잖이 깨달을 수 있고, 이런 길을 천천히 느긋하게 거치면서 사진눈을 키웁니다. 《Portraits》를 빚은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님 사진이 아주 좋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다만, 다들 ‘흑백 작품’에 풍덩 빠지던 때에 ‘무지개빛’을 볼 줄 알았기에 반가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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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레오 2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2


《밀림의 왕자 레오 2》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8.25.



  어릴 적에 《밀림의 왕자 레오》를 보던 무렵부터 어른이 되어 이 만화책을 보는 날까지 ‘사람으로 태어난 몸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가?’ 하고 느낍니다. 그린이가 우리더러 이렇게 느끼라고 만화를 베풀었을는지 모르지만, 이 느낌에서 머물지는 않습니다. 늘 이 다음을 더 생각하자고 이끌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아름답게 다스려서 서로 이웃이며 동무가 되는 길을 찾자!’는 마음으로요. 사람이 입은 몸은 많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모자라고 모자라기 때문에 더욱 머리를 써서 슬기를 빛내려 해요. 때로는 슬기가 아닌 꿍꿍셈이나 속임짓으로 빠지는데요, 이때에도 둘레에서 꿍꿍셈이나 속임짓을 따스한 사랑으로 너르게 품어서 녹이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만화가 그냥 만화일 수 없는 줄 만화로 일깨운 사람으로 테츠카 오사무를 손꼽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철학을, 평화를, 사랑을, 삶을, 노래를, 꿈을, 기쁨을, 아름다움을, 전쟁을, 바보짓을, 어깨동무를, 독재를, 사회를, 가르침과 배움을, 어버이와 아이를, 그리고 마을과 시골과 숲을 마치 교향곡처럼 만화로 들려주니, 멋진 만화책 하나는 우리 곁에 있는 살가운 길벗입니다. ㅅㄴㄹ



“레오, 너란 친구가 있으니까 말이야. 넌 사자, 난 인간이지만, 우린 마음의 끈으로 연결돼 있어!”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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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레오 3 -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


《밀림의 왕자 레오 3》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9.25.



  흰사자 레오는 아프리카 숲을 지키는 임금님 구실을 합니다. 그런데 만화책 이름은 《밀림의 왕자 레오》예요. 다만, 이는 한글판 이름일 뿐, 일본판 이름은 “ジャングル大帝”입니다. 일본말로 ‘대제’는 ‘황제’를 더 섬기는 이름이라고 해요. 왜 한글판은 ‘대제·황제’ 아닌 ‘왕자’로 했을까요? 테츠카 오사무(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을 오래도록 읽으면서도 이 대목을 궁금히 여기지 않다가 문득 돌아봅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흰사자 레오는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서 삶하고 살림을 배우는데, 이를 사랑을 바탕으로 슬기로이 배워요. 레오는 어머니 아버지한테서 ‘숲지기님’ 자리를 물려받습니다만, 언제나 스스로 차분히 다스릴 줄 알아요. 스스로 높이는 적이 없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남을 누르거나 괴롭히지 않아요. 엄청난 힘으로 숲이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걸어요. 이런 레오란 ‘숲님’이지 싶습니다. 그저 ‘님’ 한 마디이면 넉넉하고, 때로는 ‘숲벗’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벗님이기도 하거든요. 셋째 권은 레오 아들이 ‘사람 나라 도시’에서 뒤늦게 삶을 깨닫고 숲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참 애틋하게 그립니다. ㅅㄴㄹ



이것은 성이라기보다도 동물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습니다. 약한 동물들은 밤이 되면 모여들어 안심하고 푹 잠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2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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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화책시렁'이라는 이름으로

만화책 이야기를 새롭게 갈무리할 생각입니다.


만화책은 다른 책하고 견줄 수 없는 결이 흐르는 터라

만화책을 이야기하려면 그냥 느낌글을 쓸 수 없습니다.

때로는 100권이나 200권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러한 만화책을 섣불리 여느 책처럼

이야기할 수 없지요.


만화책을 이웃님한테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물 몇 해를 만화비평을 썼는데

이제 제 책상맡이며 책숲집이며

'소개글을 못 쓴 만화책'이 1000권 2000권 3000권 ... 넘게 쌓이다 보니

이제 안 돼!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런 마음은 진작에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갈피를 못 잡다가

요즈막에 겨우 실마리 하나를 풀어

짧되, 아주 짧지는 않은 틀로

이야기를 단출히 풀어내자고 생각해 봅니다.


온누리에 있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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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0.


《해녀와 나》

 준초이 사진·글, 남해의봄날, 2014.11.30.



제주 해녀를 가까이 지켜보려는 마음, 제주 해녀 곁에서 물살림을 느끼려는 몸짓, 제주 해녀를 구경거리 아닌 이웃으로 마주하고픈 뜻은 좋구나 싶은데, 사진은 그냥 그렇다고 느꼈다. 준초이라는 분이 예전에 낸 사진책이라든지 수원 화성을 찍은 사진책을 보아도, 자꾸 겉멋을 부리려는 느낌이 짙다. 《해녀와 나》라는 사진책에 붙인 글을 읽으면, 사진지기 스스로도 ‘찍힐 해녀 할머니 얼굴’이 모든 이야기를 다 들려준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대로 찍기만 해도 된다고 나온다. 그러나 이녁 사진은 그대로 찍지 못한다. 자꾸 뭔가 덧씌우거나 보태려고 한다. 사진 곁에 잔뜩 붙인 글도 수수하지 않다. 사진지기가 제주 해녀를 찍으려고 얼마나 애썼고 얼마나 다리품을 팔며 얼마나 이 사진을 여기저기에 전시하고 싶은가 하는 이야기가 그득하다. 이러면서 고은이란 사람한테 머리글을 써 달라고 바라는 이야기까지 줄줄이 흐르고, 고은이란 사람이 사진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야기도 뒤따른다. 사진책을 처음 엮을 때부터 아무 글을 안 싣겠다는 마음으로, 오직 제주 해녀 사진만 담겠다는 마음이었으면, 처음부터 아주 다르게 사진을 찍었으리라 본다. 사진에 군말을 붙이고 보면 사진에도 군더더기가 잔뜩 끼면서 겉멋이 되고 만다. 아깝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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