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11.


《조조 할머니의 마녀 수업》

 가도노 에이코 글, 시모다 도모미 그림/서혜영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11.26.



《마녀 배달부 키키》를 빚은 분이 쓴 《조조 할머니의 마녀 수업》은 조촐히 간추린 그림책이기도 하면서, 글쓴이 나름대로 그러모은 모든 마녀 이야기를 쉽게 담아낸 책이기도 하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나 정보가 아닌, 마녀라는 이름이 붙은 사람이 걸어온 길을 짚고, 마녀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뭇가시내가 얼마나 사랑 가득한 숨결로 이 별과 마을과 집을 돌보려 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글쓴이는 ‘뭇가시내 몸’에 새 목숨을 낳는 씨앗을 품는다고 적는데, 뭇가시내뿐 아니라 뭇사내도 몸에 새 목숨을 낳는 씨앗을 품는다. 어쩌면 뭇사내는 이 대목을 스스로 잊는 바람에 사랑스럽거나 넉넉한 살림길을 자꾸 잃을는지 모른다. 따스하며 너른 사랑으로 태어난 목숨인 줄 깨닫는다면 스스로 숲이 되고, 손수 숲집을 지으며, 다 같이 숲마을로 피어나는 길을 걷겠지.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어디에서도 마녀란 누구인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궁금한 두 사람은 ‘책을 거쳐 이어진 가까우면서 먼’ 마녀네 집으로 찾아가서 마녀란 빗자루로 집안을 쓸다가 바람처럼 빗자루를 타고 어디로든 날아가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즐거운 살림을 짓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풀을 읽고 나무를 알며 이웃을 헤아리기에 마녀가 된단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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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사진책은 안 뜨네.

참 싫다.

어째 이 사진책이 안 뜨나.


..


사진책시렁 2


《朝鮮民族》

 山本將文

 新潮社

 1998.9.25.



  사진찍기란 이웃을 사귀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사진읽기란 이웃을 배우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사진찍기란 동무랑 어깨를 겯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읽기란 동무랑 손을 잡고 가는 길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이웃을 사귀려는 마음이나 숨결을 사진으로 담지 않은 책을 보면 거북해요. 찍히는 사람을 이웃으로 느끼지 않으면서 사진기를 쥐다니, 너무하지 않나요? 야마모토 마사후미(山本將文) 님은 한겨레 이야기를 사진책으로 여럿 선보입니다. 아직 한국말로 나온 이녁 사진책은 없습니다만, 알게 모르게 이녁 사진책을 반기면서 장만하는 분이 있어요. 한국에는 없으니 기꺼이 일본마실길에 장만하지요. 저는 《朝鮮民族》을 두 권 장만했어요. 한국에서 하나, 일본에서 하나. 일본에서 장만한 《朝鮮民族》은 도쿄 진보초에 있는 아름다운 책집 ‘책거리’에 오랫동안 빌려주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책집 ‘책거리’를 드나드는 분들이 이 사랑스러운 사진책을 가만히 넘기면서 사진으로 이웃이 되고 동무로 거듭나는 즐거운 길을 누리시기를 바라요. 우리는 사진가 이름을 얻으려고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술을 누리려고 사진을 읽지 않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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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EGGLESTON PORTRAITS (Hardcover)
Phillip Prodger / Thames & Hudson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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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1


《Portraits》

 William Eggleston

 Yale University press

 2016.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면 무척 재미있어요. 사진을 오직 사진으로만 바라볼 적에는 마음 가득 새로운 빛물결이 넘실거리는구나 싶어요. 어릴 적에 사진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어요. ‘누가 찍었나’도 대수롭지만 ‘무엇을 찍었나’가 훨씬 대수롭구나 싶었지요. 그리고 ‘무엇을 찍었나’를 살피다 보면, 제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가 가만히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고, 이이 이름을 처음에는 몰랐어도 나중에 ‘아, 그래, 어쩐지 이 사람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도 해요. 사진을 읽자면 무엇보다도 ‘알려진 작가인지 아닌지’를 모두 잊고서 ‘무엇을 찍었나’를 보면 되고, 우리 마음에 스며드는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사진을 하나하나 모으면 좋아요. 이렇게 모으다 보면 ‘저마다 다른 우리 나름대로 모은 사진’을 누가 찍었는가를 어렵잖이 깨달을 수 있고, 이런 길을 천천히 느긋하게 거치면서 사진눈을 키웁니다. 《Portraits》를 빚은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님 사진이 아주 좋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다만, 다들 ‘흑백 작품’에 풍덩 빠지던 때에 ‘무지개빛’을 볼 줄 알았기에 반가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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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레오 2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2


《밀림의 왕자 레오 2》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8.25.



  어릴 적에 《밀림의 왕자 레오》를 보던 무렵부터 어른이 되어 이 만화책을 보는 날까지 ‘사람으로 태어난 몸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가?’ 하고 느낍니다. 그린이가 우리더러 이렇게 느끼라고 만화를 베풀었을는지 모르지만, 이 느낌에서 머물지는 않습니다. 늘 이 다음을 더 생각하자고 이끌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아름답게 다스려서 서로 이웃이며 동무가 되는 길을 찾자!’는 마음으로요. 사람이 입은 몸은 많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모자라고 모자라기 때문에 더욱 머리를 써서 슬기를 빛내려 해요. 때로는 슬기가 아닌 꿍꿍셈이나 속임짓으로 빠지는데요, 이때에도 둘레에서 꿍꿍셈이나 속임짓을 따스한 사랑으로 너르게 품어서 녹이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만화가 그냥 만화일 수 없는 줄 만화로 일깨운 사람으로 테츠카 오사무를 손꼽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철학을, 평화를, 사랑을, 삶을, 노래를, 꿈을, 기쁨을, 아름다움을, 전쟁을, 바보짓을, 어깨동무를, 독재를, 사회를, 가르침과 배움을, 어버이와 아이를, 그리고 마을과 시골과 숲을 마치 교향곡처럼 만화로 들려주니, 멋진 만화책 하나는 우리 곁에 있는 살가운 길벗입니다. ㅅㄴㄹ



“레오, 너란 친구가 있으니까 말이야. 넌 사자, 난 인간이지만, 우린 마음의 끈으로 연결돼 있어!”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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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레오 3 -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


《밀림의 왕자 레오 3》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9.25.



  흰사자 레오는 아프리카 숲을 지키는 임금님 구실을 합니다. 그런데 만화책 이름은 《밀림의 왕자 레오》예요. 다만, 이는 한글판 이름일 뿐, 일본판 이름은 “ジャングル大帝”입니다. 일본말로 ‘대제’는 ‘황제’를 더 섬기는 이름이라고 해요. 왜 한글판은 ‘대제·황제’ 아닌 ‘왕자’로 했을까요? 테츠카 오사무(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을 오래도록 읽으면서도 이 대목을 궁금히 여기지 않다가 문득 돌아봅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흰사자 레오는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서 삶하고 살림을 배우는데, 이를 사랑을 바탕으로 슬기로이 배워요. 레오는 어머니 아버지한테서 ‘숲지기님’ 자리를 물려받습니다만, 언제나 스스로 차분히 다스릴 줄 알아요. 스스로 높이는 적이 없습니다. 엄청난 힘으로 남을 누르거나 괴롭히지 않아요. 엄청난 힘으로 숲이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걸어요. 이런 레오란 ‘숲님’이지 싶습니다. 그저 ‘님’ 한 마디이면 넉넉하고, 때로는 ‘숲벗’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벗님이기도 하거든요. 셋째 권은 레오 아들이 ‘사람 나라 도시’에서 뒤늦게 삶을 깨닫고 숲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참 애틋하게 그립니다. ㅅㄴㄹ



이것은 성이라기보다도 동물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였습니다. 약한 동물들은 밤이 되면 모여들어 안심하고 푹 잠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2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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