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1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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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9


《책벌레의 하극상》 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1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책에 깔려서 죽은 아가씨가 있다고 합니다. 책을 매우 좋아하는 나머지 책에 잔뜩 둘러싸인 집에서 살다가 그만 책이 와르르 무너졌고, 이 책더미에 깔려서, 말하자면 아주 드문 죽음을 맞이한 아가씨가 있다고 해요. 이 아가씨는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그때에 다시 태어나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기를 바랐다는데, 다시 태어난 곳은 일본이 아니라고 해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나라에서 매우 가난한 집안에서 다시 태어났고, 그 나라에서는 책이란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책으로 묶는 종이도 대단히 비싸다지요. 《책벌레의 하극상》은 소설로 먼저 나온 뒤에 그림이라는 옷을 새로 입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책벌레 아가씨는 책더미에 깔려죽고 나서 넋을 다시 차릴 무렵 다섯 살 어린이 몸을, 더구나 매우 여린 몸을 받아서 태어났대요. 그런데 마음만은 옛날 책벌레 아가씨 그대로라고 해요. 예전 생각을 더듬어 어떻게든 ‘책이 있는 데’를 알아내려 하고, 마지막에는 ‘손수 종이를 빚자’고 꿈을 키워요. 책을 읽고 싶기에 손수 책을 지어야 하는데, 종이부터, 또 나중에는 연필이나 펜도 손수 지어내야 하겠지요. 가시밭길이지만 신나는 배움길입니다. ㅅㄴㄹ



‘책은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 종이도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하지? 종이부터 내가 직접 만들면 되잖아!’ (12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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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샘솟는다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도노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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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8


《사랑이 샘솟는다》

 타니카와 후미코

 도노랑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6.8.25.



  곁에 있기에 사랑이지 싶습니다. 살갗이 닿는 곁에 있을 뿐 아니라 마음이 함께 흐르는 곁에 있기에 사랑이지 싶어요. 머나먼 나라에 떨어져서 지내도 마음으로는 곁에 있습니다. 이승하고 저승으로 갈라서도 마음으로는 곁에 있어요. 참말 그렇지요. 며칠 떨어졌대서, 천 킬로미터쯤 떨어졌대서 이승저승으로 떨어졌대서 서로 따스한 숨결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랑이 아니지 싶어요. 사랑은 모든 것을 가로질러요. 사랑은 모두 품어요. 《사랑이 샘솟는다》는 여러 사람이 여러모로 얽히면서 저마다 다르지만 저마다 똑같이 피어나는 사랑이 어디에 있는가를 하나하나 짚습니다. 새롭게 살아갈 기운을 북돋아 주고, 멀리 떠나야 하더라도 마음을 남길 뿐 아니라, 어제까지하고는 다르게 씩씩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막상 안 닿습니다. 손을 가만히 내리고 눈을 감으니 어느새 숨소리를 느낍니다. 우리 사랑은 나를 꾸밈없이 받아들입니다. 우리 사랑은 내가 꾸밈없이 맞아들입니다. 새털처럼 부드럽습니다. 바람결처럼 싱그럽습니다. 꽃씨처럼 가붓하면서, 햇살처럼 눈부십니다. ㅅㄴㄹ



“그냥 사귄다면 잘생긴 사람이라든가 부자라든가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좋겠지만, 평생 함께 같이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나라도 다 받아줄 수 있는 믿음이 가는 사람일까.” (6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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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4.


《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글/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2017.9.8.



며칠에 몇 쪽씩 읽는데, 토베 얀손이라는 분이 보낸 어린 나날이 애틋하면서 싱숭생숭하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길을 보여주거나 이끌 수 있을까?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어떤 길을 보거나 배울 만할까? 어버이는 아이를 제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없다. 아이는 어버이만 바라볼 수 없다. 둘은 서로 가르칠 뿐 아니라 배우는 사이요, 저마다 새롭게 길을 가는 벗님이라고 느낀다.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이라는 책을 곁에 두며 무민이 태어난 바탕을 더 깊게 헤아려 본다. 무민은 이렇게 태어났구나. 토베 얀손 님하고 동생은 서로 이렇게 돕고 아끼면서 그림길이며 삶길이며 사랑길을 저마다 기쁘게 지피려 했구나. 책을 한참 읽다가 기다리던 누리글월을 받았다. 오사카에서 온 누리글월을 읽고서 6월 6일에 일본마실을 하자고 생각하며 비행기표를 끊는다. 며칠 안 남은 터라 부산스레 비행기표를 끊는데, 네 사람 몫을 끊자니 품이 많이 드네. 아침에 씻어 불린 쌀로 큰아이더러 밥을 안쳐 달라 말한다. 미리 마련한 반찬을 스스로 꺼내서 먹으라 이른다. 두 시간 남짓 용을 써서 비행기표를 끊으니 기운이 쪽 빠진다. 올해에는 아이들까지 나라밖으로 함께 배움길을 나선다. 고마우면서 기쁘다. 함께 배우기에 나부터 한결 자라는 어른이 되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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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3.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정경오 글, 양철북, 2018.5.21.



바다를 다녀온다. 아이들이 바다 가자고 노래할 적에는 며칠 미루었는데, 곁님이 바다에 가자고 노래하기에 냉큼 택시를 불러 길을 나선다. 아이들아, 너그러이 헤아려 주렴. 너희 어머니가 집밖으로 마실을 나가자고 하는 날은 한 해에 며칠 없잖니.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큰아이한테 헤엄질을 가르친다. 아직 헤엄질을 못 치는 몸이지만, 지난해부터 바닷물하고 사귀는 길을 깨달았기에, 내가 깨달은 대로 “몸에서 힘을 다 빼고 물살에 네 몸을 맡기렴. 바다는 너를 사랑한단다.” 하고 들려주면서 찬찬히 이끈다. 큰아이는 어느새 엎드려서 힘을 빼고 물에 뜨는 길을 알아챈다. 이 길을 알아채며 짓는 함박웃음이란! 몸을 말리고서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을 읽는데 퍽 숨이 막힌다. ‘배움(공부)’이란 대학입시만 있지 않을 텐데, 글쓴이인 교사는 너무 대학입시에만 눈길을 맞추었다. 내로라하는 대학에 안 가더라도 즐겁게 배우는 길을 함께 다루면 푸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길동무가 될 텐데. 이 책에서 ‘입시 공부’라는 힘을 아예 다 빼고서 ‘푸른 나날을 누리는 벗님’으로서 배우는 기쁨을 가만히 노래하듯이 다룬다면, 어려운 사자성어를 따서 말하기보다는 더 쉽고 상냥한 말씨로 배움길을 노래하는 배움빛이 된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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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22.


《청춘착란》

박진성 글, 열림원, 2012.8.16.



얼마나 아프고 또 아픈가 하는 이야기가 흐르는 《청춘착란》을 읽다.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며 아픔을 새삼스레 돌아본다. 아픈 이웃은 왜 아픈 이야기를 쓸까? 슬픈 이웃은 왜 슬픈 이야기를 쓸까? 모든 이야기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른다. 아프든 기쁘든, 슬프든 즐겁든, 모든 이야기는 나한테서 비롯해서 둘레로 퍼진다. 우리가 아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아픔은 둘레로 퍼져서 조금씩 수그러든다. 우리가 기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기쁨은 둘레로 번지며 조금씩 자란다. 재미있게도, 말하면 할수록, 밖으로 드러내면 낼수록 아픔은 수그러들고 기쁨은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만할까? 우리는 서로 무엇을 나눌 만한가? 아프면서도 기쁜 이야기를 꿈꾸고 그리면서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슬프면서도 즐거움을 찾고 맞아들이면서 이를 하나하나 사랑스레 담아내어 글로 펼 수 있을까? 만만하지 않으리라 여길 수 있지만, 뜻밖에 매우 쉬울 수 있다. 젊음은 어지러울 수 있지만, 어지럽기에 이 어지러운 곳에서 새길을 찾는다. 벼랑끝에 몰려서 악악 소리를 지를 수 있지만, 벼랑끝에 나아갔기에 가볍게 날아올라 바람을 탈 수 있다. 시를 쓰고 싶은 아프며 슬픈 넋은 ‘동사가 모자라다’기보다는 기쁘게 꿈꾸는 그림이 아직 없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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