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22.


《청춘착란》

박진성 글, 열림원, 2012.8.16.



얼마나 아프고 또 아픈가 하는 이야기가 흐르는 《청춘착란》을 읽다.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며 아픔을 새삼스레 돌아본다. 아픈 이웃은 왜 아픈 이야기를 쓸까? 슬픈 이웃은 왜 슬픈 이야기를 쓸까? 모든 이야기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른다. 아프든 기쁘든, 슬프든 즐겁든, 모든 이야기는 나한테서 비롯해서 둘레로 퍼진다. 우리가 아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아픔은 둘레로 퍼져서 조금씩 수그러든다. 우리가 기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기쁨은 둘레로 번지며 조금씩 자란다. 재미있게도, 말하면 할수록, 밖으로 드러내면 낼수록 아픔은 수그러들고 기쁨은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만할까? 우리는 서로 무엇을 나눌 만한가? 아프면서도 기쁜 이야기를 꿈꾸고 그리면서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슬프면서도 즐거움을 찾고 맞아들이면서 이를 하나하나 사랑스레 담아내어 글로 펼 수 있을까? 만만하지 않으리라 여길 수 있지만, 뜻밖에 매우 쉬울 수 있다. 젊음은 어지러울 수 있지만, 어지럽기에 이 어지러운 곳에서 새길을 찾는다. 벼랑끝에 몰려서 악악 소리를 지를 수 있지만, 벼랑끝에 나아갔기에 가볍게 날아올라 바람을 탈 수 있다. 시를 쓰고 싶은 아프며 슬픈 넋은 ‘동사가 모자라다’기보다는 기쁘게 꿈꾸는 그림이 아직 없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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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 - 참다운 평화를 위한 길
나가쿠라 히로미 글.사진, 이영미 옮김 / 서해문집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사진책시렁 6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

 나가쿠라 히로미

 이영미 옮김

 서해문집

 2007.6.30.



  연필 한 자루로 그려도 온갖 빛깔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무지개를 품으면서 손끝에 별빛을 실을 적에는 연필그림이 더없이 곱게 피어납니다. 알록달록 물감을 쓰기는 하더라도 마음에 무지개를 품지 않을 적에는 온통 까만 느낌이 된다든지, 아무 빛을 못 느낄 수 있어요. 어쩌면 고요히 가라앉은 빛을 무지개 빛깔로 그려낼 수 있을 테고, 환하게 피어나는 빛을 연필 한 자루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림도 처음에는 숯 한 조각으로 까맣게만 그렸을 수 있고,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흙빛으로만 그렸을 수 있어요. 사진은 처음에 한 가지 빛깔로 모든 빛을 담아내야 했는데, 어느덧 무지개빛을 고루 쓸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에 깃든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눈빛이며 낯빛이 밝습니다. 흑백 아닌 무지개빛으로 찍었기에 밝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제 고장을 사랑하며 수수하게 살아가는 숨결을 이웃으로 마주하면서 담으려 했기에, 사진으로도 밝게 마주할 만합니다. 이웃으로서 찍는 사진이 아닌, 기록하거나 다큐멘터리를 하려는 사진이었다면 밝음도 눈부심도 무지개도 없겠지요. 기록하지 않고 이웃이 되려 하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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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Sheriff Curtis (Hardcover) - Visions of the First Americans
Don Gulbrandsen / Chartwell Books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사진책시렁 5


《Edward S.Curtis, vision of the first Americans》

 Edward S.Curtis

 Chartwell books

 2011



  한국에서는 ‘에드워드 쉐리프 커티스’보다는 청년사에서 해적판으로 낸 책, 또 류시화라는 분이 살그머니 가져다쓴 사진으로 알려진 북미 텃사람, ‘the first Americans’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에드워드 커티스 님 사진을 제대로 받아들여 전시마당을 열기도 합니다만, 전시마당이 서기 앞서까지는 북미 텃사람 사진을 누가 어떻게 왜 얼마나 찍었는가는 잘 안 알려졌어요. 2011년에 《북아메리카 인디언》(눈빛)이라는 사진책이 나오기도 했는데, 막상 일본이나 미국에서 나온 사진에 대면 빛결이 퍽 엉성합니다. 예전이야 외국 사진책을 장만하기 어려웠다고 할 테지만, 요새는 아마존 누리집이나 한국 누리책집에서 얼마든지 장만할 수 있어요. 또는 외국마실을 다녀오며 장만해도 되고요. 사진 한 장을 찍을 적에 찍히는 사람 넋이 담긴다고 여긴 북미 텃사람입니다. 옳은 말입니다. 다만 우리 넋을 사진에 빼앗기지는 않습니다. 우리 넋이 사진에도 깃들어서 새롭게 피어나요. 미국 정부가 북중미에서 떼죽임잔치를 벌였지만, 그 북새통에서 북중미 텃사람 삶이며 살림을 사진으로 남겨 준 손길이 있기에, 역사와 문화를 곧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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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탈+샌달 2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7


《펜탈+샌달 2》

 강경옥

 나나

 1994.7.5.



  우리 얼굴은 우리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져요. 설마 하고 놀라신다면 ‘참말 그렇지 않나요?’ 하고 스스로 묻고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적에 어떤 얼굴이 될까요? 못마땅한 사람을 만날 적에는 어떤 얼굴이 되나요? 즐거운 일을 할 적하고 귀찮거나 성가시거나 싫은 일을 할 적에는 어떤 얼굴이 되지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날 뿐 아니라, 생각이나 느낌도 바로바로 나타나는 얼굴입니다. 《펜탈+샌달》은 두 걸음에 이르면 한결 자란 모습이 흐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사람’이 하나 있고,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사람’이 하나 있대요. 우리는 이때에 어느 쪽을 마음에 들어 할 만할까요? 그리고 내가 싫어한다는 모습으로 바뀐다는 사람 앞에서는 어떤 얼굴이나 마음이나 생각이 될까요? 좋든 싫든 우리 모습이라면, 또 좋거나 싫거나 숨길 수 없는 우리 모습이라면, 우리는 두 모습에서 우리 참삶을 깨달을 만합니다. 바보스러움을 짚어 주는 이 곁에서 스스로 고치거나 거듭날 길을 찾을 수 있고, 엉성한 구석을 톡톡 건드리는 이 곁에서 싱긋 웃으면서 함께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널 아니까 그런 거지. 무식하게 먹어댈 걸 아니까.” “그 말은 더 기쁜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 “너 왜 이래? 내가 아는 건 너의 싫은 부분들이야.” “싫은 부분도 나 자신인걸. 가끔 그걸 일깨워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은 거 같아. 그러면 고쳐나갈 수도 있잖아.” (5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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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탈+샌달 1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6


《펜탈+샌달 1》

 강경옥

 나나

 1993.4.20.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우주배를 보거나 느낄까요? 누구는 우주배란 거짓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본 적이 없다든지 보았어도 믿지 않는다면 거짓으로 여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밤하늘을 늘 바라본다거나 오래 지켜보는 사람은 반짝이면서 꼬불꼬불 내키는 대로 날아다니는 뭔가를 곧잘 봅니다. 저는 인천이나 서울 같은 곳에서는 이 불빛을 느끼지 못했으나, 시골에서 살며 날이면 날마다 밤하늘에서 이 ‘맘대로 불빛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모습’을 봅니다. 한국에서는 ‘유에프오’ 아닌 ‘우주배’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시피 하지만, 미국에서는 나라에서 이 우주배를 깊이 살핀다고 해요. 한국문학이나 한국영화는 우주배를 거의 못 다루지만, 한국만화는, 이 가운데 ‘순정만화’는 이 우주배를 아기자기하게 다루곤 해요. 재미있지요. 《펜탈+샌달》을 읽으면 ‘밤하늘 우주배를 기다리던 아가씨’하고 ‘이 아가씨를 말괄량이로만 여기는 여느 사람들’하고 툭탁거리다가 불쑥 우주배를 타고 펜탈별로 나들이를 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지구로 구경을 온다는 다른 별 사람들은 이 지구별을 멀거니 지켜보면서 무엇을 생각하려나요? ㅅㄴㄹ



“가끔 지구에 나타난다는 U.F.O.가 바로 우리 행성에서 날아온 거야. 지구 구경 겸 관광단이 가는 건데 눈에 띄면 안 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어서 그래. 원래 지구인을 납치하는 것도 불법인데, 할 수 없이 이런 일을 하게 된 거야.” (1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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