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 어린이를 위한 하종강의 노동 백과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
하종강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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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35


일하는 보람을 즐겁게 가르칠 학교
―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하종강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3.30.


노동자들은 회사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기업과 동등한 관계에서 일정한 계약을 맺어 열심히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는 존재라는 거죠. (21쪽)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유럽 나라들은 수영 코치랑 대학교수 월급이 비슷해요. 벽돌 기술자나 트럭 운전수나 의사 수입이 크게 차이가 안 나요. 자연히 교육 문제로 안달복달하지 않아요. 대학에 안 가도 넉넉하게 살 수 있으니까 입시지옥 따위가 없는 거죠. (28쪽)


  우리는 누구나 일을 합니다. 어른도 어린이도 일을 합니다. 모두 일이지만 어느 일은 일삯을 받고, 어느 일에는 일삯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가게에서 밥을 차리는 일을 하면 일삯이 있어도, 살림집에서 밥을 차리는 일을 하면 일삯이 없어요. 때로는 똑같은 일을 해도 사람마다 일삯이 벌어집니다. 일이란 무엇이고, 일하는 값어치니나 보람이란 무엇일까요?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하종강·김규정, 철수와영희, 2018)는 ‘일이란 무엇인가’를 마흔한 가지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일하는 사람이란 누구인가를 이야기하고, 일하는 사람이 누리는 보람을 이야기합니다. ‘노동·근로’라는 낱말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동자·노동권·노동법’을 찬찬히 짚습니다. 앞으로 이 삶터에서 씩씩한 일꾼이 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미리 알아두면 좋을 일 이야기를 다루지요.


다른 나라에서는 학교에서 노동의 가치를 가르쳐요. 그래서 스스로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 온 중요한 힘이 바로 노동이라고 굳게 믿어요. (30∼31쪽)

실업자에게 생계비를 주면서 끊임없이 교육을 하여 우수한 노동 능력을 갖춘 노동자로 거듭나 다시 취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선진국일수록 발달되었어요. 그런 제도를 만들면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요. (56쪽)


  다른 나라에서는 학교에서 ‘일하는 값어치와 보람’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설마 이를 안 가르칠까요? 어쩌면 이를 가르칠 겨를이 없지는 않을까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살피면 입시를 바라보는 곳이 있고, 취업을 바라보는 곳이 있어요. 한쪽은 ‘일하는 보람’을 다룰 틈이 없이 시험문제를 다루기 바쁘다면, 다른 한쪽은 ‘일하는 보람’에 앞서 더 많은 학생이 더 빨리 일자리를 얻도록 애쓰느라 바쁘다고 할 만해요.

  더 낫거나 좋은 일자리가 있을까요? 일자리를 놓고서 이 일이 더 낫다거나 좋다고 갈라도 될까요? 초등학교 교과서라든지, 중·고등학교 취업안내서를 보면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어떤 일이든 즐겁거나 보람차게 맞아들이도록 북돋우지는 못한다고 느낍니다. 도시로 가는 일자리를 다루지요. 산업으로 갈라도 3차 산업에 너무 치우치고, 요새는 나라에서 4차 산업을 외칩니다. 바탕에 있는 1차 산업이나 2차 산업은 뒷전으로 밀려요.

  삶과 삶터가 발돋움한 나라에서는 ‘어느 일자리’를 맞아들이든 일삯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이들 나라에서는 ‘어느 배움끈으로 어느 일자리를 맞아들이’더라도 일삯이 안 벌어질 만해요. 대학교 배움끈을 굳이 붙잡아야 하지 않을 적에는 ‘일하는 보람’을 비롯해서 ‘일해서 받는 일삯으로 손수 지을 삶’에 마음을 기울일 만하지요.


OECD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 한국은 저임금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아요. 부끄러운 일이지요. 한국은 연간 노동 시간도 멕시코 다음으로 2위예요. 한국 노동자가 일을 제일 많이 한다는 얘기예요. 성별 임금 격차도 1위예요. 남자가 받는 임금과 여자가 받는 임금의 차이가 가장 크다는 말이지요. 인구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도 1위예요. (60쪽)

노동자가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결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사회가 올바로 발전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사실을 학교에서 제대로 안 가르쳐요. (78쪽)


  한국은 일하는 터전이 매우 나쁘기로 손꼽힌다고 해요. 퍽 오래된 이야기인데 앞으로 좀처럼 나아질 낌새가 없답니다. 이러면서 이주노동자가 무척 많아요. 예전에는 이주노동자가 하나같이 공장노동자였다면, 요새는 시골에서 흙일을 하는 이주노동자가 매우 많습니다. 집을 짓거나 길을 닦는 곳에서도 으레 이주노동자라지요. 바닷가에서 김을 훑거나 김을 다루는 곳에서도 으레 이주노동자입니다. 머지않아 이 땅에서 볍씨를 심거나 나락을 베는 일꾼도 이주노동자가 도맡을 수 있어요.

  우리 어른은 어떤 일을 할 적에 즐겁거나 보람찰까요? 우리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앞으로 어떤 일을 이 나라 어른한테서 물려받아서 할 적에 즐겁거나 보람찰까요?

  일하는 보람이 없이는 일하는 권리를 헤아리기 어렵지 싶습니다. 사람들이 일하는 보람을 누리지 못한다면 삶터도 나라도 넉넉하거나 아름답기 어려울 테고요. 앞으로 우리 삶터하고 나아갈 길이라면, ‘더 많은 일자리’ 아닌 ‘즐거운 일자리’요, 스스로 제 마을이나 고장을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맞아들일 일자리여야지 싶습니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려고 회사에 뭔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처음부터 막아 버리는 아주 나쁜 제도가 비정규직 제도예요. (100쪽)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868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45퍼센트예요. 그런데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등 실질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통계에서 제외되었으니 비정규직 비율은 50퍼센트가 넘을 거예요. 비정규직 평균 임금은 148만 원으로, 정규직 평균 임금 297만 원의 절반가량이에요. (101쪽)


  학교는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일하는 보람’을 즐겁게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돈을 더 얻는 일자리가 아닌, 스스로 삶을 가꾸는 길에 즐겁게 맞아들일 일이란 무엇인가를 학교하고 마을하고 집에서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하는 보람을 함께 나눌 적에 정규직·비정규직을 가르는 얄궂은 사슬을 푸는 실마리를 찾을 만하지 싶습니다. 일하는 보람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푸대접이나 따돌림이나 서울바라기를 그치기란 어렵지 싶습니다.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우리 어른도 찬찬히 새롭게 새겨서 우리 일터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어른부터 보람차게 일하고, 앞날을 일굴 아이들이 아름답고 상냥하며 즐거운 일터·일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8.5.1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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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7.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조영주 글, 파사주, 2018.4.20.



한국에서 만화비평을 쓴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순정만화’를 깎아내리거나 아예 만화 역사로 안 치기 일쑤이다. 이를 진작부터 알아서 나 스스로 만화비평을 새롭게 쓰자고 생각하며 살았다. 2018년이나 2019년에 내 나름대로 누린 ‘만화읽기’를 책으로 여미려고 하는데, 마침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이 새로 나왔대서 아주 반가웠다. 이런 책을 쓴 이웃님이 있구나! 머리말에 적은 얘기는 내 생각하고 같다. 그러나 이분도 하나를 놓친다. 순정만화는 ‘가시내만 읽지 않’는다. 순정만화이고 명랑만화이고 무슨무슨 만화이고 떠나서 ‘이야기 흐르는 만화’를 사랑하는 이는 만화 갈래를 따지지 않는다. 글쓴이가 이 책에서 다루는 웬만한 작가하고 작품은 다 읽었다. 글쓴이가 밝히듯이 한국 만화잡지가 거의 모조리 무너질 무렵부터는 ‘읽을 만화책’이 나란히 사라져서 슬펐고, 나는 웹툰은 안 보는 터라, 누리그물로 옮긴 분들 작품은 모른다. ‘남자 만화비평가’는 죽어도 안 쓸 듯한 책을 써낸 글쓴이가 고맙다. 한 줄 두 줄 읽는 내내 예전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만화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만 모든 순정만화가를 못 담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누구보다 ‘강유선’ 님 이름이 빠져서 서운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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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16.


《내가 태어날 때까지》

 난다 글·그림, 애니북스, 2014.8.27.



작은아이가 한창 똥을 가릴 즈음 나온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오늘에서야 읽는다. 한동안 ‘아이키우기’를 다룬 책을 긁어모으듯이 사서 읽곤 했으나 요새는 거의 안 읽는다. 다들 어쩐지 한결같이 안 새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살림하고 책이나 만화를 쓴 분들 살림이 매우 다르다. 우리는 아이를 낳을 적에 병원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항생제를 먹지 않으며 예방주사가 무엇인지 알기에 안 맞힌다. 딱히 유기농을 챙기지 않으나 모든 밥을 기쁘게 먹자고 여기면서, 아이들하고 손수 밥살림을 짓는 길을 걷는다. 사내인 내가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아이들 똥오줌 천기저귀를 날마다 신나게 빨아서 대던 살림이고, 빨래기계를 쓴 지 몇 해쯤 되지만 아이들 옷가지나 기저귀도 으레 손빨래를 했지. 그러면 굳이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왜 읽었을까?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으로 스스로 짓는 사랑을 언제 어떻게 어느 만큼 그려내려나 하고 눈여겨보고 싶어서 읽었다. 202쪽에 꼭 한 자리 나오네. 바깥일을 하고픈 그린이로서는 ‘사람을 사랑하는 삶으로 살림을 새롭게’ 걷는 길보다는 ‘아기를 낳고도 바깥일을 언제 예전처럼 할 수 있나?’ 하고 생각하기에, 참 아쉽네 하고 느끼면서 덮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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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코 5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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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8


《히노코 5》

 츠다 마사미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4.25.



  글씨를 그려 삶을 움직인다면, 꿈을 그려 사랑을 움직일 테지요. 하늘에서 내린 재주가 있을 적에만 글씨를 그릴 수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가꾸며 하루하루 힘을 쏟기에 글씨 하나에 삶을 움직이는 숨결을 담습니다. 스스로 생각을 지으며 날마다 땀을 쏟기에 꿈을 이루는 살림으로 나아가요. 《히노코》는 다섯 걸음에 이르면서 ‘히노메한테서 물려받은 재주’를 다루는 마유미가 더욱 차분하면서 깊이 삶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 힘이 얼마나 큰가를 차츰 깨달으면서, 이 힘을 슬기로우면서 아름답게 쓸 수 있기를 바라고, 다른 한켠으로는 엄청난 힘을 품은 하느님이 아닌 ‘곁에 사랑하는 짝을 두고서 조용히 살림을 가꾸고 싶은’ 꿈을 키워요. 그런데 구름을 불러 뭇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가르는 힘만 대단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구름을 다룰 줄 아는 이만 하느님이 아니지요. 아기를 낳고 돌보며 짝꿍을 사랑하는 이도 하느님이에요. 여느 어버이도 수수할 테지만 하느님도 수수합니다. 우리 삶길은 날마다 사랑을 지펴 살림을 가꾸기에 대단합니다. 우리 꿈길은 날마다 차근차근 돌보는 손길로 보금자리를 빛내니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서로 사랑했는데 죽였다면, 상당한 이유가 있을 거야.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모른 채 적대하고 있어.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 게다가 마유라가 히노메 님의 능력을 없애도, 아니, 그 족쇄가 사라지면 더욱 왕도와 적승은 싸울 거야. 나는 그걸 막고 싶어.” (16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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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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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


《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글논그림밭

 2001.11.28.



  만화책은 때로 사회 교과서입니다. 우리 삶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글하고 그림으로 아주 잘 보여줍니다. 만화책은 때로 시집입니다. 우리 삶터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글하고 그림으로 엮어 따사로우면서 슬프게, 포근하면서 반가이 보여줍니다. 1995년에 처음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진 뒤 헌책집에서 뒤늦게 빛을 본 《부자의 그림일기》는 2001년에 새옷을 입고 나옵니다. 1995년이라는 해를 돌아보면 이때에도 사람들은, 사회는, 학교는, 만화책을 으레 비웃었습니다. ‘무슨 만화책이 사회 교과서이냐?’ 하면서 코웃음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부자의 그림일기》는 둘도 없는 사회 교과서라고 여겼습니다. 교사로 일하는 이웃님한테 제발 사회 교과서는 집어치우고 이 만화책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워 보시기를 바랐습니다. 요즈음은 좀 달라졌나 모르겠는데 적잖은 교사 이웃님은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만화’를 학교에서 아이들더러 보지 말라고 타이르는데 어떻게 만화책을 사서 함께 읽자고 하느냐고 대꾸했어요. 더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하고 슬픈 한국 그늘자리를 고이 비춘 만화책은 다시 판이 끊어졌습니다. ㅅㄴㄹ



“뽀송아, 내일부터 넌 혼자 놀아야 혀. 아빠랑 엄마가 낼부터는 들에 같이 나가도 된댜. 농약치는 일이 다 끝났거덩. 밥 많이 먹고 집 잘 봐야 혀.”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았으니 나리 땜에 워쩐대유?” “할 수 없지 워쩌.” (22쪽)


(숲노래/최종규 . 만화읽기/만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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