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핑거 2
마츠모토 코유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25


《그린 핑거 2》

 마츠모토 코유메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8.6.25.



  둘레에서 ‘똥손’이란 말을 쓰면 깜짝 놀랍니다. 똥이 뭐가 어쨌다고? 우리가 밥을 먹으면 이 밥으로 몸에서 기운을 얻고는, 땅이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똥하고 오줌을 내보냅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땅한테서 얻은 기운이라면, 우리가 내놓는 똥오줌은 땅이 얻을 기운이에요. 무엇이든 잘 빚지 못하거나 엉클어뜨리는 손이라면 ‘막손’이라 해야 알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막손이란 없어요. 어느 손이든 흙을 만져 흙손이 되고, 아이를 어루만져 사랑손이 되며, 곁님을 쓰다듬어 기쁨손이 됩니다. 《그린 핑거》 두걸음을 보면 매우 바쁘며 힘겹게 아이를 돌보던 어느 분이 ‘막손’으로도 돌볼 수 있었다던 옥잠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손길을 내밀기에 새롭게 꽃이 피어납니다. 우리 손은 ‘바쁜손’만이 아니라 ‘꽃손’입니다. 꽃을 피우는 손으로 아이들을 다독이니 웃음손도 노래손도 되고, 아이들은 새삼스레 빛손이나 꿈손으로 거듭납니다. 푸르게 물결치는 푸른손입니다. 파란 하늘을 닮은 파란손입니다. 맑은 냇물처럼 맑은손입니다. 새빨간 열매 같은 빨간손이고, 샛노란 봄꽃 같은 노란손, 봄손입니다. ㅅㄴㄹ



“난 이 녀석의 새싹을 보는 게 제일 좋다. 어린 세 자식을 끌어안고, 육아라곤 알지도 못하는 내가 아이들 키우랴 분주한 매일 속에서, 일까지 해 가며 정말 필사적이었지. 옥잠화는 거의 손이 안 가서, 그렇게 바쁜 내겐 딱 맞는 식물이었어. 초봄 아직 쌀쌀한 지상에 작고 앙증맞은 새싹을 있는 힘껏 틔우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아이들의 졸업이며 입학과 늘 맞아떨어지더라고.” (175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과 함께 : 신화편 2 - 개정판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24


《신과 함께, 신화편 中》

 주호민

 애니북스

 2012.11.16.



  오늘 우리 집에 어떤 님이 사는가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이를 거의 안 헤아렸어요. 아니, 못 헤아렸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다세대주택하고 아파트에서 어린 날을 보냈기에, 이곳에서 구렁이라든지 제비라든지 지네를 만날 일이란 없습니다. 다만 개미나 쥐는 으레 만났어요. 시골에서 살며 우리 집 어딘가 깃든 구렁이를 가끔 마주치고, 지네가 볼볼 기는 모습하고 처마 밑 제비집을 봅니다. 집하고 떨어진 뒷간이나 뒷밭이나 마당이나 울타리를 바라보면 이곳에 틀림없이 어떤 님이 깃들겠구나 싶고, 보금자리를 둘러싼 나무마다 뭇님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신과 함께, 신화편 中》을 읽으니, 우리 옛이야기에서 님, 이른바 하느님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새롭게 풀어냅니다. 살림집을 둘러싼 님을 비롯해, 한겨레가 바라보는 ‘하늘에 계신 님’하고 ‘땅에 계신 님’을 두루 짚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좇다 보면 옛날 님이 오늘에는 어디에 어떻게 있을는지 궁금해요. 오늘 우리 곁에는 어떤 님이 있을까요? 오늘 우리는 어떤 님하고 살며 어떤 이야기를 지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님을 잊은 채 서로 남남으로 지내지 않나 싶습니다. ㅅㄴㄹ



“당신은 미쳤군요. 모든 것은 당신이 결정했습니다. 어머니와 혼인한 것. 꽃감관이 되기로 한 것. 천년장자의 집에 묵은 것. 어머니를 두고 온 것. 모두 당신이 저질러 놓고, 이승을 멸망시키겠다고요?” (102∼103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5.30.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

로브 레이들로 글/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5.10.



드문드문 자전거를 탄다. 두 아이를 샛자전거랑 자전거수레에 태우는 나들이는 오늘로 끝이라고 여긴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더 탈 수 없을 만큼 키가 자랐다. 큰아이가 탈 자전거를 더 미루지 말고 얼른 장만해야겠다!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을 읽는데 숨이 막힌다. 이 책에 흐르는 괴로운 들짐승 이야기가 쿡쿡 쑤신다. 사람은 참말로 사람일까? 우리는 사람이라는 탈을 쓴 괴물은 아닐까? 한국에도 동물보호구역이 있으려나 하고 헤아려 본다. 고흥처럼 깊은 시골자락에 동물보호구역을 둔다면, 깊은 시골자락에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나 골프장이 아니라 길도 집도 어미도 잃은 가녀린 목숨이 쉴 터를 마련한다면, 지자체 행정이 참으로 이쁘리라 생각한다. 서로 이웃으로 바라보기에 아름답고,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걷기에 착하다. 저녁을 지어 함께 먹고, 달이 이쁘장하게 뜬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른다. 어느덧 봄이 저물려 한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개구리도 풀벌레도 밤새도 신나게 노래한다. 노래를 듣는 밤은 노래로 읽는 책일 테지. 밤바람이 상긋하네. 이 바람을 마시며 아이들 곁에 누워야지. 아이들은 먼저 꿈나라로 날아갔다. 자, 나도 날아 볼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짓말풀이 수사학 1
미야코 리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23


《거짓말풀이 수사학 1》

 미야코 리츠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6.1.25.



  저는 거짓말을 안 좋아합니다. 아니, 거짓말을 못 합니다. 듣기 좋다는 거짓말을 해야 할 자리도 있다지만, 제가 ‘듣기 좋은 거짓말’을 하면 다들 곧 알아챈다고 해요. 제 얼굴에 다 씌였다고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이런 얼굴로 살다 보니 ‘굳이 좋은 거짓말을 할 마음도 없던’ 터라 ‘참말만 즐겁게 하자는 마음’입니다. 《거짓말풀이 수사학》 첫걸음을 읽으면서 여러 동무를 만납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몸짓인가를 알아챌 수 있는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바로 느끼니 살기가 힘들다고 해요. 어린 나이에 집도 마을도 떠납니다. 눈속임이나 눈가림이 아닌 참살림을 헤아리는 이 아이한테 둘레에서는 하나같이 거북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왜 참말이 거북하고 거짓말이 느긋할까요? 허물없이 사귀고 착하게 어우러진다면 거짓말할 일이 없을 텐데요. 아이하고 손잡고 삶을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이라면 참다운 마음으로 살찌우는 말 한 마디를 넉넉히 북돋울 텐데요. 참은 숨지 않습니다. 거짓도 안 숨어요. 참도 거짓도 늘 얼굴에 환하게 드러납니다. 거짓도 참도 어디에서나 고이 흐릅니다. 거짓말풀이를 해내는 아이 앞길이 꽃길이기를. ㅅㄴㄹ



“네 능력은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다는 의식이 있는지를 알 수 있구나. 간단히 말해서, 그게 지레짐작이나 착각이라도 그 사람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한테 거짓말로 들리지 않는 거야.” (98∼99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22


《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하느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거나 하느님 따위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으레 헤아렸어요. 예배당에 다니는 삶은 아니었지만 왜 한국말에 ‘하느님’이 있는지부터 궁금했어요. 서양 종교가 한국에 들어와서 퍼지기 앞서 이 땅에서는 ‘하느님·해님·꽃님·바람님’처럼 ‘님’을 말했어요. 하느님은 우리 마음에 다 있고,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하느님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속 하느님을 잊는다든지, 우리 스스로 하느님인 줄 잊었다고 할 만하지 싶어요. 《신 이야기》를 가만히 읽습니다. 어느덧 이 만화책을 서른 손 넘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새롭습니다. 어설프거나 바보스레 보이는 이가 하느님으로 나오고, 이 하느님은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일깨우려 하지 않아요. 그저 사람들 곁에서 사랑을 느끼고 배우면서 새 기쁨을 나누려 합니다. 지구별 밖에서는 온힘을 쓰지만 지구별에서는 아무 힘을 안 쓰기에 누구도 이 어수룩한 사내를 하느님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마음을 여는 사람은 넉넉히 알아채요. 재미있지요, 하느님이란, 주사위놀이를 하거든요. ㅅㄴㄹ



“의장, 이런 걸로 지구인을 용서해도 괜찮을까요.” “뭐, 괜찮지 않을까. 용서하는 것이 하느님의 일이니까.” (254쪽)


“하느님, 어떡하죠? 이대로 잠시 머무를까요? 아니면 우주로 돌아갈래요? 자아, 어떡할까요? 이 맛있는 술을 다 마시고 나서 생각하죠 뭐.” “응, 그러자꾸나. 그리고 돈가스덮밥! 내일 그걸 먹고 정해 볼까?” (257∼258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