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220. 바람을 마시며 (2016.2.18.)



  우리는 바람을 마시며 달린다. 이러다가 아뿔싸, 살짝 넘어지기도 하지. 바람을 마시다가 때로는 넘어질 수 있지만, 언제나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지. 그러고는 새롭게 달리지. 우리 몸을 싱그러이 감싸는 바람을 마시고, 우리 마음을 맑게 틔우는 바람을 먹으면서, 즐겁고 기운차게 자라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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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03. 마지막 눈 (2016.2.29.)



  2월 끝자락에 지난겨울 마지막 눈이 내렸다. 어떻게 마지막 눈인 줄 아느냐 하면, 벌교만 하더라도 3월에 눈이 내릴 만하지만, 고흥은 3월에 도무지 눈이 못 내리는 포근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르지. 3월에도 갑작스레 눈이 내릴 수 있겠지. 아무튼 2월 끝날에 내린 눈을 만나면서 새 겨울이 올 때까지 마지막 눈이 되겠다고 느꼈다. 놀이돌이는 이 마지막 눈을 마음껏 누리면서 장난감 짐차를 눈밭에서 돌돌돌 굴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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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88. 아버지 자전거를 (2016.3.8.)



  이제 낡고 닳아서 더는 타지 못하는 헌 자전거가 하나 있다. 두 아이가 아직 태어나기 앞서 그야말로 신나게 달리던 자전거이다. 워낙 신나게 달리던 자전거인 터라 이 자전거를 달릴 적마다 손잡이가 후들후들 떨리는 결을 온몸으로 느꼈고, 더는 달리지 않기로 하면서 도서관 한쪽에 두었다. 자전거돌이는 두 손과 두 다리에 힘이 꽤 붙었다면서 이 자전거를 끌면서 논다. 우리 집(도서관)에 이렇게 멋진 자전거(탈것)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아주 좋아한다. 하기는, 작은아이는 이 자전거를 접어 놓은 모습만 보았지, 펼쳐서 세운 모습을 이제 처음 보았다. 한 시간도 넘게 돌돌돌 굴리면서 노는 자전거돌이를 보며 어쩐지 짠하다. 내 오랜 자전거를 좋아해 주니 몹시 고맙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자전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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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12 - 환한 물결



  한가을은 마을마다 길바닥에 나락을 펼치는 나날. 아침에 나락을 펼치고 저녁에 나락을 거둔다. 이렇게 되풀이하고 되풀이하면서 바싹 말리면 이듬해에 누릴 기쁜 열매를 갈무리할 수 있다. 나락을 펼친 길바닥에는 나락내음이 번지면서 온마을을 휘감는다. 눈부신 볕을 받으면서 나락은 한결 환하고, 따사로운 숨결을 받으면서 마을은 한껏 싱그럽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사진/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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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11 - 풀덩굴 얽힌 고인돌



  풀덩굴 얽힌 고인돌을 본다. 아이들하고 때때로 이 고인돌에 찾아가서 올라타기도 하고, 가만히 귀를 대기도 하며, 이 돌에 올라앉아서 하늘바라기를 하기도 한다. 언제 누가 왜 이 자리에 이 돌을 놓았을까 하고 헤아리다가, 오늘 내가 선 곳에서 두 다리를 어떻게 디디는가를 생각한다. 밭 귀퉁이를 넓게 차지하니 성가실 수 있는 돌이지만, 달리 보면 밭 귀퉁이에 좋은 쉼터가 있는 셈이기도 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사진/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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