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228. 물을 주자 (2016.4.12.)



  밭을 일구어 씨앗을 심으면 두 아이는 저마다 제 몸에 맞게 그릇을 챙겨서 물을 떠서 나른다. 살살 부어 주렴. 물을 주면서 “사랑해” 하고 얘기해 주렴. 너희가 웃는 얼굴로 물을 줄 적마다 씨앗이 기지개를 켜면서 이제 깨어나 볼까 하고 생각을 하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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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27. 골짝물 입맞춤 (2016.3.26.)



  손을 대지 않고 골짝물 마시기를 한다. 손을 대지 않으려면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서 입으로 마시면 되겠지. 골짝물 입맞춤을 하면 되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내밀어 가만히 아주 가만히 골짝물을 한 모금 마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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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25. 민들레 목도리 (2016.4.7.)



  어머니한테서 배운 뜨개질로 ‘실가락지’를 떠서 손가락에 끼운 살림순이가 들마실을 하다가 노란 민둘레가 잔뜩 핀 곳을 보더니 세 송이를 꺾는다. 민들레꽃을 손에 쥐고 걷는가 했더니 어느새 가락지를 손에서 끄른 다음 민들레한테 둘러 준다. “이거 봐. 민들레 목도리야.” 이 봄에 민들레한테 목도리를 선물로 해 주는구나. 그래, 끈이 아니라 목도리야. 네 손가락에서는 가락지가 되듯이, 민들레 꽃줄기에서는 목도리가 되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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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39. 2016.3.15. 제비꽃고리



  한창 평상을 손질하는데 큰아이가 평상 둘레에서 얼쩡거린다. 얼쩡거린다기보다 평상을 새로 놓으려는 처마 밑에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었기 때문에 돌아본다. 나도 아침저녁으로 이 제비꽃무리를 들여다본다. 제비꽃무리를 살피는 큰아이는 꽃송이를 하나 딴다. “어, 반지 하려고 했는데 길이가 짧네. 꽃아 미안해, 하나 더 딸게.” 꽃순이가 된 아이는 세 송이째 딴 뒤에야 비로소 손가락에 꽃고리를 엮는다. 고마운 제비꽃이로구나. 꽃순이한테 꽃고리를 베풀어 주었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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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41. 나도 못 박을래 (2016.3.12.)



  우리 살림순이도 못을 박고 싶다. 우리 집에 망치가 셋 있으니 두 아이가 하나씩 쥐고는 못을 빼고 박는 놀이를 한다. 어떠니? 잘 빠지니? 잘 박히니? 못질은 힘으로 하지 않아. 힘은 망치에 있고, 우리는 망치가 못을 잘 때려서 척척 들어가도록 거드는 구실만 하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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