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

 


  노래하는 한돌 님 노래를 테이프나 레코드로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디로 듣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살펴 디지털파일로 몇 가지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내가 고이 건사하며 하루에 몇 차례 듣던 노래테이프는 어디론지 사라져 없는데, 내가 참 듣고 싶은 노래는 디지털파일로 없습니다. 노래 한 가락에 600원씩 주고 장만해서 듣다가 가만히 생각합니다. 〈먼지 나는 길〉이라는 노래는 앞으로 디지털파일이 나올 수 있을까요. 누군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 널리 알릴 수 있을까요. 시이기에 노래이고, 노래이기에 삶인 〈먼지 나는 길〉 노랫말을 찬찬히 되새깁니다. 시를 쓰기에 노래를 짓고, 노래를 짓기에 삶을 누린 한돌 님 노랫가락을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나는 시를 쓰면서 삶을 짓고 싶습니다. 나는 삶을 지으면서 사랑을 누리고 싶습니다. 나는 사랑을 누리면서 꿈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꿈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엮고 싶습니다. (4345.5.27.해.ㅎㄲㅅㄱ)

 


먼 길을 지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때가 묻었지
때 묻은 내 모습 바라보며 사람들은 놀려댔지
내 모습 보고 싶어 나를 만나고 싶어
슬픈 내 이름을 불러 본다 오늘도 먼지나는 길

 

천국이 어디냐고 길을 묻는 사람이 있어
십자가의 종소리는 오늘도 주님을 믿으라 하네
주님은 어디 계신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하늘엔 하느님이 너무 많다 오늘도 먼지나는 길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가르침도 배움도 아니었어요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선생님의 눈물 속에 맴도는 우리의 모습
길마다 공사중인 내 나라는 오늘도 먼지나는 길
먼지나는 이 길 위에
우리가 빗물이 되어
어린 햇살 반짝이는 그 마음에
비 개인 아침이 되자

 

(한돌 님 이야기책 하나가 있는데, 참 검색하기 힘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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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딸기 책읽기

 


  들딸기가 익는다. 들딸기는 스스로 씨를 퍼뜨리고 줄기를 뻗친다. 사람 손길이 타서 들딸기를 잘 따먹으면 이듬해에는 훨씬 더 많이 맺힌다고 한다. 올봄 우리 식구들 들판과 밭둑에서 들딸기를 실컷 따먹을 테니, 다음해 봄에는 더욱 많이 맺히는 바알간 열매를 만날 수 있겠지. 5월 23일은 아직 터질 듯 여물지 않았으나, 다섯 살 딸아이는 하나둘 냠냠 따먹는다. 딸아이는 혼자서만 먹지 않고 손바닥에 예쁘게 올려놓고 먼저 한 번 보여주고 나서 먹는다. 며칠 더 지나면 바알간 알갱이가 한껏 부풀어 더 달고 한껏 푸르며 맑은 봄내음이 어떠한가를 느끼도록 해 주리라 생각한다.


  봄을 먹고, 봄을 마시며, 봄을 누린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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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씨 책읽기

 


  민들레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꽃을 피운다. 민들레는 줄기를 높게 올려 씨를 흩날린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꽃을 피우는 민들레인 줄 예전부터 알았지만, 막상 민들레가 씨앗을 퍼뜨릴 때에는 줄기를 높이높이 올리는 줄 ‘늘 바라보며 살았’어도 정작 제대로 깨닫거나 알아보지는 못했다.


  어떤 씨앗을 어디로 날리고 싶어 줄기를 이렇게 높이높이 올릴까. 어느 아이가 줄기를 똑 따서 신나게 후 불어 주기를 바라며 이렇게 높디높은 줄기를 뻗을까. 줄기를 뻗어 씨앗을 널리 흩뿌리고 난 다음, 민들레 삶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꺾인 줄기는 어떻게 아물까. 꽃도 씨앗도 줄기도 없는 민들레 잎사귀는 남은 삶을 어떤 꿈을 꾸며 보낼까. 꽃도 씨앗도 줄기도 없이 땅바닥에 납작 잎사귀 붙이며 끝삶을 누리는 민들레를 알아보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아이들과 흙땅을 밟으며 민들레하고 실컷 논다. (4345.5.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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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눕는 책읽기

 


  돌을 막 지난 둘째 아이가 마룻바닥을 뒹굴면서 논다. 아예 드러누워 논다. 서재도서관 마룻바닥은 아이들한테 좋은 쉼터이자 놀이터요 책터이고 삶터 구실까지 한다. 아직 바닥을 깨끗하게 닦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먼지가 좀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기고 뛰고 구른다. 아이들 옷은 금세 지저분해진다. 아이들 옷이며 손이며 금세 까맣게 바뀐다. 마음껏 구르며 논 다음, 신나게 뒹굴며 논 다음, 다 같이 마을 샘가로 간다. 샘가에서 모두 씻는다. 묵은 옷은 벗는다. 햇볕을 조금 쬐고 나서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러고 또 논다. 놀고 놀며 다시 논다. (4345.5.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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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붓꽃 책읽기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노랑붓꽃이 곱게 핀다. 마당 한쪽에 노랑붓꽃이 있는 줄 몰랐다. 꽃이 피고서야 비로소 노랑붓꽃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다른 풀도, 다른 나무도, 잎이 돋거나 꽃이 피지 않고서야 좀처럼 알아보지 못한다. 나뭇가지만 앙상히 있을 때에 어떤 나무인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아주 조그마해서 티끌이나 흙알 같아 보이는 풀씨를 바라보며 정작 풀씨인지 아닌지 가누지 못한다.


  그러나, 꽃으로 피어나기 앞서도 꽃이요 풀이며 나무이고 목숨이다. 꽃으로 곱게 피어나기 앞서도 어여쁜 꽃이며 풀이고 나무이자 목숨이다.


  가슴속에 품은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씨앗이다. 마음속에 안은 아리따운 꿈이 있는 목숨이다. 이제 노랑붓꽃은 한창 꽃내음 들려주다가 천천히 지겠지. 노랑붓꽃이 지고 나면, 아하 이 풀잎이 노랑붓꽃잎이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우리 집 마당뿐 아니라 길가에서도, 들판에서도, 멧자락에서도, 이와 비슷한 풀줄기를 바라보면 ‘이 풀줄기는 어떤 꽃을 피울까’ 하고 생각하겠지. (4345.5.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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