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느끼는 대로 사진을 찍는다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26] 로버트 코왈크직(Robert Kowalczyk), 《Morning Calm》(Dawn press,1981)

 


 1969년에 평화봉사단과 함께 한국에 와서 세 해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고 하는 로버트 코왈크직(Robert Kowalczyk)이라고 하는 분은 1972년부터 일본 교토에서 살면서 사진을 찍고 대학교수로 일했다고 합니다. 바지런히 찍은 사진은 일본과 한국과 미국에서 선보였고, 이 가운데 한국에서 담은 한국 이야기를 《Morning Calm》(Dawn press,1981)이라는 책에 담아 일본과 미국에서 나란히 펴냅니다. 이 사진책은 로버트 코왈크직 님으로서는 첫 사진책이라 하는데, 이 사진책 뒤로는 네팔 카트만두와 포카라 골짜기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이분은 ‘명희(Myung-Hee)’라는 분하고 혼인해서 ‘킴벌리(Kimberlye)’라는 아이 하나를 두었답니다. 사진책 《Morning Calm》에 담은 수채그림은 옆지기 명희 님이 그렸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모두 사진책 《Morning Calm》 책날개에 영어로 적힙니다. 로버트 코왈크직이라고 하는 분 발자취는 한국땅에서 거의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한국사람들 삶자락 담은 사진책을 내고 사진잔치를 열며 한국 아가씨랑 혼인해서 아이를 낳기도 했으니, 한국이라는 나라를 퍽 사랑하며 아끼리라 보는데, 다른 잘 알려진 숱한 ‘한국에 뿌리내리는 외국사람’과 달리, 이분 이름은 깊이 숨겨집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헌책방이 있고 주한미군이 있습니다. 한국땅 헌책방 가운데 이 사진책을 받아들여 예쁘게 꽂은 데가 있었습니다. 주한미군 도서관은 부대에 새로 들어오는 병사가 읽을 수 있도록, 미군부대가 들어선 나라가 문화와 예술과 삶이 어떠한가를 알려주거나 가르치려고 온갖 책을 두루 갖추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갖춘 책들이 좀 묵거나 낡으면 ‘주한미군 부대가 있는 나라 헌책방’에서 돌려읽힐 수 있게끔 내놓습니다. 지난 1960∼70년대뿐 아니라 1980∼90년대에도, 2000∼10년대까지도, 주한미군 도서관은 한국땅 헌책방에 ‘꽤 좋으며 괜찮은 미국책’을 꾸준히 많이 내놓습니다.

 

 내 손으로 들어온 사진책 《Morning Calm》은 ‘US Army camp Red Cloud’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붉은구름 미군부대’라 할 텐데, 서울 용산에 있다고 합니다. 도서관 대출종이가 그대로 있어 이 사진책을 얼마나 읽었는가 살필 수 있는데, 1983년 1월 24일에 도서관에 들였고, 이때부터 꾸준히 읽힌 다음 2001년 7월 3일을 끝으로 더는 읽히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 사진책 《Morning Calm》에 실린 한국 모습은 1970년대입니다. 1981년에 나온 사진책 모습은 끝없는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에 발맞추어 하루가 다르게 바뀌거나 무너집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 무렵이면 꽤 아스라이 멀어진 옛이야기로 여길 만한 모습이에요. 2000년대가 될 무렵이면 좀 생뚱맞게 여길 만한 모습일 수 있어요. 미국땅에서 한국땅 미군부대에 새로 찾아오는 군인한테는 1970년대 모습을 담은 1981년 사진책이 더는 쓸모있다 하기 어렵습니다. 2000년대와 2010년대 미군부대에서는 새로운 ‘한국 이야기 깃든 모습 담은 사진책’을 갖추려 하겠지요. 게다가 이 사진책은 도시가 아닌 시골을 보여줍니다.

 

 문득, 조지 풀러라는 미국사람이 한국전쟁 언저리에 찍은 무지개빛 사진을 담은 《끝나지 않은 전쟁》(눈빛,1996)이라는 사진책이 떠오릅니다. 한국전쟁 무렵 한국땅 모습과 여느 한국사람 이야기가 이 작은 사진책에 꽤 알뜰히 실립니다. 게다가 까망하양 사진이 아닌 무지개빛 사진입니다.

 

 

 

 

 

 

 

 

 무지개빛 사진으로 들여다보는 1950년대 첫머리 여느 한국사람 모습은 ‘그리 지저분하’거나 ‘그닥 꾀죄죄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끼니 잇기 수월찮은 한국 어린이일 텐데 입성은 그럭저럭 수수합니다. 햇볕에 그을리고 흙땅을 밟는 흙빛 얼굴입니다. 까망하양 사진으로만 들여다본다면 자칫 ‘많이 시커멓게만’ 보일 얼굴이겠으나, 무지개빛 사진으로 들여다보니 아주 싱그러우며 튼튼해 보이는 ‘흙빛’ 얼굴이요 차림이에요.

 

 사진책 《Morning Calm》은 까망하양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 나오는 어른이나 어린이도 자칫 ‘많이 시커멓게만’ 보인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코왈크직 님은 당신이 마주하는 한국사람을 ‘그리 추레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닥 꾀죄죄하’게 보이는 모습으로는 찍지 않아요. 당신이 좋아하는 결을 살려 사진을 찍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이웃을 헤아리며 사진으로 옮깁니다. 그러고 보면, 로버트 코왈크직 님은 한국 아가씨와 짝을 지었습니다. 한국을 사랑하면서 한국 아가씨하고 짝을 지었을 테고, 한국을 사랑하는 손길과 마음길로 두 사람 뜻을 사진책 한 권에 곱게 실었겠지요.

 

 

 

 

 

 

 

 

 “The pure, uncluttered atmosphere of the Korean countryside seemed capable of reaching buried chords in the heart of modern man. Nostalgia? Yes. but, also something more than a mere longing for things past. For the feelings presented by the people and places of the Korean coutryside are touching not because they are lost, but because they are here, some where, amid the problems and complexities of our lives. Perhaps in order to see these very important values we must in some way change the focus of our vision and allow ourselves the benefits of true gifts offered.”라는 말마디를 곰곰이 되새깁니다. 로버트 코왈크직이 사진으로 담은 한국 모습은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왔을 때인 1969년부터 1971년까지 바라본 모습입니다.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이 한창 불타오르던 무렵이기도 하고, 시골마을 사람들 삶이 배어나는 사진이지만 이런 자국이 곳곳에 살짝 스며들곤 합니다. 고즈넉하면서 어여쁜 시골마을이지만, 이러한 시골마을까지 ‘슬픈 도시 물질문명’이 파고들려 해요. 돈을 더 벌라고, 돈을 더 쓰라고, 기계를 더 들이라고, 텔레비전을 보라고, 자꾸자꾸 무언가를 부추깁니다. 흙을 일구며 살아오던 이 겨레는 서로서로 돕고 아끼면서 살림을 곱게 꾸렸는데, 이 고운 살림을 스스로 저버리도록 무언가 자꾸 꼬드기며 시골을 망가뜨립니다.

 

 

 

 

 

 로버트 코왈크직 님 ‘한국 시골 사진’은 이 대목 이 갈림길에 선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라지려 하기에 더 예쁘게 감싸’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잊혀지거나 사라지고 만 모습이기에 꿈 같은 모습이라고 추켜세우지 않습니다. 좋은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사진으로 말합니다. 맑은 터전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맑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사진으로 얘기합니다.

 

 살아가는 빛이 드러나는 사진입니다. 살아가는 빛을 가만히 살펴 찬찬히 선보이는 사진입니다.

 

 1969∼1971년 사이에는 이무렵대로 아름다운 빛이 이 땅에 감돌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덧 이때부터 마흔 해를 지난 2010년대에는 2010년대대로 아름다운 빛이 이 땅에 감돌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옛날과 오늘날은 다릅니다. 옛날과 같은 모습을 오늘날에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옛날은 옛날대로 아름다이 느끼며 누리는 삶입니다. 오늘날은 오늘날대로 어여삐 느끼며 누리는 삶이에요. 옛날에도 수도물을 마셔야 하던 사람들이 있고, 오늘날에도 맑은 냇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요. 옛날에도 자가용을 몰던 사람들이 있으며, 오늘날에도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름답게 얼크러지는 꿈을 꾼다면 아름답게 일구고 싶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꿈을 꾼다면 사랑스레 일구고 싶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넋이 삶이 되고, 삶이 사진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4345.2.28.불.ㅎㄲㅅㄱ)


― Morning Calm (로버트 코왈크직 사진,Dawn press 펴냄,1981)

 

 

 

 

 

 

 

 

 

 

 

 

 

 

 

조지 풀러 사진책은 알라딘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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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센티미터 책읽기

 


 2012년 2월 25일, 첫째 아이 키가 99센티미터이다. 지난 두 달 사이에 0.8센티미터 자랐다. 더딘지 빠른지 알 길이 없다. 어찌 되었든 아이는 날마다 조금씩 자란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보면 아이 머리통이 내 턱을 툭툭 칠 뿐 아니라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머리통이 턱 가로막기 일쑤이다.

 

 첫째 아이는 키만 크지 않고 몸무게도 천천히 는다. 아직은 첫째 아이를 가슴으로 안아서 걸어갈 수 있지만, 오래지 않아 첫째 아이를 가슴으로 안아 걸을 수 없을 만큼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느는 날을 맞이할 테지. 그때에는 등으로 업기에도 벅찰는지 모른다. 바야흐로 어버이가 아이를 업는 삶에서 아이가 어버이를 업는 삶으로 달라지리라.

 

 그동안 얹혀살던 집이었지만 이제 이곳은 우리 집이기 때문에 문 한쪽에 연필로 아이 키를 재서 자국을 남기기로 한다. (4345.2.2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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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사진으로 걷는 길
 ― 유럽·미국·일본 아닌 한국에서 사진삶

 


 내가 유럽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걸었다면 어떠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마 유럽 여러 나라 사진책을 두루 살피면서 사진삶을 일구었겠지요. 때로는 미국 사진책을 살피고 때로는 일본 사진책도 보기는 할 테지만, 유럽에서 나고 자란 나는 ‘유럽 눈길로 사진을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걷는다면 이와 비슷하리라 느낍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진책을 고루 살피면서 사진삶을 일굴 텐데, 때때로 유럽 사진책을 들추고 가끔 일본 사진책을 살피겠지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나라면 ‘미국 눈길로 사진을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내가 일본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걷는다면 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사진책에다가 일본에서 옮겨 펴내는 유럽과 미국 어마어마한 사진책을 잔뜩 볼 테니까요.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나일 때에는 ‘일본 눈길로 사진을 받아들이기’ 마련일 터이나, ‘일본과 지구별 눈길을 아울러 갖출’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걷습니다. 유럽도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사진책’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유럽과 미국 사진책을 어마어마하게 옮겨 펴내는 일’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책이나 강의를 살피면 으레 ‘유럽과 미국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남기거나 날리는 몇몇 사람들 사진’ 울타리에 갇힙니다. 한결 깊거나 한껏 너른 사진누리를 이야기하거나 다루지 못해요. 그렇다고 한국하고 가까운 일본 사진책을 찬찬히 살피는 문화나 제도나 시설 또한 없습니다.

 

 이래저래 돌아보면 안타깝거나 슬프거나 모자란 모습투성이입니다. 그러나, 나는 주눅들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만큼 이 아픈 모습을 남김없이 느끼며 바라볼 만합니다. 이 아프며 슬픈 모습을 고스란히 받아먹으면서, 내 나름대로 헌책방과 새책방을 뒤져 ‘유럽과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온갖 사진책’을 스스로 장만해서 읽습니다. 도서관에 없는 사진책이니까 나 스스로 내 돈을 그러모아 장만해서 읽습니다. 한국에서 옮겨지는 ‘세계사진역사 다룬 책’에서는 몇몇 사진쟁이 이름만 끝없이 되풀이할 뿐이니, 나 스스로 ‘세계사진역사 다룬 책’에 이름 안 실리는 수많은 사진쟁이들 꿈과 사랑은 어떤 이야기로 나타났을까를 그리며 ‘안 알려졌다고 하는’ 사진책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읍니다.

 

 프랑스로든 영국으로든 독일로든 이탈리아로든 사진을 배우러 떠날 만합니다. 미국으로든 일본으로든 사진을 배우러 갈 만합니다. 사진이 태어난 곳에서 사진을 마음껏 누릴 만합니다. 사진을 빛내는 곳에서 사진을 실컷 맛볼 만합니다.

 

 그리고, 사진이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는 이 나라 한국에서 사진삶을 내 깜냥껏 일굴 만합니다.

 

 꽃이 피기 어려운 춥고 메마른 겨울이라 하더라도 곧 새봄이 찾아오리라 믿으며 튼튼한 겉옷을 입고 따순 날씨 기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 새눈처럼, 나는 내 슬기를 빚고 내 넋을 가다듬으면서 스스로 꽃이 되도록 힘쓸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사진꽃으로 피어날 사진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내가 유럽이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태어나 사진길을 걸었어도, ‘더없이 좋은 사진누리’에서 ‘사랑 가득 담긴 새로운 사진꽃’을 헤아릴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도 ‘스스로 사진꽃이 되자’ 하는 다짐을 못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터전이란 없고, 더 빛나는 뜻은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아낄 수 있는 사랑이라면 넉넉합니다. 오늘 하루를 누릴 수 있는 사랑이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란 더 값진 장비로 빚는 예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란 값싼 장비이든 값진 장비이든, 내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손에 쥔 사진기 하나로 바로 오늘 이곳을 즐거이 담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어여쁜 아이들이 웃습니다. 찰칵, 사진 한 장 찍습니다. 내 고운 옆지기가 뜨개질을 합니다. 찰칵, 사진 두 장 찍습니다.

 

 ‘세계사진역사 한켠’에 우리 집 어여쁜 아이들 사진이 굳이 담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사진예술 한구석’에 내 고운 옆지기 사진이 꼭 실려야 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삶을 담는 사진일 때에 좋습니다. 내가 누리는 삶을 나누는 사진일 때에 빛납니다. 사진은 빛을 담는 사랑입니다. 사진은 그림자를 빛내는 삶입니다. (4345.2.2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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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2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아름다운 마음이어야 하는 것. 당연한 건데 새삼 느낍니다. ^^

숲노래 2012-02-27 20:28   좋아요 0 | URL
가장 쉽고 마땅한 생각이지만,
가장 쉽고 마땅해서
으레 잊는 듯해요..
 


 잠자는 꽃 책읽기

 


 아직 겨울인 2월 끝무렵은 동짓날을 생각하면 해가 퍽 길지만, 봄이나 여름을 헤아리면 해가 꽤 짧습니다. 낮 서너 시를 지나면 차츰 기울고, 너덧 시쯤 되면 뉘엿뉘엿 해질녘입니다. 해질녘 아이와 함께 고샅길을 걷다가 아침에 들여다보던 봄까치꽃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송이는 거의 다 오므렸습니다. 이제 따순 햇볕이 고개 넘어 지니, 이 꽃들도 꽃잎을 앙 다물며 새근새근 잠들고 싶은 듯합니다. 이러다가 새벽을 지나 동이 트며 차츰 따뜻한 새날이 찾아오면, 밤새 오므리던 꽃잎을 벌려 새 햇살을 넉넉히 받아먹겠지요.

 

 새벽에 잠을 깨고 아침에 활짝 펴서 낮에 흐드러지며 저녁에 곱게 잠듭니다. 고요한 하루이고 즐거운 삶입니다. 맑은 소리이고 좋은 가락이며 기쁜 꿈입니다.

 

 생각해 보면, 식물도감에 ‘활짝 핀 꽃망울’ 그림이나 사진만 실을 뿐, ‘잠자는 꽃망울’ 그림이나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그림책이든 사진책이든 꽃을 다루는 이들이 활짝 피는 꽃망울처럼 고요히 잠드는 새근새근 꽃자락을 나란히 보여주는 일이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두 얼굴이나 두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온삶을 살피고 온넋을 헤아리며 온빛을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4345.2.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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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5 10:37   좋아요 0 | URL
저 아래 피었던 녀석들이 저렇게 옹크리고 자는건가요?
진짜 그런건가요? 이파리는 비슷한데.... 피곤한가봐요, 다들, 잘두 자는군요. ^^

숲노래 2012-02-25 11:04   좋아요 0 | URL
저 아래하고 같은 꽃이에요.
저녁이 되면 다들 이렇게
새근새근 자요~

진주 2012-02-25 20:52   좋아요 0 | URL
그쪽은 많이 따스한가봐요.
봄까치 꽃이 벌써 피었네요.
여기선 개불알꽃이라고 해야 알아 들어요^^;;

숲노래 2012-02-25 22:05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꽃이 봉오리를 굳게 다물었네요~
 


 봄까치꽃 책읽기

 


 2월이 막바지인 철, 도시에서는 어떤 꽃이 봄을 부를까 궁금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2월 막바지에 어떤 꽃을 어디에서 맞이할까 궁금합니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2월 막바지에도 골목집 꽃밭이나 마당 한켠에서는 자그마한 들꽃이 피곤 합니다. 골목동네 사람들 발길 뜸한 흙땅 한쪽에서는 조그마한 들꽃이 새숨을 틔우곤 합니다.

 

 2월 막바지, 시골 논둑과 밭둑에는 선 채로 바라보아서는 좀처럼 눈에 잘 안 뜨이는 파란 빛깔 작은 꽃송이가 흐드러집니다. 아이와 함께 논둑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꽃들을 바라봅니다. 볕이 잘 드는 자리일수록 꽃무리가 흐드러진 봄까치꽃입니다. 손톱만 한 꽃잎을 활짝 펼친 봄까치꽃이 있고, 바야흐로 꽃잎을 활짝 펼치려는 봄까치꽃이 있습니다. 다섯 살 아이는 한참 봄까치꽃을 구경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신발에 새겨진 꽃 무늬를 가리켜 “내 신발에도 꽃이 피었네.” 하고 말합니다.

 

 들에도 멧자락에도 마당에도 아이 얼굴에도 조그마한 꽃송이 예쁘게 어우러집니다. (4345.2.2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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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5 10:39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는 아직도 길가에 얼음이 쌓였답니다.
된장님 동네는 조금 더 따뜻한가 봅니다. 벼리가 외투도 안 입고 외출한거 보면.

봄까치꽃인가요? 이름이 참 곱네요~

숲노래 2012-02-25 11:05   좋아요 0 | URL
그러나 학명은 개불알꽃이에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