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게를 품다 (2021.7.15.)

― 제주 〈시인의 집〉



  어제는 저녁 여섯 시 무렵 일찌감치 길손집에 들었습니다. 고흥집에서 녹동나루까지 자전거를 몰았고, 제주나루에 내려서도 한참 자전거를 타느라 온몸과 등짐이 땀으로 흥건해요. 빨래부터 하고 땀내음을 씻어야겠다고 여겼는데, 이튿날인 오늘 아침까지 치마바지가 덜 마릅니다. 오늘도 자전거를 신나게 몰 테니 다시 땀범벅일 테고, 덜 마른 치마바지를 입고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섭니다.


  꽃송이처럼 피어나는 구름을 올려다보면서 달립니다. 해도 구름도 좋은데 자전거로 움직이는 분은 아무도 안 보입니다. 길에 자동차는 엄청 많습니다. 열일곱 해쯤 앞서 푸름이를 이끌고 자전거를 달릴 적에 지나간 조천 마을길을 오늘 새로 만납니다. 돌담길을 천천히 지나 〈시인의 집〉을 알리는 조그마한 이름판을 봅니다.


  마을책집 마당에서 땀을 들이고 손낯을 씻습니다. 한참 땀을 식히고서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땀을 실컷 뺐으니 뜨거운 잎물(차)을 마십니다. 땡볕에 자전거를 한참 탈 적에는 찬물을 섣불리 마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뜨겁거나 따듯한 물을 마셔야 몸이 사르르 풀려요. 달아오른 몸에 찬물을 넣으면 속이 다칩니다.


  바다하고 하늘이 만나는 곳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곳을 가볍게 돌다가 구석자리에서 슥 움직이는 아이를 봅니다. “넌 어떻게 들어왔니?” 여닫이를 활짝 열어 놓았기에 살그머니 들어온 듯합니다. “너, 여기에서 스스로 못 나갈 듯한데?” 왼손을 살그마니 펴고 오른손으로 슬슬 밀어서 품습니다. “자, 이제 너른바다로 가렴.” 바닷게를 내보냅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하는 님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젖을 달라며 우는 소리도 노래요, 젖을 빠는 소리도 노래이고, 기저귀에 응가를 하고서 아버지를 부르는 아이 목소리도 노래입니다. 똥오줌기저귀를 복복 비비고 헹구어 삶은 다음 마당에 널어 해바라기를 시킬 적에 마르는 소리도 노래요, 아이를 안고 업으며 마실하는 발걸음 소리도 노래예요. 땡볕에 자전거를 달리며 길바닥에 주루룩 흘러내리는 땀방울 소리도 노래이고, 건널목에서 푸른불을 자동차가 기다릴 적에 풀밭에서 퍼지는 가느다란 풀벌레소리도 노래입니다.


  이 모든 노래에 글씨라는 옷을 입히니 글(문학 또는 시)이 됩니다. 소리를 무늬처럼 그리기에 글이요, 소리에 빛깔을 입히기에 그림이에요. 늘 아이들을 뒤에 태워서 달리던 자전거를 아주 오랜만에 혼자 달렸습니다. 비록 혼잣몸으로 달리지만, 등쪽에서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몸은 떨어져도 마음은 함께 있으니 노래를 들어요. 우리 말소리는 말빛으로, 우리 눈망울은 눈빛으로 늘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그대라는 문장》(손세실리아, 삶이보이는창, 2011.2.13.)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염무웅, 창비, 2021.6.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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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2021.7.9.)

― 인천 〈나비날다〉



  나누면서 비운다는 뜻으로 〈나눔과 비움〉이란 이름으로 2010년에 인천 배다리에 깃든 책집은 2021년에 ‘동성한의원’ 자리를 여럿이 함께 빌리면서 알맞게 칸을 갈라 마을책집 살림을 잇습니다. 지난 열두 해 사이에 〈나비날다〉란 이름으로 피어난 이곳은 나비(고양이)랑 함께 느긋하면서 푸르게 책자락을 돌아보려는 눈빛을 펼쳤어요.


  길고양이를 안 좋아하는 분도 있으나 마을고양이로 여겨 꾸준히 나비밥을 그릇에 놓는 분도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내쫓는 분도 있지만 길동무나 삶벗으로 여겨 마음을 나누는 분도 있어요. 가만 보면, 마을 한복판에 무시무시하게 찻길을 때려지으려는 분도 있고, 마을 한복판에 쉼터나 숲이나 텃밭을 마련하려고 손품을 들이는 분도 있어요. 나무가 조금이라도 자랄라치면 줄기랑 가지를 뭉텅뭉텅 쳐야 깔끔하다고 보는 분도 있는데, 나무는 나무 스스로 푸르게 자라기에 조용히 다가가서 포근히 품으면서 아끼는 분도 있어요.


  우리는 어느 길에 서는 사람인가요.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 살림인가요. 저마다 다른 숨결인 사람이니, 저마다 다른 길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내가 좋아한다면 너도 좋아해야 하나요? 내가 안 좋아하면 너도 안 좋아해야 하나요? 서로 다르게 나아가는 길이 아름답다고 여긴다면, 서로 다르게 걷되 들꽃길이면서 숲빛길이 되도록 마음을 그러모을 수 있는가요?


  마을에 돈이 더 돌아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마을에 철새가 찾아와서 여름에 노래하고 가을에 둥지나기를 하면서 돌아갈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마을에 일거리가 더 있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마을집이 서로 햇볕과 바람과 눈비를 살뜰히 나누면서 개구리·풀벌레 노랫소리를 즐길 수 있으면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책을 더 많이 읽어도 나쁘지 않을 텐데, 책 하나를 늘 새롭게 되읽고 생각을 한결 넉넉하면서 너그러이 다스리면 슬기롭습니다. 우리는 어른스러운 말씨로 글을 써서 글꽃(문학)을 펴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맑으면서 밝은 눈빛으로 수수하게 삶글을 나누면 반가워요.


  근대문화유산이 안 나쁘지만 ‘오늘 여기’를 바라보면 즐거워요. 문화예술이 안 나쁘지만 ‘우리 마을’에 숲을 품도록 하면 싱그러워요. 어린이가 맨발로 뛰놀 풀밭 한켠에 맨손으로 타고 오를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면, 어른은 이 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조촐히 잔치를 열 만합니다. 일하는 어른 곁에 소꿉하는 아이랑 웃고 노래하는 얼굴로 살림꽃을 지펴서 고이 물려주고 나누는 마을길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나의 작은 헌책방》(다나카 미호/김영배 옮김, 허클베리북스, 2021.5.19.)

《고양이와 할머니》(전형준, 북폴리오, 2019.1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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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집 할아버지 (2021.5.11.)

― 서울 〈책방 진호〉



  책집마실을 할 적에는 “제가 좋아하는(취향) 책”을 살피지 않습니다. 책집에서 살펴서 읽고 장만하는 책은 “좋아하는 책도 싫어하는 책도 아닌, 그 책집에 있는 책”입니다. 언뜻 본다면 딱히 안 좋아하는 책을 왜 읽고 사느냐고 물을 만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저는 이 푸른별(지구)에서 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녁 살림자리에서 스스로 지은 사랑에 따라 쓴 책을 읽습니다. 이런 저한테 “그러면 그대는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하고 묻는 분이 많아요. 저는 “제가 쓴 책을 사랑하지요. 제가 읽을 글이란 제가 쓴 글이에요. 이웃님한테도 똑같이 말하지요. 이웃님이 사랑할 책은 이웃님이 손수 쓴 책이에요. 이웃님이 읽을 글은 바로 이웃님이 스스로 삶에서 지어낸 이야기로 쓴 글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저는 제가 쓴 글을 사랑해서 읽듯, 이웃님은 이웃님이 쓴 글을 스스로 사랑해서 읽으면 됩니다. 이런 사랑은 책집에서 새삼스레 얽혀요. 스스로 사랑으로 지은 글을 담은 갖가지 책을 “어떤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을 담았나” 하는 눈으로 들여다보고 헤아립니다. 책집은 다 다른 삶에서 다 다른 살림으로 지어 다 다른 사랑으로 쓴 책을 다 다른 지기가 다 다른 눈빛으로 갈무리한 이야기밭이라고 느껴요.


  노량진에는 〈책방 진호〉가 있어서 찾아갑니다. 이곳이 없다면 노량진에 걸음할 일이 없어요. 책집지기님은 까만머리 아저씨에서 흰머리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젊은날부터 책집지기로 곁에 책을 둔 손길은 하얀날(노년기)에 이르러 새삼스레 가다듬는 빛이 흐릅니다. 책손은 책집을 꾸준히 찾아가면서 새책을 즐거이 만나고, 책집지기는 책손이 사들이는 책을 헤아리면서 어느 갈래 어느 책이 글꾼(책손)한테 바라지하는가를 어림하고 배웁니다.


  책은 줄거리로만 읽지 않습니다. 책은 이야기로 읽고, 글빛으로 읽으며, 책낯으로 읽기도 하는데, 책에 깃든 손때로도 읽으며, 책을 찾는 책손 눈빛으로도 읽습니다. 책집지기라는 자리는 바로 이 눈빛을 흐뭇하게 누리면서 기쁘게 북돋아 책손하고 펴냄터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일 테지요.


  책손이 손에 쥐고서 눈을 반짝이더니 꼼짝않고 서러 아뭇소리도 안 들린다는 듯 한참 서면, 책집지기도 곁에서 매우 조용히 있습니다. 책손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가만히 보면서 “저 책은 어떤 숨결이 흐르기에 저토록 저이를 새빛으로 이끌까?” 하고 생각하지요. 책손은 “아, 이 빛나는 책을 알아차려서 건사한 손길이란 얼마나 눈부실까?” 하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릴케 短篇選 정의의 노래》(라이나 마리아나 릴케/조철 옮김, 문화공론사, 1977.12.1.)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생활》(릴리어스 호톤 언더우드/김철 옮김, 뿌리깊은나무, 1984.3.1.)

《가가와 도요히코》(스미야 미키오/김은숙 옮김, 보이스사, 2004.10.10.)

《中國民族性硏究》(項退結/홍인표 옮김, 을유문화사, 1975.12.10.)

《율리시이즈 1·2》(J.조이스/김종건 옮김, 정음사, 1968/1973.10.15.거듭)

《몽떼·크리스또 伯爵 1·2·3》(A.뒤마/오증자 옮김, 정음사, 1969/1974.4.15.거듭)

《쟝·끄리스또흐 1·2·3》(로망 롤랑/김창석 옮김, 정음사, 1969/)

《ねえさんといもうと》(シャ-ロット ゾロトウ 글·酒井駒子 옮기고 그림, あすなろ書房, 2019.4.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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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집을 새로 연다 (2021.6.20.)

― 광주 〈산수책방 꽃이피다〉



  광주 산수마을에 책집이 새로 열었습니다. 여러 큰고장에 대면 광주에는 아직 마을책집이 적습니다. 오늘 바라보기에는 드문드문 있는 마을책집이라 할 텐데, 마을도 나라도 살림집도 거듭나는 길이니 찬찬히 움트리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우리가 손수 집을 지어서 살았으나, 요새는 집장수가 우르르 뚝딱 올려세우는 집을 사들이는 흐름입니다. 큰고장이건 시골이건 살림집은 으레 손수 지었어요. 나무지기(목수)를 부르더라도 곁에서 함께 일하며 보금자리를 다스렸습니다. 제가 나고자란 인천에서도 동무네 집이건 고모네 집이건 다들 손수 지은 작은 ‘골목집’입니다.


  손수 집옷밥을 지어서 살림을 가꾸는 손길을 거의 잊거나 잃은 판이니, 마을책집이 드문드문 있을 만해요. 시골에서는 마을책집이 아예 없다시피 할 테고요. 조금만 똑똑하면 큰고장 열린배움터(대학교)로 보내려 하고, 덜 똑똑하면 큰고장 만듦터(공장)로 보내려 하는 시골이니, 이 시골에 마을책집이 제대로 서기란 서울이나 큰고장보다 훨씬 빠듯합니다.


  전라남도에서 살며 처음 보고 겪은 일이 숱합니다. 이를테면 “마을은 밑바닥이니 적어도 면소재지로 가라. 좀 돼면 읍내로 가라. 더 돼면 순천으로 가라. 더더 돼면 광주로 가라. 더욱 돼면 대전·부산·인천으로 가라. 잘 돼면 서울로 가라.” 하는 소리가 흔합니다. 다시 말해, 광주조차 둘레 다른 큰고장이나 서울을 바라보는 물결인 셈입니다.


  작은아이하고 금남로부터 걸어서 〈일신서림〉에 들릅니다. 저잣거리 곁에 있던 〈일신서림〉은 자리를 옮겨 토막책집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다리를 쉬고 새삼스레 걸어 〈산수책방 꽃이피다〉에 닿습니다. 마을쉼터 곁에 마을책집이 태어났군요. 더 살피면 이 책집 곁에 산수시장이 있습니다.


  저잣거리란 마을을 이룬 오랜 터전입니다. ‘가게’라고도 하지만, 우리말로는 수수하게 ‘집’입니다. ‘떡집·찻집·빵집·빨래집·신집·쌀집’처럼 ‘책집’이에요. 글바치는 예부터 이웃글(한문)을 높이 여겨 ‘책방·서림·서점·문고’처럼 이름을 붙였습니다만 저잣거리 숱한 집(가게)처럼 “책을 놓은 보금자리다운 아늑히 살림길을 여미는 슬기를 읽고 나눈다”는 마음으로 보면 ‘책집’이에요. 또는 ‘책숲·책밭·책터·책누리·책빛’입니다.


  한 모금을 머금고서 한 줄을 읽습니다. 두 모금을 마시고서 한 줄을 씁니다. 석 모금을 맞이하고서 빛꽃(사진)을 한 칸 남기고, 넉 모금을 홀짝이고서 이제 살림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해가 천천히 이웁니다.


《하프와 공작새》(장준영, 눌민, 2017.4.28.)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장영은, 민음사, 2020.3.8.)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김산들, 시공사, 2019.2.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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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7-08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을 책집
산수책방에 꽃이피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곳을 부러워하는데...
너무 예뻐요~♡

숲노래 2021-07-08 15:15   좋아요 1 | URL
서울에야말로 이쁜 마을책집이
곳곳에 많은걸요.
조금만 둘레를 보고 마을을 눈여겨보시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서울 마을책집을
날마다 1곳씩만 가더라도
한 해로는 도무지 다 다닐 수 없으리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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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걸으면 (2021.6.26.)

― 대전 〈우분투북스〉



우리는 어느 곳에서 살더라도 온눈(모두 보는 틔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따라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부릉부릉 찻길을 메우는 소리가 가득한 곳에서는 부릉노래를 바탕으로 바라보고, 촤륵촤륵 빗소리가 넘실거리는 곳에서는 빗소리를 밑틀로 바라보며, 멧새 노랫소리나 벌나비 날갯짓소리가 가득한 곳에서는 멧새랑 벌나비가 베푸는 소리에 기대에 바라봅니다.


대전 지족산 곁에 있는 마을책집에 찾아간 다음에 열린배움터(대학교) 곁에 깃든 〈우분투북스〉로 찾아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립니다. 서울 못지않게 부릉노래가 넘실거립니다. 버스에 타기 앞서도, 버스를 타고 달려도, 버스에서 내려 걸어도 부릉노래는 이 고장을 가득 채웁니다.


한여름에 땀내어 책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이 고장뿐 아니라 웬만한 고장은 부릉노래로 춤춥니다. 새도 벌나비도 풀꽃나무도 아닙니다. 비도 바람도 눈도 구름도 아닙니다. 그저 부릉부릉 시끌벅적하고, 갖은 틀(기계)이 부딪는 소리가 북새통입니다. 이러한 곳에서 스스로 고요하거나 새롭게 소리를 키울 만할까요? 이러한 터에서 스스로 돌보거나 사랑하려면 무엇을 보거나 들을까요?


책집에 깃드니 자잘한 소리가 모두 사라집니다. 책집 골마루를 거닐며 바깥소리에 마음을 빼앗길 일이 없습니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푸르게 마음을 가다듬고 파랗게 하늘을 품을 만합니다. 삶을 노래하는 책을 곁에 두기에 마음도 몸도 싱그러이 달래거나 다스리는구나 싶습니다.


책집에서 다리도 마음도 포근히 쉬고서 바깥으로 나오면 새삼스레 갖가지 자잘한 소리가 춤춥니다. 우리는 이 온갖 소리에 잡아먹힐 수 있고, 잡아먹히기 싫어 스스로 부릉이(자동차)를 건사할 수 있고, 부릉이를 아랑곳않고 스스로 살림빛으로 노래할 수 있습니다.


거리를 걸을 적마다 봄꽃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골뿐 아니라 큰고장 어디에서나 나무가 우거지기를 바랍니다. 마을마다 조촐히 책집이 깃들어 다리도 마음도 눈도 쉴 만하기를 바랍니다. 열린배움터 젊은이가 틈틈이 책집마실을 하면서 푸른넋으로 나아가도록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손쉽게 읽을 책이 아닌, 가리고 살피고 추려서 읽을 책입니다. 값싸게 사들일 책이 아닌, 제값을 치러서 누리고 나누고 노래할 책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저마다 아름다우니 이 빛을 펴고 맞아들일 노릇이거든요. 아름살이로 나아가는 아름손길로 아름책을 곁에 둔다면 우리 삶자리는 모두 아름터가 되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숲에서 한나절》(남영화, 남해의봄날, 2020.9.15.)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소동, 2021.1.1.)

《충실한 정원사》(클라리사 에스테스/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11.15.)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5.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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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2-1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