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3.


《100년 동안 우리 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엘렌 라세르 글·질 보노토 그림/이지원 옮김, 풀과바람, 2018.1.9.



나흘 만에 한끼를 먹어 보기로 한다. 저녁에 용인시 어느 중국집에 들어간다. 짜장국수하고 탕수육이 나오는데, 중국집에서 양파를 이렇게 거의 안 쓰다시피 한 곳은 처음 보았고, 부피조차 매우 적었다. 이밖에 토를 달 만한 대목이 잔뜩 있는데, 이 중국집은 어떻게 장사를 해서 손님을 모을 수 있을까? 다른 손님은 이곳이 좋거나 먹을 만하다고 느낄까? 내가 까칠할까? 인천에서 나고 자라며 그동안 맛본 엄청난 짜장국수하고 탕수육을 떠올린다. 국민학교 적이었는데, 한 반 동무는 화교 집안이었고, 동무네에 놀러가니 중국집 요리사인 아버지가 “아! 우리 ○○ 친구들이네! 조금만 기다려 봐!” 하면서 짜장국수하고 탕수육을 내어주시는데 어마어마한 맛이었다. 동무 아버지는 “중국요리 맛은 양파야. 양파를 아끼면 이런 맛이 안 나오지.” 하고 말씀하셨다. 《100년 동안 우리 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그림책을 찬찬히 넘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은 참말 어떻게 바뀔까? 나는 용인이란 곳이 숲이며 들이던 때를 떠올린다. 오늘은 아스팔트하고 아파트가 가득하지만, 이곳에서 노닐던 새랑 들짐승을 떠올린다. 앞으로 쉰 해쯤 뒤에, 또 백 해쯤 뒤에, 용인을 비롯한 이 나라 도시는 어떤 새모습이 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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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2.


《커럼포의 왕 로보》

 윌리엄 그릴 글·그림/박중서 옮김, 찰리북, 2016.10.14.



그림책 《커럼포의 왕 로보》를 익산에 있는 〈그림책방 씨앗〉에서 즐겁게 장만했다. 나는 익산을 거쳐 홍성을 지나 서울을 찍고 시흥을 돌았으며, 이제 용인에 와서 길손집에서 묵는다. 비로소 느긋하게 이 그림책을 펴서 읽는데, 아무래도 아리송하다. 설마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이 “커럼포의 왕”이라고 글이름을 적었을까? 아닌 듯하다. 책자취를 들춘다. “The Wolves of Currumpaw”이다. 하, 아무렴. 그렇지. 그저 수수하게 “커럼포 늑대(늑대들)”일 뿐이다. 왜 한국말로 옮긴 책은 이런 이름을 붙이지? ‘로보’는 ‘임금(늑대 임금)’이 아니다. 로보는 뭇 늑대 가운데 사람들한테 ‘숲짐승이 어떤 숨결이자 넋’인가를 온몸으로 보여준 슬기로운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우두머리’가 아닌 ‘이슬떨이’로서 ‘바보 사람’이 ‘참한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어 준 벗님이라고 할 만하다고 본다. 생각해 보라. 어린이는 ‘임금(왕)’이 아니다. 어린이를 임금으로 모시거나 섬길 까닭이 없다. 어린이를 엉뚱히 치켜세울 까닭도, 마구 다그치거나 옭아매거나 들볶을 까닭도 없다. 늑대는 늑대다이 숲이며 늘에서 마음껏 달리고 노래하면서 살아가며 사람들 곁에서 ‘숲길’을 가르치는 길잡님일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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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1.


《줄리의 그림자》

 크리스티앙 브뤼엘 글·안 보즐렉 그림/박재연 옮김, 이마주, 2019.7.15.



이달 첫머리에 서울마실을 하던 때 성산동에 있는 마을책집 〈책방 사춘기〉에서 눈여겨본 그림책으로 《줄리의 그림자》가 있다. 책집지기님도 이 그림책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서울부터 고흥까지 등짐에 담아 씩씩하게 데려왔는데, 고흥에서 익산·홍성을 거쳐 서울·이천으로 긴 마실을 오는 길에 다시 등짐에 담아서 데리고 다닌다. 나로서는 이 그림책에 나오는 ‘줄리’ 어린이 같은 삶을 보낸 적이 있으니까. 왜 이렇게 숱한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넌 가시내라서 안 돼! 넌 사내라서 안 돼!’ 같은 말로 윽박질러야 했을까? 이런 윽박질은 오늘날에도 왜 좀처럼 가시지 못할까? 틀림없이 마음을 활짝 여는 어버이가 늘어난다. 이에 못지않게 ‘어릴 적부터 마음에 생채기를 입어 멍울이 진 나머지’ 그만 ‘스스로 어버이가 된 자리에서 아이한테 윽박지르는 어버이’도 있다. 아이한테 그림자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아이는 그림자가 어떤 구실이며 빛결인가를 배울 수 있으면 된다. 모든 아이는 공놀이를 즐긴다. 모든 아이는 삽질이며 호미질을 즐긴다. 모든 아이는 인형놀이를 즐긴다. 모든 아이는 책읽기도 낮잠자기도 즐긴다. 모든 아이는 사랑스레 놀려고 이 땅에 태어났다. ㅅㄴㄹ오늘 읽기 2019.9.21. 줄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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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0.


《하하 HaHa》

 오시키리 렌스케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5.31.



하루하루 얼마나 재미난 놀이잔치인가를 그릴 수 있지만, 하루하루 왜 아무것도 안 바뀌거나 안 나아지는가 하고 투덜댈 수 있다. 둘 모두 우리가 고르는 길이다. 오늘은 어제하고 사뭇 다르네 하고 여길 수 있고, 똑같이 따분하고 고된 하루를 여는구나 하고 툴툴댈 수 있다. 만화책 《하하 HaHa》를 보면‘어버이하고 아이’ 사이에 두 눈길이 엇갈리는 이야기가 흐른다. 어떻게 할 적에 즐거울까? 어떻게 하기에 재미난가? 아이로서 어떤 어버이가 어떤 사랑을 나한테 보여주기를 바라지? 어버이로서 어떤 아이가 어떤 사랑을 나한테서 받기를 바라지? 이렇게 갖은 생각이 갈마드는 갈림길이란 무엇일까? 한낱 만화책 이야기인가, 아니면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여느 삶자리에서 늘 부대끼면서 마음을 앓고 멍울이 지는 이야기인가? 어제 홍성에 닿아 풀무학교(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에서 하루를 묵었다. 하루 내내 풀벌레가 노래하는 숲터에 깃든 배움터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농업고 아닌 여느 고등학교도 이런 곳에 배움자리를 마련할 노릇이리라. 이른아침부터 저녁까지 풀무학교 배움벗을 만나 끝없이 이야기꽃을 폈다. 초롱초롱한 푸름이 눈빛을 매우 오랜만에 보았다. 삶을 지피는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푸른 숨결이여, 너희 꿈을 사랑하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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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19.


《자연과 친구가 되려면》

 몰리 라이츠 글·우신희 그림/안성복 옮김, 오월, 1993.3.5.



어젯밤에 새로운 일이 찾아왔다. 이 일이 찾아올 줄은 알았으나 언제 어떻게 올는지까지는 몰랐다. 부디 아쉬워하지도 들뜨지도 않으려는 마음이 되어 지켜보려 했다. 이러다가 모두 내려놓자는, 더욱이 모두 내려놓자는 마음까지 잊을 무렵 눈물겹게 찾아와 주었다. 이를 받아들이고서 짐을 새로 꾸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오늘은 순천 거치고 익산 거쳐 홍성에 가는 날. 익산에 새로 열었다는 마을책집 〈그림책방 씨앗〉을 들르는데 책집지기님이며 여러 손님이며 모두 즐거운 기운으로 이곳을 알차게 함께 가꾸신다고 느꼈다. 보름쯤 앞서 《자연과 친구가 되려면》을 새로 장만했다. 이 책은 우리 책숲에 있으나 아이들한테 스스로 읽으라고 건넬 책으로 굳이 더 장만해서 나부터 되읽어 보는데, 거의 서른 해쯤 묵었어도 대단히 알찰 뿐 아니라, 외려 요즈음에 더 빛이 날 만하다고 느꼈다. 옮김말은 퍽 아쉽던데, 큰아이하고 작은아이더러 “너희가 우리 보금자리에서 보고 듣고 겪고 익힌 숲살림을 너희 손으로 지어 보지 않으련?” 하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아름책을 읽고서 우리 나름대로 새 아름책을 지을 수 있다. 아름살림을 보고 배우기에 스스로 새 아름살림길을 갈고닦을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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