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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8.


《행복의 히나타 식당》

 우오노메 산타 글·그림/한나리 옮김, 애니북스, 2018.9.7.



저녁이 이슥하다. 두 아이는 곯아떨어졌다. 곁님하고 둘이 부엌에 마주보고 앉는다. 곁님은 뜨갯거리를 챙겨서 뜨개질을 한다. 나는 땅콩 몇 알을 된장에 찍어서 씹다가 만화책을 편다. 두 사람은 저마다 저 하고픈 일거리를 누리면서 드문드문 말을 섞는다.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할 적에도 좋은데, 이렇게 둘이 따로따로 저 하고픈 대로 하면서 뜨문뜨문 말을 섞어도 좋네. 《행복의 히나타 식당》을 읽었다. 다 읽고서 두걸음도 있으려나 알아보니, 한걸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더라. 아, 어쩐지 아쉽다. 해묵은 사슬을 두 눈 질끈 감고서 끊어내어 새길을 걸으려고 나선 한 사람, 이 한 사람한테 찾아가서 다시 예전 집으로 돌아가서 새살림이 되어 보자고 묻는 한 사람, 두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을 조금 더 그려 주면 좋겠는데. 이 만화, 그냥 그릴 수 있는 만화가 아니라고 느낀다. 엄청난 생채기를 더욱 엄청난 사랑으로 녹여낸 발걸음이 있지 않고서야 그려내지 못할 만화라고 느낀다. 몰매질을 견디어 낸 몸짓만이 아니다. 아이를 지키려는 사랑이란, 바로 내가 나를 지키며 어버이로서 사랑을 아이한테 온몸으로 가르쳐서 물려주려고 하는 몸짓이다. 아기를 업고 밥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은 오롯이 사랑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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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7.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글/임호경 옮김, 까치, 2012.12.10.



고요히 깊은 숲에 깃들어 우리 보금자리를 둘러싼 푸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운 넋으로, 이른바 아름넋으로 하루를 짓는 기쁨을 누리리라 본다. 풀벌레나 새나 개구리는 전기를 티끌만큼조차 안 먹어도 끝없이 노래를 베푼다. 전축이 없어도 되고 방송국이 없어도 된다. 신문사나 출판사조차 없어도 되는 곳이 바로 숲이다.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를 처음 손에 쥐면서 이 같은 이야기가 흐르려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읽는 동안 딱 다섯 줄에서만 이런 이야기를 읽어냈을 뿐, 나머지는 온통 시베리아 깊은 숲골에서 술 마시면서 심심하게 보낸 이야기에, 심심함을 달래려고 낚시를 하는 이야기에, 그 시베리아 오두막에 잔뜩 가져가서 읽은 책 이야기가 넘친다. 책을 쓴 프랑스사람은 ‘밀린 책’을 읽고 싶어서 ‘밀린 술’을 한가득 꾸려서 깊은 숲으로 간 셈이로구나. 그러나 이렇게 한대서 나쁘지 않다. 도시살림이 좋은 이 글쓴님으로서는 책하고 술 두 가지만 있으면 좋다는 마음이었을 테니까. 어느 모로 본다면 다섯 줄은 얻어냈으니 그럭저럭 고마운 셈 아니겠는가. 끝줄까지 읽었으나 밑줄 한 군데조차 그을 수 없던 책이 수두룩했으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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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6.


《도시에서 만난 야생동물 이야기》

 정병길 글·안경자 그림, 철수와영희, 2019.8.15.



뒤꼍에 가만히 서면 수천에 이르는 개미가 먹이를 물어 저희 집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비롯해 갖가지 풀벌레에 딱정벌레가 여기저기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이웃들 살림살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재미나고 하루가 길다. 슬슬 무화과알이 익는 철이다 보니, 무화과말벌이며 나비이며 개미이며 갖은 새가 무화과나무를 뻔질나게 드나든다. 여름이 저무는 바람을 느낀다. 해꼬리가 길어진다. 저녁에는 그야말로 풀노래잔치가 흐드러진다. 그런데 이제는 들짐승이라는 이웃이 아주 크게 줄었다. 다들 이 나라를 떠나 버렸을까. 《도시에서 만난 야생동물 이야기》를 편다. 도시에 무슨 들짐승이 있느냐고 여길 수 있으나, 아직 도시에 여러 새가 함께 살고, 자그맣기는 하지만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조용조용 살림을 잇기도 한다. 새는 어디에서 살면 좋을까. 시골에서는 농약바람뿐 아니라 먹이가 적어 곡식이나 씨앗을 쫀다며 몹시 싫어하는데. 덩치 큰 짐승은 어떡해야 할까. 찻길이며 공장이며 발전소이며 군부대이며 관광단지이며 경기장이며 끝없이 늘기만 하는데. 풀밭에는 풀벌레가, 들하고 숲에는 들짐승하고 숲짐승이, 이 지구라는 별에는 모든 숨결이 어깨동무하는 살림이 된다면, 그때에 참다이 아름다이 꽃이 피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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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5.


《흰 토끼와 검은 토끼》

 가스 윌리엄스 글·그림/강성자 옮김, 다산기획, 1994.7.10.



상냥한 아이들은 얼마나 상냥할까. 사나운 아이들은 얼마나 사나울까. 그저 상냥하다고 여기니 참으로 상냥한지 모른다. 그저 사납다고 보니 자꾸자꾸 사나운지 모른다. 문득 멈추고 바라본다. 우리가 바라보거나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나? 우리가 꿈꾸거나 생각하는 대로 달라지지 않나? “저 아이는 늘 그렇더라”라는 말을 잇달아 하면서 “저 아이는 그저 그렇기를 바라는 마음”을 씨앗으로 심은 셈 아닐까? 《흰 토끼와 검은 토끼》를 가만히 읽는다. 참 오래된 그림책이다. 우리 책마루숲에는 해묵은 영어판도 있고, 다산기획에서 옮긴 한글판도 있다. 예전에는 그냥그냥 읽었는데 되읽다가 아하 하고 깨닫는다. 검은 토끼가 혼자 끙끙거리다가 슬며시 내뱉은 말을 들은 흰 토끼는 ‘다시’ 말해 달라 하고, 검은 토끼는 이 말을 듣고는 몸짓을 가다듬어서 ‘새로’ 말한다. 아주 반듯하게, 눈을 똑바로 보면서 고요한 기쁨이 서린 목소리로 곱게 말한다. 그래, 그렇지. 모든 꿈은 이렇게 똑바로 보면서 고요한 기쁨이 서린 목소리로 곱게 말할 적에 이루지. 되거나 말거나 같은 생각이라면 못 이룬다. 꿍꿍셈으로도 못 이룬다. 맑고 밝은 넋으로 추스른 몸짓으로 씩씩하게, 다부지게, 하늘님 같은 노랫가락으로 생각을 심어야 뜻을 이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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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8.24.


《곰인형 오토》

 토미 웅거러 글·그림/이현정 옮김, 비룡소, 2001.11.29.



언제 사 놓았을까. 도무지 모르겠다. 그러나 틀림없이 내가 골라서 집에 갖추어 놓았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아이들은 이 그림책 줄거리를 얼마나 헤아렸을까. 나치 독일이 되기 앞서 사이좋고 아늑하던 나라였으나, 나치 독일이 되면서부터 끔찍하게 피비린내가 흘렀고, 이쪽도 저쪽도 모두 사랑님을 잃은 채 아파서 울어야 했다. 이동안 곰인형은 저를 아끼던 두 벗을 잃었고, 이 곰인형을 싸움터에서 문득 집어든 살깣 까만 싸울아비는 곰인형이 총알을 맞아 주어서 놀랍게 목숨을 건졌다. 그렇지만 뒷골목 아이들은 곰인형을 마구 빼앗아 팽개쳐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데, 뜻밖에 쓰레기통을 뒤져서 살려낸 아주머니가 있네. 가브리엘 벵상 님이 그린 《곰인형의 행복》하고 사뭇 다르지만 여러모로 마음자리가 맞물리는 토미 웅거러 님 《곰인형 오토》를 곰곰이 읽는다. 옮김말은 어린이 눈높이하고 너무 안 맞아서 책에 적힌 글월을 통째로 죽죽 긋고 모조리 새로 적어 넣었다. 그림책을 덮고서 생각에 잠긴다. 이 그림책이 나온 2001년 그해에 이 그림책을 읽은 일이 떠오른다. 그때 한창 어린이 국어사전을 짓는다며 애썼지. 그때 이 그림책을 참 눈물겹게 읽었지. 오늘 되읽어도 새삼스럽게 찌릿찌릿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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