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읽기 2019.11.12.


《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

 마티스 더 레이우 그림, 그림책공작소, 2016.2.25.



요새는 갖가지 그림책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매우 반갑다.  스무 해 앞서만 해도 그림책을 우리 손으로 빚어서 펴내는 곳도, 이웃나라 아름다운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겨서 펴내는 곳도 적었다. 스무 해 앞서는 어떤 그림책이든 ‘태어나서 책집에 깔리기’만 해도 무엇보다 고마웠고 반가웠으며 즐거웠다. 그때에 어린이책이며 그림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에서 영업부 일꾼으로 일하며 책집에 ‘우리 책을 잘 팔고 책값을 걷으러 다닐’ 적마다 ‘내가 몸담은 출판사 책’ 못지않게 다른 출판사에서 낸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느라 바빴다. 이때마다 얼마나 꾸지람을 들었는지 모른다. “넌 왜 다른 출판사 책을 그렇게 쳐다보니?” “저 이쁜 책을 안 보고 갈 수 없잖아요.” “이그, 조금만 보고 가자.” 그림책공작소 지기님을 인천에서 몇 해 앞서 본 뒤로 이곳 그림책을 눈여겨본다. 《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은 이곳에서 낸 그림책이 아니라면 아마 안 쳐다봤을 듯하다. 더구나 네덜란드에서 나온 그림책이네. 1994년에 네덜란드말을 배우려 했던 사람으로서 네덜란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만날 적마다 새삼스럽다. 참 네덜란드스러운 맛이 풍기는 그림책을 넘기면서, ‘그래 우리 삶은 언제나 아름다운 나들이일 테지’ 하고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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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0.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글·그림/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우리 집을 돌아다니는 새로운 새끼 고양이를 본다. 이 아이 어미는 누구일까? 여태 새끼 고양이는 두셋이나 서넛이었는데, 요즈막 만나는 아이는 혼자이다. 누렁하고 까망이 섞인 아이하고 곧잘 눈을 마주친다. 몇 걸음 뛰어서 달아나다가도 어김없이 멈추어서 가만히 쳐다본다. 나도 물끄러미 본다. 서로 한참 지켜보고서 저희 갈 길을 간다. 《뒷골목 고양이》를 새로 읽는다. 얼마 만인가. 큰아이 읽을거리를 어림하다가 이 책이 보였고, 열 몇 해 앞서 미리 장만한 보람을 누린다. 참말로 열 몇 해 앞서 이 책을 장만하며 먼먼 뒷날을 어림했다. 2003년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무렵에 이 책을 누릴 테지만 열 해나 스무 해쯤 뒤에 이 책이 살아남지 않는다면 참 아쉽겠구나 싶었다. 오래된 이야기일 테지만 썩 오래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앞으로 백 해 뒤에도, 또 이백 해나 오백 해 뒤에도 싱그러이 숨쉴 이야기이지 않을까? 고양이 마음을 읽고, 비둘기하고 하나가 되며, 늑대하고 벗이 되더니, 순록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이 같은 이야기야말로 오늘날 한결 값지지 싶다. 온누리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나무하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나비하고 춤추면 좋겠다. 잠자비랑 같이 날고, 풀벌레하고 나란히 노래하는 하루가 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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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1.


《인쇄를 하자! 1》

 세노 소루토 글·그림/정우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4.5.



11월 11일을 놓고 어느 때부터인가 빼빼로 장사가 판을 치더니, 이에 맞서 가래떡 장사가 한몫 거들고, 몇 해 앞서부터 서울에서 ‘서점의 날’이라고 외친다. 빼빼로나 가래떡이야 생김새를 놓고 그러려니 하지만, 한자 ‘冊’을 빗대어 이날을 ‘책집날’로 삼는다니 얄궂다. 도서관은? 서재는? 그냥 책은? 또 책을 쓰거나 짓거나 읽는 사람들은? 굳이 무슨 날을 삼는다면 ‘책날’이 어울릴 테지. 지난 금요일에 못 부친 책숲 알림종이를 큰아이하고 여미었다. 오늘은 큰아이가 거들어서 일찍 마쳤고, 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부친다. 오늘도 버스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새치기는 매한가지요 우체국에서도 새치기를 하시는데, 우체국에서는 이곳 일꾼이 “번호표 뽑으셨어요?” 하고 물으면서 새치기하는 이들을 막아 준다. 시골에서야말로 번호표는 참 훌륭하지 싶다. 버스에도 번호표가 있다면 새치기가 사라질까? 버스타는곳 한켠에 ‘기다림표’를 놓고서, 단추를 누르면 척척 쪽종이가 나와서 이 쪽종이대로 타도록 할 노릇이지 싶다. 《인쇄를 하자!》 첫걸음을 읽었다. 두걸음을 장만하지는 않는다. 인쇄소 이야기가 얼핏 나오려다가 샛길로 자꾸 새니 심심하다. 그림감이 인쇄소라면 인쇄소를 얘기해야 하지 않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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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9.


《그림자의 섬》

 이마 이치코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3.8.15.



하루가 가볍게 흐른다. 어제는 어느덧 어렴풋하다. 오늘은 새로 오른 해를 보면서 맞이한다. 큰아이가 문득 묻는다. “아버지는 여름하고 겨울이 오는 줄 어떻게 알아?” 내가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아는 바를 바로 말하려다가 멈춘다. 아니야, 이렇게 물어오면 먼저 아이 생각을 들어야지.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느껴서 아는데, 벼리는 어떻게 느껴서 아니?” 큰아이는 철마다 다른 냄새가 있다며, 이 냄새가 어떠한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멋지구나. 예전에는 아이 말을 내가 손수 수첩에 옮겨적었지만 이제는 “그래, 네 멋진 느낌을 글로 갈무리하고서 즐겁게 밤꿈을 꾸자.” 하고 이야기한다. 《그림자의 섬》은 아껴 둔 이마 이치코 님 만화책. 새님하고 살아가는 만화님은 꾸준히 《백귀야행》을 선보이는데, 언제 다음걸음이 한국말로 나오는가 하고 목빠지게 기다리다가 드문드문 이런 짤막얘기를 읽는다. 새님하고 하루를 열고 닫는 만화님이기에 더더욱 마음으로 여러 소리를 듣고서 이러한 결을 만화로도 담아내지 싶다. 생각해 보라. 새님하고는 입으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노릇이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철마다 달마다 다른 빛을 가슴으로 품고서 환하게 일어나는 하루가 되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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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8.


《생각의 주인은 나》

 오승현 글, 풀빛, 2017.6.30.



자전거를 달려 볼일을 마치는 재미를 작은아이가 차츰 익힌다. 큰아이도 아버지가 볼일이 있으면 으레 자전거를 같이 타려 했고, 읍내마실을 함께 다니려 했다. 어느덧 십일월로 접어드는데, 문득 생각하니 나나 작은아이나 장갑도 없이 반바지에 반소매(또는 민소매) 차림이다. 겨울에도 워낙 폭하니 이러고 살기는 하지만, 우리 집안을 빼고는 이 남녘에서 다들 두툼한 겉옷에 긴바지 차림이다. 그러려니 하며 지낸다. 춥다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추위를 받아들일 테고, 날씨가 아닌 오늘 우리가 스스로 바라보고 나아갈 길을 헤아리면 어느 옷차림이든 덥지도 춥지도 않을 테니까. 《생각의 주인은 나》를 읽는다. 책상맡에 꽂은 지 이태가 지난 줄 어제 깨달았다. 이태씩 묵히고도 있는 줄 잊었다. 열두어 살부터 읽을 만한 책이지 싶으나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말씨가 좀 어렵다. 조금 더 쉽고 부드러이 말결을 골라서 이야기를 풀면 좋을 텐데. 어린이나 푸름이가 다른 눈치가 아닌 스스로 생각을 가꾸고 지어서 하루를 누리기를 바라는 뜻 그대로, 한결 수수하다면 좋겠다. 모든 길은 스스로 열고, 모든 하루는 스스로 누린다. 내 생각은 바로 내 생각이듯, 우리 몸하고 마음은 바로 우리 깊은 넋에서 반짝반짝 별빛으로 피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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