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5.


《NANA 20》

 야자와 아이 글·그림/박새라 옮김, 학산문화사, 2009.1.25.



뜨개질을 할 줄 알면서 새롭게 손멋을 살리는 길이란 언제 보아도 곱다. 어머니한테서 차근차근 배운 뜨개질이 차츰 나아가는 큰아이는 이제 스스로 새로운 뜨개질을 익히고 싶다. 동글동글하게 뜨고 별을 뜨고 꽃을 뜨며 네모반듯한 판에 무늬를 빛빛으로 넣어 뜨다가, 이제 새를 뜨고 싶다 한다. 어른이 보아도 좋고 아이가 보아도 재미있는 ‘아르네 & 카를로스’ 뜨개책을 시키기로 한다. 한국에 없는 책이라 아이가 받으려면 보름 가까이 걸린다네. 열 해 만에 《NANA》 스무걸음을 다시 읽어 보았다. 스스로 헤매고 아파하는 스물 안팎 넋을 담은 만화인데, 이 젊은 넋은 노래를 빼놓고는 스스로 삶을 즐기거나 누리는 길이 없다시피 하다. 이러다 보니 살을 섞고 담배를 태우고 술을 퍼부으면서 하루를 잊으려고만 한다. 이 스물 안팎 넋이 뜨개질을 했다면, 서로 손으로 찬찬히 뜨개바늘을 딱딱딱 놀리면서 스스로 차분한 빛이 되기도 했다면, 자동차만 몰려 하지 말고 두 손으로 실 한 가닥을 잡고서 새롭게 살림을 짓는 길을 나누어 보았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만화에 나온 줄거리가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나로서는 이렇게 틀에 박힌 줄거리가 그저 따분하다고 느낄 뿐이다. 스스로 지으면 스스로 새로우며 즐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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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3.


《인어 공주를 만난 소년》

 나탈리 민 글·그림/바람숲아이 옮김, 한울림어린이, 2017.5.26.



‘인어’는 어떤 숨결일까? 왜 우리는 ‘인 + 어’라는 ‘사람 + 물고기’라는 이름을 쓸까? ‘물고기’라는 이름이 물에서 사는 이웃을 사람하고 같은 목숨이 아닌 먹을거리(고기)로 보는 눈길인 줄 어릴 적부터 느끼기는 했되, 이 낱말 ‘물고기’를 안 써야겠다는 마음은 올해에 비로소 굳혔다. 바다 이웃이나 민물 이웃을 ‘사람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이름에 ‘고기’를 붙이지는 않아야 할 노릇 아닐까? 그래도 바다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기에 《인어 공주를 만난 소년》을 이태 앞서 장만했다. 이 그림책이 나오자마자 장만했는데 정작 오늘이 되어서야 책을 편다. 한 쪽 두 쪽 읽으며 생각한다. 뭍아이도 바다아이도 마음으로 사귀면서 동무가 된다. 두 아이는 마음으로 사귀기에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아낄 수 있으며 놀 수 있다. 두 아이는 어른들 말이 아닌, 두 아이 스스로 몸으로 마주하고 마음으로 사귀는 나날을 누리면서 생각을 넓히고 틔운다. 그렇지. 우리한테 몸이 있는 까닭은 겉몸 아닌 속몸을 누리되 삶에서도 빛나라는 뜻이리라. 우리한테 몸만 있지 않고 마음이 있는 까닭은 언제나 이 마음이 몸을 움직이고 삶을 짓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줄 스스로 느끼라는 뜻이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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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4.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글, 혜화1117, 2018.5.5.


책을 사 놓고 한 쪽조차 안 펼친 채 한 해하고 여섯 달을 묵히다가 드디어 오늘 집어들어 펴는데, 문득 글쓴님을 두 곳에서 문득 스치듯 만난 적이 있다고 깨닫는다. 글쓴님은 틀림없이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만, ‘마음을 밝히는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녁이 쓴 《외국어 전파담》은 교수라는 자리에서 대학생을 가르칠 적에 쓸 만한 교재로는 알맞겠구나 싶다. 맞다. ‘서양하고 동양에서 흘러온 다국어 교육 정책을 잘 정리한’ 교재이다. 그러나 ‘지구라는 별에서 말이 태어나고 흐르며 이야기로 피어난 살림’은 들여다보지는 못했구나 싶다. 이웃말을 배우는 즐거움이란 좋다. 그런데 이웃나라 말을 ‘학자 눈높이’에서 배우는지, ‘어린이 눈높이’에서 배우는지, ‘수수한 골목사람이나 시골사람 눈높이’에서 배우는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 흐르는 한국말은 무늬는 한글이되 온통 번역 말씨에 일본 한자말이다. 학자로서 늘 보고 듣는 말이 이러할 테니까. 그러려니 하며 읽지만 “외국어 전파담”이 아닌 “제2국어 교육 국가 정책”을 갈무리한 줄거리인 터라, 안팎이 뭔가 안 맞는다. 부디 동시하고 동화하고 옛이야기를 ‘그 나라 말(외국말)로 읽’고 그 나라 수수한 살림을 헤아려 주시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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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1.1.


《토끼와 거북이》

 라 퐁테느 글·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그림/우순교 옮김, 보림, 1996.6.30.



아주 어릴 적부터 들은 이야기 가운데 “토끼와 거북이”가 있다. 이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굳이 거북이가 되어야 할까?’ 싶었다. 토끼처럼 낮잠도 자고 샛밥도 먹고 해바라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가도 즐거우리라 여겼다. 때로는 거북이처럼 한 걸음씩 씩씩하게 가되, 쉬지도 않고 서둘러 가기보다는 둘레를 가만가만 살피고 꽃내음을 맡고 나무하고 속삭이기도 하면서 느긋느긋 하루를 누리는 삶이 한결 재미난 살림길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림책 《토끼와 거북이》를 아이들이 재미나게 들춘다. 이야기도 이야기일 테지만 그림이 해사하다. 이야기를 살리는 그림책도 틀림없이 좋은데, 이렇게 그림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손길이 참 알뜰하구나 싶다. 줄거리만 좇아가면 좀 따분하리라. 줄거리는 줄거리대로 찬찬히 엮되, 이 줄거리에 입힐 옷을 곱게 꾸민다고 할까? 수수하거나 투박한 옷도 좋은데, 수수한 옷 귀퉁이에 꽃무늬를 넣으면 얼마나 고운가? 투박한 옷 한켠에 별무늬를 새기면 얼마나 빛날까? 한길을 가는 삶도 참 뜻있다. 두길이나 세길을 가는 삶도 참 뜻깊다. 여러 가지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좋고, 이 길 저 길 두루 다니다가 마지막에 하나를 슬그머니 골라서 폴짝폴짝 뛰어다녀도 좋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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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31.


《메종 일각 1》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9.30.



새로 나온 《메종 일각》 첫걸음을 야금야금 읽는다. 책날개를 보니 모두 열다섯걸음으로 나온다고 한다. “도레미 하우스”란 이름이던 만화책을 열 해 남짓 앞서 읽고는, 언젠가 장만할 수 있겠거니 여겼으나 이제서야 새옷으로 하나씩 만나네. 뭔가 튀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막상 우리 곁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복닥거리는 이야기이다. 만화책에서만 볼 수 있을까 싶다가도, 우리 둘레에서 바로 나나 너라는 모습으로 툭탁거리는 이야기이다. 무엇을 볼까? 무엇이 좋을까? 무엇이 섭섭할까? 마음을 어떻게 드러낼까? 겉모습인가? 속마음인가? 손에 쥐고 싶은가? 따스하게 흐르는 사랑이 되고 싶은가? 같이하고 싶은가? 혼자 있고 싶은가? 재미있는가? 따분한가? 누가 동무이고 이웃인가? 낮나절에 작은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에 다녀온다. 며칠 앞서 붕어빵장수를 면소재지에서 보았다. 와, 이 깊은 시골자락 면소재지에서 붕어빵을? 다만, 가는 날이 저잣날이라고, 작은아이하고 붕어빵을 장만하러 나가 보았으나 가게를 안 여셨다. 구름 한 조각 없는 하늘을 보았다. 바람도 없다시피 한 늦가을 어귀를 느꼈다. 뭐, 아이하고 자전거마실을 한 하루로도 넉넉히 즐겁다. 저녁에 〈Kubo and the Two Strings〉를 모처럼 다시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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