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0 만들기 짓기



  말꽃을 쓰기에 말결을 늘 새로 바라보고 느끼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말을 “다 알지 않”고, “언제나 새로 보고 배워”요. 얼추 스물다섯 살 무렵까지 ‘만들다’를 썩 잘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에는 그냥 써도 되겠거니 여겼는데, ‘만들다·짓다·빚다·꾸미다·가꾸다’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낱말을 뜻풀이를 하려고 보니 섣불리 써서는 안 되겠더군요. 둘레(사회)에서는 으레 “요리를 만들다” 같은 말을 쓰더라도, 밥차림은 밥짓기인 만큼 “밥을 짓다·밥을 하다”로 추스릅니다. 생각해야지요. 밥차림이란 마음차림이면서, 밥짓기란 마음짓기예요. 우리 손으로 펴는 자리라면, 밥옷집을 ‘만들’지 못해요. ‘만들다 =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다’이거든요. “논밭에서 열매를 만들지 못하”지요. “논밭을 지어 열매를 얻”어요. 말빛을 보면 ‘만들다 = 겉치레·꾸미다’요, ‘짓다 = 사랑·가꾸다’입니다. 수수하게 짓는 손길이기에 밥옷집을 펴서 즐겁게 나누면서 스스로 살림이 피어나요. 수수하게 쓰는 낱말이기에 생각을 펴고 즐겁게 북돋우면서 이야기로 빛나요. 생각도 못 만들어요. “생각 만들기 = 사람을 길들이는 틀·사슬”입니다. “생각 짓기 = 스스로 살림을 사랑하는 삶길”이고요. 그래서 ‘말짓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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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9 삶벗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낯선 일본 한자말을 잔뜩 만나야 합니다. ‘필요·존재’에 ‘사회·문화·정치’가 다 일본 한자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이기에 잘못일까요? 아닙니다. 영어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희 터전에 맞게 지은 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은 일본말을 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희 터에 맞게 엮은 말이에요. 우리는 우리 삶과 터와 터전을 헤아려 얼마든지 새말을 짓거나 옛말을 추스르면 됩니다. 어린이한테는 ‘삶·터(←사회)’하고 ‘살림(←문화)’하고 ‘길(←정치)’로 가다듬어 들려줄 만합니다. 수수한 우리말로 우리 삶자락을 그리면 됩니다. 우리가 있는 곳이 모두 터·터전입니다. ‘사회’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수수하게 삶을 읽고 생각을 잇는다면 ‘삶벗·삶동무·삶지기·삶님’처럼, 또 ‘집벗·집동무·집지기·집님’처럼 새말을 빚어요. ‘길벗·길동무·길지기·길님’도 생각할 만하고 ‘살림벗·살림동무·살림지기·살림님’도 헤아려 봅니다. 이러한 새말과 새이름은 우리 손으로 이 터전을 즐겁게 짓는 밑거름입니다. 낱말책에 담는 낱말이란, “이런 말이 있습니다”를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을 지어서 써 봐요” 하고 들려주는 얼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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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8 ‘우리가’와 ‘우리만’



  우리말꽃에는 우리말을 담습니다. 바깥말(외국말)을 굳이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영어 낱말책이라면 영어를 담고, 일본 낱말책이라면 일본말을 담아요. 여기에서 ‘우리말’은 “우리‘가’ 쓰는 말”입니다. “우리‘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토씨를 붙이는가 하고 읽을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라면 ‘텃말(고유어)’인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텃말꽃(고유어사전)’이라 하지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쓰는 말을 두루 다루기에 우리말꽃(우리 낱말책)입니다. 우리말꽃은 “모든 바깥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길”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모든 삶·살림·사랑을 우리말로 그리는 길”을 들려줍니다. “바깥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살림하고 사랑하는 길을 우리 나름대로 생각해서 새롭게 말을 살피고 짓고 엮고 나누고 즐기는 길”을 밝히지요. 말꽃은 모름지기 길찾기라고 하겠습니다. “길을 못박는 책”이라면 틀(법·규정·규범·규칙)이지요. 틀은 맞춤길(맞춤법)이나 띄어쓰기입니다. 말꽃은 틀이 아니라 ‘길’이기에, 고장·사람·때·곳·삶·살림·사랑마다 다 다르게 어떤 낱말을 살피거나 가려서 생각을 마음껏 펴면서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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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7 덧글 한 줄



  오늘날 누리그물은 셈틀(컴퓨터)이며 손전화로 글·그림을 손쉽게 띄울 뿐 아니라, 바로바로 읽고서 느낌을 글·그림으로 주고받습니다. 1994년에 ‘피시통신’이란 이름인 누리그물을 처음 마주하며 글을 올리고 덧글을 적을 때부터 “이곳은 새 만남터이자 이야기터로구나” 싶더군요.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덧글을 그냥 붙이는 일은 없습니다. 한 줄로 덧글을 붙이더라도 “이 한 줄은 노래(시)가 된다”고 여깁니다. 한줄노래(한줄시)를 이웃님한테 건네면서 스스로 누리려는 덧글을 써요. 이웃님이 쓴 아름글에 붙이는 덧글을 이내 잊을 때가 있지만, 따로 글판(문서편집기)을 열어서 차근차근 써서 옮겨붙이곤 합니다. 글판으로 적은 짤막한 덧글은 제가 새글을 쓰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웃님이 쓴 글을 읽다가 덧글을 쓰는 사이에 제 나름대로 마음에 피어나는 이야기가 샘솟으면서 글길을 연달까요. 말꽃이라는 책은 징검다리이자 샘물입니다. 말꽃을 읽는 이웃님이 이 말꽃에 깃든 낱말을 살피고 낱말풀이를 읽고 보기글을 헤아리는 사이에 이웃님 마음에 생각이며 글감이 새록새록 떠오르도록 북돋우거나 이끄는 징검다리요 샘물이지요. 말풀이 한 줄을 붙일 적마다 “한줄노래로 피어나는 다리가 되면 좋겠어” 하고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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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6 체르노빌 방사능 분유·산성비



  체르노빌에서 꽝 하고 터지던 1986년을 떠올려 봅니다. 그즈음 배움터나 새뜸(언론)은 “산성비 맞으면 머리카락 빠진다”는 말을 비오는 날마다 읊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산성비 아닌 방사능비”였구나 싶어요. 산성비를 맞아서 머리카락이 빠질 일이 없어요. 방사능비였기에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체르노빌이 터지고 푸른별(지구)에 방사능이 널리 퍼질 즈음 하늬녘(유럽) 여러 나라는 소젖(우유)이 온통 방사능으로 물들고, 이를 가루젖(분유)으로 바꾸어 우리나라에 웃돈을 얹어서 그냥 줍니다. 다른 모든 나라는 “체르노빌 방사능 가루젖”을 손사래치거나 내버리려 했는데, 우리나라만큼은 거저로 받을 뿐 아니라 웃돈까지 챙겨서 “유제품 장사”를 했습니다. 말꽃은 말밑만 파지 않습니다. 말을 쓰는 사람이 짓는 삶에 흐르는 밑자락을 살핍니다. 나라에서 숨기거나 속이는 짓을 파헤칠 말길이요, 눈가림이나 거짓을 벗길 말살림입니다. 말에 깃든 삶을 읽기에 말풀이를 차근차근 합니다. 삶을 그리는 말에 서린 속내를 읽으면서 말밑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숨겨서 푸는 일은 없습니다. 환하게 드러내어 따지고 짚고 다룰 적에 실마리를 풉니다. 누구를 탓할 말넋이 아닌, 서로 슬기를 모두어 새길을 푸르게 찾아나서려는 말빛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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