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7.27.

나는 말꽃이다 96 풀



  풀밥(채식·비건)을 누리려는 사람이 새롭게 느는데, 풀을 먹으면서 ‘풀’이란 낱말을 혀에 안 올리기 일쑤입니다. 풀을 먹기에 ‘풀사람’이요, 서로 ‘풀님·풀벗’일 텐데, 풀을 ‘풀’이라 하지 않으면 무엇일까요? 흙을 짓고 살림을 가꾸던 사람들은 예부터 풀을 함부로 베거나 뽑지 않았습니다. 나물로 삼을 때에 풀을 조금 솎고, 집을 지을 적에 억새나 수수깡을 조금 모았습니다. 우리말은 그저 ‘풀’일 뿐이에요. ‘잡초(雜草)’는 우리말이 아닌, 중국스럽거나 일본스러운 바깥말(외국말)입니다. 풀사람(시골사람·숲사람)한테는 ‘못 쓸 풀·나쁘거나 사나운 풀(잡초)’이란 없습니다. 나물로 삼지 않을 적에는 보금자리를 푸르게 빛내면서 상큼한 바람을 맑게 일으키는 풀입니다. 풀밭에 풀벌레랑 개구리랑 뱀이랑 거미랑 지네랑 온갖 숨결이 어우러지면서 숲빛이 아름답습니다. 풀벌레랑 거미가 있기에 새가 찾아들어 알맞게 솎아내고 노래하지요. 또한 지난날 시골사람·흙사람은 풀줄기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었으니, 풀을 함부로 안 베었어요. 외려 풀을 돌보고 아꼈지요. 거름에 얹을 적에 조금 벨 뿐입니다. ‘먹는 풀’만 이름을 알고, ‘아직 안 먹는 풀’은 이름을 몰라 ‘잡초’로 여겨 죽이려 든다면, 풀밥 아닌 막밥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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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5 새말 새글 새넋



  말은 늘 새로 태어납니다. 우리가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살림을 새롭게 누리거든요. 글은 언제나 새로 씁니다. 우리가 하루를 새롭게 열고 닫으면서 삶을 지으면, 이 삶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흐드러지니, 소복소복 태어나는 글감을 문득문득 옮겨요. 웃음으로도 살고 눈물로도 사니, 웃음말과 눈물말이 태어나고, 웃음글에 눈물글을 씁니다. 생채기나 멍울이나 흉허물을 드러낼 새말이 자라고, 이 모두를 담아낼 새글을 씁니다. 허물벗기를 마친 나비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벅찬 나날을 누리니, 굳이 애벌레일 적을 떠올리지 않아요. 나비살림을 오롯이 맞아들입니다. 나비가 숨을 다해 흙으로 돌아가면 헌몸을 내려놓고 새빛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느끼고 보고 생각하며 짓는 마음이 피어나요. 새삶길로 가는 동안 새이야기가 자라나고, 새말과 새글로 드러납니다. 그런데 모든 새말은 모든 옛말에서 비롯합니다. 새몸도 옛몸에서 비롯하고, 새잎도 옛잎에서 비롯해요. 오늘 여민 낱말책은 모레에 새로 낱말을 지을 적에 밑거름이 되고, 모레 새로 태어난 낱말은 새삼스레 추스를 낱말책에 깃들어 다시금 새로 지을 살림을 나타낼 새말을 이루는 밑바탕이 돼요. 새말·새글·새넋은 늘 한동아리가 되어 옛말·옛글·옛넋을 먹고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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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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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94 봐주다



  우리말 ‘봐주다’는 한자말로 치자면 ‘용서 + 조력’입니다. 잘못이나 허물을 너그러이 토닥이거나 감싸고,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기에 돕거나 알려줍니다. 이 ‘봐주다’는 ‘보아주다’를 줄인 말씨요, ‘보다 + 주다’입니다. “보면서 주다”인 셈이에요. ‘보다’는 ‘돌보다·돌아보다’하고 맞물리고, ‘주다’는 ‘내주다·해주다’하고 맞닿으니, ‘봐주다·보아주다’는 어마어마한 숨빛을 품었다고 할 만합니다. 남이 나를 보아줄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보아줄 노릇이에요. 우리 넋이 어떠한가를 스스로 보고, 우리 마음·꿈·사랑이 어떠한지를 스스로 알아보아야지요. 낱말 하나를 가만히 보기에 문득 뜻이며 쓰임이며 빛을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외워서는 뜻도 쓰임도 빛을 못 깨달아요. 언제나 물끄러미 보면서 익힙니다. 늘 차분히 보다가 차근차근 맞아들입니다. 봐주는 마음이란, 사랑으로 품겠다는 눈빛이지 싶습니다. 보아주는 손길이란, 사랑스레 토닥이거나 달래면서 함께하겠다는 몸빛이지 싶어요. 늘 쓰는 수수한 낱말부터 보아주기를 바라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말씨부터 봐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사랑씨앗을 심는 낱말을 가만히 보고, 서로 이야기꽃을 지필 말씨를 즐겁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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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3 의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뒤적이면 ‘-의’를 토씨로 다루고 자그마치 스물한 가지 뜻풀이를 답니다만, 1920년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에는 ‘-의’가 없습니다. 1938년 문세영 님 《조선어사전》에 비로소 ‘-의’를 넣고, 한글학회 1957년 《큰사전》에 ‘-의’ 풀이를 달지만, 최현배 님이 영어 말틀에 맞춰 우리말 매김자리(소유격)로 ‘-의’를 다룬 뒤로 “나의 집”하고 “나의 원하는 것” 같은 보기글이 퍼지면서 엇나갑니다. “우리 집”하고 “내가 바라는 길”인데 말이지요. 엉뚱히 퍼진 토씨 ‘-의’를 일부러 손질해 보아도 좋습니다만, 이보다는 “먼먼 옛날, 글이란 없던 때,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즐겁게 살림하면서 보금자리를 돌보고 하루를 손수 짓던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한결 부드럽고 쉽게 실마리를 찾을 만합니다. 참말로 “글 없이 말로만 살던 무렵 살림꾼 사랑스런 눈빛”으로는 ‘-의’가 불거질 일이 없습니다. 어제·오늘·모레를 잇는 낱말책은 예나 이제나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삶을 짓는 슬기로운 살림길을 말씨 하나에 얹어 징검다리를 놓습니다. 영어나 일본말처럼 우리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어요.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새롭게 찾고 가꿀 말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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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92 고삭부리



  어느 분은 저더러 뜻(사명)이 있어 이 일(말꽃짓기)을 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리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저는 고삭부리에 말더듬이에 혀짤배기로 태어났고, 어릴 적에 말소리가 새서 놀림받았고 노래를 못 부른다고 또 놀림받았어요. 다만 배움터 길잡이(교사)가 웃거나 나무랄 적에 동무가 나란히 놀렸고, 마음으로 아끼는 여러 동무가 바람막이가 되어 이런 저를 지켜주곤 했습니다. ‘고삭부리’란 낱말을 썼는데, 이 낱말은 ‘골골대다·삭다’하고 얽힌 낱말입니다. 둘레 어른은 흔히 “허약 체질”이란 한자말을 썼어요. 저는 한자말을 잘 안 쓰는데, 어릴 적에 읽기를 시키면 소리를 내기 어려운 한자말이 참 많았어요. 열 살에 마을 할배한테서 천자문을 배우고서 옥편이랑 낱말책을 뒤지면서 소리를 내기 쉬운 말씨를 찾다보니 ‘오랜 우리말’은 어린이가 소리내기에 알맞고 부드럽더군요. 좋거나 나쁜 말은 따로 없습니다만, 모든 말은 삶에서 비롯하고, 삶은 우리 넋을 비춰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본 수수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쉽게 익히고 소리낼 만한 낱말을 물려주었겠지요? 말밑을 찬찬히 캐노라면 “좋은 삶도 나쁜 삶도 없”이 오직 우리 삶을 담는 말이 있을 뿐입니다. 툭하면 앓으면서 포근히 나눌 말을 더 찾아보았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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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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