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나는 말꽃이다 70 노래꽃



  빗물 머금은 꽃은 언제나 아름다워요. 새벽에 부추꽃을 톡 따서 살살 씹으면 부추내음에 이슬내음하고 비내음이 어우러지면서 알싸하게 스며듭니다. 어른이 쓰는 ‘시(詩)’는 ‘노래’요, 어린이랑 어른이 쓰는 ‘동시(童詩)’는 ‘노래꽃’이라고 느껴요. 여느 글이라면 삶을 그리듯 ‘삶글쓰기’이면 되고, 어른으로서는 삶을 사랑하듯 ‘삶노래쓰기’이면 되고, 어린이랑 어른은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삶노래꽃쓰기’이면 된다고 느껴요. 글쓰기가 어렵다면 억지가 끼어든 셈이지 싶습니다. 노래쓰기·노래꽃쓰기가 힘들다면 어거지를 부린 셈이지 싶습니다. 흘러나오는 숨결대로 쓰고, 바라보는 눈빛대로 쓰고, 마주하는 사랑대로 쓰고, 스스로 짓는 살림대로 쓰고, 오늘을 누리는 삶대로 쓰고, 서로 만나는 이웃이랑 동무 마음을 고스란히 쓰고, 해바람비를 푸르게 옮기고, 숲을 싱그러이 노래하면, 이 푸른별에서 즐겁게 나눌 노래가 태어나고 노래꽃이 피어납니다. 겉모습이나 옷차림을 꾸미는 삶이라면 글도 겉치레로 흘러요. 마음빛이며 사랑길을 살피는 오늘이라면 글도 속으로 알차면서 저절로 빛나요.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며 그리는 꿈을 씨앗으로 심기에 문득 깨어나는 글’입니다. 글꽃, 노래꽃, 살림꽃, 사랑꽃으로 함께 가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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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9 부정적



  언뜻 보면 어느 낱말은 좀 안 좋아(부정적) 보인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나 모든 낱말은 좋고 나쁨이나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모든 낱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모습·몸짓·생각·마음·느낌·소리·하루를 고스란히 담아서 알려줄 뿐입니다. 어느 낱말이 좀 안 좋다고(부정적) 느낀다면, 우리가 스스로 어떤 낱말을 바탕으로 가리킬 삶을 안 좋게(부정적) 굴리거나 다루거나 억누르거나 짓밟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힌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절름발이’는 “다리를 저는 사람”을 가리킬 뿐인데, 사람들은 ‘절름발이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거나 놀리거나 괴롭힐’ 뿐 아니라, 생각이 외곬인 사람을 빗댈 적에 써요. ‘외눈’은 그저 “눈이 하나(외)인 사람”을 가리킬 뿐이지만, 이 낱말도 사람들이 얄궂게 빗대는 자리에 씁니다. 모든 낱말은 우리 삶을 꾸밈없이(있는 그대로) 담습니다. 꾸밈없이(있는 그대로) 담는 말이기에 속내나 민낯이 들키면서 그만 ‘얄궂은 삶’이 아닌 ‘애먼 낱말’한테 화살을 돌리는 일이 잦습니다. 다만, 애먼 낱말한테 화살을 돌렸기에 뜻밖에 한결 새롭게 삶을 바라보며 새말을 곱게 짓기도 하지요. 말로 보자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늘 새롭게 스스로 생각을 키우며 나아가는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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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8 사랑으로



  글을 술술 쓰는 길은 언제나 하나. 스스로 사랑이 되려는 생각을 마음에 심으면, 오늘까지 살아온 나날에 듣고 보고 겪고 한 숱한 이야기가 노래처럼 쏟아집니다. 우리는 이 가운데 하나쯤 살며시 골라서 신나게 웃고 춤추면서 옮기면 되지요. 스스로 사랑해 보셔요. 그러면 글쓰기가 매우 쉬워요. 스스로 사랑하시나요? 그러면 빨래하기·밥하기·걸레질·비질이 참말 쉬워요. 스스로 사랑하기로 해요. 그러면 우리가 붙잡는 모든 일은 “새롭게 일어나는 바람”처럼 푸르고 싱그럽더군요. 바로 이곳부터 스스로 사랑이 되어 눈을 새로 떠요. 그러면 우리가 읽는 모든 책에 깃든 “민낯과 허울과 껍데기와 속살과 속빛과 숨결”을 남김없이 알아채고 느낀답니다. 한결같이 스스로 사랑빛으로 살기로 해요. 그러면 온누리 어떠한 미움도 시샘도 응어리도 멍울도 포근하게 달래고 녹여서 나비 날갯짓마냥 눈부신 꽃춤으로 바꾸어 내는 글 한 줄이 문득 태어나요. 우리말꽃을 쓰는 길은 여느 글쓰기하고 같습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말을 바라보고 읽고 느끼고 생각해서 다루”면 됩니다. 틀(이론)에 맞추면 말빛이 죽습니다. 굴레(규칙)에 가두면 말씨앗이 마릅니다. 사랑이라는 살림길로 말을 돌보고 품을 적에 비로소 낱말책을 여미어 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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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7 밑책



  낱말책에는 세 가지를 담습니다. 오늘(걸어가는 길)하고 어제(걸어온 길)하고 모레(걸어갈 길)입니다. 오늘은, 바로 우리 스스로 어떠한 삶이며 이웃은 어떤 삶인가를 읽고서 담아내는 말길입니다. 모레는, 앞으로 우리 스스로 어떻게 꿈을 지으려는 살림이며 이웃은 어떻게 꿈하고 사랑을 지으려는 살림인가를 그리는 말길입니다. 어제는, 그동안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사랑했으며 이웃은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돌아보는 말길이에요. “오늘 삶”하고 “모레 꿈”하고 “어제 사랑”을 낱말로 읽어내고 말마디(또는 글줄)로 엮기에 낱말책입니다. 이때에 우리가 스스로 쓰는 말씨가 가장 밑바탕인 책입니다. 종이에 적힌 글보다 우리가 입으로 주고받는 말씨를 찬찬히 봅니다. 그런데 말꽃지기(사전편찬자)가 아직 태어나지 않던 무렵이나 살아가지 않은 여러 고장에서 쓰던 말씨는 종이책으로 훑어야지요. 갓 나온 책부터 아스라히 예전에 나온 책까지 차곡차곡 살핍니다. 좋거나 나쁜 책을 안 가립니다. 옳거나 그른 책을 안 따집니다. 모든 자리에서 쓰는 모든 말씨에 흐르는 삶·꿈·사랑을 읽고서 이 ‘말씨앗’을 갈무리한 다음, 아이들이 물려받고 어른들이 물려줄 말빛을 여며요. 새책집·헌책집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읽고 장만하는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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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6 고양이



  2021년 7월에 국립국어원은 ‘길고양이’를 올림말로 삼으면서 ‘도둑고양이’ 뜻풀이를 손질합니다. “길고양이 :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하고 “도둑고양이 :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도적고양이”로 적는데, 두 낱말 뜻풀이는 모두 얄궂습니다. 고양이한테 언제부터 ‘임자(주인)’가 따로 있었기에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같은 뜻풀이를 붙일까요? 이제는 ‘도둑고양이’ 같은 낱말은 버려야겠는데, 굳이 낱말책에 남기려 한다면 뜻풀이는 제대로 붙일 노릇입니다. 푸른별로 보자면 도둑은 정작 사람입니다. 새·풀벌레·짐승·헤엄이를 마구 짓밟고 죽이고 삶터를 빼앗는 사람인걸요. 고양이를 더 헤아린다면 ‘들고양이’를 바탕으로 ‘골목고양이·마을고양이’로 가르고, ‘길고양이’하고 ‘집고양이·곁고양이’로 나눌 만합니다. 우리는 사람이지만 사람 눈길로만 둘레를 본다면 뭇목숨을 찬찬히 다루는 길하고 멀어요. 스스로 삶을 짓는 뭇목숨을 볼 노릇이요, 사람은 이 별에서 어떤 몫을 하면서 삶을 밝히는가를 생각해야지요. 그리고 낱말풀이에는 ‘자생적(自生的)’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 아닌 우리말 ‘스스로’를 써야 알맞습니다.


ㅅㄴㄹ


[국립국어원 낱말책]

길고양이 :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

 - 길고양이를 돌보다 /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 / 길고양이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도둑고양이 :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도적고양이

 - 거의 작은 개만큼이나 큰 검정고양이였다. 부대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도둑고양이였을 것이다. 《오정희, 중국인 거리》

요 망할 놈의 고양이 새끼! 걸이는 공동변소 옆에 엎드려 있는 도둑고양이를 그리 힘들이지 않고 잡아 쥐었다. 《황순원, 움직이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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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낱말책]

길고양이 : 사람 손을 타기도 하면서 사람과 가까운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

 * 길고양이가 지붕에서 해바라기를 한다

들고양이 : 사람 손을 안 타면서 들에서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고양이

 * 들고양이는 이 겨울을 어떻게 나려나

도둑고양이 : 사람 손을 안 타지만 사람과 가까운 데에서 먹이를 찾으며 살아가는 고양이

 * 도둑고양이가 새끼를 예쁘게 낳았어요

골목고양이 : 도시에서 골목을 이룬 곳에서 곧잘 사람 손을 타기도 하며 지내는 고양이

 * 사람과 골목고양이는 서로 이웃이다

집고양이 : 사람 손을 타면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고양이

 * 집고양이라도 새를 잘 잡아

곁고양이 : 사람 곁에서 한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고양이

 * 곁고양이가 나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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