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5 누구나 한다



  어느 일이건 누구나 합니다. 아무 일이라면 아무나 할 테고요.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아이를 낳아서 돌보거나 이웃 아이를 알뜰히 보살핍니다. 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뿐 아니라 즐겁게 써요. 책으로 마음을 살찌우는 길을 틔운 사람은, 이웃이 쓴 책을 손에 쥐면서 눈빛을 밝힙니다. 푸르게 우거지는 숲이 이 별을 아우르는 숨결을 읽는 사람이라면 풀꽃나무를 포근히 어루만지면서 스스로 푸르게 노래합니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있기에 글을 쓰거나 낱말책을 엮지 않습니다. 솜씨종이(자격증)를 땄기에 길잡이(교사) 노릇을 하거나 어버이가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있어 생각을 짓는 누구나 합니다. 말 한 마디에 온사랑을 담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즐겁게 생각씨앗 한 줌을 나누려는 마음이 있기에 누구나 합니다. 모든 ‘일’은 ‘누구나’ 합니다. 모든 ‘심부름’은 ‘아무나’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처음으로 깨어나 흐르는 몸짓이기에 ‘일(일다·일어나다)’이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시키는 대로 가는 몸짓이기에 ‘심부름(시킴·싣다)’입니다. 아직 서툴어 누가 시키는 틀을 따를 수 있습니다만, 좀 모자라거나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하면 다 다르게 빛나며 즐거운 낱말꾸러미가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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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2021.12.5.

나는 말꽃이다 64 꿈



  꿈꾸는 사람은 꿈길을 갑니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꿈길이 없으니 꿈길을 가지 않습니다. 꿈을 그리기에 이 꿈을 늘 마음에 품으면서 다시 생각하고 거듭 살피며 자꾸 헤아려요. 첫걸음으로 모자라니 두걸음 석걸음을 잇고, 넉걸음 닷걸음을 더 나아가고, 어느새 꿈 곁에 이릅니다. 둘레에서 터무니없는 꿈이라 여긴대서 꿈을 접으면 꿈으로 못 갈 테지요. 테무니없어서 못 이루기에 나쁠까요? 꿈을 그리지 않으면서 하루를 안 지을 적에 슬플까요? 낱말책은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에 꿈씨앗을 고이 품도록 낱말로 이끄는 몫입니다. 낱말책은 낱말 하나에 사람들이 저마다 이루고픈 뜻을 새겨서 마음에 생각으로 담도록 북돋우는 길목입니다. 사람들이 다짐말로 삼으려고 곁에 두는 낱말은 모두 다르겠지요.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이룰 꿈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밑돌이란 구실을 하도록, 낱말풀이하고 보기글을 가다듬습니다. 낱말하고 얽힌 말밑이나 쓰임결을 갈무리합니다. ‘좋거나 낫거나 맞거나 옳거나 바르게 쓰도록 잣대’가 될 때도 이따금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슬기롭거나 눈부시도록 꿈을 그리는 씨앗 한 톨’로 낱말을 생각해서 고스란히 누리도록 살짝 귀띔하는 낱말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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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3 어른



  ‘아이어른’이라고 할 적에 ‘아이’는 나이가 적거나 한창 크는 사람을 가리키고, ‘어른’은 나이가 많거나 몸이 다 자란 사람을 가리킵니다만, 이 뜻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는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하루가 되려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으로, ‘어른’은 “철이 들어 스스로 삶을 짓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날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이를 즐거이 살림짓기로 잇는, 이러면서 아이를 이끄는 상냥한 넋.”으로 말결을 이어요. 낱말을 풀이할 적에는 ‘눈으로 보는 모습’부터 다루되 ‘마음으로 보는 모습’도 나란히 다룹니다. 낱말을 지어서 쓰는 바탕을 살피면서, 낱말을 살려서 생각을 가꾸는 길을 이어요. 오늘날 삶터에서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면 “몸이 덜 자란 탓”이 아니라 “철이 덜 든 탓”이면서 “새롭게 배우면서 즐거이 살림짓기로 못 가고 상냥하지 않은 탓”이라 할 만해요. 오늘날 터전에서 아이가 아이다움을 잃거나 잊는다면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지을 하루가 아니라, 배움수렁(입시지옥) 쳇바퀴에 일찍부터 갇힌 탓”이겠지요. 낱말책은 말뜻을 풀어내면서 말씨(말씨앗)으로 생각을 지펴서 삶을 저마다 슬기롭고 즐거이 살찌우도록 잇는 몫입니다. 이음목이요 이음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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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2021.11.26.

나는 말꽃이다 62 쓰임결



  낱말책에 싣는 낱말은 ‘좋은말·나쁜말’이 없습니다. 이 대목을 살피지 않는다면 낱말책을 곁에 두면서 생각을 밝혀 마음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지 못합니다. ‘좋은말·나쁜말’처럼 붙여서 적었습니다. 더 헤아려 보자는 뜻이요, 이렇게 새말을 지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도 ‘좋은책·나쁜책’을 가를 수 없고,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도 ‘좋은이·나쁜이’를 나눌 수 없습니다. 말이건 책이건 사람이건 바탕을 이루는 숨결은 모두 빛씨앗이요 사랑입니다. 말을 다루거나 책을 쓰거나 펴거나 읽는 사람이 ‘좋거나 나쁜 길을 갈’ 뿐입니다. 모든 말은 어느 자리·때·흐름·모습·몸짓을 나타냅니다. 막말(욕)이라면 막짓을 하는 자리를 나타내는 말씨요, 꽃말(칭찬)이라면 기쁘거나 반갑거나 치켜세우는 때에 쓰는 말씨입니다. 낱말풀이를 하거나 보기글을 붙일 적에는 섣불리 ‘좋은말·나쁜말’이라는 토를 달지 않을 노릇입니다. 쓰임새를 찬찬히 밝히고, 쓰임결을 가만히 알릴 뿐입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모습을 돌아봐요. “더 좋은 글을 쓰려”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오늘을 고스란히 담아서 쓰려”고 하면 됩니다. “더 좋게 쓰려”고 생각하기에 자칫 꾸밈글로 흐르기 쉽고, 삶을 ‘좋고 나쁨’으로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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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1 땀으로 쓰다



  이웃님한테 새로 쓴 노래꽃(동시)을 즐겁게 건넵니다. 큰아이가 첫돌을 맞이한 2009년부터 큰아이한테 가르칠 한글을 노래꽃으로 여미었습니다. 돌잡이한테 벌써 한글을 가르칠 생각이 아닌, “아버지가 늘 붙잡고 살아가는 글을 돌잡이 아이가 궁금히 여기고 저도 따라서 쓰겠노라 하”기에 “아이가 읽든 못 읽든 글씨를 또박또박 큼직큼직 써서 아이한테 노래처럼 들려주었”어요. 이렇게 아이한테 노래처럼 들려준 짤막한 글자락을 이웃님이 좋아하시기에 문득 건네었고, 어느새 “아이하고 이웃님한테 나란히 드리는 글꽃(글선물)이 됩”니다. 어느 이웃님은 “정성도 대단하지요. 이게 다 손으로 쓰고, 게다가 저 커다란 등짐으로 지고 날라서 주잖아요?” 하고 말씀하기에 “글쎄, 저는 ‘정성’으로 쓴 적은 없어요. 늘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으로 썼고, 이렇게 판에다 옮겨적어서 드릴 적에는 ‘땀’으로 짊어져서 건넬 뿐이에요. 무엇보다도 아이들 기저귀를 손수 갈고 빨고 해바람비에 말리며 건사했듯, 늘 손으로 쓰고 등으로 나르고 다리로 찾아가서 드리지요. 저는 글을 ‘사랑땀’으로 써요. 다른 말로는 ‘새벽이슬’로 노래꽃을 쓴다고 할 만합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사람한테는 땀방울이고, 풀꽃나무한테는 이슬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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