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5. 아는 버섯, 모르는 버섯


  여덟 살 어린이는 일곱 살 적에 ‘달걀버섯’을 보았습니다. 다만, 갓을 활짝 벌린 모습이 아니고, 달걀처럼 오므린 모습도 아닌, 둘 사이일 적 모습을 보았어요. 여덟 살 어린이는 버섯 이름이 무엇인지 떠올리지 못하지만 “아버지, 우리 예전에 본 버섯이에요!” 하고 외칠 줄 압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래, 지난해에 봤어. 이름을 알겠니?” “아니.” “이름을 모르겠으면 스스로 새롭게 붙이면 돼.” “음, 분홍버섯?” 버섯이나 나무나 풀이나 꽃이나 벌레한테 ‘학술 이름’을 붙여도 되지만, 우리가 저마다 바라보고 마주하는 대로 ‘반가운 이름’을 붙여도 됩니다. 아무튼, 이제부터 ‘우리 식구 모두 아는 버섯’이 한 가지 늡니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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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4. 네 눈에 예쁜 돌이 하나씩



  골짜기에 나들이를 갑니다. 두 아이는 함께 놀다가도 저마다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따로 놉니다. 작은아이는 문득 바위를 타고 앉아서 냇바닥에 있는 돌을 하나씩 줍습니다. 그런데, 돌을 주우면서 이 돌은 뭐고 저 돌은 뭐라고 중얼거립니다.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귀를 기울입니다. 작은아이는 골짜기 바닥에 있는 돌을 두고 자동차요 비행기요 하면서 놉니다. 한손으로는 틀림없이 돌을 쥐면서 놀지만, 마음으로는 새롭게 바라보면서 노는 셈입니다. 나는 무엇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까요? 시골아이 뒷모습을 찍는 셈일까요, 아니면 꿈나래를 펴는 마음과 몸짓을 찍는 셈일까요?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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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3. 다듬은 파랑 주름진 손


  파 한 뿌리도 시골에서 태어납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에서 파가 자라고, 잘 자란 파는 시골지기가 손으로 하나하나 끊고 다듬어야 비로소 저잣거리에 나옵니다. 파를 뽑는 기계가 없으며, 파를 다듬는 기계가 없습니다. 시골지기는 흙을 만지고 주무르면서 파 한 뿌리를 얻고, 이렇게 얻은 파를 찬찬히 손질하면서 도시사람이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내놓아 줍니다. 다듬은 뿌리하고 줄기는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파를 비롯한 남새가 잘 자라도록 거름이 됩니다. 흙빛으로 주름진 손끝에서 짙푸르면서 새하얀 삶이 사랑스럽게 샘솟습니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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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2. 시골에서 타는 버스



  시골에서는 버스 바닥에 흔히 앉습니다. 할배는 웬만해서는 바닥에 안 앉지만 할매는 으레 바닥에 앉습니다. 상자나 짐을 깔고 앉기도 하지만, 맨바닥에 그냥 앉곤 합니다. 시골버스에서 자리가 없는 일은 드물지만, 장날에는 빈자리가 없기 마련이라, 누구나 털썩털썩 앉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동무들하고 깔깔깔 노래하면서 바닥에 앉아서 갑니다. 그야말로 놀듯이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이야기가 흐르며,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들길을 시원스레 달립니다. 4348.7.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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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1. 하늘을 날다



  우리 집 두 아이한테 으레 ‘놀이순이·놀이돌이’ 같은 이름을 붙여서 부릅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이 아이들은 참말로 ‘날순이·날돌이’로구나 싶습니다.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꿈으로 신나게 바람을 가르면서 펄쩍펄쩍 뛰며 노래합니다. 이 같은 날순이 모습을 보다가, 나도 어릴 적에 날돌이가 되어 놀았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리하여, 하늘을 나는 아이를 뒤에서 바지런히 좇다가 사진을 한 장 두 장 찍는 내 손길은, 오늘 이곳에서 노는 우리 아이를 찍는 사진일 뿐 아니라, 아스라한 지난날 저곳에서 내가 아이로서 뛰논 모습을 찍는 사진입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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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16 23:48   좋아요 0 | URL
정말 사진만 보아도, 싱그럽고 함께 마음이 나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5-07-16 23:54   좋아요 0 | URL
지지난해 사진인데
이제서야 이 사진을 다시 보고는
저 스스로 놀라면서
눈물하고 웃음이 함께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