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30. 신나는 사진



  사진은 신나게 찍으면 됩니다. 오늘 하루 신나게 놀자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스스로 신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은 말 그대로 ‘신나게 놀자’는 생각뿐이기 때문에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맛나게 밥을 먹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맛나게 먹자’는 마음뿐이기 때문에 맛나게 밥을 먹을 줄 압니다. 사진을 찍거나 읽는 어른이라면, 신나게 찍고 신나게 읽으면 됩니다. 즐겁게 찍고 즐겁게 읽으면 됩니다. 아름답게 찍고 아름답게 읽으면 되며, 사랑스레 찍고 사랑스레 읽으면 됩니다. 4348.7.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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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9. 노랗게 노는 고무신



  언제나 쉽게 벗고 가볍게 빨아서 말릴 수 있는 고무신이지만, 시골마을 놀이순이한테는 이런 고무신조차 번거롭습니다. 게다가 이 고무신을 대나무 작대기에 꿰면 멋진 놀잇감이 됩니다. 길다란 작대기는 손이 닿지 않는 후박나무 가지까지 이어지고, 작대기에 걸린 고무신은 땅바닥이 아닌 하늘을 성큼성큼 밟으면서 마실을 다닙니다. 노란 고무신은 노랗게 놀고, 노란 고무신을 휘휘 젓는 시골순이는 새로운 놀이를 스스로 지은 기쁨을 마음껏 누리면서 동생을 이끕니다. 여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나무그늘 밑에서 노는 아이들이 흘리는 땀을 말려 줍니다. 4348.8.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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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8. 부채질하는 아버지



  내가 여름에 할 일 가운데 하나는 부채질입니다. 올해에는 선풍기를 틀지만, 지난해까지는 선풍기조차 안 쓰고 살았습니다. 두 아이하고 사니, 한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 ‘두 손 부채질’을 합니다. 마실길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으레 몇 시간씩 부채질을 합니다. 큰아이만 우리 곁에 있을 적에는 한손으로 안고 한손으로 부채질을 했고, 두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따로 누인 뒤 두 손으로 부채질입니다. 다른 일을 못 하고 오로지 부채질만 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면, 아이들 가슴속에 깃든 고운 넋을 물씬 느끼면서 내 넋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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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7. 너랑 나랑 함께 짓지



  어버이가 이것을 하면 아이도 이것을 하고 싶습니다. 어버이가 저것을 하면 아이도 저것을 하고 싶습니다. 잘 하거나 못 하는 몸짓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저 할 뿐이고, 그냥 할 뿐이에요.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이것저것 오리면서 가위질을 익혔습니다. 작은아이도 작은아이대로 이 종이 저 종이 가리지 않으면서 오리면서 차근차근 가위질을 익힙니다. 그림을 그려서 오린 별을 붙이는 놀이도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천천히 함께 하면서 시나브로 익힙니다. 언제나 함께 짓습니다. 말도 삶도 넋도 노래도 꿈도 사랑도 오늘 하루도 참말 너랑 나랑 함께 지어요. 4348.8.3.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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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6. 흔하지 않으면서 흔한 모시밥


  모시밥을 짓습니다. 모시잎을 말려서 가루로 빻은 뒤에 모시가루를 섞어서 밥을 지을 수 있으나, 그때그때 모시잎을 뜯어서 잘게 썬 뒤에 모시밥을 지을 수 있어요. 봄부터 가을 끝자락까지 스스로 잘 돋는 모시풀이니, 세 철 동안 즐겁게 모시밥을 먹고 겨울에는 무밥이나 유채밥을 먹자고 여깁니다. 예전 사람들처럼 모시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짓지는 못하지만, ‘제철밥’을 누립니다. 모시풀이 없는 곳에서는 모시밥을 못 먹을 테지만, 모시풀이 흔한 곳에서는 날마다 먹습니다. 둘레를 살펴보며 삶을 짓습니다. 그리 대단한 밥은 아닐 테지만, 내 보금자리에서 얻거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스스로 찾습니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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