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40. 자전거를 보는 자전거



  삶을 삶 그대로 바라볼 때에 삶이 됩니다. 삶을 삶 그대로 바라보아 온 하루가 참말 삶다운 삶이라면, 언제나 사랑스러운 말이 흐르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피어나며 사랑스러운 꿈이 자랍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가는 길에 이웃마을 할배가 타는 ‘들일 가는 자전거’를 만납니다. 나는 자전거에 타면서 다른 자전거를 바라봅니다. 옆구리에 삽 한 자루를 낀 ‘시골자전거’ 또는 ‘들자전거’를 봅니다. 내가 달리는 자전거도 ‘시골자전거’일 텐데, 여기에 ‘아이자전거’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일 만합니다. 아이들하고 어디라도 달릴 수 있으면서 함께 노래하고 웃는 자전거인 ‘아이자전거’입니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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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9. 춤추는 글씨



  다섯 살 작은아이가 그리는 글씨가 춤을 춥니다. 함께 글씨놀이를 하다가 하하 웃음이 나옵니다. “잘 그리네. 잘 쓰네. 거 봐, 이렇게 잘 쓸 줄 아네.” 하고 말하면서 웃는다. 다섯 살 작은아이도 빙그레 웃으면서 “자 봐! 다 썼어!” 하고 외칩니다. 작은아이 글씨가 왜 춤을 추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스스로 춤추면서 노니까 글씨가 춤을 추지 싶습니다. 나중에 이 아이가 자라서 글씨를 반듯반듯 쓴다면, 그때에는 걸음걸이가 반듯반듯 야무지면서 멋지기 때문일 테지요. 오늘은 그저 춤추듯이 뛰놀고 싶은 마음이니 그야말로 넓직하게 춤을 추는 글씨를 그립니다. 4348.8.2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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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8. 나무하고 함께 있는



  나무하고 함께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나도 어릴 적에 나무하고 함께 놀았습니다. 내가 살던 마을에 꽤 커다랗게 잘 자란 나무가 있어서, 내 또래 어린이가 여럿 올라타도 거뜬했습니다. 어디만큼 올라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높이 높이 올라가서 ‘아 좋다!’ 하다가, 밑으로 내려갈 때쯤 되어 ‘어라, 어떻게 내려가지?’ 하는 생각에 까마득한 적이 잦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수백 해 묵은 나무는 언제나 아이들한테 고마운 놀이터가 되고 따스한 품을 베풉니다. 우리 고장 읍내에는 구백 살 가까운 느티나무가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곧잘 나무한테 찾아가서 인사합니다. 오랫동안 짙푸른 바람을 베푼 숨결을 함께 느낍니다. 4348.8.2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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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7. 저만치 멀리 가는구나



  아이는 처음 걸음마를 뗀 뒤부터 뒤를 보지 않습니다. 아이는 처음 걸음마를 떼기 앞서 바닥을 볼볼 기듯이 다닐 적에도 뒤를 보지 않습니다. 아이는 처음 이 땅에 태어난 날부터 언제나 앞을 바라봅니다. 한 걸음을 딛고 두 걸음을 딛으면서 늘 새로 나아갑니다. 몸이 자라고 키가 크면서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내딛습니다. 어느새 저 앞으로 달려가니 개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저 앞으로 멀리 내달린 뒤 돌아옵니다. 제 어버이 품을 고요하며 포근한 보금자리로 여깁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나는 아이들이야말로 나한테 고요하며 포근한 보금자리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4348.8.1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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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6. 제비하고 사는 집


  우리 고장에는 삼월 끝무렵부터 제비가 찾아듭니다. 새끼 제비는 두 달 남짓 처마 밑 둥지에서 자란 끝에 어미 제비를 따라서 날갯짓을 익히고, 이때부터 하늘을 가르느라 신이 나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싱싱 가르는 기쁨을 맛본 제비는 처마 밑 둥지는 까맣게 잊습니다. 하늘을 날며 먹이를 잡아채는 솜씨까지 갈고닦으면 이제 ‘제비집’은 너른 들과 숲입니다. 기쁨이 어린 신나는 날갯짓으로 이곳저곳 마음껏 누비는 제비는 이윽고 바다를 건너가는데, 이듬해에 다시 찾아와 주렴 하고 손을 흔듭니다. 제비집(제비가 사는 집)을 떠나려는 새끼 제비가 빨랫줄에 앉은 모습을 마지막으로 지켜봅니다. 4348.8.1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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