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2021.11.24.

곁말 20 글발림



  “남한테 읽힐 뜻”이 아닌 “스스로 되읽을 뜻”으로 씁니다. 스스로 되읽으면서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고 여길 만할 적에 비로소 이웃이며 동무이며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둘레에서 “그만큼 손질하면 되지 않나요?” 하고 물어도 “제가 보기에는 아직 더 손질하고 보태어야 합니다” 하고 고개숙입니다. “남 보기에 부끄러운 글”이란 처음부터 남한테 보여주려고 치레한 글입니다. 스스로 삶을 적고 살림을 그리고 사랑을 노래한 글이라면 “남 보기에 부끄러울 턱”이 없습니다. ‘글발림’을 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니, 배움터부터 아이들한테 글발림을 시킵니다. 해마다 나라에서 치르는 셈겨룸(시험)을 들여다보면,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를 글(지문)이 가득하더군요. 읽고서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서 뜻을 펴도록 이끄는 배움판이 아니라, 눈가림·눈속임이 넘실대는 발림판 같아요. “꿀맛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다”고들 합니다. 글발림이란 ‘주례사비평·립서비스·감언이설·포퓰리즘·형식적·요식행위·레토릭·사탕발림·인기영합’인 셈입니다. ‘글발림 = 겉발림’이거든요. 바른 대서 안 바뀌어요. 사랑을 담고 살림을 얹고 삶을 녹이기에 바뀝니다. 꽃으로 피어날 글꽃을, 씨앗으로 삼을 글씨를 생각합니다.


ㅅㄴㄹ


글발림 (글 + 발림/바르다) : 보거나 듣거나 읽거나 받아들이기 좋게 바른 말. 흉·허물·티·잘못·민낯은 모두 가리거나 치운 채 좋게 쓰거나 높이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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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곁말 19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이름으로 부르면 서로 즐거울까요? 한자말로는 ‘애인’이라 하고, 영어로 ‘허니·달링’ 같은 말을 쓰는 분이 무척 많으나,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랑스러운 사람한테는 수수하게 ‘사랑이’라 합니다. 때로는 ‘사랑님’이라 하고, ‘사랑꽃’이나 ‘사랑별’처럼 말끝을 슬쩍 바꾸기도 해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사랑순이·사랑돌이’일 테고, ‘사랑벗·사랑동무’라든지 ‘사랑짝·사랑짝지·사랑짝꿍’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흐르고 잇습니다. 따스하게 부는 바람이고, 포근하게 이는 물결입니다. 말 한 마디는 서로를 잇는 즐겁고 튼튼한 다리 같습니다. 겉을 꾸밀 적에는 사랑하고 멀어요. 속을 가꾸기에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겉모습만 차릴 적에는 사랑이 아니에요. 속빛을 나누며 스스로 웃고 노래하기에 사랑이로구나 싶어요.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아이’를 느낍니다. 아이는 어버이를 바라보며 ‘사랑어른’이라 느낄까요? 곁에는 사랑책을 놓고, 언제나 사랑글을 씁니다. 넌지시 사랑말을 띄우고, 사랑살림을 짓는 사랑집을 일구려고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으로, ‘사랑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온누리를 사랑누리로 빛내는 사랑길을 찾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사랑이 (사랑 + 이) : 1. 사랑하는 사람. 서로 사랑하는 사이 2. 어느 사람이나 어느 것·책·일·영화 들을 매우 아끼거나 즐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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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18 별님



  둘레에서 어떤 말을 쓰든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다 어느 낱말을 쓰더라도 굳이 따라야 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잘 안 쓰더라도 마음으로 와닿는 말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 쓰는 낱말이라지만 스스로 사랑을 담아서 즐겁게 짓곤 합니다. 둘레에서는 ‘장애인·장애아’ 같은 낱말을 쓰지만, 저는 이런 낱말을 안 써요. 제 나름대로 새말을 지었어요. 먼저 ‘별님’이나 ‘별아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별순이·별돌이’나 ‘별빛아이·별빛사람’ 같은 낱말도 지어서 써요. 저는 이 ‘별님·별아이’라는 이름을 ‘스타·에이스·히어로·신데렐라·천사·인재·영웅’을 가리킬 적에도 씁니다. ‘인디고 아이들’을 가리킬 적에도 함께 써요. 문득 생각해 보니, 둘레에서는 ‘발달장애아’ 같은 이름을 쓰기도 하던데, 저는 이 아이들한테 ‘어린별님·어린별꽃·어린별이’ 같은 이름을 새롭게 지어서 불러요. “어린별님은 오늘 무엇을 보았니?” “어린별꽃은 어제 무슨 놀이를 했어?” “어린별이는 풀꽃나무랑 어떤 말을 속삭였을까?” 하고 혀에 얹습니다. 겉으로 눈부신 별이 있습니다. 속으로 환한 별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앞장서는구나 싶은 별 곁에, 한결같이 고요히 밝은 별이 있어요.


별님 (별 + 님) : 1. 별을 높이거나 포근하게 여기거나 느끼면서 가리키는 이름 2. 아름다우면서 눈부신 사람 3. 겉으로는 크거나 대단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로는 밝으면서 맑은 숨빛을 품은 사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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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17 철바보



  인천에서 나고자랐습니다. 인천은 시골이 아닌 큰고장입니다. 그러나 서울 곁에 있으면서 모든 살림이며 마을은 매우 수수했어요. 다섯겹(5층)이 넘는 집조차 드물었거든요. 골목은 널찍하면서 아늑했고, 바다랑 갯벌이 가까우며, 곳곳에 빈터나 들이 흔했어요. 시골놀이는 아니지만 골목놀이에 바다놀이에 풀밭놀이를 누리면서 언제나 ‘나이’란 뭘까 하고 생각했어요. 신나게 뛰노는 우리를 바라보는 마을 어른들은 “철없이 놀기만 한다”고 나무랐는데, 어버이 심부름이며 집안일을 다들 엄청나게 함께하기도 했어요. “어른들은 하나도 모르면서.” 하고 혼잣말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나이가 들기만 할 적에는 메마르고, 철이 들면 즐겁게 노래하며 놀리라 생각해요. 놀지 않거나 놀이를 얕보는 분이란 ‘낡은이·늙은이’로 가고, 철빛을 살피면서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분이란 ‘어른’으로 간다고 생각했어요. 철을 알기에 아이한테 상냥하면서 어진 말씨를 들려주고, 철을 익히기에 아이 곁에서 부드럽고 포근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편다고 생각해요. 걱정하거나 두려울 일이 있을까요? 철들어 가는 길이라면 걱정도 두려움도 무서움도 잊은 채, 신바람에다가 노래에다가 놀이를 품으면서 참다이 빛나는 하루가 된다고 느꼈어요.


철바보 (철 + 바보) : 철을 모르거나 잊거나 살피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사람. 철이 들지 않은 사람. 한자를 붙인 ‘철부지(-不知)’를 손질한 낱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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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2021.11.6.

곁말 16 책읽기



  나라(정부·국립국어원)에서 펴낸 낱말책은 “독서(讀書) : 책을 읽음”으로 풀이합니다. 아주 틀리지는 않다고 할 뜻풀이입니다만, 영 엉성합니다. 더구나 우리말 ‘책읽기’는 올림말로 안 삼아요. ‘책 읽기’처럼 띄라고 합니다. 왜 아직도 우리말 ‘책읽기’를 낱말책에 안 올릴까요? ‘독 서’처럼 띄어쓰기를 안 하는데, ‘책 읽기’처럼 띄어야 할까요? ‘마음읽기·숲읽기·삶읽기·글읽기·그림읽기·바로읽기·오늘읽기·날씨읽기’처럼 ‘-읽기’를 뒷가지로 삼아 새말을 차근차근 지을 만합니다. 삶은 새롭게 뻗고, 생각은 새삼스레 자라고, 삶터는 새록새록 넓게 자랍니다. 이러한 길이나 물결을 돌아본다면 바야흐로 ‘읽기’를 슬기롭게 할 노릇이요, 우리 나름대로 ‘새로읽기’를 의젓이 할 줄 알아야지 싶어요. 마음닦기를 하는 이웃님이라면 마음읽기를 하다가 마음쓰기를 할 만합니다. 어린이 곁에서 함께 글쓰기도 글읽기도 하다가, 하루쓰기랑 하루읽기도 할 만해요. 조금 어려울는지 모르나 ‘사회읽기·문화읽기·정치읽기·경제읽기’도 할 만하지요. 가볍게 읽다가 깊이 읽습니다. 가만히 읽다가 곰곰이 읽습니다. 살며시 읽다가 살펴서 읽습니다. 그리면서 읽고, 노래하다가 읽고, 포근히 쉬다가 읽습니다.


책읽기 : 책을 읽음. 책에 흐르는 이야기나 줄거리나 뜻을 헤아려서 아는 일. 책을 펴서 이야기나 줄거리나 뜻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마음으로 맞아들이거나 배우는 일. 책이라는 꾸러미에 담은 삶·살림·숲·사람·사랑 같은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맞이하려는 일.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며 숲을 품고 사람으로서 노래하고 사랑이라는 길을 연 사람들이, 이웃·동무하고 나누려고 여민 꾸러미인 책을 곁에 두면서, 어제부터 오늘로 이은 길을 짚고, 오늘부터 모레로 나아갈 길을 그리도록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려는 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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