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1.

곁말 35 꼰대



  스무 살에 인천을 떠나던 1995년까지 배움터에서 ‘꼰대’라는 말을 듣거나 쓴 적이 드물지 싶습니다. 몽둥이로 두들겨패던 어른한테 ‘미친개·그놈·x새끼’ 같은 말을 쓰는 동무는 많았습니다. 싸움터(군대)로 끌려가서 스물여섯 달을 살던 강원도에서도 이 말을 못 들었어요. 이러다 2000년에 DJ.DOC란 이들이 부른 〈포졸이〉부터 ‘꼰대’란 말이 확 퍼졌다고 느낍니다. ‘꼰대’는 너무 꼬장꼬장하거나 비비 꼬였구나 싶은 사람을 가리킬 적에 쓴다고 느껴요. 꿋꿋하거나 꼿꼿하게 버티는 결을 나타낼 때도 있으나, 이보다는 ‘꼬여서 틀린·뒤틀린·비틀린’ 결이 싫다는 마음을 드러내요. ‘장대·꽃대·바지랑대·대나무’에 쓰는 ‘대’는 가늘면서 긴 줄기나 나무를 가리키고, “‘대’가 곧은 사람”처럼 써요. 꼬인 채 단단하니 제 목소리만 내려는 사람인 꼰대요, 꼬여버린 마음결이란 둘레 목소리에 귀를 막은 사람인 꼰대입니다. 말밑은 ‘꼬’로 같은데, ‘꽃대’라 하면 고운이를 가리키는 셈이에요. ‘꼬마’라 하면 귀여워 곁에 두고픈 사람을 가리키지요. ‘꼰대’라 하면 꼭 막혀서 함께하기 어려운 사람을 가리키는 꼴입니다. 어질며 착하고 참한 길로 가면서 함께 꽃님이 되고 꽃어른으로 피어나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꼰대(꼬다 + ㄴ + 대) : 나이가 많거나 남보다 안다고 여기면서 늘 시키기만 하고 젊은이나 어린이 이야기를 잘 안 들으려 하는 사람. (← 옹고집, 고집불통, 일방적, 독불장군, 편협, 근본주의, 원리주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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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2022.2.10.

곁말 34 새바라기



  한참 놀다가 문득 가만히 해를 보고서 담벼락에 기대던 어린 날입니다. 어쩐지 멍하니 해를 바라보는데 옆을 지나가던 어른이 “넌 해바라기를 하네?” 하고 얘기해서 “네? 해바라기가 뭔데요?” 하고 여쭈었더니 “해를 보니까 해바라기라고 하지.” 하고 일러 주었습니다. 속으로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별바라기’라는 말을 듣습니다. 별을 좋아해서 밤하늘 별을 가만히 보는 일을 가리켜요. 낱말책에는 그릇을 가리키는 ‘바라기’만 나오고, ‘바라다·바람’을 가리키는 ‘바라기’는 아직 없습니다. ‘님바라기’를 흔히 말하고 ‘눈바라기·비바라기’가 되면서 ‘구름바라기·바다바라기’로 지내는 분이 퍽 많아요. 저는 ‘숲바라기’하고 ‘사랑바라기·꽃바라기’를 생각합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바라기’란 삶이 흐르고, 글을 써서 책을 지으니 ‘글바라기·책바라기’이기도 한데, ‘책집바라기’란 몸짓으로 마을책집을 찾아나서기도 합니다. 새를 사랑한다면 ‘새바라기’입니다. 나비를 아낀다면 ‘나비바라기’입니다. 온누리에는 ‘고래바라기’에 ‘나무바라기’에 ‘풀바라기’에 ‘밥바라기’처럼 숱한 사랑길이 있어요. 사랑을 담아 바라보는 눈빛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새바라기 (새 + 바라기) : 새를 바라보는 일. 새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거나 지내거나 있는가를 가만히 보고 알려고 하는 일. (← 탐조探鳥)


ㅅㄴㄹ


새를 보는 일을

‘새보기’나 ‘새구경’처럼

나타내 보았는데

‘새바라기’란 말을

어제 아침에 불쑥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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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곁말 33 일자리삯



  서울에서 살며 일터를 쉬어야 할 적에 ‘쉬는삯’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터를 다니는 동안 받는 삯에서 조금씩 뗀 몫이 있기에, 일을 쉬는 동안에 이 몫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서울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미처 못 느꼈는데, ‘일자리삯’이라 할 이 돈은 서울사람(도시사람)만 받더군요.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은 못 받아요. 씨앗을 심어 흙을 가꾸는 일꾼은 ‘일자리삯’하고 멀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어떨까요? 곁일을 하는 푸름이는, 또 일거리를 찾는 젊은이는 어떨까요? 나라 얼개를 보면 빈틈이 꽤 많습니다. 이 빈틈은 일터를 이럭저럭 다니며 일삯을 꾸준히 받기만 했다면 좀처럼 못 느끼거나 못 보았겠다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살기에 빈틈을 훤히 느끼고,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이기에 빈구석을 으레 봅니다. 아무래도 시골사람은 매우 적고, 거의 다 서울(도시)에 모여서 북적거리기에 나라살림도 서울에만 맞추는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북적판 서울이 아닌 고요누리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언제나 파란하늘하고 푸른숲을 마주합니다. 자전거를 달리면 바다가 가깝습니다. 해가 진 밤에는 별잔치를 누립니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쉬는삯이 없더라도, 마음으로 스미는 빛살이 그득한 시골살이입니다.


일자리삯 (일자리 + 삯 = 일감삯·일거리삯) :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이 아직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동안 받는 삯. 앞으로 일감이나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살림을 도우려고 주는 삯. ‘실업급여’를 손질한 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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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곁말 32 섣달꽃



  하루만 반짝하고 지나가면 반갑지 않습니다. 바쁜 어른들은 으레 ‘하루만 반짝’하고서 빛날(생일)도 섣달꽃(크리스마스)도 지나가려 했습니다.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매한가지이고, 한글날도 한가위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설레는 마음도, 이날을 누리며 기쁜 마음도, 이날을 보내면서 홀가분한 마음도, 느긋하거나 넉넉히 살필 겨를이 없구나 싶더군요. 워낙 일거리가 많다 보니 “다 끝났잖아. 얼른 가자.” 하면서 잡아끄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어린 날이 휙휙 지나가고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살림길에 곰곰이 보니 이웃나라는 ‘섣달잔치’를 으레 한 달쯤 즐기더군요. 다른 잔치도 그래요. 달랑 하루만 기리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날을 맞이하기까지 달살림을 헤아리면서 아이어른이 함께 이야기꽃을 펴고 집살림을 추스릅니다. 우리나라도 먼먼 지난날에는 설이나 한가위뿐 아니라 크고작은 여러 기림날이 있으면 ‘기림달’처럼 누렸습니다. 나락꽃은 새벽에 피고 아침에 진다지만,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은 이내 시든다지만, 숱한 꽃은 하루만 반짝하지 않아요. 이쪽 들꽃이 피고서 저쪽 들꽃으로 퍼지며 한 달 즈음 꽃잔치입니다. 섣달에 맞이하는 기쁜 하루도 ‘섣달꽃’ 같다고 느낍니다. 모두한테 꽃날입니다.


섣달꽃 (섣달 + 꽃) : 한 해가 저무는 달인 12월을 기리면서 누리는 잔치. = 섣달잔치 (← 성탄절·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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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2022.1.17.

곁말 31 허벅도리



  짧게 걸치는 치마라면 ‘짧은치마’이건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도무지 이 낱말을 안 싣습니다. ‘짧은뜨기·짧은바늘·짧은지름’은 그럭저럭 낱말책에 있어요. ‘깡동치마’는 낱말책에 있는데 ‘미니스커트’를 풀어내는 우리말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러던 2010년 무렵부터 ‘하의실종(下衣失踪)’이라는 일본스러운 말씨가 퍼집니다. 여러 모습을 두고두고 보다가 생각합니다. 무릎 길이인 치마라면 ‘무릎치마’요, 발목 길이인 치마라면 ‘발목치마’이고, 허벅지를 드러내는 치마라면 ‘허벅치마’로, 궁둥이를 살짝 가리는 치마라면 ‘궁둥치마’라 할 만합니다. 바지라면 ‘무릎바지·발목바지·궁둥바지’라 하면 돼요. 더 생각하면 ‘한뼘도리·한뼘옷·한뼘바지·한뼘치마’처럼 새말을 지어, 옷이 짧은(깡동한) 모습을 나타낼 만해요. ‘엉덩도리·엉덩옷·엉덩바지·엉덩치마’라 해도 어울리고, 아슬아슬하게 가린다는 뜻으로 ‘아슬도리·아슬옷·아슬바지·아슬치마’란 이름을 지어 봅니다. 이웃나라는 이웃나라 살림으로 옷차림을 헤아려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는 우리 눈빛으로 우리 살림을 살펴서 이름을 붙이면 되어요. 다리가 시원하고 싶어서 허벅치마요, 한겨울에도 찬바람을 씩씩하게 맞으며 허벅도리입니다.


허벅도리(허벅옷) : 허벅지가 드러나는 옷. 허벅지가 드러날 만큼 짧아서 다리가 다 보이는 옷. 아랫몸을 살짝 가리기에 다리를 훤히 드러낸 옷.

허벅바지 : 허벅지가 드러날 만큼 짧아서 다리가 다 보이는 바지.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바지.

허벅치마 : 허벅지가 드러날 만큼 짧아서 다리가 다 보이는 치마.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치마.


아슬도리(아슬옷)·아슬바지·아슬치마

궁둥도리(궁둥옷)·궁둥바지·궁둥치마

엉덩도리(엉덩옷)·엉덩바지·엉덩치마

한뼘도리(한뼘옷)·한뼘바지·한뼘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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