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23.

나는 말꽃이다 79 새말



  말꽃지음이라는 길을 걷기로 한 스무 살 무렵에도, 그 뒤 곱빼기로 삶길을 걸은 마흔 살 무렵에도, 차근차근 예순 살로 나아가는 한복판에도, 으레 “굳이 까닭을 찾자면 모두 사랑입니다.” 같은 말을 합니다. “왜 쓰느냐?”나 “왜 읽느냐?”나 “왜 짓느냐?”나 “왜 사느냐?”나 “왜 시골이나 숲이냐?”처럼 묻는 모든 말에 “모두 사랑이거든요.” 하고 대꾸합니다. “어떻게 다 손수 하려고 드느냐?”고 묻는 말에는 “손발로 스스로 하고 보면, 스스로 삶을 깨우쳐, 사랑을 펼 수 있어요.” 하고 보탭니다. 이러고서 “책은 안 읽어도 즐거워요. 책을 온몸으로 온삶에서 길어올리면 누구나 스스로 새말(사투리)을 짓거든요.” 하고 속삭입니다. 우리는 책이나 말꽃(사전)으로 말을 배우지 않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짓는 온삶으로 말을 배우면서 저마다 쓸 새말을 손수 짓게 마련입니다. 새말은 멋스러이 짓지 않습니다. 옛말은 멋스러이 흘러오지 않았습니다. 새말은 새롭게 가꾸려는 온삶이 깃드는 말이요, 옛말은 예부터 슬기로이 흘러온 온삶이 서리는 말입니다. 아이가 어버이 곁에서 듣는 말은 늘 ‘새말’입니다. ‘새하루’이자 ‘새삶’이자 ‘새사랑’이거든요. 그래서 ‘사투리 = 새말 = 삶말 = 사랑’이라고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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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3.22.

곁말 39 돌림앓이



  걷다가 넘어집니다. 누가 발을 걸지 않았으나 바닥이 미끄럽고 디딤돌이 자잘하게 많군요.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가 까지고 손가락이 긁힙니다. 넘어진 저를 나무라야 할는지, 거님길이 얄궂다고 탓해야 할는지, 길바닥에 엎어진 채 한동안 생각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피멍이 들고 다리를 절뚝입니다. 핏물이 흐르지만 씻고 바람에 말리면 며칠 뒤에 낫습니다. 한두 해나 서너 해마다 고뿔을 호되게 앓는데, 며칠쯤 끙끙거리면 한 해 내내 튼튼히 살림을 지어요. 둘레에서 무슨무슨 돌림앓이로 고되다고 말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나란히 걸려서 앓는다면, 가만히 몸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독이면서 나으면 돼요. 어떤 까닭에 아프거나 앓는다기보다 푹 쉬면서 푸른숲에 깃들어 하늘빛을 품을 길이라고 느껴요. 숲을 잊은 서울이기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앓아누워요. 풀꽃나무를 멀리하면서 잿빛으로 뒤덮은 터전이니 돌봄터(병원)를 아무리 높이 세우고 돌봄이(의사·간호사)가 수두룩하더라도 자꾸 자주 앓게 마련입니다. 햇볕을 쬐고 빗물을 마시고 바람을 머금기에 풀꽃나무가 아름답고 푸르게 자란다면, 사람도 해바람비를 물씬 맞아들일 적에 튼튼하겠지요. 풀빛이랑 파란하늘을 등지기에 두려움싹이 트는구나 싶어요.


돌림앓이 (돌다 + ㅁ + 앓다 + 이) : 곳곳에서 돌아가며 아프거나 앓는 일. 돌거나 번지거나 퍼지는 아픔·앓이. 두렵게 여기는 탓에 자꾸 빠르게 돌거나 번지거나 퍼지며 아프거나 앓는 일. (= 나란앓이. ← 감염병, 전염병, 역병, 유행병, 팬데믹)


나란앓이 : 곳곳에서 나란히 아프거나 앓는 일. 나란히 번지거나 퍼지는 아픔·앓이. 두렵게 여기는 탓에 자꾸 빠르게 나란히 번지거나 퍼지며 아프거나 앓는 일. (= 돌림앓이. ← 감염병, 전염병, 역병, 유행병,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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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곁말 38 너나하나



 주먹힘은 주먹을 담금질하는 사람이 세요. 돈힘은 돈을 긁어모으는 사람이 세고요. 마음힘은 마음을 돌보는 사람이 내고, 사랑힘은 사랑을 헤아리며 스스로 짓는 사람이 폅니다. 나라(국가·정부)가 서지 않던 무렵에는 위아래·왼오른·순이돌이를 가르는 굴레가 없습니다만, 나라가 서면서 위아래·왼오른·순이돌이를 갈라놓습니다. 돌이를 싸울아비로 억누르고 순이를 집에 가두거든요. ‘평등(平等)’ 같은 한자말이 없던 무렵에도 사람들은 ‘나란히·고르게·어깨동무’를 했어요. 그런데 순이돌이를 가르고 위아래에 왼오른으로 가른 나라는 순이는 순이대로 돌이는 돌이대로 짓눌렀고, ‘짓눌린 수수한 돌이는 곁에 있는 수수한 순이를 짓밟는 바보짓’을 오래도록 ‘나라지기·나라일꾼한테 길든 채 저질렀’습니다. ‘순이물결(페미니즘)’은 일어날 노릇입니다. 추레하거나 거짓스러운 틀을 깰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나라 아닌 보금자리숲’을 함께 찾으며 같이 가꾸고 나란히 돌보는 새길을 슬기롭게 스스로 살필 일입니다. 누가 먼저일 까닭이 없고, 누가 위여야 하지 않습니다. 너랑 나는 언제나 사랑으로 하나이면서 다르기에 새롭게 만나는 고운 숨빛인 줄 알아채야지 싶어요. 목소리 아닌 살림길을 품는 ‘너나하나’를 그립니다.


너나하나 (너 + 나 + 하나) : 너하고 나는 하나. 너하고 나를 가르거나 쪼개거나 나누거나 떼지 않는 마음·몸짓·생각·뜻으로 하나. 너하고 나는 어깨동무를 하거나 나란하거나 사랑하는 숨결로 하나. 어느 쪽을 높이거나 낮추지 않고, 어느 쪽을 앞이나 뒤에 놓지 않으며, 너하고 나를 함께 헤아리면서 살아가고 사랑하는 길. (← 양성평등, 성평등, 페미니즘, 평등, 일심, 일심동체, 구별없다, 이타심, 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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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숲노래 말빛 2022.3.16.

곁말 37 한물결



  일본 도쿄 간다에는 책골목이 있습니다. 이 책골목 한복판에서 한글책을 일본사람한테 잇는 책집 〈책거리〉가 있고, 이 책집을 꾸리는 분은 한겨레 글꽃을 일본글로 옮겨서 펴냅니다. 일본글로 옮긴 책을 읽어도 될 텐데, ‘그 나라 글빛뿐 아니라 삶빛을 제대로 알자면 그 나라 말글로 읽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한글을 익혀 한글책으로 새삼스레 읽는 분이 많답니다. ‘韓流’로 적는 ‘한류’는 으레 연속극과 몇몇 꽃님(연예인) 얼굴로 헤아리기 일쑤이지만, 서로 마음으로 사귀고 속뜻으로 만나려는 사람들은 조용히 물결을 일으키면서 두 나라를 이어왔다고 느낍니다. ‘한글’에서 ‘한’은 한자가 아닙니다. ‘韓國’처럼 한자로 옮기지만, 정작 우리나라 이름에서 ‘한’은 오롯이 우리말입니다.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물줄기는 ‘한가람’일 뿐입니다. ‘한·하’는 ‘하늘·하나·하다(많다·움직임·짓다)’로 말뿌리를 잇습니다. 우리는 ‘한겨레·한나라·한누리·한뉘’이고, 옛날부터 ‘배달(박달·밝은달·밝은땅)’이란 이름을 썼어요. 이웃나라에서 우리나라 이야기꽃을 반기면서 누리려 한다면 ‘한물결·한너울’이 일어나고 ‘한바람·한바다’를 이룬다고 느껴요. 가만히 깊어가고, 찬찬히 넓히면서, 서로 한마음입니다.


한물결·한바람·한바다·한너울 (한 + 물결·바람·바다·너울) : 한겨레 사람들이 지은 이야기를 이웃나라에서 매우 반기면서 사랑하는 흐름·모습·일. 한겨레 사람들이 지은 이야기가 이웃나라에서 크게 물결치고, 큰바람으로 휩쓸고, 너른바다처럼 덮고, 너울처럼 휘몰아치는 흐름·모습·일을 가리킨다. (← 한류韓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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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곁말 36 수다꽃



  사내는 수다를 떨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사내가 말이 많으면 “계집애가 된다”고, 사내는 점잖게 말없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길게 말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나 둘레 어른은 헛기침을 하면서 그만 입을 다물라고 나무랐습니다. “계집애처럼 수다나 떨고!” 하면서 굵고 짧게 호통이 떨어집니다. 잔소리로만 들린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노라니 ‘수다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또아리를 튼 듯해요. 그러나 ‘말없이 묵직하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 몸에 배고 나니 막상 ‘말을 해야 할 자리’에서 말이 안 나와요. 스무 살이 넘어서야 ‘말할 자리에서 말을 하는 길’을 처음부터 짚으면서 혼잣말을 끝없이 읊었습니다. 새벽에 새뜸(신문)을 나를 적에 주절주절 온갖 말을 뱉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밤에 잠자리에 들 적마다 마음속으로 여러 이야기를 그리면서 벙긋벙긋했습니다. 총칼로 서슬퍼렇게 억누르던 나라는 우리 입을 여러모로 틀어막아 길들이려 했습니다. 사내야말로 수다를 떨며 가시내랑 마음을 나눠야 생각을 틔우고 슬기롭고 착하게 어깨동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꼈어요. 수다로 꽃을 피워야 이야기도 꽃이 피고, 말도 글도 꽃이 피겠지요. 온누리는 들꽃수다가 북적여야 아름다워요.


수다꽃 (수다 + 꽃) : 서로 마음을 열어 즐겁게 나누면서 널리 피어나는 말. 서로 마음을 열어 즐겁게 널리 말을 나누는 자리. ≒ 수다꽃판·수다잔치·수다꽃잔치 (← 강의·강연·토크쇼·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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