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2022.6.4.

곁말 59 스님



  소리가 비슷하거나 같더라도 우리말은 우리말이고 한자말은 한자말이며 영어는 영어입니다. 우리말은 우리말을 바탕으로 살피고 맞추고 생각할 적에 우리말답게 풀어내면서 실마리를 찾아요. 한자말은 한자말끼리 살피고, 영어는 영어끼리 살펴야 맞습니다. 우리말 ‘스님’이나 ‘스승’을 한자 ‘승(僧)’하고 나란히 두려는 사람이 꽤 있는데, 우리말은 ‘승’이 아닌 ‘스님·스승’입니다. 우리말로 가리키는 이름인 ‘스님·스승’이 어떤 숨결이고 삶길이며 눈빛인가를 헤아리고 읽어내야 비로소 말밑을 제대로 캐내어 말살림을 가꿉니다. 우리말 ‘스님·스승’은 마땅히 ‘스’가 말밑입니다. ‘스’가 깃든 말씨를 곰곰이 짚으면서 스님이며 스승이 어떤 몸짓인가 하고 떠올리기로 해요. ‘스님·스승’은 남을 따라하거나 따라가지 않습니다. 늘 스스로 합니다. 남한테서 배우거나 남을 섣불리 가르친다면 ‘스님·스승’이 아닙니다. 스스로 고요히 숨빛을 다스리면서 상냥하고 참하게 숨결을 펼치는 사람이어서 ‘스님·스승’입니다. 스스로 깨닫기에 ‘슬기’이듯, ‘스님·스승’은 남을 억지로 안 이끌어요. 저마다 스스로 알아차려서 함께 웃고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마음을 틔우고 눈망울을 밝혀 봐요. 스스로 바라봐요.


스님 : 1. 절집에서 바른길이나 참길을 닦는 사람인 ‘중’을 높이는 이름 2. 절집에서 바른길이나 참길을 스스로 닦고 다스리면서 배우고 나아가면서 나눌 줄 알고, 남을 이끌거나 가르치는 길을 열어 주는 슬기로운 어른을 높이는 이름. 다른 중·사람한테 스스로 슬기롭도록 부드러이 쉽게 알려주는 어른을 높이는 이름. 다른 중·사람을 굳이 이끌지 않으면서 저마다 스스로 나아가도록 가만히 길을 속삭이는 어른을 높이는 이름.


스승 : 스스로 나아갈 줄 아는 사람. 스스로 배워서 스스로 아는 사람. 스스로 나아갈 줄 알면서,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알기에, 남을 이끌거나 가르치는 길을 열어 주는 슬기로운 사람. 누구나 스스로 슬기롭도록 부드러이 쉽게 알려주는 사람. 굳이 이끌지 않으면서 사람들 스스로 나아가도록 가만히 길을 속삭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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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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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58 길든나라



  길이 드는 갈래는 여럿입니다. 첫길은 그대로 따라가는 몸짓입니다. 두길은 꾸준히 가다듬고 되풀이하면서 쓰기에 좋은 살림입니다. 석길은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매무새입니다. 넉길은 다시금 애쓰며 솜씨를 키우는 삶입니다. 닷길은 스스로 생각을 잊은 채 휘둘리는 굴레입니다. 길에 들기에 나쁘거나 좋지 않습니다. 마실길이 있고 나들잇길이 있는걸요. 삶도 삶길이라 하며, 살림도 살림길이라 합니다. 이곳에서 저곳을 바라보면서 너머로 나아가려 하기에 ‘길’입니다. 다만, 이 길이 삶길이나 살림길이나 사랑길로 피어나려면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생각을 잊거나 잃으면 심부름만 해요. ‘길든나라’로 빠집니다. ‘길든넋’일 적에는 ‘스스로넋’이 아니니 누가 시키지 않으면 안 움직여요. 쇠밥그릇에 갇힙니다. ‘길든이’라면 “우리에 갇혀 배불리 먹는 길든 짐승”하고 매한가지예요. 우리를 높이 세워 바깥에서 못 건드리니 즐거운 삶일까요? 우리가 높아 밖에서 넘보지 못한다지만 ‘우리짐승’은 곧 ‘사람먹이’로 죽을 목숨이에요 들빛으로 살고 숲빛으로 노래하는 사람이며 짐승이며 풀꽃나무이며 새일 적에는 하루가 싱그럽고 새롭습니다. 스스로 길을 찾되, 둘레를 길들이려는 마음은 씻어내기를 바라요.


길들다(길들이다) : 1. 어느 일·자리·흐름·때·모습·몸짓에 부드럽거나 그대로 따르거나 맞추어서 하다 2. 오래·내내·꾸준히·자주·자꾸 만지거나 다루었기에, 보거나 쓰기에 좋다. 3. 시키는 대로 하거나 따르도록 가르치거나 이끌다. 4. 오래·내내·꾸준히·자주·자꾸 하는 동안에 천천히 솜씨가 늘어 어느 만큼 할 줄 알다. 5. 스스로 생각하거나 나서거나 하거나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다. 남이 시킬 적에만 그대로 하거나 움직이거나 말하다. (= 길든이·길든넋·길든나라 ← 순응, 순종, 습관, 습속, 우민愚民·우민화·우민정책, 삼에스정책·3S·三S政策, 관례慣例, 관행, 관습, 벽癖, 훈련, 세뇌, 내면화, 주입, 주의主義·주의자, 이즘ism, 홀릭holic, 중독, 속물, 노예·노예화, 종속, 사육飼育, 훈육, 영향, 체화, 내재·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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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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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57 씻김채


아주 어릴 적에 씻는집(목욕탕)에 간 일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어머니는 씻는집을 안 즐겼습니다. 다녀오는 길이 안 가깝기도 하고 돈도 들기에 “우린 집에서 씻자. 그래도 되지?” 하셔서 우리 집 씻는칸(욕실)만 누렸습니다. 어린 제가 혼자서 목이며 등이며 팔다리를 잘 씻지 못한다며 때를 박박 밀어 주시는데, 마땅한 노릇이겠지만 어린이 힘하고 어른 힘이 다를 만합니다. 어머니 등판을 밀라치면 “너무 힘이 없어. 더 세게 밀어 봐.” 하시지요. 때를 밀기에 ‘때밀이’인데, 사람들은 자꾸 이 말이며 이 이름을 꺼립니다. 어느새 ‘세신사’라고 하는, 아주 일본스런 한자말을 끌어들입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세신’은 ‘씻다 + 몸’일 뿐입니다. 넋을 달래려 ‘넋씻이·씻김굿’을 하듯, 우리는 ‘몸씻이·씻김질’을 할 만합니다. 씻겨 주는 사람이라면 ‘씻김이’요, 이 일을 높이려 한다면 ‘씻김님·씻김빛’이라 할 만해요. 또는 ‘말끔이·말끔님’이나 ‘깔끔이·깔끔님’이라 할 수 있어요. “때밀이를 하는 집”을 ‘세신샵’이라 해야 멋스럽거나 높일 만할까요? ‘씻김집’이나 ‘깔끔집’이요, ‘말끔집’에 ‘말끔채’입니다. 몸에 깃든 때를 벗기듯, 생각과 말에 묻은 때를 찬찬히 벗겨 정갈히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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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김이 (씻기다 + ㅁ + 이) : 몸을 씻는 곳에서 때를 밀어주는 사람. (= 씻김님·씻김일꾼·때밀이·말끔이·말끔님·말끔일꾼·반짝이·반짝님·반짝일꾼·깔끔이·깔끔님·깨끗일꾼·깨끗이·깨끗님·깨끗일꾼. ← 세신洗身, 세신사洗身師)


씻김채 (씻기다 + ㅁ + 채) : 때를 벗기고서 깔끔하거나 말끔하거나 깨끗하게 씻는 곳. (= 씻김칸·씻김집·깔끔칸·깔끔집·깔끔채·때밀이칸·때밀이집·때밀이채·말끔칸·말끔집·말끔채. ← 세신샵洗身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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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56 볕나물



  풀꽃을 찰칵찰칵 담기 좋아하는 이웃 어르신이 있습니다. 이분은 한자말을 써야 깍듯하다(예의·예절)고 여기시곤 합니다. 어느 날 함께 숲길을 걷다가 노란꽃을 만났고, 이분은 ‘양지꽃’이란 한자말이 깃든 이름을 들려줍니다. 흙살림을 짓는 다른 분은 ‘가락지나물’이란 이름을 들려주더군요. 더 알아보니 ‘쇠스랑나물’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세 가지 이름을 나란히 놓고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쇠스랑’이나 ‘가락지’는 이 풀꽃이 사람 곁에서 어떻게 보였는가 하고 헤아리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양지’라는 한자말도 매한가지인데, 참으로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샛노랗게 빛나는 들나물이라는 뜻입니다. 함께 숲길을 걷다가 볕바른 곳에서 만난 노란꽃나물을 한 줄기 훑어서 혀에 얹고서 가만히 생각했어요. 볕살을 듬뿍 머금은 나물을 몸으로 받아들이니 마치 노란 해님이, 노란 꽃송이가, 노란 봄빛이 스미는구나 싶더군요. “내가 이 아이(풀꽃)한테 이름을 붙여 본다면 ‘볕나물’로 하고 싶다!” 하고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빛볕살을 반기고, 참으로 모든 풀꽃나무는 햇빛도 햇볕도 햇살도 듬뿍 머금습니다. 그래도 꼭 이 나물한테 ‘볕나물’이란 이름을 띄우면서 봄빛을 한가득 나누고 싶습니다.


볕나물 (볕 + 나물) : 볕(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한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나물. (= 볕바라기. 쇠스랑나물. 가락지나물. ← 양지꽃陽地-)


볕바라기 : 볕(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기. 볕(햇볕)을 잘·그대로·넉넉히·따스히·포근히 받아들이기. (= 볕구경·볕보기·해바라기·해보기·해구경. ← 양지받이陽地-, 양성陽性, 일광, 일광욕, 선탠, 태양건조, 광합성, 장일성長日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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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2022.5.17.

곁말 55 종이꽃



  2007년에 곁님하고 살림을 이루기 앞서까지 ‘종이접기’를 거의 안 쳐다보았습니다. 곁님은 여러 가지를 하면서 마음을 가만히 모으곤 했는데, 이 가운데 종이접기가 있어요. 이 살림길은 일본에서 ‘오리가미(おりがみ)’라는 이름으로 일구어 퍼뜨렸다더군요. 우리나라를 뺀 온누리 여러 나라에서는 일본말 ‘오리가미’를 쓰고, 우리만 ‘종이접기’란 낱말을 새롭게 지었답니다. 웬만한 데에서는 일본말을 슬그머니 척척 베껴쓰거나 훔쳐쓰거나 데려오는 우리나라인데, 뜨개를 하는 분하고 종이접기를 하는 분은 우리말을 퍽 남달리 씁니다. 첫내기한테 일본말이 낯설거나 어렵기도 하고, 뜨개는 배움턱(학교 문턱)을 딛기 어렵던 아주머니가 흔히 했으며, 종이접기는 어린이부터 누구나 하기에, 두 갈래에서만큼은 우리말을 알뜰살뜰 여민 자취라고 느낍니다. 우리말을 안 쓰고 일본말을 여태 붙잡는 데를 꼽으면, 막일판(공사판)하고 책마을(출판계)이 첫째요, 벼슬판(정치·행정·사회)이 둘째요, 글판(문학·예술·교육·종교)이 셋째요, 꾼판(전문직종)이 넷째입니다. 종이로 꽃을 접어서 파는 곁일이 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종이접기란 종이로 펴는 꽃길이요 꽃나래예요. ‘종이접기’ 곁에 ‘종이꽃·종이나래’ 같은 낱말을 놓고 싶습니다.


종이접기 (종이 + 접다 + 기) : 종이를 접는 일이나 놀이. 여러 모습·살림을 종이를 접어서 나타내는 일이나 놀이. 흔히 바른네모꼴인 종이 하나만으로 여러 모습·살림을 접어서 나타낸다. (= 종이꽃. ← 오리가미おりがみ)


종이꽃 (종이 + 꽃) : 1. 종이로 접거나 엮거나 꾸민 꽃. (= 만든꽃·만듦꽃. ← 조화造花. 지화紙花) 2. 종이를 접는 일이나 놀이. 여러 모습·살림을 종이를 접어서 나타내는 일이나 놀이. 흔히 바른네모꼴인 종이 하나만으로 여러 모습·살림을 접어서 나타낸다. (= 종이접기. ← 오리가미おりが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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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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