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73] 한해넘이



  십일월은 ‘동짓달’이라고도 하고, 십이월은 ‘섣달’이라고도 합니다. 한 해를 열두 달로 가를 적에는 ‘달님’을 살펴서 이름을 붙여요. 그러니 십일월이 동짓달이 되고, 십이월이 섣달이 되지요. 새로운 해가 찾아오는 때를 헤아리며 섣달을 맞이하고 설날을 누립니다. 새로운 해를 앞두고 지난 한 해를 곰곰이 돌아보아요. 지난 한 해를 되새기면서 묵은절을 합니다. 즐거웠던 슬펐던, 잘했던 못했던, 모두 말끔히 털고서 씩씩하게 새해로 나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러고는 새해에 새롭게 절을 해요. 한 해를 그야말로 새롭게 세워서 새로운 숨결로 거듭나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한 해가 넘어가는 때이기에 ‘한해넘이’입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은 ‘해넘이’이기에, 한 해가 넘어가는 때는 한해넘이가 돼요. 그러면, 달이 넘어가는 모습을 ‘달넘이’라고 하듯이, 한 달이 넘어가는 때는 ‘한달넘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요. 하루가 저물고 새로운 하루가 찾아오는 때는 ‘하루넘이’라고 할 만하고요. 나이를 살핀다면 ‘다섯살넘이’나 ‘열살넘이’나 ‘열다섯살넘이’나 ‘스무살넘이’처럼 쓸 수 있어요. 바야흐로 새로운 나이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마음이 되겠노라는 뜻으로 이러한 말을 써 봅니다. 4348.12.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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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2] 자장얘기



  어머니나 아버지는, 때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아기를 재우려고 보드라우면서 따사로운 목소리를 뽑아서 노래를 부릅니다. “자장자장 잘도 자네” 하면서 부르는 이 노래는 ‘자장노래’라고 해요. 노래는 아니지만 같은 말을 나즈막하면서 살가이 되풀이하며 재우려 할 적에는 ‘자장타령’을 한다고 해요. 아기를 재우려는 어버이는 때때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요. 아이가 이야기 하나만 듣고서 자겠다고 하면 어버이는 잠자리맡에서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긋나긋 속삭입니다.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는 ‘자장이야기’나 ‘자장얘기’예요.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 하루를 되새기고 새로운 하루를 꿈꾸려는 뜻으로 몇 마디 말을 읊을 수 있어요. 이를테면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눈부시게 튼튼하지” 같은 말을 읊으면서 참말 나한테는 아픈 데가 없이 씩씩하고 튼튼하기만 하다고 다짐하듯이 몇 마디 말을 읊으며 고요히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놀았고, 새 하루도 재미나게 놀겠어요” 같은 말을 읊을 수도 있을 테고요. 이런 말은 ‘자장말’이 됩니다. 4348.12.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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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1] 거울



  거울을 바라보면 내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거울을 쓰면 무엇이든 비추어 주니까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을 잘 살필 만합니다. 볼록거울을 써서 가까이 있는 것을 더 잘 들여다보려 하고, 오목거울을 써서 멀리 있는 것을 더 잘 살펴보려고 합니다. 자동차나 자전거에는 ‘뒷거울’을 달아서 뒤에서 달리는 자동차나 자전거를 살핍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냇물이나 못물이나 샘물이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물결이 일지 않는 물을 바라보면 내 얼굴뿐 아니라 하늘도 구름도 달도 모두 또렷하게 나타나요. 그래서 이 같은 모습을 헤아리면서 ‘거울로 삼는다’는 말을 쓰지요. 또렷하게 비추어서 보이는 모습을 헤아리면서 나 스스로 내 몸짓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거든요. 동무나 이웃 누군가를 거울로 삼아서 아름다움이나 사랑스러움을 배우기도 하고, 바보스러움이나 어리석음을 다스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 모습이 동무나 이웃한테 ‘거울이 되어’서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모자람을 비추어 보이는 노릇을 하고요. 어버이하고 어른은 어린이한테 거울이 되어 아름다운 삶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어린이도 어버이하고 어른한테 거울이 되어 맑은 사랑을 가르쳐요.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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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0] 밥먹기


  

  우리는 밥을 맛나게 먹어요. 든든하게 먹고서 새롭게 기운을 내지요. 배가 부를  만큼 먹고 기운차게 뛰어놀 수 있어요. 시계한테도 밥을 주어요. 째깍째깍 힘차게 돌면서 때를 잘 알려주지요. 손전화한테도 밥을 주어 동무랑 도란도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쪽글을 주고받습니다. 다들 알맞게 밥을 먹으면서 새롭게 웃어요. 풀이랑 나무는 비하고 햇볕하고 흙을 밥으로 삼아서 자라요. 새는 벌레하고 열매가 밥이 되고, 나비랑 벌은 꽃가루하고 꿀이 밥이 되어요. 우리는 ‘고기밥’도 먹고 ‘풀밥’도 먹고 ‘고기나물밥’이나 ‘맨밥’도 먹어요. 밥을 제때 못 먹으면 힘이 안 나서 놀기 힘들지요. 시계나 손전화한테도 밥을 제대로 안 주면 그만 멈추거나 꺼집니다.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른 밥을 먹으면서 사이좋게 함께 살아요. 고운 밥 한 그릇으로 기쁨을 나누고, 정갈한 밥 한 그릇으로 새로운 마음을 가꾸지요. 오늘은 우리 어버이가 나한테 밥을 차려서 줍니다. 나는 이 밥을 먹고 씩씩하고 야무지게 자라서, 앞으로 우리 어버이한테 맛나고 기쁜 밥을 ‘꽃밥’으로 ‘웃음밥’으로 ‘사랑밥’으로 ‘노래밥’으로 차려 드리고 싶습니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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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9] 빈그릇



  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은 뒤에는 빈그릇을 개수대에 놓습니다. 물꼭지를 틀어서 그릇을 물로 부시고 수세미로 문질러서 깨끗하게 해 놓지요. 집이 아는 밖에서 밥을 돈을 치르고 사다가 먹으면, 이때에는 우리가 빈그릇을 치우지도 않고 설거지를 하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밥상을 그대로 놓고 일어서요. 잔뜩 어질러진 밥상까지 밥집 일꾼이 치워요. 학교에는 밥판에 밥을 담아서 밥상맡에 앉아요. 밥을 담는 판이기에 밥판이니, 밥을 담은 접시라 하면 밥접시이고, 밥을 담은 그릇이면 밥그릇이에요. 책을 놓아 배우니 책상이고 밥을 놓아 먹으니 밥상이에요. 학교에서는 밥판이나 밥접시나 밥그릇을 스스로 들고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빈그릇을 스스로 치워요. 자, 그러면 밥을 다 먹고 빈그릇을 치우러 우리가 스스로 움직일 적에는 어느 곳에 가면 될까요? '빈그릇'이라는 말을 푯말로 붙인 곳에 빈그릇을 갖다 놓습니다. 어느 학교에 가서 밥을 먹은 뒤에 '퇴식구'라는 이름만 있어서 한동안 헤맸답니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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