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3] 모래밭·모래벌



  한국에는 모래만 넓게 펼쳐져서 다른 것은 하나도 없는 땅이 없어요. 가도 가도 모래만 가득한 벌판은 없지요. 그래서 한국은 무척 아름답거나 살기 좋은 터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모래만 가득한 벌판에는 풀도 나무도 자라기 어려우니까요. 풀도 나무도 자라기 어려우면 냇물도 없을 테고 비도 안 올 테며, 이런 곳에 집을 지어서 살기도 어렵겠지요. 모래만 가득한 벌판은 ‘모래벌판’이에요. 한자말로는 ‘사막(沙漠)’이라 하는데, 이 한자말은 “모래만 있고 물이 없는 곳”을 뜻한다고 해요. 이와 달리 바닷가에 모래가 넓게 펼쳐진 곳에는 물도 있고 숲도 있기 마련이에요. 바닷가처럼 모래가 예쁘거나 곱게 있는 곳은 따로 ‘모래밭’이라고 해요. 풀밭이나 꽃밭처럼 모래로 밭을 이루었다는 뜻이에요. 한국에는 없는 ‘사막’이기에 예부터 이런 땅을 가리키는 한국말은 잘 안 쓰였을 테지만 ‘모래벌판’이 있고, 이를 줄여 ‘모래벌’처럼 쓰면 돼요. 모래와 다른 여러 가지가 어우러진 곳은 ‘모래밭’이고, 다른 것은 없이 오직 모래만 있는 곳은 ‘모래벌’이에요. 4348.12.13.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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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2] 모람, 찾사, 사모, 알못



  1980년대에 있던 일인데, 한국말을 지키고 사랑하자는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 ‘모람’이라는 낱말을 처음으로 지었습니다. 이때까지는 흔히 ‘회원(會員)’이라는 한자말만 쓰였기에, 한국말로도 새롭게 나타내는 말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모임 대표를 가리키는 이름으로는 ‘모임지기·모임빛’이라든지 ‘으뜸지기·으뜸빛’ 같은 말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즈음 ‘노찾사’라는 노래모임이 태어났어요. 이 노래모임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인데, 간추려서 ‘노찾사’라 했지요. ‘웃찾사’ 는 ‘노찾사’를 흉내낸 이름이고, ‘밥찾사’나 ‘꿈찾사’나 ‘사랑찾사’처럼 쓸 만해요. 그런데, ‘모람’이나 ‘찾사’ 같은 말을 젊은 사람들이 처음 쓸 적에 이런 말짓기를 그무렵 어른들은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억지스레 지은 낱말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모람’이나 ‘찾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어른들조차 이제는 ‘노사모’나 ‘박사모’처럼 ‘사모’라는 말을 널리 써요. ‘사모’는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줄인 이름이랍니다. 그래서 ‘춤사모’나 ‘꽃사모’ 같은 말을 재미나게 쓸 만해요. 요즈막에는 ‘알못’이라고 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재미난 말이 나타났어요. 이는 모두 준말이에요. 즐겁고 재미난 마음을 북돋우려는 말놀이요 말짓기입니다. 4348.1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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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1] 살갑다



  서로 손을 잡으면 두 손이 따스합니다.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맞잡은 손에는 따스한 기운이 흐릅니다. 서로 부둥켜안으면 따스합니다. 무릎에 누워도 따스한 기운이 퍼지고, 어깨동무를 해도 따스한 기운이 넘쳐요. 서로 살을 맞대기 때문에 따스할까요? 이리하여 ‘살갑다’라는 낱말은 살내음이 물씬 흐르면서 사랑스러운 결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살갑다’는 ‘슬겁다’에서 비롯한 낱말이라 하고, ‘슬겁다’는 ‘슬기롭다’에서 비롯했다고 해요. 그런데, 꼭 이렇게만 볼 수는 없어요. 부드럽거나 상냥하거나 너른 마음을 나타낼 적에 쓰는 ‘살갑다’는 따로 ‘살·살갗’을 떠올리면서 새로 지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헤아리면 ‘곰살맞다’하고 ‘곰살궂다’ 같은 낱말이 있어요. 이 낱말도 부드럽거나 따스한 마음결을 나타냅니다. 그나저나 요즈음 어른들은 ‘마음’이라는 한국말보다 ‘정(情)’이라는 한자를 빌어 ‘정답다·정겹다’ 같은 말을 쓰기도 합니다. ‘마음 다스리기’라 말하지 않고 영어를 빌어 ‘마인드(mind) 컨트롤’을 말하기도 하고요. 4348.1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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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0] 버선, 발싸개, 양말



  발을 감싸는 천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습니다. 지난날에는 한겨레 누구나 이를 ‘버선’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켰어요. 위에 걸치면 ‘웃옷’이고, 아래에 걸치면 ‘아랫도리’이며, 다리에 끼면 ‘바지’이고, 아랫도리에 두르면 ‘치마’이듯이, 발에 꿰는 옷이기에 버선입니다. 그런데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서양 물건이 들어오면서, 서양사람이 서양옷에 맞추어 발에 두르거나 싸는 천을 가리켜 ‘양말(洋襪)’이라는 한자를 지었습니다. ‘양(洋)’은 서양을 가리키고, ‘말(襪)’은 버선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양말 = 서양 버선’을 나타냅니다. 예부터 한겨레가 입는 옷을 한복이라고 하는데, 한복으로 갖추는 바지나 치마이든 서양 치마나 청바지이든 오늘날에도 그냥 ‘바지’하고 ‘치마’라고 가리켜요. 이와 달리 “발을 싸는 천”은 ‘버선’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양말’이라고만 씁니다. 남녘 사회에서는 이리 쓰지요. 북녘 사회에서는 ‘발싸개’라고 써요. 발을 싸니까 ‘발싸개’라 하는데, 똑같은 옷을 놓고 우리 겨레는 세 가지 말을 쓰는 셈입니다. 앞으로 남북이 하나가 되면 어떤 말을 써야 할까요? 4348.1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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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59] 바닥조각



  인형을 선물로 얻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모네 집에 놀러가서 마루 한쪽에 놓인 인형을 보았고, 이 인형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면서 갖고 놀았어요. 이모하고 이모부는 이 인형을 서글서글하게 두 아이한테 선물로 내주었어요. 이모하고 이모부는 그 인형을 모으려고 여러모로 애썼다는데, 다시 모으면 된다면서 선물로 줍니다. 기쁘게 웃으며 선물하는 아이들 이모랑 이모부를 마주하면서 ‘선물하는 마음’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알뜰히 모았기에 선물할 수 있고, 기쁘게 건사한 살림이기에 선물할 수 있습니다. 남아돌기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 아끼는 살림을 선물합니다. 아이들은 이모와 이모한테서 인형을 선물로 받으면서 ‘인형받침’도 함께 챙깁니다. “이 인형을 가져가려면 밑에 있는 나뭇잎도 가져가야지!” 하고 노래합니다. 여러 가지 인형은 저마다 다르게 생긴 조각을 받침으로 삼아서 서는데, 이 조각을 찬찬히 모아서 붙이면 커다란 나뭇잎이 돼요. 그래서 ‘나뭇잎 받침’이라 할 만하고, 받침이 조각조각 나뉘었으니 ‘바닥조각’이기도 합니다. “그래, ‘바닥조각’도 챙겨야지.” “‘바닥조각’? 바닥조각이 뭐야?” “네가 챙기려는 것이 인형이 서도록 바닥에 있는 조각이니까 바닥조각이지.” “아하, 그렇구나.” 4348.1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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