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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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쓰기 : 말썽거리가 된 소설꾼이 낸 소설책을 마을책집에 찾아간 길에 처음으로 문득 펼친다. 말썽을 피운 이 책은 출판사에서 드디어 모두 거둬들이기로 했다는데, 앞으로는 참 드문 책이 되겠구나. 설마 ‘말썽책(문제도서)’이 ‘드문책(절판 희귀본)’으로 되는 터무니없는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부끄럼짓으로 문학상을 받고 장사를 하다가 책집에서 사라진 책으로 두고두고 이름이 남기를 빈다. 그나저나 이이 글을 훑으니 어쩐지 겉멋(폼) 같더라. 잔뜩 허울(폼)을 잡고서 손재주를 부린 껍데기이지 싶더군. 말썽이 되기 앞서부터 겉치레로 가득한 꾸미기인 셈이었지 싶다. 마을책집 책시렁을 둘러보다가 ‘말썽이 안 된 시인’이 선보인 시집을 여러 자락 읽는다. 첫 꼭지부터 끝 꼭지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지 종잡지 못한다. 글씨는 틀림없이 한글이지만, 이 한글을 엮어서 무슨 줄거리를 짜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논문이나 평론을 읽을 적에, 페미니즘 담론이나 역사비평을 읽을 적에, 적잖은 수필이며 동화를 읽을 적에, 더구나 요새는 그림책을 읽을 적마저 글쓴이가 선보이는 ‘한글 엮기’가 글인지 글이 아닌지 모르겠다. 겉멋이 아닌 글은 어디에 있을까? 치레질이나 꾸미기 아닌 글은 언제 볼 수 있을까?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가 쓴 동시마저 글쓰기학원에서 길든 티가 물씬 나는 겉질이 넘친다. 2020.7.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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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숲에서 짓는 글살림

45. 꿍꿍쟁이



  일본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다가 ‘일본사람은 이런 데에서 이런 영어를 흔히 쓰는구나?’라든지 ‘일본사람은 이런 한자말을 참 좋아하네?’ 하고 느낍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처음부터 영어나 한자말을 쓰지 않았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 만하지요. 일본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양 물결이 출렁이기 앞서까지는 ‘그냥 일본말’을 썼어요. 일본에서도 벼슬아치나 먹물을 뺀 여느 사람들, 이를테면 흙을 일구고 바다를 마주하던 수수한 마을사람은 언제나 마을말을 썼습니다.


  한국이건 일본이건 마을사람은 마을말을 쓰고, 바닷가 사람은 바다말을 씁니다. 숲에 깃든 사람은 숲말을 쓰며, 멧자락에 깃들어 살기에 멧말을 쓰고, 너른 들판을 품에 안으면서 들말을 쓰지요.


  한국이나 일본은 한자가 스며든 지는 얼마 안 됩니다. 한자가 스며들었어도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먹물 언저리에서나 조금 쓸 뿐, 99.99퍼센트에 이르는 조촐한 삶터에는 한자가 스미지 않았어요. 한자말이라 하면 으레 중국말을 떠올릴 만하지만, 막상 중국에서도 여느 중국사람은 한자를 안 쓰거나 모르지요. 그저 ‘말’을 할 뿐입니다.


  누에실, 솜실


  흔히들 글을 놓고서 삶터나 살림터를 가릅니다만, 글삶터나 글살림터로만 가르기에는 어쩐지 엉성하지 싶어요. 글이 태어난 지는 얼마 안 되었거든요. 나라나 겨레를 넘어, 마을이란 터전에서 말이 흐른 지는 까마득히 오래되었어요. 삶터나 살림터를 묶자면 ‘말삶터’나 ‘말살림터’를 묶어야지 싶어요.


  그래서 ‘한자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정작 한자를 안 쓴 여느 사람이 99.99퍼센트라 한다면, 이러한 살림터 가르기란 부질없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글 아닌 말을 바탕으로 바라보면서 ‘흙살림터’라든지 ‘바다살림터’라든지 ‘마을살림터’라든지 ‘숲살림터’라든지 ‘멧살림터’를 바라보면 우리 눈길을 새롭게 뜰 만하리라 생각해요.


  오월이 무르익고 유월로 접어들면 뽕나무마다 오디가 검붉게 익어요. 뽕잎은 펑퍼짐하면서 도톰하게 풀빛으로 반짝이고요. 오디는 사람을 먹여살린다면, 뽕잎은 누에를 먹여살려요. 흔히 중국에서 서양으로 가던 살림길 하나를 ‘실크로드’나 ‘비단길’이라 이릅니다만, ‘비단’이란 한자말은 ‘누에에서 얻은 실로 짠 천’을 가리켜요. 다시 말해서 ‘실크로드 = 비단길’로 한자 ‘비단’을 써서 풀었다면, 이다음에는 ‘비단길 = 누에길(누에천길)’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매무새로 풀어낼 만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 가운데 ‘면’은 ‘목화’에서 왔다고 하는데, ‘목화’는 한자말이요, ‘솜꽃’을 가리킵니다.  ‘목화솜’이나 ‘목화꽃’은 겹말이에요. ‘솜’하고 ‘솜꽃’이라고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솜천’이란 말을 지어서 쓸 만해요. “면 소재 옷”이 아닌 “솜실로 지은 옷”이나 ‘솜실옷·솜천옷’처럼 말하면 쓰임새나 얼거리고 환하게 드러납니다.


 ‘낫’ 바라보기


  말을 바탕으로, 말살림을 뼈대로, 말로 이야기를 펴고 생각을 나누고 삶을 짓는 길을 바라보면서 살림터를 헤아린다면, 우리가 손으로 지어서 누리는 옷살림이나 집살림이나 밥살림을 살피면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호미란 연장은 어떻게 지었을까요? 이 멋진 연장은 어느 곳에 어느 만큼 퍼졌을까요? 가래나 낫이란 연장도 대단하지요. 이 알뜰한 낫이나 가래 같은 연장을 쓰는 테두리는 어떠할까요?


  더 들여다보면, ‘낫’이나 ‘호미’처럼 오래오래 쓰던 수수한 살림살이 말밑부터 헤아릴 적에 비로소 말길을 풀 만해요. 말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셈입니다. 먹물꾼이라면 “낫 놓고 기역 글씨 모른다”고 할 테지만, 살림꾼이라면 “낫 쥐고 풀 벨 줄 모른다”라든지 “낫 벼릴 줄 모른다”고 했으리라 생각해요. 참말 그렇지요. 우리는 왜 낫을 바라보면서 ‘ㄱ’이라는 글씨를 떠올려야 할까요? 한글이 놀라운 글씨이기는 합니다만, 한글보다 낫이 엄청나게 오래되었어요. 오래오래 쓰던 살림인 낫이라면, 이 낫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살림을 지으면서 어떤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돌보았나 하고 생각하면서 살림터를 가꿀 적에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뭘까?


  말을 생각하고 살림을 헤아리며 삶을 들여다볼 적마다 늘 먼저 부딪히거나 만나야 하는 대목이라면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이란 몸을 입었어요. 살빛이나 얼굴이나 몸매나 키나 덩치가 모두 다른 사람인데, 다 다르게 생겼어도 이름은 똑같이 ‘사람’입니다.


  ‘사람’은 ‘살 + 암’으로 엮는다고 하는데, ‘살’하고 ‘암’이란 무엇일까요? 말밑을 파헤치는 일도 대수롭지만, 또 어떤 말씨를 왜 배우느냐도 대단하겠지만, 어릴 적부터 흔하고 수수하고 투박하면서 으레 쓰는 말마디에 얽힌 살림을 함께 바라보도록 이끌면 좋겠어요.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는 길에서 바탕말을 둘러싼 밑살림을 바라보도록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살’이라는 말씨를 생각하면, ‘살다’라는 낱말에도 나오듯 ‘살’이 얽힙니다. ‘살갗’에도 ‘살’이 있지요. ‘삶·살림’도 매한가지입니다. ‘사랑’이란 낱말도 한동아리로 들어가요.


  ‘암’을 담은 말씨로 ‘암수’도 있습니다만, ‘개암’도 있어요. ‘암·알’은 맞물리는 터라 ‘알·알맹이·알갱이’를 비롯해 ‘낟알·씨알·알속·알짜’로 줄줄이 이어지고, ‘알뜰하다’나 ‘아름답다’도 이 틀에 깃듭니다.


  “살아가는 알(알맹이·씨알)”인 ‘사람’이란 소리입니다. 그저 팔다리가 있고 말을 하고 숨을 쉬고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하는 몸뚱이를 넘어서, “살아가는 씨알”인 사람이에요. 그리고 ‘알’은 ‘얼’하고도 맞물리니, “살아가는 얼”이라고 하는 대목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겉몸을 넘어 마음으로 함께 만나고 얼크러지는 사이인 줄 알아차릴 만합니다.


  꿍꿍쟁이


  일본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다 보면, 참 뜬금없는 영어나 한자말이 쏟아진다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비밀주의’를 요즈막에 보았어요. 남한테 숨긴다고 하는 뜻이고 ‘-주의·주의자’를 구태여 붙여서 나타내는구나 싶던데, 문득 궁금해서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니 ‘비밀주의’가 올림말로 나옵니다.


  ‘어라, 이런 일본 말씨가 왜 한국말사전에 실리지?’ 하고 놀랐어요. 이러고서 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펴는 사전에는 하나같이 일본 한자말이 그득합니다. 말이 아닌 글로 배운 분들이 엮은 사전이기에, 아무래도 우리 배움밭 곳곳에 퍼진 일본 말씨가 알게 모르게 사전에 스며들어요. 더욱이 우리 스스로 말을 새로 짓거나 가꾸자는 생각을 못했지요.


  자꾸 감추려 드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로 가리키면 어울릴까요? 처음에는 수수하게 ‘감춘다’고 하면 되고, 자꾸자꾸 감추니 ‘-쟁이’를 붙여 ‘감춤쟁이’라 할 만합니다. 숨긴다면? ‘숨긴다’고 하다가 ‘숨김쟁이’라 하면 되어요. 이 말씨하고 비슷하게 ‘꿍꿍이’가 있지요. 남몰래 뭔가 꾀하기에 ‘꿍꿍이’입니다. 아하, 그러면 재미나게 ‘꿍꿍쟁이’ 같은 말을 지을 만해요.


  이러다가 한 마디를 더 생각해 봅니다. 혼자서 앓는 사람이 있어요. 근심걱정을 나누지 못하고 끙끙거리지요. ‘끙끙쟁이’입니다. 혼자 토라지는 사람이 있어요. ‘꽁꽁쟁이’라 해도 어울리겠지요. 말끝 하나를 바꾸어 보려고 생각을 하노라면 어느새 온갖 말이 함박꽃처럼 피어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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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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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 한 줄을 쓴다면 한 줄만큼 씨앗을, 한 마디를 쓴다면 한 마디만큼 씨앗을, 한 자락을 쓴다면 한 자락만큼 씨앗을 심는다.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고픈 씨앗을 심으려 한다. 한 톨을 아무렇게나 심지 않듯, 한 줄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한 톨을 온사랑으로 고이 심듯, 한 마디를 온사랑으로 고이 읊으려 한다. 한 줄은 길지도 짧지도 않고, 한 마디는 크지도 작지도 않다. 모두 스스로 심어서 꽃피우고 싶은 생각씨앗이요, 언제나 스스로 심어서 숲으로 가꾸고 싶은 사랑씨앗이다. 1994.7.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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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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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장관 후보자 이인영 아들 군복무 문제) : 군대를 다녀왔기에 자랑이 되지 않는다. 다만, 군대를 다녀오면서 겪은 일을 낱낱이 되새기면서, 이 나라가 어떤 판으로 돌아가는가를 찬찬히 읽는다면, 군대살이도 우리한테 삶을 비추는 새로운 거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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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이인영을 둘러싸고서 그이 아들 군복무 문제가 불거진다. 이이뿐 아니다. 민주당이건 통합당이건 숱한 국회의원·장관·공직자·재벌 우두머리·교수 아들을 둘러싸고서 ‘군면제’가 말썽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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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돈도 이름도 힘도 없는 여느 집안 여느 아들이 병무청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해보자. 내가 그런 여느 집안 여느 아들이었다. 여느 집안 여느 아들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갈 적에 뭘 챙겨야 하는지 모른다. 아니, 대학교를 다니면서 곁일(알바)을 뛰거나, 고등학교만 마친 채 공장일이나 회사일이나 가게일을 하느라 바쁜 나머지, 신체검사로 하루를 빠져야 할 적에 매우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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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가 안 좋다. 이비인후과에서 내 코를 수술하고자 했으나 ‘수술로 완치 불가능·수술 후에도 평생 병원살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숨을 쉬기조차 힘든 코’로 살았기에, 둘레에서는 군입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는 나를 두고서 “넌 면제를 받겠구나” 하고 말했다. 아무튼 나는 1994년 5월 19일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수원으로 갔고, 군의관이 나 혼자만 30분 넘게 진땀을 빼면서 신체검사를 하다가 묻더라. “야, 너 진단서 가져왔니?” “진단서가 뭡니까?” “진단서가 뭔지도 몰라?” “처음 듣는데요.” “병원에 가서 받아오는 거 말야.” “병원에서 뭘 받습니까?” “병원에서 돈 주면 네 신체사항에서 부적격인 사항을 적어서 준단 말이야.” “그런 게 있습니까?” “하, 내가 오늘은 7급으로 빼서 다음에 다시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도록 서류를 해놓을 테니까,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가지고 와.” “저, 하루도 일을 빼기가 어려워서 오늘도 어렵게 왔는데요.” “10만 원만 쓰면 된다고. 10만 원도 없어? 부모님한테 달라고 해.” “저기요, 10만 원이 작은 돈도 아니고, 군의관님이 보시기에 제가 면제대상이면 여기에서 면제를 주면 되지 않나요? 진단서가 없어도 면제대상으로 보이면 면제를 하면 되고, 아니면 현역으로 보내면 되지 않나요? 왜 진단서가 있어야 하지요?” “……. 네가 줄을 잘못 섰어. 네 앞하고 뒤에 있는 놈한테 면제를 줘야 해.” “네?” “쟤들은 처음부터 면제대상은 애들이고, 쟤들은 형식으로만 신검을 받으러 왔어.” “하아. 군의관님 양심대로 하세요. 저는 진단서를 뗄 돈도 없고 그럴 겨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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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으로 4급, 코로 3급 판정이 나왔다. 그런데 이때 내 눈은 왼눈 1.5에 오른눈 0.1이었다. 군의관은 억지로 내 눈(시력)을 왼눈 1.0으로, 오른눈 0.1로 짜맞추어서 현역으로 밀어넣었다. 그래도 그 군의관은 나한테 “1994년 돈으로 10만 원을 들여서 진단서를 떼면 군면제가 되는 길이 있다”고 알려주었으니, 아예 양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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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들어갔다. 군대에 들어가 보니, 나 못지않게 눈(시력)이 엉터리인 아이들이 많이 들어온다. “너 있잖아, 안경을 쓰고도 저 과녁 안 보이지?” “네, 그렇습니다!” “거참, 나도 너 같은 눈인데 현역으로 왔지만, 넌 또 왜 현역으로 왔니? 너, 진단서라고 아니?” “모릅니다. 진단서가 뭡니까?” “됐어,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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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들어온 적잖은 사람들이 허리가 안 좋다. 고작 스물 안팎인 나이에 왜 이리 허리가 안 좋을까 하고 이 아이들 예전 삶을 짚어 보니, 하나같이 고등학교만 마친 뒤에 갖은 힘든 일을 짊어졌을 뿐 아니라,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도 가난한 집안에서 기둥이 되어 온갖 일을 했더군. “야, 너 이런 엄청난 허리디스크를 안고 어떻게 군대에 왔니?” “모르겠습니다. 가라고 해서 왔습니다!” “너, 진단서라고 병무청에 내 봤니?” “그게 뭡니까?” “몰라. 됐다. 넌 의가사제대 감인데, 나도 땅개인 몸이라 뭐 도와줄 수도 없네. 잊어버려. 끝까지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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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 신체검사를 볼 적에 ‘진단서’를 가져가는 이는 ‘군대에 안 가겠다’는 뜻을 감추어서 빗댄 셈이다. 그리고 진단서는 ‘돈·힘(정치권력)·줄(인맥)’로 뗀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 한 사람만 말썽거리라고 보지 않는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병원비만으로도 벅찬데 얼어죽을 진단서를 무슨 돈으로 떼는가? 20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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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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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도용은 왜 자꾸? (김봉곤 문학동네·창비 사태) : 표절·도용은 왜 자꾸 일어나는가? 가까이 ‘신경숙 표절 사태’를 떠올리자. 창비 출판사는 2020년 6월에 ‘신경숙 새 소설’을 그들 ‘웹매거진’에 올린다고 밝혔다. ‘신경숙 새 소설 웹매거진 연재’를 마치면 종이책으로 찍겠지. 신경숙·창비를 비롯해서 ‘신경숙 소설을 펴낸 출판사’ 가운데 사람들 앞에서 고개숙여 뉘우치거나 ‘신경숙 소설책 전량회수·판매중지·환불’을 한 곳이 있던가? 지난 ‘신경숙 표절 사태’를 돌아보면, 표절작가뿐 아니라 어느 출판사도 ‘재발 방지 대책·약속’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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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사태’를 되새기자. 그때 고은이란 사람이 뉘우치는 말을 하거나 스스로 ‘재발 방지 대책·약속’을 했을까? 더구나 ‘고은 사태’를 돌아보면, 고은을 비롯한 ‘문단 원로 술자리’는 으레 출판사에서 마련하고, 출판사에서 돈을 내준다. 거나한 나머지 늦잠을 잤다는 황석영을 생각해 보라. 황석영 술자리에 출판사 편집부·영업부 사람이 함께하면 술값을 누가 낼까? 그 자리에 누가 오고, 누가 모이며, 누가 ‘얼굴도장’을 남기면서 끼리끼리 뭉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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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사태’가 터졌을 적에 어느 출판사도 ‘고은 책 전량회수·판매중지·환불’을 하지 않았다. 2020년 7월에 ‘김봉곤 사태’가 벌어진다. 김봉곤이란 사람은 스스로 뉘우치는 말이나 ‘재발 방지 대책·약속’을 했을까? 무엇보다 이이한테 문학상을 준 숱한 심사위원(시인·소설가·평론가·교수)은 입이라도 벙긋하는지 지켜보라. 이들은 모두 한통속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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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표절·도용은 왜 자꾸 일어날까? 수수께끼는 쉽게 풀 만하다. 표절·도용을 하면 돈이 되고 이름을 얻고 힘(문단권력)을 얻으니까. 표절·도용은 누가 하는가? 이름이 안 난 시인이나 소설가나 평론가가 이런 짓을 할까? 아니지, 이름난 시인이나 소설가나 평론가가 표절·도용을 하고, 심사위원이며 출판사는 팔짱을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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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서 시간이 흘러 조용해질 날을 기다린다. 우리는 언제까지 큰출판사 입김에 놀아나야 할까? 작은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사람 가운데 표절·도용에 휘말리는 작가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작은출판사에서 책을 낸대서 그이가 언제나 깨끗하면서 착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표절·도용은 언제나 큰출판사에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면서 사람들 눈과 입을 틀어막아 울타리(카르텔)를 단단히 치려고 저지르는 영업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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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맥·인맥·지연에 얽매이지 않고서 등단을 하거나 작품을 내거나 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이 나라에 몇이나 있었는지 헤아려 보면 좋겠다. 장정일을 빼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른문학뿐 아니라 어린이문학에서도 이제는 큰출판사 울타리에서 사람들 스스로 헤어나면 좋겠다. 그들 큰출판사는 “신경숙 새 소설책을 펴내면 너희가 안 사 읽고 버티겠어?” 하면서 뒤에서 낄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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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출판사도 ‘표절·도용 작가하고는 앞으로 계약을 하지 않겠으며, 문학잡지에도 안 싣겠습니다’ 같은 다짐을 하지 않는다. 왜 이런 다짐을 하지 않는지는, 참말로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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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마음으로 읽어야 책이다. 글은 마음으로 써야 글이다.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한테는 표절도 도용도 처음부터 아예 없다. 마음으로 쓴 글을 받아서 마음으로 여미어 이웃한테 알리고 나누려 하는 작은출판사는 언제나 마음으로 이 삶터에 즐거운 씨앗을 심고 싶어한다. 요새는 문학상뿐 아니라 ‘세종도서·우수문학도서지원사업·추천도서목록·문화재단지원사업’에까지 그들 심사위원(시인·소설가·평론가·교수)이 크게 한통속이 되어서 움직인다. 문학판뿐 아니라 곳곳이 고인물이면서 썩은물이다. 2020.7.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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