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값있는 책 모으기 : ‘고전 그림책 수집’이나 ‘희귀 그림책 초판본 수집’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그림책에 깃든 이야기보다 ‘값’을 바라보려고 하면 어쩐지 쓸쓸하다. 오롯이 사랑을 누리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면 스스로 즐거우면서 아름답지 않을까. ‘희귀본·초판본·유일본·서명본’을 따진다고 해서 나쁠 까닭은 없겠으나, 책이 흘러온 길이며 빛이며 숨결이며 노래이며 삶이며 살림을 나누려 한다면 스스로 기쁘면서 아름다웁겠지. 값있는 책을 모으고 싶다면 모아야 할 테지. 다만, 책을 값으로 읽는다면 껍데기나 겉모습에 갇히기 좋다. 값진 책을 건사하려는 마음이란 이름있는 책에 얽매여 스스로 차꼬를 매는 셈이다. 이름난 책이나 잘팔리는 책을 읽어도 나쁠 일은 없지만, 우리 곁에 이름난 책이나 잘팔리는 책이나 값비싼 책만 있다면, 어쩐지 삶이 허전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살림이 초라하지 않을까. 2000.5.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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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왜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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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너무 모르지 싶다.

아마 이러한 '대상자'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를 만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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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상자에 들 적에는 그야말로

어떤 여론이 있는지를 들을 겨를조차 없겠지.

나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들어가야 하지만

어떤 까닭에서인지 그 이름에 들지 못하고 차상위계층이 되었다.

그나마 2020년에 이르러 비로소 '차상위계층'이란 이름을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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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할 말이 많기는 하지만 싹둑 자르고

몇 가지를 간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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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차상위계층 : 이제서야 말한다. 해가 넘어가고 또 넘어가면 잊거나 헷갈릴 수 있으니 남기려 한다. 2019년 늦가을부터 2020년 봄까지 한 달 벌이가 30만 원 즈음이었다. 그렇다고 2019년 늦가을까지 한 달 벌이가 그보다 썩 많지는 않았다. 살림을 버티기가 까마득했으나 형한테서 다섯 달 잇달아 100만 원씩 빌리면서 숨통을 틔웠다. 형도 여러모로 살림이 만만하지 않았을 텐데 고맙게 살림돈을 빌려주었다. 나는 형한테서 ‘빌린다’고 생각한다. 지난 스무 해를 돌아보자면, 여태까지 형한테서 빌린 살림돈이 아마 4000만 원 즈음 되지 싶다. 책을 내느라 빌리기도 했고, 서재도서관을 지키려고 빌리기도 했으며, 두 아이를 보살피며 들어가는 돈을 자꾸자꾸 빌렸다. 오늘 2020년 9월 10일, 건강보험료하고 국민연금이 어김없이 빠져나간다. 요 몇 달 사이는 몇 천 원이 줄었으나 두 가지로 13만 원 즈음 빠져나간다. ‘실수입 30만 원에 건강보혐료·국민연금 13만 원’이 나간다. 올해 첫봄에 ‘차상위계층·시골거주자 건강보혐료 지원 제도’가 있다고 해서 면사무소에 서류를 내기도 했고, 이장님이 마을사람 서류를 거두어서 함께 낸다고 해서 다시 내기도 했는데, 서류를 낸 지 넉 달쯤 지났구나 싶은데 여태 어떠한 이바지를 받은 적이 없다. 2020년 9월에 나라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이때에는 제대로 이바지돈을 줄까 궁금하다. 큰고장은 6억 재산에 한 달 벌이 300만 남짓을, 시골은 3억 재산을 잣대로 삼는다는데, 나는 은행계좌에 50만 원을 넘긴 날이 그리 길지 않다. 몇 해 앞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 제법 팔린 때에는 ‘기준소득보다 9만 원을 더 벌었다’고 해서 근로장려금을 못 받기도 했다. 아무튼 이러거나 저러거나 우리 살림돈하고 대면 건강보혐료·국민연금이 다달이 참 많이 나간다. 소득자료는 국세청에 다 있는데, ‘공시지가로 1500만 원이 될락 말락 한 시골집’이 있는(소유한) 나는 세금을 꽤 낸다. 세금을 꽤 거둬 가고서는 나중에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 철을 맞이하면 그동안 뜬금없이 더 낸 세금을 얼마쯤 돌려받는다. 아무튼, 자가용을 안 몰고, 텔레비전을 안 들이고, 작은 시골집에서 조용히 아이들하고 숲살림을 그리는 사람이 받을 몫이 있다면 부디 제대로 주기를 바란다. 그뿐이다. 2020.9.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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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굳이 늘 밥만 먹어야 하지 않더라. 혼자 살 적에는 늘 밥을 먹어야 한다고 여겼는데, 요새는 쌀밥 아닌 풀만 먹기도, 물만 마시기도, 아무것도 안 먹기도, 또 아이들이 손수 반죽해서 구운 빵을 먹기도, 또 바람을 마시기도, 햇볕만 쪼이기도, 이러다가 국수를 삶아먹기도,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받아들이기도, …… 언제라도 홀가분하면서 즐거이 맞아들이면 넉넉하네 싶다. 2020.9.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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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 너를 속인다면, 너는 삶을 사랑해 봐.” 하고 말해 보고 싶다. 아니, 늘 이렇게 말한다. “삶이 나를 속였으면, 나는 삶을 새롭게 사랑하자.” 하고 새삼스레 말한다. 기꺼이 사랑할게. 1996.9.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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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말잔치 : 《조국백서》이든 《조국흑서》이든 우리 삶길을 슬기로이 바라보도록 이끄는 이야기에서 한끗이라도 멀어진다면 지식인 말잔치로 그치겠지. ‘엄마아빠 찬스’나 ‘재산이랑 부동산’이나 ‘권력이나 이름값’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 돌림앓이판에서 슬기로이 나아갈 길을 새롭게 밝히는 이야기로 나아가지 않을 적에도 지식인 말잔치에 그칠 테고. 이쪽이든 저쪽이든 ‘돈 이름 힘이 있는 쪽’을 감싸는 말은 모두 권력바라기라고 느낀다. 어떤 권력하고도 손사래치거나 홀가분한, 이러면서 숲을 마음으로 품고 몸으로 가꾸는 여느 사람들 목소리를 담아내려 하지 않을 적에도 지식인 말잔치일 터이다. 말잔치는 듣기 싫다. 가을 어귀에 풀벌레 노래잔치에 오시겠는가? 우리 집 뒤꼍에서 온갖 풀벌레가 하루 내내 싱그러이 노래잔치를 베푼다. 가을 들머리에 가랑잎이며 나락빛 물결잔치에 오시겠는가? 여름에 가랑잎을 떨구는 후박나무요, 슬슬 감나무하고 무화과나무를 비롯한 숱한 나무도 가랑잎을 떨굴 철이 다가온다. 이 잎빛잔치에 오시겠는가? 지식인 말잔치는 밀쳐 놓고서. 2020.8.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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