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진실 또는 사실 : 언론하고 손을 잡고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믿지 않은 지 꽤 된다. 언론에서 제대로 삶결을 헤아리면서 글이나 사진으로 짚은 적이 얼마나 될까? 아리송하다. 사람들은 ‘참·속모습(진실)’을 보려 하지 않더라. ‘수다거리’를 찾아서 헤매더라. 그러나 조금이나마 ‘겉모습(사실)’ 몇 조각이라도 ‘구경’하는 사람이 늘기를 빌 뿐이다. 그동안은 ‘참·속모습(진실)’은커녕 ‘겉모습(사실)’조차 볼 길이 없도록 언론놀이가 판친 셈이니까. 2002.9.2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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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책꽂이 : 서울 홍제동에서 헌책집지기로 열일곱 해를 일하다가 그만두고서, 아파트 지킴이 일을 했고, 이즈막에는 박물관 지킴이로 자리를 옮긴 분이 있다. 그분이 책집지기를 그만둔 지 여러 해 지났고, 그분 아들은 여섯 살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지난다. 그분이 아버지 헌책집하고 함께 쓰던 이름을 내려놓고 그분 나름대로 새로 지은 책집 이름은 〈기억속의 서가〉이다. 그분이 이 책집 이름을 처음 지어서 사업자등록을 새로하던 날을 떠올린다. 책집지기로 해맑게 웃음지을 줄 아는 숨결이 흐르는 이름 한 줄. 문득 이 이름이 다른 말로는 무엇을 뜻하는가를 느낀다. ‘마음책꽂이’로구나. ‘마음책꽂이’라는 책집 이름이로구나. 2020년에 열세 살인 우리 집 큰아이하고 열 살인 작은아이가 “아버지, ‘기억속의 서가’가 무슨 뜻이야?” 하고 물어본다면 “응, 그 이름은 ‘마음을 담은 책꽂이’인 ‘마음책꽂이’를 가리켜.” 하고 들려주어야지. 2020.9.27. ㅅㄴㄹ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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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는 글을 안 읽는다 : ‘비평·서평’을 하는 사람도 책을 안 읽는다고 느끼는데, ‘악플’을 붙이는 이는 더더구나 책을 안 읽지 싶다. 그리고 ‘비평·서평·악플’을 다는 이들은 참말로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다고 느낀다. 나는 늘 책을 사서 읽고 느낌글을 쓰기에 비평도 서평도 악플도 할 까닭이 없다. 책느낌글은 비평이나 서평이 아니다. 느낌글은 스스로 삶에 비추어 느끼는 대로 쓰는 글이다. 느낌글은 스스로 살아오며 느끼는 사랑을 풀어놓는 글인 터라, 때로는 기쁜 빛을 때로는 슬픈 빛을 때로는 아픈 빛을 때로는 신나는 빛을 때로는 짜증스러운 빛을 때로는 놀라는 빛을 때로는 배우는 빛을 때로는 가르치는 빛을 드러낸다.


비평을 하는 이는 밥벌이로 쓰는 터라, 웬만해서는 책을 살 겨를이 없기도 하거니와, 틀에 맞추어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비평을 해서 논문을 쓰고, 논문을 써서 교수나 강사란 자리를 지키려 하다 보니, 비평에는 글쓴이 느낌이 하나도 없으면서 알쏭달쏭한 번역 말씨·일본 말씨에 갖은 바깥말이랑 한자말이 춤추기 일쑤이다.


서평을 쓰는 이는 으레 책을 거저로 받는다. 마음을 살찌우려고 읽기보다는 어느 책을 간직하고 싶어 출판사에서 보내는 책을 받아서 쓰는 서평은 비평 못지않게 어느 책을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서평단이 되고 보면 이 책도 저 책도 간직하고 싶은 터라, 치킴글(주례사 서평)이 넘치고, 이 치킴글도 저 치킴글도 매한가지이다.


그런데 ‘비평·서평’은 그나마 글님이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거저로 받아보더라도 책을 좀 훑고라도 글을 쓰는데, 악플은 아예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서 쓴다. ‘비평·서평’은 그나마 “나는 저 책을 놓고 이렇게 읽은 척하면서 글을 보란 듯이 남겼지!” 하고 자랑하려는 마음이라면, 악플은 “너 따위는 나한테 밉보이면 내 손에 아작날 줄 알아!” 하고 윽박지르려는 마음이다.


‘비평·서평·악플’은 모두 텅텅 빈 마음에서 비롯한다.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비평·서평·악플’ 가운데 어느 한 갈래로도 안 간다. 스스로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즐겁게 어느 책을 장만하고, 기쁘게 읽으며, 스스로 하루를 짓는 슬기로운 숲빛다운 사랑으로 느낌글을 쓴다. 나는 생각한다. 나부터 느낌글을 쓸 생각이면서, 우리 이웃님 누구나 즐겁게 하루를 노래하면서 ‘오직 느낌글을 쓰기’를 바란다. 2020.9.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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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을 떼어놓고 읽기 : 내가 사서 읽는 책 가운데 ‘안 팔리거나 적게 팔리는 책’이 많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는 그저 ‘잘 팔리거나 많이 읽히는 책’은 굳이 덜 읽거나, 애써 읽었어도 웬만해서는 말을 않고 지나가려 할 뿐이다. 책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둘로 나눌 만하다. 첫째, 안 팔리거나 적게 팔리는 책이던데, 우리 이웃님이 이 아름책을 부디 즐겁게 알아보고서 슬기롭게 헤아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숲을 온마음으로 품기를 바라는 뜻이다. 둘째, 잘 팔리거나 많이 읽히는 책에 씌운 꺼풀이나 껍데기나 겉멋이나 겉치레나 겉발림을 벗겨내어 민낯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이러한 이름팔이·돈팔이·끈팔이(인맥팔이)라는 허울을 우리 이웃님 스스로 떨치는 길에 징검돌이 되려는 뜻이다.


글이나 책을 왜 쓰는가? 읽히려고 쓰는 글이나 책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그리면서 생각을 짓는 즐거운 하루를 사랑으로 나누려는 꿈이 있기에, 이 꿈을 말이나 글이라는 씨앗으로 고이 묻는 손길로 쓴다.


글이나 책을 왜 읽는가? ‘누구 글이나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려고 읽는가? ‘나, 그 책 읽었다’ 하고 내세우려고 읽는가? 우리는 이름있는 책도 이름없는 책도 읽을 까닭이 없다. 잘 팔리는 책도 안 팔리는 책도 읽을 까닭이 없다. 오직 ‘삶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림이라는 사랑’을 새롭게 깨닫고 펴는 신나는 오늘을 살아내는 보람을 누리려고 읽고 쓴다.


나는 어느 글이나 책을 읽든 허울(계급장)을 모조리 떼어놓는다.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을 안 가린다. 글쓴이나 펴낸곳이 대단하든 새내기이든 대수롭지 않다. 첫 줄부터 끝 줄까지 글쓴이 숨결이나 펴낸곳 숨빛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읽으려 한다. 이녁이 사랑으로 글을 썼는지, 이름·돈·힘을 거머쥐려는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눈을 감고 마음으로 읽는다. 한자말로 하자면 ‘행간’을 읽으라고 하던데, ‘글씨에 흐르는 마음’을 읽으려고 책을 손에 쥐지 않는가?


나더러, 이름높은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시집이나 인문책이나 사진책을 놓고서 ‘평점을 매우 짜게 준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이름높다는 그 책에 왜 ‘평점을 높게 주어야’ 할는지 아리송하다. 글씨나 그림이나 사진에 사랑을 심었다고 못 느끼는데 왜 평점을 주어야 할까? ‘평점 0’을 주고 싶은 책이 수두룩하다고 느낀다만, 차마 ‘평점 0’을 매기지 않고 ‘평점 1, 2, 3, 4’ 가운데 하나를 매긴다. 왜 이렇게 평점을 매기느냐 하면, 부디 글쓴이나 펴낸곳이 그 책을 ‘거름(밑거름)’으로 삼아서 다음 책에서는 새롭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뜻이다. 권정생 할배가 쓴 《강아지똥》에 나오듯, 글쓴이나 펴낸곳이 ‘잘 팔리는 이름값’에 스스로 갇히지 말고 그 책을 거름으로 묻어 놓고서 밑바닥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롭게 하기를 바라는 뜻이다.


사람을 마주할 적에 그 사람 옷차림이나 얼굴이나 몸매를 따져야 할까? 잘난 옷차림에 크고 까만 자가용을 몰면 그 사람하고 사귈 만한가?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잘난 옷차림에 크고 까만 자가용을 모는 껍데기’라고 느낀다. 잘생긴 사람도 못생긴 사람도 없듯, 잘생긴 책도 못생긴 책도 없다. 그런데 적잖은 글쓴이하고 펴낸곳은 ‘잘생겨 보이려고 억지스레 꾸미는 책’을 너무 쏟아낸다. 꾸미는 글이나 책을 만나면 ‘평점 0’을 매기고 싶다. 다만 그분들이 흘린 땀값을 헤아려 ‘평점 1, 2, 3, 4’ 가운데 하나를 매길 뿐이다. 2020.9.2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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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스무 해 : 모든 아이는 어버이(어머니 아버지)하고 적어도 스무 해는 즐겁게 하루 내내 같이 있고 싶어서 찾아오지 싶다. 아이랑 스무 해를 날마다 복닥거리면서 놀기가 힘들면 적어도 열 해라도 즐겁게 안고 수다 떨고 놀면서 지내자. 어버이하고 신나게 놀기에 사랑을 새로 배우는 아이요, 아이하고 기쁘게 놀기에 사랑을 다시 배우는 어버이라고 본다. 2020.9.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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