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25.

다듬읽기 101


《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쓰요

 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3.25.



  《무심하게 산다》(가쿠타 미쓰요/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는 차츰 나이가 드는 길에 둘레를 새롭게 보는 눈길을 들려줍니다. 열 살에 보는 눈하고 스무 살에 보는 눈이 같을 수 없고, 서른 살 눈길과 마흔 살 눈빛이 같을 수 없어요. 같은 나이라 해도 봄눈과 가을눈이 다르고, 어제눈하고 오늘눈도 다릅니다. 하루하루 배웁니다. 오늘 새로 배우더라도 어제가 얕거나 낮지 않아요. 늘 다르게 나아가고, 언제나 꽃으로 피어나는 나날입니다. 삶이란, 다 다른 나무요 풀이며 꽃입니다. 살림이란, 노상 새롭게 돋는 잎망울이면서 가지예요. 때로는 놀라고, 무덤덤합니다. 때때로 웃고 울어요. 이 하루를 따사로이 품는다면 스스로 깨어나는 발걸음에 몸짓일 만합니다.


ㅅㄴㄹ


흰 살만 찾게 되네

→ 흰 살만 찾네

7쪽


마블링이 들어간 고기보다 살코기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 흰그물이 들어간 고기보다 살코기를 고르니

→ 비곗살이 들어간 고기보다 살코기를 반기니

8쪽


더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불가능한 일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 더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못 할 일이 늘어난다는 뜻도 아니다

11쪽


이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가져왔는데

→ 이는 어마어마하게 괴로웠는데

→ 이 일은 엄청나게 힘겨웠는데

22쪽


낙제점이 나온 건강검진 결과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 나뒹구는 몸살피기도 왠지 모르게 즐겁다

→ 나가떨어진 몸재기도 왠지 모르게 기쁘다

→ 엉터리인 몸보기도 왠지 모르게 재미나다

24쪽


채소와 생선에는 제철이란 게 있다고 실감하게 된 것이며

→ 남새와 물고기에는 제철이 있는 줄 느꼈으며

29쪽


젊은 날의 나는 중년여성들 대부분이 왜 그렇게 먹는 데 관심이 많은지 궁금했다

→ 나는 젊을 적에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먹는 데 마음을 쓰는지 궁금했다

29쪽


처음으로 정체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 처음으로 곧추 풀기를 받으러 갔다

→ 처음으로 다독이고 펴러 갔다

→ 처음으로 바로짚기를 받으러 갔다

36쪽


통증이 경감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련한 바람과 함께 눈을 떴지만

→ 덜 아프지 않을까 하고 아련히 바라며 눈을 떴지만

44쪽


분명 그랬다. 피곤하다, 나른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참 그랬다. 고단하다, 나른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보면 그렇게 고단하지도 않았다

63쪽


이제 신경 쓰이는 건 외모가 아니라 품행이다

→ 이제 겉모습이 아니라 매무새를 바라본다

→ 이제 얼굴이 아니라 품빛에 마음을 쓴다

75쪽


매년 첫날, 1년간의 포부를 정해 잊지 않도록 기록해 두고 있다

→ 해마다 첫날, 한 해 꿈을 잡아서 잊지 않도록 적는다

→ 새해 첫날, 올해 뜻하는 바를 세워서 잊지 않도록 남긴다

119쪽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 천천히 바뀐다

→ 천천히 달라진다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 조국 사태로 본 정치검찰과 언론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지음 / 오마이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8.

다듬읽기 148


《검찰개혁과 촛불시민》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오마이북

 2020.8.5.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조국백서추진위원회, 오마이북, 2020)은 560쪽에 이릅니다. 두껍고 무겁습니다. 시골에서 살며 ‘검찰’이란 곳이 어떻게 말썽인지 아예 느끼지 못 합니다. 예전에 인천·서울에서 살 적에도 ‘검찰’을 느낀 일이 없습니다. 그들(검찰)이 털면 먼지가 안 날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돈·이름·힘을 안 쥐고서 아이 곁에서 숲을 품는 수수한 사람은 ‘그들’을 보거나 마주할 일이나 까닭이 아예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바르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다만, ‘고치기(개혁)’는 ‘바로서기’하고 다릅니다. 그들도 글바치도 나라지기도 벼슬아치도, 모두 ‘바로서기’로 갈 일이라고 여겨요. ‘고치기’는 자칫 이쪽이나 저쪽 입맛에 맞게 주무르다가 끝납니다. 촛불을 든 사람은 ‘바로서기’를 바랐을 텐데, 이 두툼한 책은 “조국 감싸기”에 너무 사로잡힙니다. 말씨도 너무 어렵습니다. 가난뱅이와 시골사람과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려는 길이라면, 어떤 560쪽짜리 책으로 목소리를 낼 적에 알맞고 아름다울는지 곰곰이 되짚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촛불집회의 특징은 자발성이었다

→ 촛불물결은 스스로 모였다

→ 촛불물결은 스스로 일으켰다

4쪽


백서의 1부 총론은

→ 꾸러미 첫머리는

→ 글모둠 첫자락은

7쪽


마침내 그 실체를 본 것이다

→ 마침내 민낯을 보았다

→ 마침내 속살을 보았다

10쪽


자기가 속한 계층 내부의 네트워크에서 단독으로 이탈하는 실존적 결단을 할 수도 있다

→ 차지한 울타리에서 홀로 빠져나올 수도 있다

→ 높다란 담 안쪽에서 혼자 나올 수도 있다

31쪽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는 조롱도 아까울 정도였다

→ 모기칼, 곧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는 비아냥도 아까울 만하다

→ 모기베기, 곧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고 놀려도 아까울 만하다

40쪽


오래된 폐습(弊習)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 낡은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 고인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45쪽


오만과 무도(無道)를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 거들먹과 막짓을 바로 읽을 수 있다

→ 뻔뻔과 마구잡이가 바로 드러난다

54쪽


자녀의 입시를 위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고 치자

→ 아이들 앞배움길을 노려 길을 어겼다고 치자

→ 딸아들 배움틀 때문에 금을 넘었다고 치자

118쪽


이 기사는 외형적으로는

→ 이 글은 겉으로는

→ 이 글자락은 얼핏

172쪽


이 기사는 크게 세 가지 의혹을 말하고 있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가 궁금하다고 한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를 갸웃거린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가 야릇하다고 본다

→ 이 글은 크게 셋이 못 미덥다고 여긴다

→ 이 글은 크게 세 가지를 숨긴다고 밝힌다

174쪽


공사를 발주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 당사자로서

→ 일을 맡기고 일삯을 치르지 못한 쪽으로서

308쪽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추후보도 청구 규정을

→ 바로잡기와 따지기, 뒷얘기를 바랄 틀을

342쪽


집회를 더 대중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연사나 공연자를 섭외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입니다

→ 더 널리 모일 수 있도록 이끌 사람들을 모시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 더 두루 물결치도록 북돋울 길잡이를 부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3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지음, 김단비 옮김 / 앨리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5.

다듬읽기 138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김단비 옮김

 앨리스

 2021.11.5.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아쿠쓰 다카시/김단비 옮김, 앨리스, 2021)는 “책읽기 가게”를 연 글쓴이가 어떻게 하다가 그 길로 접어들었는가를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그러나 책은 어디에서나 읽을 만합니다. 숲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논밭에서도, 나무 곁이나 바위에 앉아서도, 서울 한복판에서도, 버스나 전철에서도, 아기를 품에 안은 채로도, 잠자리에서 눈을 감기 앞서도, 책집이나 찻집에서도, 밥집이나 싸움터에서까지, 때나 곳을 가릴 일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책읽기는 오롯이 “마음으로 스며들어 새빛을 찾는 길”이거든요. 둘레가 어떠한지 안 쳐다볼 노릇입니다. 아니, 둘레를 잊고서 이야기로 날아갈 책읽기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오롯이 아이를 바라보고 품고 달랠 적에라야 사랑으로 갑니다. 아이한테 이름값이나 돈이나 힘을 얹어야 하지 않아요. 허울을 털어야 책을 봅니다.


ㅅㄴㄹ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 책읽는 모습은 아름답다

→ 책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4


무아지경으로 글자를 좇고 있다

→ 고즈넉이 글씨를 좇는다

→ 고요히 글씨를 좇는다

→ 넋을 잃고 글씨를 좇는다

4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만든 그 세계에

→ 본 적도 없는 남이 지은 그곳에

→ 만난 적도 없는 남이 세운 곳에

→ 모르는 사람이 일군 나라에

→ 스친 적도 없는 이가 올린 터전에

5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며 그들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 놀거리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 놀잇감이 같은 사람이 가까이하고 싶다

6


출간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몹시 기대하는 책이 있다

→ 나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책이 있다

→ 태어날 날만 몹시 바라는 책이 있다

13


하루키의 신작이 나올 때면 일본 전체가 떠들썩해진다

→ 하루키가 새책을 낼 때면 일본이 통째로 떠들썩하다

→ 하루키 새책이 나올 때면 일본이 들썩들썩하다

13


퇴근하는 길에 환승역에서 일단 밖으로 나와

→ 돌아오는 길에 이음터에서 밖으로 나와

→ 들어오는 길에 이음목에서 밖으로 나와

15


제2막이라고 해야 하나

→ 두마당이라 해야 하나

→ 둘쨋판이라 해야 하나

→ 둘쨋고개라 해야 하나

20


독서를 위해 갖춰야 할 환경에는 어떤 게 있을까

→ 책을 읽으려면 어떤 터전이어야 할까

→ 어떤 곳이 책을 읽을 만할까

23


이렇게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라면

→ 이렇게 차분한 찻집이라면

→ 이렇게 차분한 쉼뜰이라면

24


피어나는 담소, 담소, 담소. 그 속에서 나만 책을 펴놓고 있었다

→ 피어나는 수다, 수다, 수다. 그곳에서 나만 책을 펴놓는다

→ 피어나는 얘기, 얘기, 얘기. 그곳에서 나만 책을 펴놓는다

30


휘도가 낮은 건 그렇다 쳐도

→ 빛살이 낮으나 그렇다 쳐도

→ 안 밝지만 그렇다 쳐도

→ 안 환하지만 그렇다 쳐도

33쪽


무수한 말소리가 합쳐져 백색소음을 만들어내어 오히려 편안함마저 느꼈다

→ 숱한 말소리가 모여 온소리가 되니 오히려 아늑하다

→ 갖은 말소리를 더해 바깥소리를 이루니 오히려 포근하다

→ 갖가지 말소리가 붙어 삶소리를 이루니 오히려 어울린다

33쪽


조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낯익고 상투적인 말들이다

→ 살펴보는 사람한테는 낯익은 말이다

→ 살피는 사람한테는 뻔한 말이다

39


진입 장벽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울타리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턱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 담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47


시에스타siesta, 라고 중얼거리며 그 나른한 시간을

→ 낮잠이라고 중얼거리며 이 나른한 한때를

→ 낮쉼이라고 중얼거리며 이 나른한 때를

85


조금 배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 조금 쳐내는 듯 들릴 수 있지만

→ 조금 갇힌 듯 들릴 수 있지만

→ 조금 밀친다고 들릴 수 있지만

162쪽


미스매치는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 동떨어지면 아무한테도 안 좋기 때문에

→ 뒤뚱대면 아무한테도 보람이 없기 때문에

→ 뒤엉키면 아무도 즐겁지 않기 때문에

1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2.

다듬읽기 145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걷는사람

 2020.8.10.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 걷는사람, 2020)를 읽는 내내 갸우뚱했습니다. “이낙연 좋아하기”를 하는 왼날개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오른쪽하고 나란히 서면서 새길을 바라보는 왼쪽이라면, 미움도 불길도 싸움도 비아냥도 아닌,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을 섞어 이야기를 펴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저짝’만 안 찍기에 ‘좌파’나 ‘진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쪽을 찍든, 스스로 이 삶에 사랑을 심기에 왼날개요, 손수 살림짓기를 하면서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하기에 왼길이며, 언제나 숲빛으로 푸르게 물들면서 풀꽃나무랑 새를 이웃으로 여기기에 왼사람입니다. 그러면 누가 오른사람·오른길·오른발일까요? 왼손이 새길을 가도록 북돋우면서 든든히 지키고 기다리고 바라볼 줄 아는 넉넉한 품일 적에 오른빛입니다. 왼쪽은 앞장서는 길이고, 오른쪽은 둘러보면서 뒤를 다스리는 보금자리입니다. 왼쪽은 새롭게 달리고 뛰고 놀이한다면, 오른쪽은 꾸준히 일하는 밑동이나 줄기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벌레도 나비도, 왼오른이 나란하기에 숨결입니다. 기울어진 나무는 쓰러져 죽습니다. 기우는 사람도 외곬로 치닫으며 꼰대에 먹통으로 뒹굽니다.


ㅅㄴㄹ


딱 하나 정리하지 못한 게 있었다

→ 딱 하나 추스르지 못했다

→ 딱 하나 치우지 못했다

7쪽


뜨끔했지만, 우선은 대충 얼버무렸다

→ 뜨끔했지만, 얼버무렸다

7쪽


뭔가가 자라고 꽃이 피고

→ 뭔가 자라고 꽃이 피고

9쪽


봄에 배양토를 사다가

→ 봄에 밑흙을 사다가

→ 봄에 까만흙을 사다가

→ 봄에 살림흙을 사다가

9쪽


합가를 강력히 원하고 있었는데

→ 함께살자고 소리를 높이는데

→ 같이살자고 목소리 높이는데

10쪽


그걸 또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다

→ 이를 또 싫어한다

→ 이를 또 꺼린다

→ 이를 또 뿌리친다

10쪽


돌봄에 대해 확실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는

→ 어떻게 돌볼는지 뚜렷하게 생각하는

→ 돌봄길을 스스로 똑똑히 생각하는

→ 돌보는 길을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18쪽


어린 시절 살았던 건물의 옥탑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어릴 적 살던 곳에 있는 하늘채로 들어갔다

→ 어린날 살던 데에 있는 하늘칸으로 들어갔다

34쪽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책임과 가책을 함께하는 것인지

→ 사랑을 나누려면 얼마나 짊어지고 돌아봐야 하는지

→ 사랑을 나눌 적에 얼마나 짐스럽고 탓해야 하는지

38쪽


아버지의 고단한 삶 속에는

→ 아버지는 고단히 살면서

→ 고단히 살아온 아버지는

48쪽


젊은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다고

→ 젊은날 풀죽임물을 먹고 죽으려 한 적이 있다고

49쪽


각진 턱을 가졌고

→ 모난 턱이고

→ 턱이 뾰족하고

49쪽


짧은 기고문을 썼는데

→ 글을 짧게 썼는데

→ 글을 짧게 실었는데

→ 토막글을 보냈는데

76쪽


이후에도 불편부당한 일은 학교 엔에서건 밖에서건 연일 일어났고

→ 나중에도 어정쩡한 일은 배움터에서건 밖에서건 늘 일어났고

→ 그 뒤로도 배움터에서건 밖에서건 으레 두루뭉술했고

80쪽


고양이 바라를 입양한 것은 내가 등단한 2011년도의 일이다

→ 고양이 바라는 글이름을 낸 2011년에 데려왔다

→ 고양이 바라는 내 글을 선보인 2011년에 맞이했다

92쪽


처음 이식받은 정치적 선입견 때문에

→ 처음 물려받은 외눈길 때문에

→ 처음 이어받은 외곬눈 때문에

104쪽


아주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 아주 좋아했으니

→ 아주 마음에 들었으니

→ 아주 눈을 반짝였으니

158쪽


글을 쓰기 위해 밀착취재를 하게 될 거라고 전하자

→ 글을 쓰려면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알리자

→ 글을 쓰려고 곁에 붙는다고 얘기하자

→ 글을 쓰자면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자

164쪽


페이소스라는 단어를 정치인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 눈물이라는 낱말이 벼슬꾼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 눈물꽃이라는 말을 감투꾼이 들려줄 줄은 몰랐다

→ 슬픔꽃이라는 낱말을 벼슬아치가 읊을 줄은 물랐다

→ 마음빛이라는 말을 감투잡이가 할 줄은 몰랐다

164쪽


작년 여름, 프랑스에 갈 일정이 있었고

→ 지난여름, 프랑스에 갈 일이 있었고

1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1.

다듬읽기 118


《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이미

 2023.2.21.



  《난 그 여자 불편해》(최영미, 이미, 2023)는 글님을 거북하게 여기는 둘레 목소리에 어떻게 마주했는가를 털어놓는 줄거리입니다. 웃사내질에 응큼질에 노닥질을 일삼는 이 나라 글담 한켠을 밝히고서 글을 실을 자리를 잃었다고 하는데, 이 꾸러미에는 ‘조선일보·농민신문·해럴드경제’에 실은 글을 담았어요. 글담은 틀림없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영미 님도 이 글담을 오래 누려왔고, 오늘도 누립니다.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글담입니다. 이제는 담벼락 아닌 놀이터로 갈아엎을 때라고 느껴요. “비싼 밥집”을 누리는 서울 한복판부터 벗어날 때입니다. 시골에서 아이를 돌보는 글바치는 글꾸러미를 매듭지을 즈음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밥을 지어서 차리고서 숨을 돌립니다. 이런 시골 글바치더러 “조용히 아이하고 누리는 하루를 글로 담아서 펼쳐 보라”고 묻는 곳은 아직 없어요. ‘브레이크 타임’도 ‘책 파티’도 아닌, 또 여름 날씨를 “재앙에 가까운 더위”라 여기는 눈도 다독여야, 비로소 글빛이 살아날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그녀는 우리를 도발해 말을 하게 한다

→ 그이는 우리를 들쑤셔 말을 시킨다

→ 그이는 우리를 건드려 말을 자아낸다

12쪽


재앙에 가까운 더위를 견디느라

→ 너울대는 더위를 견디느라

→ 벼락같은 더위를 견디느라

→ 불벼락 더위를 견디느라

13쪽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식당에 난 가지 않는다

→ 나는 쉴참이 있는 밥집에 가지 않는다

→ 나는 낮에 쉬는 밥집에 가지 않는다

18쪽


문단권력을 비판한 나를 그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 그들은 글담을 나무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며

26쪽


문인이며 방랑시인이었던 김시습의 산문을

→ 글바치이며 떠돌이새이던 김시습 삶글을

→ 붓꾼이며 별나그네이던 김시습 글자락을

→ 먹물이며 바람꽃이던 김시습 글줄을

30쪽


고통스러운 과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나가는 재능에 나는 반했다

→ 나는 괴로운 어제를 스스럼없이 풀어내는 솜씨에 반했다

39쪽


남성 문인들의 성적인 괴롭힘은 한국 문단의 관행이었다

→ 글쓰는 사내는 우리 글밭에서 추레하게 괴롭혀 왔다

→ 글쓰는 놈들은 우리 글판에서 노닥이며 괴롭혀 왔다

55쪽


갓 등단한 내가

→ 갓 나온 내가

→ 갓 첫선인 내가

55쪽


내 글이 감정보다 이성에 호소하기 바란다

→ 내 글이 마음보다 넋에 부르짖기 바란다

→ 내 글이 느낌보다 빛에 외치기 바란다

57쪽


움직일 수 없는 사실과 진실이 있었다

→ 움직일 수 없는 모습과 참이 있다

→ 움직일 수 없는 겉모습과 참길이 있다

65쪽


살아야겠다는 본능에 충실했다

→ 살아야겠다는 몸짓에 따랐다

→ 살아야겠다는 느낌에 맡겼다

74쪽


얼마 전에 친구들과 책 파티를 했다

→ 얼마 앞서 동무하고 책잔치를 했다

142쪽


나의 하루는 숫자에서 시작해 숫자로 끝난다

→ 나는 하루를 셈으로 열어 셈으로 끝낸다

163쪽


원고를 보내기 전후에 나는 고급 식당에 간다

→ 글을 보내는 앞뒤로 비싼 밥집에 간다

→ 글을 보내는 사이에 값비싼 밥집에 간다

2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