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공화국
강준만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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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25.

다듬읽기 3


《조선일보 공화국》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1999.5.20.



  《조선일보 공화국》(강준만, 인물과사상사, 1999)을 곱씹어 봅니다. 앞뒤를 자른다든지, 사이를 바꾼다든지, 여러모로 짜맞출 적에는, 글이 확 바뀝니다. ㅈㅈㄷ 세 가지 새뜸은 ‘칼질하는 글쓰기’로 온나라를 들쑤시기 일쑤였어요. 이 나라에 삽질로 들숲바다와 마을을 망가뜨리는 무리가 있다면, ㅈㅈㄷ은 글 한 줄로 사람들 마음을 무너뜨리는 무리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ㅈㅈㄷ만 이런 칼질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새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쪽에 있는 글바치도, 저쪽에 있는 글꾼도, 저마다 그들 울타리에서 그들 길미를 챙기려고 칼질을 일삼습니다. 강준만 님은 ㅈㅈㄷ이 일삼는 사나운 칼질을 따갑게 나무라면서 이 대목을 나란히 짚어요. 글붓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하며, 글을 쓰기 앞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넌지시 타이릅니다. 길미를 얻으려고 눈멀지 않을 줄 알지 않고서야 함부로 붓을 놀리지 않을 일이에요. ‘사람이 되고서’ 글꾼으로든 나라일꾼으로든 여느 어버이나 길잡이로든 제자리에 설 적에 비로소 참다이 눈뜰 수 있습니다.


ㅅㄴㄹ


그에 대한 반성과 접목시켜 제기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말입니다

→ 이를 뉘우치며 밝혔더라면 하며 아쉬웠다는 말입니다

→ 이를 돌아보며 얘기했더라면 하며 아쉬웠습니다

125쪽


견문발검(見蚊拔劍)은 피합시다

→ 모기한테 칼을 빼들지 맙시다

→ 섣불리 덤비지 맙시다

→ 작은일에 불뚝대지 맙시다

126쪽


그런 사과는 천부당만부당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 그리 고개숙여도 난데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뉘우쳐도 뜬금없다고 생각합니다

130쪽


이름만 대면 만사형통이었는데 이젠 그게 안 되니 그것 때문에 죽겠다는 겁니다

→ 이름만 대면 다되었는데 이젠 그렇게 안 되니 죽겠다고 합니다

→ 이름만 대면 거침없었는데 이젠 그렇게 안 되니 죽겠답니다

133쪽


저는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정치적 해결을 싫어합니다

→ 저는 돈셈을 따지는 풀잇길을 싫어합니다

→ 저는 좋고 나쁨을 셈하며 푸는 길을 싫어합니다

146쪽


가장 큰 약점이 정면돌파력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맞받이를 안 하기에 아주 얄궂다고 생각합니다

→ 바로뚫기를 안 하기에 무척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156


그런 지식인들에게 양자택일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런 글바치한테 하나를 고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런 먹물한테 한길을 가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64


지금 이대로 조선일보와 평화공존하기를 바랄 뿐이다

→ 오늘 이대로 조선일보와 어깨동무를 바랄 뿐이다

→ 그저 이대로 조선일보와 사이좋기를 바랄 뿐이다

165


또 하나의 위험부담을 추가시켜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 또 살엄을을 보태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 또 죽을고비를 더해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 또 가시밭을 가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 또 된서리를 써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조선일보 공화국》(강준만, 인물과사상사, 1999) 26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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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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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24.

다듬읽기 115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창비

 2017.7.27.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신용목, 창비, 2017)는 책이름부터 틀렸습니다. ‘문학’이나 ‘시’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틀린말을 함부로 써도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는 우리말이 아닌 틀린말일 뿐입니다. ‘누군가를’도 틀린말입니다. 우리말은 ‘누가’하고 ‘누구를’입니다. ‘누구’라는 낱말에 ‘-가·-를’을 붙이면 ‘누구가·누구를’이고, 줄여서 ‘누가’로 쓸 뿐입니다.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아내는 길을 가고 싶다면, 말이 무엇이고 글이 어떠한가를 언제나 새롭게 익히고 다시 가다듬고 거듭 벼릴 노릇입니다. 영어 ‘플래시’를 일본말스럽게 ‘후라시’라 한다든지, 일본말 ‘백미러’를 함부로 쓰는 글버릇으로는 글꽃이 피지 않아요. 생각을 안 틔우고서 아무 말이나 쓸 적에는 ‘아무렇게나’ 팽개치는 장난글로 맴돌 뿐입니다.


ㅅㄴㄹ


후라시를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그 바깥에 가 있었네

→ 불을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바깥에 있네

→ 번쩍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바깥에 가네

9쪽


마치 태양에 환풍기를 달아놓은 것처럼

→ 마치 해에 바람이를 달아놓은 듯이

→ 마치 해에 바람갈이를 단 듯이

→ 마치 해에 시원이를 단 듯이

13쪽


계절의 골짜기마다 따뜻한 노래는 있고

→ 철철이 골짜기마다 따뜻이 노래하고

→ 철이란 골짜기마다 노래는 따뜻하고

15쪽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 누가 누구를 부르지 않아도

17쪽


나의 입과 나의 목과 나의 배에 대해

→ 내 입과 목과 배를

→ 이 입과 목과 배를

19쪽


백미러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 뒷거울로 누가 달려온다

→ 뒷거울을 보니 누가 달려온다

21쪽


혹은 잘린 나무의 나이테거나 편지의 찢긴 조각

→ 또는 잘린 나무 나이테거나 찢긴 글월 조각

→ 아니면 잘린 나이테거나 찢긴 글조각

33쪽


정확하게는, 육체 속에 숨어 있던 시체를

→ 바르게는, 몸에 숨은 주검을

→ 똑바로 말해, 몸에 깃든 송장을

33쪽


불 속의 글자처럼 사라지는 순간들이 환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며

→ 불타는 글씨처럼 사라지는 한때가 환하게 나를 올려다본다고 느끼며

→ 불길 글씨처럼 사라지는 오늘이 환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고 느끼며

42쪽


하나의 가로등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불빛처럼

→ 거리불 하나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불빛처럼

→ 길불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빛처럼

46쪽


골목은 간밤의 선열로부터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식탁에 흩어놓은 약봉지 같다

→ 골목은 간밤 샘불에도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자리에 흩어놓은 돌봄자루 같다

64쪽


생각 위에 글자를 쓸 때마다 금방 낙서가 된다

→ 생각에 글씨를 쓸 때마다 곧 깨작질이 된다

→ 생각에 글을 쓸 때마다 이내 장난질이 된다

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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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사는 집 - 판자촌의 삶과 죽음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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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22.

다듬읽기 108


《가난이 사는 집》

 김수현

 오월의봄

 2022.10.24.



  《가난이 사는 집》(김수현, 오월의봄, 2022)을 읽는 내내 어쩐지 뜬구름을 잡는구나 싶었습니다. 발을 땅에 디디지 않은 채 펴는 글이로구나 싶더군요. 글쓴이는 ‘문재인 정권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으면서 ‘도시재생 뉴딜’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삶과 나라에 걸맞지 않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었다고 화살을 받은 분이라 하고, 이 책에서도 살짝 고개를 숙이는 시늉이 있습니다. 다만 시늉이 있을 뿐, 스스로 무엇을 잘못해서 나라를 뒤흔들었는지는 모르는 듯싶습니다. 아마 진작 알았다면 엉뚱한 길을 안 폈을 테고, 이런 책조차 안 썼겠지요. ‘값이 껑충 뛰는 아파트를 거느린 교수’라는 분들이 쓰는 글과 펴는 길이란, 언제나 어느 울타리한테는 이바지하지만, 숱한 사람들한테는 피고름을 짜내는 불수렁입니다. 글쓴이 스스로 ‘껑충 값이 뛴 아파트 부동산’을 스스럼없이 나라에 돌려주고서, 조그마한 골목집을 빌려서 조용히 살아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분이 쓰는 글은 뜬금없으면서 헛바람이 가득할 뿐이리라 느낍니다. ‘가난하지 않은 주제(?)’에 함부로 가난을 들먹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주민들은 망루를 지어 저항했습니다

→ 사람들은 다락채를 지어 맞섭니다

→ 마을사람은 다락을 지어 버팁니다

6쪽


집은 인간 생존과 종족 보존에 필수적인 수단이다

→ 살며 아기를 돌보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

→ 집이 있어야 살며 아기를 낳는다

15쪽


집의 물리적인 기준이나 수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 접근성이다

→ 어떻게 생기거나 지은 집이냐보다 집을 살 수 있느냐가 큰일이다

→ 어떤 집이냐보다 집을 살 수 있느냐가 대수롭다

17쪽


앞의 두 동네 가로망에서도 볼 수 있지만

→ 앞서 두 마을 길그물에서도 볼 수 있지만

→ 앞서 두 고을 길짜임에서도 볼 수 있지만

→ 앞서 두 곳 길틀에서도 볼 수 있지만

56쪽


이들의 빈곤이 세습될 가능성은 매우 컸다

→ 이들은 거의 가난을 물려준다

→ 이들은 다들 가난을 이어받는다

88쪽


산비탈에다 기초도 제대로 다지지 않고 불과 6개월 만에

→ 멧비탈에다 터도 제대로 다지지 않고 고작 여섯 달 만에

129쪽


판자촌을 대체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 쪽마을을 갈아치울 두루집을 빌려주기로 하고

→ 가난마을을 바꿀 어울집을 빌려주기로 하고

188쪽


600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수도 중의 하나다

→ 600해를 이은 아주 오래된 꼭두이다

→ 600해를 살아온 참 오래된 으뜸고을이다

235쪽


재개발이나 뉴타운사업은 양호한 주택을 늘리려고 벌이는 사업이다

→ 갈아엎기나 새마을짓기는 좋은 집을 늘리려고 벌이는 일이다

244쪽


주거권이란 한마디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지만

→ 집몫이란 한마디로 모두 사람답게 지낼 수 있는 몫이라고 할 수 있지만 

292쪽


주택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 집은 홀로 있지 않고

→ 집은 홀로 서지 않고

299쪽


가난한 사람들의 자구적 주거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 가난한 사람들이 손수 지은 터일 뿐 아니라

→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 닦은 터전일 뿐 아니라

301쪽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문재인 나라 땅살림을 놓고서 깊이 고개를 숙인다

→ 문재인 나라 땅값 길눈 때문에 깊이 고개를 숙인다

310쪽


도시에 정착하기 위한 전진 기지였다

→ 서울에 가려는 징검돌이다

→ 서울에 들어서려는 디딤돌이다

→ 서울에 자리잡으려는 발판이다

31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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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사회 - 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지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1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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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21.

다듬읽기 171


《공격 사회》

 정주진

 철수와영희

 2024.2.10.



  《공격 사회》(정주진, 청수와영희, 2024)는 낮거나 아프거나 외롭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오히려 못살게 구는 까닭이 무엇인지 짚으려는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속속들이 짚거나 다루기보다는, 서울 언저리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에 지나치게 매인 듯합니다. ‘서울 지하철’은 ‘바퀴걸상 다리꽃’을 마음껏 펴기 어렵지 않습니다. 서울에 사람이 지나치게 많을 뿐입니다. 시골에는 전철도 ‘낮은버스’도 없고, 하루에 버스가 몇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시골에 와서 ‘교통약자 이동권’을 외치는 사람을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미친날씨’에 등돌렸을까요? 부릉부릉 매캐한 쇳덩이를 모는 모든 사람이 등돌렸을 테고, 총칼을 만드는 데에 어마어마하게 돈을 쏟아부을 뿐 아니라 ‘전쟁무기산업’에 몸바치는 숱한 사람들 모두 등돌렸을 텐데, 이 대목부터 짚을 노릇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로 우리말을 괴롭히고 짓밟는 일을 못 깨달아요. 마음을 담는 말부터 “어린이 곁에 서며 어깨동무하는 쉬운 말”이 아닌, “일제강점기 일본말씨”에 갇힌 틀을 벗지 않는다면, 바로 우리 스스로 사납말로 서로 쏘아대면서, 사납짓으로 서로 괴롭히는, 엉뚱하고 슬픈 쳇바퀴에서 허덕일 뿐입니다. 엉큼짓을 일삼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예전 서울시장을 감싼 이들을 나무라지 못 하는 글자락이라면, ‘공격 사회’ 불씨가 어디에서 자꾸 튀어나오는지 눈을 감은 셈이기도 합니다.


ㅅㄴㄹ


같은 조치를 취했다

→ 같은 일을 했다

→ 똑같이 했다

5


그들이 공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 이들이 자꾸 화살을 받는 까닭은

→ 이들은 엄청 손가락질을 받는데

6


시위의 첫 장소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 너울판 첫터로 고른 까닭이 있다

→ 들물결 첫자리로 삼은 뜻이 있다

19


가장 큰 반향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장애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 아마도 숱한 사람이 처음으로 빛사람을 가장 크게 느꼈으리라

→ 아마도 숱한 사람이 처음으로 다른이를 가장 크게 느꼈으리라

21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 고루 바라본 까닭은

→ 둘레에서 들여다본 뜻은

26


이런 불법 주장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 이런 어긋난 말을 더 깊이 묻고 싶다

→ 이런 막말을 좀더 파고들고 싶다

33


압사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 눌려죽다니 믿을 수 없다

→ 밟혀죽다니 믿을 수 없다

44


이태원 참사는 인재였다

→ 이태원 불굿은 사람탓이다

52


기사가 말해 주고 있는 것은

→ 이 글은

→ 이 글자락은

66


빈곤에 대한 멸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 우리 터전은 가난을 깔본다

→ 우리나라는 가난하면 깎는다

67


열악한 주거 형태로는 쪽방촌이 있다

→ 허술한 집으로는 쪽칸골이 있다

→ 초라한 집으로는 쪽마을이 있다

→ 낡삭은 집으로는 쪽고을이 있다

71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한다

→ 너머일꾼은 힘껏 일한다

→ 바깥일꾼은 땀내어 일한다

→ 이웃일꾼은 바지런히 일한다

158


대홍수 이전부터 악화일로였던 경제 상황은

→ 큰물 앞서부터 기우뚱하던 살림살이는

→ 물벼락 앞서부터 떨어진 살림판은

193


한국은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 우리는 가뭄이 끔찍했다

→ 우리나라 가뭄은 모질었다

204


콘서트에서 다량의 물을 사용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은 곧 일단락됐다

→ 노래잔치에서 물을 흠뻑 쓴다는 말썽은 곧 끝났다

→ 노래마당에서 물을 잔뜩 쓴다는 말밥은 곧 마쳤다

→ 노래판에서 물을 마구 쓴다는 사달은 곧 매듭지었다

207


극한 가뭄 상황에서 공공재인 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응은 많이 부족했다

→ 우리는 모진 가뭄에 고루거리인 물을 옳게 못 보고 못 다루었다

→ 우리는 가뭄고비에 두루거리인 물을 제대로 못 보고 못 다루었다

209


위 사건으로

→ 이 일로

225


미세공격은 의도의 유무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는 언어적, 비언어적 개인 사이 교류로 인해 생긴다

→ 아무튼 서로 괴롭히는 말과 몸짓 사이에 잔주먹을 날린다

→ 어쨌든 서로 들볶는 말과 매무새 사이에 조금씩 물어뜯는다

23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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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의 꿈 - 개정판 최인훈 전집 1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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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15.

다듬읽기 170


《崔仁勳全集 11 유토피아의 꿈》

 최인훈

 문학과지성사

 1980.1.25.



  《유토피아의 꿈》(최인훈, 문학과지성사, 1980)은 얼추 쉰 해를 묵은 꾸러미입니다. 언뜻 보면 두고두고 읽히는 글이고, 곰곰이 보면 아직 내려놓지 못 하는 글입니다. 일본이 총칼로 짓누르던 한복판에 태어나서 일본글로 배우고 생각을 펴던 글붓이 박정희 나라를 어떻게 마주해 왔는가 하는 하루를 들여다보기에 좋을 수 있되,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어떻게 범벅이 되어 뿌리를 뻗었나 하는 보기로 엿볼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는 그냥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낱말이란 없습니다. 모든 말은 마음을 담아서 흐릅니다. 어느 낱말을 가리거나 고르느냐에 따라 우리 하루가 바뀌고, 삶과 넋과 눈빛까지 달라요. 꼿꼿하게 목소리를 내려고 고르는 낱말이 있다면, 살살 엉겨붙으면서 숨는 낱말이 있어요. 어느 무리에 붙는 낱말이 있고, 아무런 끼리질도 울타리도 없이 홀로서는 낱말이 있습니다. “유토피아의 꿈”이라는 이름이 겹말에 일본말인 줄 느끼는 분은 몇이나 있을까요?


ㅅㄴㄹ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우리는 슬프다

14


난데없는 애수를 느낄 것이다

→ 난데없이 눈물에 젖는다

→ 난데없이 마음이 아프다

15


누군가가 선생을 가리켜 학 같은 분이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 누가 어른을 가리켜 두루미 같은 분이야, 하고 말할 적에 들었는데

17


신자 아닌 사람으로 나는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 나는 믿지 않는 사람으라 멋쩍게 생각한다

→ 나는 믿지 않기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24


지식인이 그의 판단을 위험을 무릅쓰고 표명하는 용기를 갖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끝장이다

→ 글님이 꿋꿋하게 제 뜻을 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끝장이다

→ 붓님이 당차게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장이다

45


이것이 심각한 문제다

→ 이는 큰일이다

46


우리가 시민회관에 닿은 것은

→ 우리가 너른마당에 닿은 때는

→ 우리가 두루터에 닿은 무렵은

→ 우리가 한터에 닿은 즈음은

60쪽


나의 大邱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범벅이 된다

→ 내가 살던 대구가 되살아나서 범벅이 된다

112


스포츠는 가장 분명한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겨루기는 틀을 뚜렷이 세워서 하기 때문이다

161


내 눈에는 미국의 자연이 제일 잘나 보였다

→ 내 눈에는 미국 들숲이 가장 잘나 보였다

177


言語는 그 위로 感情이 흘러가는 河床이다

→ 말은 마음이 흘러가는 냇바닥이다

187


문화는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의 집을 인간의 손으로 만든 자연 속에다 지어놓은 인간의 집이다

→ 살림은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살이를 숲에다 사람 손으로 지어놓은 집이다

201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것은 경험을 그저 기억할 뿐만 아니라 정리해서 기억한다

→ 사람은 짐승과 달라서 끝없이 거듭날 수 있는데, 삶을 그저 되새길 뿐만 아니라 추슬러서 담는다

→ 사람은 짐승과 달라서 가없이 배울 수 있는데, 살림을 그저 곱씹을 뿐만 아니라 차곡차곡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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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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