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을고양이



  ‘우리 집 마을고양이’라고 하니까 이름이 퍽 아리송하지 싶은데, 이 고양이는 ‘우리 집’에 거의 눌러붙다시피 지내면서 ‘마을고양이’로 마을을 돌아다니기에 이런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 집’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밥도 자주 함께 먹으나, 꼭 우리 집에만 매달리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 아이들은 눈을 마주치면 서로 가만히 쳐다봅니다. 가끔 또는 자주 또는 더러 또는 으레 냥냥 울어대는데,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눈꺼풀이 잠기기 일쑤입니다. 얘야, 넌 누워서도 앉아서도 웅크리면서도 참 잘 자는구나. 걱정할 일이 없고 느긋할 일만 있으니 평상 옆 볕바라기 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 테지요. 2017.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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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씨앗이 맺는다



  가을 늦게 꽃이 피어 겨울을 앞두고 씨앗을 맺는 취나물 씨앗. 우리 집 뒤꼍에서 천천히 조금씩 퍼진다. 올해에는 취나물 씨앗을 잘 받아서 건사해 둔다. 뒤꼍뿐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취나물이 올라오도록 씨앗을 뿌려 본다. 뒤꼍에도 좀 넓게 뿌려 둔다. 이듬해 봄에 무럭무럭 올라와 주렴. 이듬해부터 맛난 잎사귀를 넉넉히 베풀어 주렴. 2016.1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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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나무가 들려주는 말



  빨간나무 곁에 서면 빨간나무가 들려주는 말을 듣습니다. 푸른나무 곁에 서면 푸른나무가 들려주는 말을 들어요. 겨울이 되어 앙상한 나무 곁에 서면 고요히 잠을 자는 앙상한 나무가 들려주는 말을 듣지요. 나는 나무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나무는 내가 새로 짓는 살림에서 길어올리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나무가 되고, 이야기벗이 되며, 이야기삶을 지어요. 2016.11.3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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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무는 빛살



  가을이 저무는 십일월 끝자락 빛살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 늦가을 빛살이 스며드는 나무마다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한참 지켜본다. 그리고 살몃살몃 다가서서 큰나무를 타고 오르던 덩굴을 모조리 걷어냈고, 뿌리 언저리에 있던 덩굴뿌리까지 호미랑 낫으로 샅샅이 파낸다. 이렇게 해도 이듬해 봄에 새로 덩굴줄기가 타고 오를는지 모른다. 그때에는 그때대로 빙그레 웃으면서 “얘들아, 너희가 우리 나무를 또 감고 오르려 하면 또 너희는 내 낫질하고 호미질에 잘려서 나무를 살찌우는 거름이 된단다.” 하고 얘기해 줄 테지. 눈부신 가을빛을 지켜볼 날이 며칠 안 남는다. 2016.11.2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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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까마중꽃



  날이 폭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까마중이기 때문에, 까마중이 싹을 트고 줄기를 올려도 웬만하면 그대로 둔다. 그런데 이 십일월에 까마중꽃이 아주 조그마한 틈에서 피어나네. 흙 한 줌 있을까 말까 싶은 틈에 씨앗 한 톨이 뿌리를 내렸고, 줅기도 잎도 씩씩하게 돋아서 조그마한 까마중꽃이 피었네. 찬바람을 물씬 느끼는지 줄기를 올리거나 잎을 더 내놓을 생각보다는 온힘을 꽃에 모으고, 꽃가루받이를 해 줄 벌나비나 벌레나 바람이 있으면 이내 열매를 맺으려고, 참말 부산스레 가을꽃이 곱네. 2016.11.2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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