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단풍나무



  2011년에 고흥에 삶터를 마련하고 도서관학교 자리를 살필 적에, 문을 닫은 지 스무 해가 넘은 옛 초등학교 한켠에서 꽤 크게 자란 나무를 보았습니다. 마을 분들은 이 나무에 줄을 꽂아서 물을 빼냈지요. 그무렵에는 이 나무가 ‘고로쇠나무’인가 했습니다. 올봄에 이 나무를 가만히 지켜보니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모습이 단풍나무를 닮습니다. 그렇지만 여느 단풍나무하고는 좀 다르지 싶더군요. 알아보니 ‘당단풍나무’라고 합니다. 단물이 나오는 단풍나무라서 당단풍나무일까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 나무하고 더 어우러져서 살다 보면 차츰 알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이 나무가 도서관학교 한켠에서 씩씩하게 가지를 뻗고 자라서 아이들이 타고 오를 수 있을 만큼 튼튼하기를 비는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2017.4.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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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앵두꽃



  앵두꽃이 흐드러지던 삼월 끝자락하고 사월 첫무렵, 여러모로 바쁘게 봄일을 맞이하느라 해질녘 앵두꽃을 살몃살몃 들여다보았습니다. 동틀녘하고 해질녘 앵두꽃은 새삼스럽게 빛나는 꽃숨이었구나 싶어요. 줄줄이 피되 한꺼번에 꽃잔치를 이루면 그만 하루이틀 사이에 모든 꽃잎이 지는 앵두나무입니다. “앵두꽃은 한때”라고 할까요. 2017.4.1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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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같은



  긴 겨울을 누리고 태어나는 수선화 같은 책을 손에 쥔다면 얼마나 기쁠까 하고 생각합니다. 봄이 되어도 아직 찬바람이 남은 때에 눈부시게 깨어나서 꽃내음을 퍼뜨리고 꽃빛을 베푸는 수선화 같은 책을 가슴에 담는다면 얼마나 신날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침을 환하게 열고 낮을 밝게 가꾸며 저녁을 고이 마무리짓는 하루가 되도록 꽃결을 마주하며 쓰다듬습니다. 2017.3.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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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노래할 매화꽃망울



  봄을 노래하려는 매화꽃망울이 곧 터집니다. 아직 앙다문 채 더 따사로운 볕을 기다립니다. 차가운 바람하고 따순 볕이 어우러질 적에 눈부시게 피어나는 봄꽃은 우리가 스스로 씩씩하게 기지개를 켜고 자리를 털어내라고 하는 뜻을 비추지 싶어요. 겨우내 앙상한 가지로 잠들다가 찬찬히 깨어나는 나무처럼 우리는 늘 밑바닥부터 새롭게 치고 일어나면서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2017.3.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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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동백꽃



  우리 집 동백나무에 꽃송이가 소담스럽게 터집니다. 이쪽에 하나 저쪽에 하나 찬찬히 터집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대문을 드나들며 동백꽃을 바라봅니다. 어느 날 문득 작은아이가 조잘조잘 노래합니다. “아버지, 봐 봐. 저쪽에도 동백꽃이 있고, 우리가 안 보이는 다른 데에도 피었어. 작게 피는 동백꽃도 있어.” 그래, 네 말처럼 곳곳에 이쁘장하게 하나둘 올라오네. 곧 이 동백나무에 한꺼번에 수많은 꽃송이가 함박눈처럼 흐드러진단다. 2017.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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