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매실 살그마니



  며칠 동안 그치지 않고 비가 왔습니다. 이동안 뒤꼍 매화나무에 달린 노란매실이 비와 바람에 툭툭 떨어졌습니다. 비바람에 떨어진 노란매실은 모두 나무한테 돌아갑니다. 다시 새로운 흙으로 거듭날 테지요. 이 가운데 나뭇가지 틈에 걸린 아이들도 있어요. 너희는 어떻게 드센 비바람에도 그곳에 꼭 걸렸느냐 하고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 한쪽에 석 알이 얌전히 모였습니다. 매화알이 노랗게, 붉은 기운이 살짝 돌 만큼 익는 요즈음은 살구도 오얏도 맛난 철일 테지요.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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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개구리 살짝 쥐기



  우리 집에 살그마니 들어온 풀개구리를 바깥으로 내보내려고 손아귀에 살짝 쥡니다. 아이들을 부릅니다. 자, 이제 마당에 서서 주먹을 천천히 엽니다. 아주 작은 풀개구리는 처음에는 안 보인다고 하지만, 이내 고개를 빼꼼 내밉니다. 내 손아귀를 천천히 타고 손가락에 올라타지요. 이렇게 손가락에 올라타서 숨을 고르며 예가 어디인가 살핍니다. 이러다가 폴짝 뛰면서 풀밭으로 가요. 2016.7.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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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꽃을 아이들하고 만나기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로 들딸기를 훑으러 나들이를 갔다가 들딸기가 돋은 위쪽으로 핀 나무꽃을 함께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들딸기 냄새가 그처럼 달콤한가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국수나무에 핀 국수꽃이 어우러졌기에 무척 달꽃한 꽃내음이 퍼진 줄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묻습니다. “아버지, 이 꽃 무슨 꽃이야? 냄새 되게 좋다. 큼큼. 아 좋아.” “그러게, 냄새 아주 좋지? 어떤 이름을 지어 주면 좋을까?” 나는 아이들한테 ‘국수나무’나 ‘국수꽃’이라는 이름을 좀처럼 알려주지 않고 말을 빙빙 돌립니다. 이름을 알려주기 앞서 아이들 나름대로 이 나무를 놓고서 새로운 이름이나 느낌을 생각해 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이 나무는 사람들이 국수나무라고 해.” “국수? 국수나무? 이 나무가 국수라고?” “왜 국수일까? 아무튼 국수나무이니, 이 꽃은 국수꽃이지.” 작은 꽃줄기가 마치 국숫가닥처럼 퍼졌다고 보여서 국수나무일까요? 모를 노릇이지요. 우리 아이들한테 국수꽃은 새봄이 무르익어 바닷마실을 하기 좋은 철을 알려주고, 들딸기가 맛나게 익은 철을 알려주는 반가운 봄꽃입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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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 바라보기



  때죽나무에는 때죽꽃이 핍니다. 벚나무에 벚꽃이 피고 모과나무에 모과꽃이 피듯이 때죽나무는 때죽꽃입니다. 봄이 저물고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볕이 잘 드는 곳에서도 그늘이 진 곳에서도 때죽나무는 마치 수없는 방울을 매달듯이 하얗게 잇달아 꽃송이를 아래로 늘어뜨리면서 터뜨립니다.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타고 이 때죽나무가 선 곁으로 다가설 즈음 벌써 꽃내음이 우리를 감쌉니다. 다른 나무도 꽃내음을 멀리 퍼뜨리는데, 때죽나무도 꽃내음을 꽤 멀리 퍼뜨립니다. 때죽꽃이 핀 곳을 지나가기 앞서 “그래, 올해에도 어김없이 때죽꽃이 피었네!” 하고 알아차리도록 한달까요. 참으로 싱그럽게 고운 꽃빛으로 여름을 손짓하는 나무꽃입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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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딸기 두 톨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골짜기 한쪽에 나무딸기가 있군요. 우람한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 때문에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들딸기가 저물어도 이곳에는 아직 나무딸기가 새빨간 열매를 내놓는구나 싶군요. 큰아이를 부릅니다. “벼리야, 여기 보렴. 나무딸기야.” “우와, 맛있겠다. 새빨개!” 야무진 열매 두 톨을 훑어서 큰아이 손바닥에 얹습니다. 동생하고 한 톨씩 먹으라고 이릅니다. 석 톨이 있다면 세 사람이 나누어 먹었을까요? 아니요. 두 톨은 작은아이 몫이 되었을 테지요. 넉 톨이 있다면 이때에는 세 사람이 나란히 먹었을까요? 아니요. 넉 톨이라면 두 톨씩 두 아이가 나누었을 테지요.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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